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레도와의 마지막 대치 끝에 결국. 기어이. 끝끝내.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가 육신 전부를 무너트렸다. 등을 동그랗게 말아 상체까지 완전히 앞으로 엎어지고 말았어. 바닥과 완전히 맞닿은, 동그랗게 말린 몸이 참 작디작더라. 콜로레도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버틴 것이 대견할 정도로, 그렇게 가녀리더라 볼프강..

 

몸을 완전히 말아 엎어졌을 정도로 쓰러지는 움직임이 격했던 탓이겠지. 그가 힘겹게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머리카락 한 가닥이 얼굴 위로 도탑게 얹혀 있었다. 오른쪽 뺨에서부터 이마까지 사선으로 덥수룩하게. 거의 얼굴 절반의 면적에 드리워져 있었으니 적지 않게 신경 쓰였을 것. 이때만 해도 저 머리카락을 무사히 걷어내면 좋겠다고 생각만 했을 뿐 그가 이 상황을 어떤 식으로 타개해나갈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의뢰를 받는 동안에는 참아냈다. 얼굴 쪽으로 아예 손을 올리지 않고 꿋꿋이 내버려 두었다. 수습의 시도는 극이 모차르트! 모차르트!에 진입하고서도 한참 후에야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그가 아마데를 따라 완전히 걸어 나와서, 피아노 의자 앞에 제대로 자리를 잡고 나서야.

 

처음에는 간단히 손가락을 썼다. 얼굴 가장자리로 손을 올려 걷어내려 했지만 두어 차례 전부 미수에 그쳤다. 안타까움은 지켜보는 나의 몫. 이대로 포기하려나.. 이제 어찌 되려나.. 슬슬 조바심이 드는 차였다.

접근법을 달리 정한 행동이 재개되었다. 몇 초의 차이를 둔 후였다.

 

갑자기 울컥하듯 미간을 찡그린 그가, 한 손으로 얼굴을 전부 덮어버렸다. 모차르트! 모차르트! 의 그가 매번 울컥하고 괴로워하기는 하지만, 손에 얼굴을 전부 묻어버리는 이 같은 모습은 처음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울음이 차올라 그것을 삼키려고 얼굴을 가린 걸까. 볼프강으로서의 울음이 그렇게나 치밀어 올랐나. 이제껏 이런 적은 없었는데.. 놀람도 잠시. 글쎄 그가 얼굴에 얹은 손끝을 자잘자잘 굴려 요령 있게 머리칼을 걷어내는 게 아닌가. 최대한 티 나지 않게, 울컥함을 삼키는 양 얼굴을 내내 손에 묻고서.

 

무대 위의 배우가 얼굴로 엉켜 든 머리카락을 좀 신경 쓴다 하여 관람에의 중대한 지장을 줄 리가 있겠나. 그럼에도, 자꾸만 얼굴로 올라가는 손이, 그리고 거듭 실패하는 손이 극의 흐름을 깨지 않도록 아예 연기를 입혀버린 것이었다.

볼프강의 현 상황을 녹여낸 디테일로 완벽하게 모양새를 갖추어서.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는, 그야말로 사소하고도 자잘하여 크게 눈여겨 볼 법하지 않을 짜투리 순간조차도 연기로 덧칠해 살려낸 것이었다. 

 

볼프강 안에서 살아서 숨을 쉬는 시아준수의 프로다움과 순발력에 감탄함과 동시에 벅차 올랐다. 이 찰나에 그가 무대를 살아내는 방식이 전부 보였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의 모든 행동을 철저하게 극으로 녹여내는 배우. 그래서 처음과 끝을 전부 무대 속에서 살아내는 배우.

투신하듯 무대에서 살아가는 그의 관객일 수 있어 감사한 또 하루였다. 

 

(참고로 얼굴을 손으로 덮은 건 총 두 번. 첫 시도는 실패, 2차 시도 끝에야 성공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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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0.08.13

얼굴을 덮었던 그 손이 계속 눈앞에 어른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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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0.08.13

오늘의 시아준수 너무나 멋졌어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