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2019.06.09

아름다움에 관한 기억:

가장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었던 장면의 처음 하나는 도리안 그레이 절정부의 마지막 소절. 좌측으로 살짝 치우쳐 선 그가 고조되는 감정을 따라 마이크를 높이 들어 올렸을 때. 불시에 새하얗게 번진 조명이 투명한 잿빛의 머리칼 위로, 질끈 감은 눈꺼풀 위로, 청초한 흰색 자켓 위로 쏟아져 내리던 광경의 목격자가 되었던 순간.

아름다웠다. 문자 그대로 정말로 아름다웠다. 모두가 사랑했던 도리안의 얼굴이었으며, 내가 사랑하는 김준수의 얼굴이었다. 노래조차도 지워버릴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16년, 나의 정체성이 그의 노래보다도 얼굴에 있었다는 걸 처음으로 선명하게 깨우쳤던 그해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무대의 조명 아래 여타의 감각을 지워버릴 만큼 아름다운 사람.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