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2019.05.25

아서에게 왕으로서의 정통성을 부여해준 이름 없는 고귀한 검은 대성당 마당의 돌에 꽂혀있었다(폭포가 떨어지는 험준한 절벽도 아니고, 성스러운 호수의 한 가운데도 아니고,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성당 마당). 아서는 순전히 형 케이가 마상시합에 쓸 무기가 필요했기에 성당의 검을 뽑았으며(집으로 검을 가지러 갔는데 아무도/아무것도 없어서 에잇 성당 검이나 뽑아 가자! 하고 정말로 충동적으로 뽑는다), 이름 없는 아서가 '왕이 될 자의 검'을 뽑았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이들 앞에서 몇번이나 검 뽑는 재연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양아버지 엑터와 형 케이 앞에서, 다시 대주교 앞에서, 또다시 영주들 앞에서, 또또 다시 더 많은 기사와 평민들 앞에서.

묘사를 실제로 상상하면 정말 웃음 나는 게 우선 뽑았던 검을 다시 원래의 자리에 꽂아넣은 후, 아서에 앞서 다른 기사들이 차례로 검을 ‘뽑지 못함’을 확인한 후에, 마지막으로 아서가 쨘 검을 뽑는 식의 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