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작업에 모든 배우가 참여했어요. 각기 다른 번역본을 읽으면서 의견 주고받고 서로 대사를 바꿔보기도 하고. 워낙 대사가 방대하다보니 선택과 집중이 중요했죠. 원작을 사랑하는 팬들은 아쉬운 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장르가 다르잖아요. 결과적으로는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꽤 괜찮은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예전부터 뮤지컬에서 춤을 추고 싶었는데 그런 작품이 정말 없었어요.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은 노래 위주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무용이 가진 대체 불가능한 감동과 희열을 심분 활용할 수 있을 텐데도! 특히 아름다움이라는 건 노래만으로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름다움 자체를 표현한다는 이 뮤지컬의 주요 목표부터 난제였을 테지만 특히 김준수에겐 더욱 그랬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내가 내 초상화를 보고 감탄하면서 '이게 나예요? 너무 아름다워요.' 이런 대사를 한다는 게 참.. (웃음) 아니, 그런 민망함을 다 떠나서 무대 위의 내 모습을 보고 과연 젊음과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어할 만하다고 느껴야 설득력이 생길텐데, 스트레스가 컸어요."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평단은 그에게 '캐릭터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그런데 그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흠... 도리안이 타락하는 시점이 너무 급하지 않았어요? 극단의 감정을 오가는 것보다 선한 도리안의 분량이 짧은 게 힘들었어요. 성남이라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러닝 타임을 줄여야 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도리안이 순수했던 1막, 헨리와 배질과의 즐거웠던 여름날이 딱 한 신만 더 있었더라도 훨씬 흥미진진하고 전체적인 균형감이 더 살아났을 거예요. 재공연에서 그런 점이 보완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배우들과 얘기해본 적 없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 점이 좀 아쉬웠어요."

 

가장 열과 성을 다해 토로했던 화두는 창작 뮤지컬에 대한 편견이다. <도리안 그레이>를 포함해 여섯 편의 출연작 중 세 편이 창작극일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만큼 김준수의 말투는 유독 진지했다.

"다들 말로만 응원한다고 그래요. 실제론 창작 뮤지컬에 그렇게 냉정할 수가 없어요. 감히 얘기하자면 라이선스 뮤지컬도 이상한 작품 많거든요. 아무리 엉성해도 라이선스라는 명성 때문에 칭찬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창작극은 선입견을 가지고 혹평부터 해요. 사실은 창작 뮤지컬에 더 관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배우 입장에서도 위험 요소가 있지만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로, 그게 맞아요."

 

그는 인터뷰 마지막까지 이렇게 단단한 말만 던지고는 <도리안 그레이> 무대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퍼스 바자 16년 11월호 중.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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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6.10.20

마지막 문단은 옮기는 대신 마음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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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6.10.20

이 모든 이야기를 풀어놓는 당신의 조곤조곤했을 음성을 상상해. 조금은 느릿하게, 그러다 어느 지점에서는 다다다 속도를 붙여가며 꺼내놓았을 이야기들과 그에 입혀졌을 진중하여 아름다웠을 음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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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6.10.20

조금씩이지만 인터뷰에서 또한 틀을 깨나가는 그가 느껴져 더욱 애틋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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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6.10.20

오빠 말이 맞아요.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더없이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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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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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맹세해. '단단하다'는 수식어에 당신을 가두지 않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