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들>이 참 좋았다. 그리고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

가지런한 앞머리에 동그란 어깨, 순한 광대. 오랜만의 그는 가득 충전되어 있었고, 그런 만큼 한껏 귀여웠다. 조금 더 자란 듯한 머리가 차분하게 내려와 있어서 더 다람쥐 같았어! 옥상 풍경을 한 번 스윽 둘러본 후 기타를 집어들며 "어디서부터였더라~" 하고 시동 거는 초반부의 대사가 살짝 먹혔는데, 아무래도 앞니로 먹은 듯 ㅠㅠ 귀여움에 먹힌 듯 ㅠㅠ 시작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잔망스러웠다. 와르르 쏟아진 악보를 망연히 보면서는 "아우 다 떨어졌네 씽" 하고 꽁실거렸고, 이연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깜짝이야 이씽" 중얼거린 건 물론, 또 올라오실 거냐면서 기타 치는 시늉을 할 땐 몸 전체를 들썩들썩 흔들흔들~ 가볍게 바운스 바운스~

이렇게 귀여웠다가, 정말 있는 힘껏 귀여운 그로부터 <스치다>가 시작되는 순간 달라지는 공기는 뭐랄까.. 귀여움에서 아름다움으로의 공감각적 전환을 이렇게 선명하게 경험할 수 있을까. <다시 돌아온 그대>도 그렇지만 옥상에서의 전환이 훨씬 더 분명하며 서정적이다. 그로부터 노래의 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시간도, 공간도, 내 마음도 완전히 멎었다가 새로운 차원에서 재조립된다. 마치 스테이지1 귀여움 달성, 스테이지2 아름다움 시작, 이런 느낌으로다가.

하숙집 아침에서는 그의 등장 타이밍이 살짝 밀렸다. 넋 놓고 황홀해하는 얼굴을 감상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이 꽤나 단축되었다는 슬픈 소식. 느지막이 등장한 그가 바로 앉지 않고 선 채로 허공을 향해 넋을 놓고 있으면, 하숙집의 이목과 조명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린다. 모두의 시선 속에서 멍하니 의자에 기대어 앉는 그는 예의 황홀한 표정인데, 무릎을 모아 붙이고 그 위에 두 손목을 모아서 꼭 소녀처럼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예쁜 얼굴, 귀여운 자세로 황홀해하는 것도 잠시. 여일로 인해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을 땐(흑흑 너무 빨라ㅜ), 언제나 그랬듯 부리청소와 함께였다.

담을 넘기 위해 그가 등장해야 할 차례에서 항상 그 모습을 가로막았던 버스가 없어졌다. 그가 담을 넘을 때 D구역에서 보면 종종 그의 모습을 가렸던 버스 정류장 푯말도.

강의실. 오늘 역시 미세하지만 '앓았다'. 미간을 모으고 끙끙. 끄응..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예쁜 얼굴이 너무 좋았다. 그 얼굴을 보면 더 심하게 따라 앓게 돼요, 내가. 커플 장기자랑 문제를 두고 여일과 옥신각신하면서는 나 말고 성태랑 하라며 손짓했다. 여일이 무시하자 성태쪽으로 밀치기도 하고, 다시 성태와 여일을 콕콕 찍어가며 둘이 하라고~ 손짓하다가 쓰러져 하품하고, 홀로 쌍꺼풀을 그리며 뒷머리를 긁적긁적 댔다(느낌상 여일을 보고 그린 것 같았는데 여일이 흥~ 하며 그에게 등을 돌려서 ㅋㅋ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쌍꺼풀이었다. 여일이 바1보.. 왜 쌍꺼풀을 그려주는데 안 봐요..). 마지막엔 성태 너머를 보며 해사하게 한 번 웃었다. 갑자기. 왜였죠!

이연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저기요! 해놓고는 목을 흠흠 가다듬더니, 오늘도 열심히 말을 지어냈다. 말을 지어내는 연기는 갈수록 섬세해진다. 순박하고, 잔재주 부리지 않고 돌진하는 숙맥 느낌이 물씬 나도록. 보디랭귀지에서는 또 나나, 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고, 허밍을 하며 이연 쪽으로 가서 나! 나! 나! 한 번, 제 자리로 돌아와서 나! 나! 하고 끊어가며 또 한 번 강조했다. 제 자리에서 강조할 때는 자신을 콕콕 찍고, 기타 치는 시늉을 곁들였다.

축제. 이연을 찾아 달릴 때, 원래는 이연이 무대를 가로질러 퇴장하고 나면 지욱이 등장하는데 오늘은 이연이 무대에서 모습을 감추기 전에 반대편에서 지욱이 뛰어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지욱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엔 여일이, 여일이 사라지기 전엔 성태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듯 이어지는 술래잡기식 연출이 더 분명해졌다. 또 축제 중 여일과 친구들의 싸움이 삭제되고, 춤으로 대신하는데 큰 임팩트는 없었다.

게시판 앞. 강의실에서의 일을 해명하며, 저 사실 잘 몰라요 대신 "저 '아무것도' 몰라요, 그런 쪽에 대해선." 하고 말했다. '아무것도'에 무척 순진한 어조의 강조점을 찍어서ㅎㅎ 진짜 귀여웠어. 이어지는 기쁨의 노래에선 오늘도 나왔다. 무릎 꿇고 두 손 기도하듯 모으는 로미오 자세♥ 그리고 뒷발차기도! 코믹한데 멋스러운 발동작이 참 그답다. 민망함을 감추기 위한 애드립은 오늘은 "책 팔아요오~~" 뒤를 무척 길~게 늘어뜨린 책 팔아요~ㅎㅎ

이연을 보거나 뒤따르거나 할 때 두 손으로 가방끈을 잡은 그는 정말 사랑스럽다. 특히 <다시 돌아온 그대>에서 이연의 소절이 시작할 때 그녀를 보는 얼굴과, 두 사람이 함께 소리내기 시작할 때의 그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은.. ㅠㅠ 가뜩이나 여기서 이연 찾아다니며 뛰느라 앞머리가 꼭 엄마가 빗겨준 것처럼 넘어가 있어서 더 더 귀여웠다 ㅠ 후 ㅜㅜ

4층. 이연 사고 당시의 암전이 다소 빨라졌다. 그 때문인지 비명도 짧아졌고. 사고 직후 울먹울먹할 때는 쌕쌕 몰아쉬는 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별. 더 오래 못 볼 거라던 이연에게 "아니!" 하던 목소리가 무척 간절하고 절박했다. "우리 헤어지는 거야? 여기서 이렇게?" 역시 울먹임으로 잔뜩 촉촉해져 있다고 느껴 망원경을 들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연을 향한 그의 턱이 평소보다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보자" 하는데 기어코 이연이 돌아서자 부들부들 떨리던 둥근 턱. 그의 울먹임이 찾아오는 시기가 다른 날보다 빠르고 격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오랜만이라 감정이 더 몰아쳤던 걸까. 노래하기 전부터 코를 훌쩍훌쩍하더니 벤치에 힘없이 몸을 기댄 채로 시작한 오늘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을 아니었음을> 내내 참 많이 울었다. 보온병을 열 때도, 혼자 남아 노래를 시작할 때도, 폭죽이 터지는 하늘을 등진 채로 주저앉아 흐느낄 때도, 이연의 목소리에 고갯짓하며 어깨를 늘어뜨릴 때도. 항상 울고, 많이 울지만 눈물이 마를 겨를이 없을 정도로까지 우는 날은 많지 않은데 오늘이 딱 그랬다.

감정의 독에 빠진 걸까 싶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하고 읊조릴 때 섞여든 흐느낌은 5일처럼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인지할 수 있을 만큼은 또렷했다. 무엇보다 "스치며~"에서 그의 목이 잠겨 들어 감정적인 소리가 났는데, 마음이 아려오는 동시에 바수니적인 희열을 느꼈다. 으으. 이연이 노래할 때 저벅저벅 곤드라지는 걸음걸이와 슬픔에 짓눌린 듯한 어깨. 마지막을 남겨두고 벤치 앞에서 쌕쌕거리던 숨소리까지, 오늘따라 감정을 가누기 힘들어하는 것 같은 그였다.

*

화이와의 첫 만남. 화이를 보고 놀랄 때 '헉' 하는 듯한 동작으로 뒷걸음치던 평소와 달리 오늘은 소리 없이 몸을 일으키기만 했다. 너무 놀라서 어떤 다른 리액션을 취할 정신도 없는 듯한 느낌으로.

성태의 증권사에서는 그가 "김성태 차장님!" 하고 한 번 불렀는데 대답이 없어서 "성태 형!" 하고 한 번 더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우왕. 반가움의 포옹 이후 퇴장할 때 두 사람이 손잡고 밀고 당기기 하는 것도 귀여웠다 ㅎㅎ

화이의 오디션 이후 뉴스데스크 장면이 1차 단독, 2차 사거리 대포 속 액자구성의 2단 구조가 1차 단독 구조로 흡수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사거리대포와 뉴스데스크가 교차하는 장면을 좋아했던 터라 아쉬웠다.

뉴스데스크가 빠진 사거리대포의 절대적 분량도 많이 압축되었다. 무엇보다 "이젠 내가 B고, 니가 C야"라는 성태의 대사와 무구한 얼굴로 "그게 무슨 소리야?" 묻는 감독님의 대사가 사라졌어 ㅠㅜ 감독님의 난 아무것도 몰라요~ 톤의 대사 정말 좋아했는데 ㅠㅜ 1막과도 연결되고 소소한 웃음 포인트이기도 한 이 대사가 빠진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여일이 빨리 들어온 탓에 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할래...

호들갑 떠는 여일은 오늘 아주 운이 좋았다. 이런저런 변화 때문에 사거리대포가 평소보다 어수선하고, 웃음 포인트에서 다른 날처럼 웃음이 빵빵 터지지 못했지만 여일적으로는 아주 좋은 날이었다. 감독님이 두 손을 쫙 펴서 여일의 두 뺨을 톡톡 감싸주었던 데다, 여일이 너무 오랜만이라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을 때는 감독님이 여일을 마주 안으며 뒷목을 잡아주었다. 처음으로! 병나발을 부는 모습을 보고는 예의 '으이구~' 하는 얼굴로 등을 콩 쳐주기까지.

개인 레슨도 많이 압축되었다. 화이의 자세를 고쳐줄 때, "그쪽 어깨도"와 함께 나긋하게 까딱이던 감독님의 손가락을 더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아아.. 대신 직접 어깨를 돌리며 시범을 보여주고, 손도 편하게 시범으로 보여준 후 화이의 반대편으로 건너오면서 요상한 자세를 보고는 "시체 같애" 하고 중얼거리는 감독님을 볼 수 있었다. 이어서 다른 자잘한 대사 없이 바로 "턱도 머리도" 로 넘어간다.

아, 노래할 때 김예원 화이와는 처음으로 감독님과 시선 교환이 있었던 듯싶다. 사실 감독님만 보고 있어서 예원 화이가 감독님을 돌아보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감독님이 분명 예원 화이를 향해 고개와 턱을 끄덕이며 눈을 한 번 살짝 감아주었어. 브라보!

감독님 방의 단이 짧아진 탓에 훈과 대화할 때 감독님이 앉는 위치에도 변화가 생겼다. 피아노 앞의 등 없는 의자에 한쪽 다리로 걸터앉는데 다행스러운 건 이전과 같이 객석에 완전히 등을 돌린 채가 아니라는 것. DE구역 쪽을 보고 앉아 B에서는 약간 뒷얼굴이었지만 이전보다야 뭐..

화이가 나가고 훈에게 우연도 참~ 하며 해명하듯이 말할 때도 의자에 앉는 대신, 늘 앉아왔던 의자 머리에 손을 걸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근데 여기서 "아니!" 한 다음에 "우연이야" 라고 해야 했는데 곧장 "어디선가 잘살고 있겠지"로 이어졌다. 이때 텀이 좀 길어서 대사를 잊은 걸까 싶었는데, 내일 보면 알 수 있겠지.

<사랑이라는 이유로>에서는 막이 내려오지 않게 되었다. 덕분에 세 사람 뒤로 무대 장치 회전이 다 보이는데 음. <다시 돌아온 그대>에서의 무대 장치 회전과는 달리 불필요한 것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캐스팅 발표 후 옥상에서의 장면은 사라지고, 대신 감독님이 연습실로 들어오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스탭에게 무어라 무어라 여러 문장으로 지시하는데, 와 조곤조곤 빠르고 정확한 말투.. 무척 섹시했다. 일하는 모습 처음 봤는데, 정말 머시스시세요. 일하는 윤 감독님 더 보고 싶어서 아쉬워서 죽는 줄 ㅜ

스탭에게 지시한 후, 바로 그 자리에서 화이와의 충돌로 이어지는데 오늘 역시 '그리고.. 그래.. 아주 약간의 운이 좀 따랐나 보다' 하고 '그래'에 강조점을 찍어주어서 좋았다. 약간의 변화는 가!!!! 가 아닌 나가!!!!!!!!!! 가 되었다는 것. 우왕. 그리고 옥상 벤치가 아니라 텅 빈 연습실에 홀로 남아 선 채로 흐느끼는 그는 그 넓디넓은 공간에서 자기 몸 하나 둘 곳 없이 외로워 보여 더욱 안쓰러웠다. 그의 위로 쏟아지는 조명조차도 무거워 보였어.

이어지는 양로원. "지욱이 기억나요?" 하고 묻는 훈의 대사까지는 딱 좋았다. 지욱과 훈, 훈과 봉안당, 훈의 편지까지 골고루 연결하는 풀이 장치였는데, 그 이후부터는 불필요한 대사의 반복이라 늘어지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봉안당씬과 성태 여일의 객석 등장. 윤감독님의 최종리허설 삭제되고, 안내노래 후 감독님의 짧은 스피치로 이어진다. 오늘 역시 터니럽 ㅎㅎ 이었는데, 앙상블의 브라보 연발에 "나도 알아" 하며 쿨하게 응수해주어서 빵 터졌다. 후후.

마지막. 이연의 편지를 읽으며 울음 참는 얼굴은 1막에서 감정을 가누기 힘들어하던 모습과 꼭 같았다. 훌쩍임과 선명하게 들렸던 숨을 몰아쉬는 소리. 그리고 울음기 가득했던 <12월>. 서글픈 두 번의 이연아와 또 봐의 주체하지 못하던 물기, 엔딩의 울음. 흔들림이 유독 진했던 떨림.

*

꽤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지만 글쎄.. 여전히 과도기라는 느낌이 강하다. 무엇보다 열흘 휴연 동안 음악적인 수정이 전무했다는 것에 상심이 크다. 사랑이라는 이유로나 시위 장면에 그 어떤 변화도 없었던 것. 추가된 장면조차도 대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연극적 색채가 강해도 어느 정도는 노래로 극을 푸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 했는데 아무래도 디셈버에서는 이것을 기대할 수 없을 듯하다.


극이 수정된 부분.
1.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앞소절이 삭제되고, 앙상블의 군무가 추가되어 동선이 정리되었다.
2. 하숙집 아침에서 지욱의 등장 시기가 뒤로 밀리고, 지욱의 행동패턴 다소 수정.
3. <일어나>의 버스와 정류장 푯말이 없어졌다.
4. 한국대학교 축제에서 이연-지욱-여일-성태의 이어달리기가 보다 분명하게 인지될 수 있도록 수정되었다.
5. 축제에서 여일과 친구들의 싸움이 커플 댄스로 대체되었다.
6. 훈의 뉴스데스크 인터뷰 장면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사거리대포와 분리되었다.
7. 개인 레슨 대사 압축
8. 윤 감독님 방의 단이 짧아지며 훈과 대화할 때 감독님이 앉는 위치(피아노 앞 등 없는 의자) 변경.
9. "우연도 참~" 하면서 늘 앉아왔던 의자에 앉는 대신, 의자 머리에 손을 걸치는 것으로 변경.
10. "누구시더라!!"를 비롯하여 훈에게 화낼 때 감독님의 얼굴이 AB구역을 바라보는 것으로 변경.
11. "훈아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 "훈아, 무슨 소리야."
12. <사랑이라는 이유로>에서 뒤편으로 막이 내려오지 않는 것으로 수정.
13. 캐스팅 발표 후 감독님이 연습실로 직접 찾아와 변경사항을 지시하고, 화이와 충돌하는 것으로 변경.
14. "가!!!!!!"에서 "나가!!!!!!!!"로
15. 연습실에 홀로 남아, 선 채로 흐느끼는 감독님.
16. 요양원 장면 수정되어 부활. "지욱이 기억나요?" 등의 대사 추가.
17. 윤 감독님 최종 리허설 삭제


댓글 '2'
profile

연꽃

14.01.17

(+) 엔딩 영상 역시 그대로.
profile

연꽃

14.01.19

17일에는 "아니!" 다음에 "우연이야."가 돌아왔다. 하지만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로의 텀은 그대로 유지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