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2017.10.15

돌아오는 버스에서 이어폰을 한 짝씩 나누어 끼고 나비를 들었다. 그리운 목소리에 꼭 눈물이 날 듯하여 차창 밖을 보니 어두운 도로 위로 송송 피어난 불빛이 촉촉하게 젖어있는 것이 보였다.

사실 공연 때는 노래에만 온전하게 집중하지 못했다. 다시 돌아온 나비를 듣는 순간 가장 먼저 기정사실화된 듯한 16일의 꼭 어제가 떠올랐고, 곧이어 제주에서의 그가 생각났다. 다가올 예고와 지나간 기억들이 우수수 덮쳐와서, ‘힐링과 뮤직’ 페스티벌에 알맞도록 준비해온 노래꾸러미를 펼쳐내는 그가 찬찬히 눈에 들어온 건 그다음이었다. 

한번 눈에 들어오자 많은 것이 보였다. 연이은 행사를 찾아주는 청중을 위해 매번 새로운 레파토리를 고심 또 고심한다고 그의 동료들이 말한 바 있었지. 그들의 증언이 아니었더라도 나비의 순간에는 그 숨은 노력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힐링’ 페스티벌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황금별과 나비를 꾸려왔다. 신선한 피의 개척지였던 하남에서는 그날의 기억(0810)을 되새기며 fresh blood를 다시 불러왔지(1011). 언젠가 콘서트 기자회견에서 지니타임을 통해 그 나라와 도시에서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고 했던 것처럼, 행사 한 번 한 번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붙여주고자 하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 지금도 끊임없이 우리의 오늘을 스토리로 엮어가는구나. 휴식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637일을 이 사람은 또 이렇게 자기의 방식으로 채워가는구나. 입대 후에도 당신은 여전히 주는 사람이고 나는 받고 있구나. 나는 여전히 당신이 주는 사랑이 드리우는 그늘에 머무는구나. 

당신이라는 사람의 한결같음이 서글픈 듯 기뻤다. 기쁘면서도 슬펐던 것 같다.
이런 사람이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걸 아는데, 알지만 그래도,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이런’ 사람인가 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