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몇 장 뽑을 요량이었다. 신중히 고르고 골라 풍경 두 장과 도리안 두 장으로 정한 후였다. 

“시아준수네요?”

내가 고른 사진을 들여다본 직원이 말했다.

“네?”

반사적인 반문에 서글서글한 웃음이 돌아왔다. 

“시아준수 좋아하시나 봐요.”

나는 갸웃했다. 이어지는 이야기ㅡ동방신기 때 종종 TV로 봤었더라는 문맥에서 매글도 한참 매글인 사람이었다. 그런 매글도 ‘도리안’에게서 시아준수를 바로 찾아낼 수 있는 걸까? 도리안의 얼굴에서 시아준수를 발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나는 신기하면서도 알쏭달쏭했다. 어떻게 알아본 거지? 얼굴부터가 이렇게 다른데?

나의 혼란을 알 바 없는 직원은 어느새 풍경의 작업을 마치고 도리안에 돌입하고 있었다. 모서리와 여백을 신중히 안배하느라 투시하듯 짙게 바라보는 눈에는 깜빡임도 없었다.

“..시아준수님이 잘 나와야 하는데..”

중얼거림 속의 시아준수는 어느새 준수님이 되어 있었다. 도리안의 연금빛 코트와 금발이 꼭 왕자님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과물은 생각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다. 왕자님은 반짝반짝한 게 어울릴 것 같다는 추천을 따라 펄감 있는 재질을 선택한 것이 오늘의 한 수였다. 반짝임이 은은하게 묻어나오는 사진 속의 그는 정말로 왕자님 같았다. 

고양감에 몇 장을 더 뽑기로 했다. 이번에는 일곱 장. 풍경은 없이 전부 시아준수인 사진들로 재차 작업에 임하던 직원이 느릿느릿 말했다. 

“이렇게 보니까..”

마우스를 딸깍거리던 소리가 잠시 멈추었다. 

“시아준수가 참 잘생겼네요.”

아아,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나는 깊은 공감을 담아 대답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란히 웃는 동안 일곱 명의 준수님이 세상에 태어날 준비를 시작하는 알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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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8.03.30

시아준수를 시아준수라고 했는데 왜 놀라느냐는 눈빛과 시아준수가 아니라 도리안인데 왜 시아준수라고 하느냐는 눈빛이 아주 잠깐 맞부딪쳤을 때의 공기가 계속 기억난다. 말로는 전부 설명할 수 없는ㅡ종족도 언어도 서로 다른 존재와 마주쳤을 때나 겪을 법한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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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8.03.30

귀갓길에 친구들에게 같은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보았다. 
“시아준수 같아?”
돌아온 것은 한눈에도 시아준수, 그리고 바수니라는 타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