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 오빠는 사거리 대포를 삼겹살씬이라고 부르는구나. 정작 그곳에서 먹는 건 이따금 술 한 잔 정도면서ㅎ 그가 말한 대포에서 여일이의 터치는.. 오빠, 그건 터치가 아니라 때린 거잖아요. 오빠 아파했잖아요ㅋㅋ 물론 여일이가 오늘 무척이나 팡팡 때리긴 했네요ㅋㅋ 가슴을 두 손으로 젬베 두드리듯 팡팡팡팡 도닥여대어 그가 아파했고, 그를 의자로 끌어당기면서 어깨를 또 내려쳐서도 아파했다.

귀여운 척도 많이 했죠, 오늘 여일이. 담 넘다가 걸린 후에, 속사포 랩을 듣다못해 그가 "여일아," 부르자 두 손을 모으고 눈을 빛내며 왜왜왜왜? 쪼르르 달려왔던 여일. 의도적인 귀여움 발산에 지욱이 순간 멈칫하며 어이없는 정적에 빠졌다가, 우웩 토하는 척을 했다. 하지만 참 착해. 곧바로 미안하다며, 화장실 좀 갈게 하는데 빈말이라도 사과해주는 그가 너무 예뻤다면 빠수니일까. 본능적으로 맘 여린 게 보이는데 어떡해.

"불효자식들!" 할 때의 표정을 드디어 보았다. 아주 오랜만에 E구역이었고, 그래서 B에서는 보지 못하는 장면의 얼굴을 기억해두기 위해 노력했다. 모두 미국 산다는 여일의 말에 그의 얼굴로 괘씸함이 얼룩덜룩 번졌다. 떼끼, 나무라는 표정. 동시에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무력감을 보았다.

보다 앞서, 하숙집 아침.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드물게도 여일이 그를 불러 깨우기 전에 먼저 자기만의 세계를 깨고 나왔다. 의자에 앉아 황홀해했던 것도 잠시, 스스로 부리청소로 생각을 갈무리하고 식탁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리고 곧장 밥상을 향해 손을 뻗었는데, 여일이가 눈치 없었다. 그가 한술 뜨려는 찰나에 "밥이 넘어가?" 하는데, 밥이 넘어가느냐니! 샤지욱이 밥을 먹는 역사적인 첫 순간인데ㅜ 그걸 가로막다니.. 밥이 넘어가냐니.. 여일이 바1보.. 다시 아침 식사를 시도하는 그를 이번에는 성태가 방해했다. 화장실 문이 열리며 성태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가 코를 틀어막으며 아침 식사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래도 오늘 한술 뜨기는 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느 타이밍에서 무얼 섭취하였는지는 목격하지 못했다. 하숙집 동료들이 시야를 모두 가려버렸어..

강의실. 여일과 옥신각신하는 그를 만날 차례. 그의 똑 부러지는 거절에 당황한 여일이 팔을 잡고 부탁하는데, 일말의 여지도 없이 잡힌 팔을 홱 뿌리쳐 빼냈다. 얼마나 큰 동작으로 단호하게 잡아뺐는지 그의 팔이 큰 반원을 그렸다. 성태를 찔러다 여일과 엮어주며 상쾌하게 손뼉 한 번까지 쳐준 후에, 등을 돌려 무심히 기지개를 켠다. 하품과 함께. 포기가 더딘 여일이 다시 쭈뼛쭈뼛 그를 쿡쿡 찌르면, 하품하는 얼굴을 그대로 틀어 공격한다. 그러다 피곤함이 밀려든 얼굴로 지루하다며 오만상으로 찡찡대다, 다시 쌍꺼풀을 그려 여일에게 장난을 걸었다. 심심풀이 삼아 혼자 그려보다 여일에게로 시선을 돌려 두 사람이 꽤 오랜 시간, 가까운 거리에서 눈싸움을 했다. 그러고도 지루한지 다시 찡찡. 이때다 싶은 여일이 다시 졸라댔지만 어림없다. 한 번 더 분명하게 성태와 엮어주고는, 수업에 집중 좀 하라며 앞을 가리키면서 핀잔을 주었다.

다시 돌아온 이연. 흥분했는지 오늘은 "쩌기요!" 된소리가 나왔다. 의욕적으로 옷매무시와 목을 가다듬은 후에 아무렇게나 뱉은 말이 영 아니다 싶자, 오늘 역시 발을 동동 구르며 머리를 주먹으로 콩콩 쥐어박았다. 진퇴양난, 돌아갈 길은 없고 애가 타는 얼굴. 토론은 먹히지 않을 것 같고, 아가웃음도 몰라주고, 결국 노래한다. 나나 나나나 나나~ 나! 나나나! 나! 오늘도 박자 맞추어 "그래 너너너~" 되받아치는 교수님 때문에 웃음이 터졌다. 아, 그리고 기타 치는 시늉을 할 때, 원래 그렇게 다리를 활짝 벌렸던가ㅋㅋ 역시 시야가 달라지면 보는 즐거움이 새로워진다.

게시판 앞. 기쁨의 춤이 진화한다! 어깨를 으쓱으쓱, 양팔을 하물하물, 목을 마구 디링디링. 교수님과 맞닥뜨리느라 잠시 끊긴 노래를 이어가면서, 오늘은 하늘을 향해 선 채로 로미오가 되었다. 뒷발차기는 언제나처럼 천연덕스럽게, 땅이 발에 닿지 않게. 그러다 이연을 발견하자 화르륵 달아오른 얼굴로 딴청을 피우는데 읽을거리가 마땅하지 않았는지 게시판 앞에서 좀 서성댔다. 어어.. 어어.. 뜸들이다 결국 읽은 건 "노래왕 선발대회?" 민망함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쪽팔리다고도 덧붙였다.

그리고 E에서 본 것. "다시 사라지지 마." 할 때의 표정. 정말로 오랜만에 보았다. 물결 (~) 모양으로 초조해진 눈썹. 애타는지 날름 입술을 축이곤, 다급함과 두근거림이 교차하는 얼굴에서 그녀가 다시 사라지면 어쩌나 새무룩해하는 빛을 보았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아보는 순한 어투와 얼굴이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한이연, 국문과 90학번!" 하면서 첫 운을 띄웠을 때, 아무 근심걱정 없이 그녀를 찾았다는 사실에 사로잡혀 잔뜩 상기되었던 얼굴과는 많이 달랐다.

마찬가지로 정말 보고 싶었던, 이별하는 그의 얼굴.

첫 인사를 건네던 먹먹한 얼굴. 겨울이 왔다며 애써 웃는 깨끗한 얼굴. 다급하게 "아니!" 그녀의 말을 가로채며, 눈꼬리를 추욱 내리던 얼굴. 이별을 예감한 입술이 세모꼴로 처지며 우르락말락 흔들리던 눈동자. 갈피를 잃어가던 초점. "우리 헤어지는 거야? 여기서 이렇게?" 묻는 순간엔 세모꼴에서 나아가 사다리꼴로 잔뜩 처진 입술. 부정하지 않는 이연을 애써 외면하며, 뚝뚝 울음기 배인 얼굴로 보온병을 집어들 때의 처연한 등.

"마지막으로.. 한번만.. 안아보자" 하던 모습은 E에서도 옆얼굴을 보게 된다. 다른 순간들엔 그래도 꽤 정면이거나, 가려진 반쪽 얼굴의 반 정도까지는 보이는데.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침통했다. 무겁고, 묵직한 소리들이 깊은 못을 향하여 끊임없이 가라앉았다. 원망과 오기 또한 느껴지는 소리였다. 마지막에, 노래하며 바르르 떨 때 특히. 고통스럽게 바르작대며 주먹쥐었다, 펴지는 손 끝에서 강렬한 나머지 원망으로 치달을 듯한 사랑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2막에서 그의 온전한 정면을 보고 싶었던 순간 중의 하나는 화이와의 첫 만남에서, 베토벤 머리가 된 후 망연자실하여 화이를 뚫어져라 보기만 할 때의 얼굴. 헝클어진 머리가 웃긴 화이가 키득대지만, 어떤 소리도 닿지 않는 머나먼 얼굴이었다. 이연과의 재회라는 믿을 수 없는 순간에 넋을 빼앗겨 못 박힌 채로 굳어버린 표정. 확장된 동공, 본능적으로 벌어진 입술. 나는 그녀를 알아보았는데 그녀는 왜 나를 모를까, 바로 이 순간의 혼란스러움.

개인 레슨에서는 화이의 위치가 어중간하여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 피아노의 감독님을 가리지 않았다. 시선 교환을 사수하여 안도했다. <거리에서> 도입부에서 바텐더도 감독님을 가리지 않았고. 자세를 교정해주면서 오늘은 "왼쪽" 어깨를 콕 찝어 말했다. 흐물대는 화이에게는 "오징어야?" 라는 타박을.

훈이 그를 몰아붙일 때, 되받는 "아니! 그냥 우연이야."가 돌아왔다. "그래 어디선가 잘살고 있겠지."로 이어지는 텀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길었다. 항상 이 텀이 묘하다. 자신이 구축하고 사수해온 최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지욱의 모습을 엿보는 것만 같은 순간이라. 20년 동안 이렇게, 자신의 허구 속으로 도망치며 그 안에서 얻은 위안으로 살아왔겠구나 싶어서.

<12월> 직전. 울다가 웃다가, 훌쩍이다 돌아선 뒷모습으로 여러 차례 기침을 토했다. 도입부에서 가성과 진성을 섞어 쓰며 흑백영화처럼 밀려드는 추억을 되새기기 시작하는 그는 역시 아름답다. 노래로 빚어가는 드라마에서, 그가 절정을 향하여 점화하기 시작하는 순간의 흡입력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런데 오늘, 이 드라마를 해체해버린 희귀한 사건이 발생했다. "여일아.."라니...ㅎㅎ 잘못 들은 줄 알고 귀를 의심했는데, 거듭 부르지 않는 그를 보고 확신했다. 감정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법한 실수였기에 그 순간에도 계속 지욱이어야 하는 시아준수가 염려되었는데,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20년 그리움의 대상이 원래부터 여일이었던 듯, 그는 여전히 지욱이었다. 그리곤 센스 있는 트윗까지, 시아준수는 시아준수였고.

사실 돌아오는 길에 그의 트윗들로 너무 즐거웠어서, 정작 공연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23일은 온통 여일아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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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4.01.24

그리고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에서 그의 목소리를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들었다. 엇비슷한 열이라도 폭이 넓은 공연장이기에 B보다는 E에서 보면 꽤 거리가 생겨서 그랬을까. 가까이에서보다 멀리에서 그의 목소리를 발견하여 의외였다. 어른대는 목소리를 놓치고 싶지 않아 눈을 감았다. 소리 안에 둘러싸여 들었던 그의 목소리는, 결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인 원형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