연꽃

2016.10.08

자정, 지하철에서 내려 딱 걷기 시작할 즈음. 서두르는 대신 조금 더 걸었다. 도로변의 소음으로부터 소리가 자유로워지는 무렵의 첫 만남이었으면 했다. 걷는 동안에도 비가 계속 내렸다. 은은하게 잠긴 가로등을 하나 지나고, 다시 둘, 셋을 또 보내었을 즈음. 젖은 땅을 타닥이는 나의 운동화 소리가 적당한 울림으로 귀에 닿기 시작할 무렵. 봄을 꼭 다시 되돌려 온 마냥, 가을의 바깥바람 틈새에서 새 목소리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