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의 공연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것은 낮공의 엔딩,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밤공의 <그날들>.

그날들 이야기부터 하면, 여기서 2막을 통틀어 가장 잘생긴 윤 감독님을 볼 수 있다. 진심으로, 온 힘을 다해 잘생겼다. 심혈을 기울여 아름답다. 동그란 턱선, 곧게 뻗은 눈썹, 강단이 느껴지면서도 부드러운 콧등, 너무 너무 너무 예쁜 입가와 그 둘레의 주름. 흠 잡을 데 없이 곧은 다리.

여기에 그 예쁜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연기, 이 장면에서의 표정! 가슴츠레 뜬 눈으로 또 혼자만 볼 수 있는 먼 곳의 별무리를 더듬는 시선이 너무 좋다. 밤공에서는 D열이었기 때문에 그 순간 별빛에 잠긴 윤 감독님의 옆모습이 주로 보였다. 꼭 그런 느낌이었다. 온 주위가 하얗고 뿌연 안개에 휘감겨 있고, 오직 지욱의 둘레로만 따뜻한 빛이 명멸하는. 당장에라도 꺼질 듯이 위태로우면서도 끝까지 밝기를 잃지 않는 아지랑이 속 빛을 보았다.

그의 감길 듯 감기지 않는, 어떻게든 두 눈을 떠서 이연의 자취를 찾아보려던 무거운 눈꺼풀이 내내 기억에 남는다.

낮공에선 참 많이 울었다. 가장 많이 울었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에선 오른 볼이 눈물로 온통 흥건했다. 그렇게까지 우는 건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 노래를 시작하기 위해 벤치에서 숙인 몸을 일으키는 순간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 줄기가 신호탄이었다. 울음에 먹혔던 도입부의 한 마디, 애원처럼 들렸던 사랑이 아니었다는 말. 여전한 마지막의 울부짖음. 울기도 엄청 울었는데 노래는 또 왜 그렇게 잘하는지. 두 눈으로 보면 분명히 엉엉 울고 있는데, 노래에는 요만한 흔들림도 없다. 감탄스러웠다.

하지만 그의 연기와 노래가 좋고, 몰입되는 것과는 별개로 이 장면으로의 전환 자체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사고사로 죽은 이연의 영혼과 대면하는 거라면, 대체 어떻게? 지욱은 어떤 과정을 거쳐 환상을 보게 된 걸까? 사고사 이후로 제법 시간이 흘렀음을 암시하는 듯한 캐롤과 눈, 새 정부 이야기. 그렇다면 이연과 떨어져 있던 동안의 지욱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또 이연이 좋아하는 커피를 가지고 왔다는 건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는 이야긴데, 이연이 나타나자 놀란 얼굴로 보는 건 뭘까? 애초에 죽은 사람과 어떻게 만날 약속을 했을까? 지욱의 꿈인가? 환상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단히 불친절한 장면전환이다.

영혼이 아니라 진짜 이연이라고 보기엔 이연이 죽었다던 2막의 전개와도 맞지 않고, 결정적으로 오늘 낮공부터 추가된 사고 장면에서의 이연의 '비명 소리'와 어긋난다. 분명 그 순간 창문에서 떨어진 이연은 죽었고, 지욱은 그것을 목격했다. 무릎 꿇은 채로 망연자실하던 지욱의 얼굴이 그 반증이다.

죽음을 목격한 직후. 표정으로 드러나는 지욱의 절망감은 나날이 풍부해진다. 어제보다 오늘 낮공에서, 낮공보다 밤공에서 그랬다. 더 깊고, 더 혼란스럽고, 더 절망적이고, 더 충격적이고, 검푸레한 조명 덕에 더 음울하다. 한순간에 정지해버린 시간이, 믿기 힘든 현실 앞에 깜빡임만 되풀이하는 두 눈에 담겨 있다. 그 충격으로 말미암아 더는 자라지 못하게 된 지욱의 캐릭터에 힘을 실어주는 연기다. (여기서 이제 극적 장치를 통한 상황설명만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다. 어떤 과정을 통해 지욱이 이연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그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서 그녀의 영혼과 만나 이별의 과정을 겪게 되는 건지..)

자라지 못한 2막의 지욱은 볼수록 애틋하다. 겉으로만 보면 성공한 문화예술계의 아이콘인데, 내면은.. 참..

게다가 왜 울 때마다 꼭 어깨를 내리고, 손목을 모아 몸을 움츠리며 주저앉는지. 가엽기도 하고, 또 이건 너무 사람을 자극하는 몸짓이다. 감싸줄 수 없는데 감싸주고 싶어지잖아ㅜ 다 큰 남자가 두 손을 동그랗게 말아쥔 채 모아서, 온통 힘 빠진 어깨를 하고 그렇게 울면.. 옥상에서 화이와 충돌한 후 보이는 울음에는 아픈 기침 소리 같은 것도 섞여 있어 더 자극적이다.

화이와 충돌할 때의 지욱은 오늘 더 단호했고, 더 감정적이었다. 화이의 말을 자르는 "그-만-해"는 낮공에서는 아주 낮고 툭툭 내려앉는 어조였다. "가!!!!!"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강해지며 점점 더 죽음과 닮아간다. 물론 죽음이 파열음을 섞어 넣고, 끝을 길게 늘어뜨려 "카아아아악"이 되었던 것과는 다른 짧고 강한 가! 다. 앙칼지고 굵고, 낮은.

이 '가!!!!!'를 비롯하여, 감독으로서의 지욱의 행동거지는 대부분이 섹시하다. 못 견딜 정도로 섹시하게 위험한 장면은 역시 봐도 봐도 "쫓아와 봐" 하며 피아노 위에 앉을 때. 이 대사, 이 어투. 최고로 설렌다.

이어지는 개인 레슨에서, 낮공에서는 화이가 노래할 때마다 눈썹을 움찔이고 미간에 주름을 넣어가며 흠칫하다가 노래하면서 화이가 돌아보자 그녀와 눈을 맞추어 주며 눈썹 끝을 올리고 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아~ 계속해~ 하는 듯이 고갯짓을 했다. 레슨에서의 표정 변화 하나하나가 다 설레는데, 이 고갯짓을 할 때 정말ㅜㅜ 그보다 앞선 오디션에서 화이와 마주쳤을 때, 화이 노래의 반주를 멈추게 하는 손끝의 움직임은 또 어떻고ㅜㅜ 감독님은 알까. 감독님의 의도하지 않은 자잘한 행동 하나하나가 다 치명치명한 부류란 걸..

손끝이라고 하니 1막 담 넘는 장면에서, 바람이 불어서 저쪽으로 악보가 넘어갔다고 설명하며 손목을 빙그르르 돌려 휙휙 바람짓하던 것도 생각난다. 담 넘는 장면에서의 지욱은 샤차르트를 생각나게 한다. 음악 작업 하고 있었다는 대사나, 그 말투가 꼭 작곡하고 이써쬬! 하던 볼프강과 겹쳐진다.

2막이 섹시함으로 승부한다면 1막은 역시 찬란하고 귀엽고, 반짝거림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

강의실에서 지루함을 표출하는 방식도 점점 다양해진다. 시아준수 이 무궁한 사람. 낮공에서는 발을 까딱까딱해도 보고, 미간을 찡그려도 보고, 하품에다가 기지개를 얹었다. 항상 먼저 돌아보며 말을 걸던 앞사람이 뒤를 돌아보지 않자, 지욱 쪽에서 먼저 그 앞자리 학생의 어깨를 두드려 말을 건네기도 했다. 밤공에서는 두 팔을 한쪽 방향으로 모으며 몸 전체를 대각선으로 기울여가며 큰 동작으로 기지개를 켰다. 인상을 쓰기도 하다가, 이연이 교수에게 지적받을 즈음 정면을 향해 고개를 내밀곤 두 눈에 힘을 주어 쌍꺼풀을 그려보이기도 했다.

아아, 맞다. 지루해하기 전에, 그러니까 여일이 대화를 걸어 그전까지만 해도 푹 빠져 있었던 혼자만의 달콤한 회상에서 빠져나오기 전의 지욱의 얼굴도 꼭 적어두어야지. 넋 놓은 얼굴로 입꼬리를 올려 웃다가, 윗니로 아랫입술을 앙 물곤 입꼬리를 그 상태로 샤아악 들어 올리는데.. 넋 놓은 지욱을 보다가 내 넋이 나갈 형편이다.

게다가 실컷 이연의 주의를 끌어 그녀와 마주 본 후에, 손인사를 건네며 웃는 얼굴은 왜 그렇게 아가 같아요? 아이가 아니라, 아가 얼굴로 웃는다. 정말로. 이슬 구르는 소리로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배시시', 이 문자 그대로 이연을 향해 웃는다. 아아. 이 웃음이라면 그 누구라도 녹겠지.

주의를 끌면서 하는 대사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아직도 누군가들은 그들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육사에 들어간 게 아니라고 믿고 있으니까요"에서 말미의 '요'를 살짝 늘리면서, 크게 질렀다.

 

허밍 역시 점차 본격화되어 간다. 꼭 '이래도 나를 모르겠어?!' 하는 듯한 오기도 보이고. 이연과 말을 튼 직후의 신바람 난 허밍을 하면서는 트위스트 추듯 스텝을 밟기도 했다. 두 번이나! ㅋㅋ 아, 이 장면은 보면 볼수록 록 가수 같기도 하고 귀여워서 원. 맞아, 밤공에선 이연과 나란히 앉았던 계단에서 지욱은 이연쪽으로 다가가 앉는데 이연이 일어서서 성큼 걸어가 버리자 발을 막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귀엽기만 한가? 아름답기도 하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에서의 목소리는 참 곱고 아름답다. 새하얀 눈이 공기 중에 부스러지는 것처럼 산뜻하게 퍼지는 목소리. 감탄스럽다.

또 사람을 즐겁게도 하지. 사거리 대포는 디테일을 관찰하는 즐거움이 있는 장면이다. 여기서 왜, 감독님은 성태 형에게 두 손으로 술을 따르고, 두 손으로 받아요?ㅋㅋ 친구인데 너무 예의가 바른 건 아닌가ㅋㅋ 따른 술을 들이켜면서, 낮공에서는 표정 변화 없이 무난히 들이켰고, 밤공에서는 예의 그 아~ 쓰다~ 하는 얼굴로 미간을 모았다. 두 번째 잔을 마셨을 때는 여일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들이켠 술을 그대로 뿜었다! 진짜로! 으앙! 밤공에서는 한 모금을 미처 더 마시기도 전에 여일이 그에게 돌진하는 바람에 마시려고 들었던 술잔을 그대로 내려놓아야 했다. 그리고 바로 이제부터 여일이 정말 부러워지는 순간이 온다. 아니, 대체 말이에요. 아무리 오랜만의 재회라고 해도 남편 앞에서 외간남자의 뺨과 턱, 목덜미를 두 손으로 '움켜' 쥐고 요리조리 막 돌려봐도 되는 거예요? 1막의 강의실에서도 달콤한 회상에 잠긴 지욱을 원 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여기서는 지욱의 얼굴을 잡고.. 막.. 와.. 밤공에서는 얼굴도 잡고, 지욱의 가슴께도 소리 날 정도로 팡팡 쳤죠? 주먹으로 팡, 팡, 빠르게 두 번. 잠깐 끊었다가 또 두 번.

또 하나의 즐거움인 인톡시. 낮밤의 인톡시는 두 번 다 전력으로 하기보단 느낌 있게 살짝 추는 정도였다. 시동만 살짝 한 번 걸어보는 느낌이랄까. 낮공에선 인톡시 직후 몸을 수그러트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귀엽게, 쑥스럽게. 안내노래를 보면서도 항상 같은 부분-노노노노~에서 웃는다. 여기서는 밤공의 웃음이 컸다. 빵 터졌는데 그걸 수습하려는 시도도 없이 쭉 웃었어.

또 좋아하는 건 무대 세트 등장할 때 어둠 속에 묻힌 그를 찾는 일. 4층 아지트가 오른쪽에서부터 덜컹거리며 등장할 때, 지욱은 이미 그 위에서 자세를 잡고 서 있다. 스크린에는 영혼의 빛? 같은 것이 깜빡이고 있는 타이밍이라 간헐적으로 시아준수의 뺨 위로 빛이 비추어지는데.. 어둠 속에서 빛을 받는 그림 같았다. 자세 때문에는 조각 같기도 했고.

그리고!!!!! 밤공 키스신!!!!!! 훈이는 빨리 들어오지 못할까! 요.. 빨리 오세요. 밤공 키스신 인간적으로 좀 길었네요. 자세도 이연이 지욱의 목에 두 팔을 휘감아서 매우 밀착된 채였는데 훈이 등장하는 순간까지가 천년만년 같았다. 낮공에서는 비교적 빨리 등장한 편이었는데, 그걸 놓치지 않은 지욱의 한 마디. "아 쫌만 늦게 오지."ㅋㅋ

으음, 맞아. 1막 오프닝에서 기타 치는 제스처를 취하던 손가락이 어찌나 섹시하던지. 낮공에서 보고 홀려, 밤공에서도 그 손가락을 보았다. 가늘고 곧고 야무진 손끝에 단정한 생손톱. 그의 손끝을 보게 되는 순간은 개인 레슨 시간에도 있다. 화이가 엉망으로 해버린 음정을 고쳐주기 위해 다가서려다, 차마 몸에 손을 대지 못하고 물러서서 손가락으로 허리를 펴봐, 할 때. 다소 새침하게 까딱이는 그 손가락의 각도! 또 계란처럼 말아보라며 직접 손을 계란 모양으로 쥐여주던 손.. 밤공에서는 계란 모양이 잘되지 않는 화이에게 한 번 더 강조하여 말했다. "계란을 쥐듯이 손을 쥐어 봐, 계란." 이렇게.

손뿐인가. 예쁜 몸매를 가리지 않는 의상 덕에 그가 무대 위에 있기만 하면 사실, 극이 혼란을 주는 것과는 별개로 마음은 충만하다. 봐도 봐도 예쁜 걸 어떡해 사람이. 그러니까 몸매 이야기도 하나쯤은 써야지. 항상 그의 전신을 보게 되는 장례식 장면과 더불어 그의 몸매에 감탄했던 또 다른 순간은 강의실에서, 벌떡 일어나 설 때. 맨 끝에서 우뚝 선 전신이 그렇게 곧고 다부질 수가 없었다. 탄탄하면서 잘 빠진 선에 황홀했다. 아아, 아름다운 그.

 

첫공부터 한마음으로 항상 바라는 것이 있다. 그만이 아름다운 극으로 남지 않기를.

그를 사랑하듯, 사랑할 수 있는 극이면 좋겠다. 아직은 여지가 있다.



1. 이건 그냥 되게 사소한 건데. 1막 초반 하숙집 아침 식탁에서, 2공과 낮공에서는 가방을 손으로 들고 퇴장했고 첫공과 오늘 밤공에서는 가방을 메고 퇴장했다.
2. 밤공의 사거리대포에서 여일이 병나발을 불었다 ㅋㅋ
 


극에서 수정된 부분
 

1. 1막 사고에서 이연의 비명이 추가되었다.
2. 1막 사고 이후, 김영삼 정부 집권 소식을 전하는 뉴스 멘트가 암전 중에 삽입. 그 뒤로 캐롤이 이어진다.
3. 1막 엔딩에서 오소연 배우의 이연이 다시 흰 니트를 입고 나온다.
4. 연습 장면 일부가 합쳐졌다. 마지막 연습장면 (화이가 넘어지고, 지욱을 찾는 장면이 있는 연습 장면)과 망토를 쓴 두 명의 앙상블이 대사하는 장면이 하나로.
5. 봉안당에서 훈의 대사가 추가되었다. "닮아도 너무 닮았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후에 화이가 "이분 예뻐요." 하고 훈이 웃는 순서로.
6. 2막 후반부 화이가 유통기한 대사 전에 먼저 지욱에게 뽀뽀를 한다. 그 후에 유통기한 이야기를 하며 내가 1등이면 좋겠다는 대사를 하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7. 이건 아주 중요하고 반가운 변화인데, <12월>을 부를 때 2절을 통째로 이연을 향해 부르던 것이 수정되었다. 2절에서도 정면을 보고 부르다가, '그대, 그대'의 두 번째 그대에서 울컥하는 표정과 함께 이연을 올려다본다. (이제 오른 구역에서도 2절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
8. 밤공부터 12월이 끝나고도 암전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 원래는 12월이 끝나면 암전되었다가, 지욱이 옥상으로 올라서면 다시 조명이 들어오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옥상으로 뛰어 올라가는 지욱까지 전부 보인다.
9. <12월> 중에 스탭 등 영상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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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3.12.19

밤공의 <12월>은 바뀐 연출 덕에 생각할 거리가 생겨서인지, 여운이 꽤 길다. 노래를 모두 마친 그가, 환히 켜진 조명 아래에서 하숙집 옥상으로 뛰어올라가던 모습을 봐버려서인가. 그 뒷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이윽고 옥상 위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정작 12월을 부르면서는 큰 동요 없이 잠잠했던 눈가에 눈물이 왈칵 차올라 있었던 것도. 당장 흐른다해도 이상할 것 없는 감정이 옥상에서 이연을 바로 앞에 두고 쏟아졌다. 너무나 아파하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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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3.12.19

그리고 <12월> 직전에. 화이로부터 뽀뽀 받은 감독님은 4번 중 가장, '기쁘다'고 할 수 없어 보였다. 손으로 입술을 한 번 훔치고,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추어 보는데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이 무표정이었어. 첫공처럼 막 신나서 으쓱대는 그 느낌이 아니었다. 뒤돌아서서는 대사를 읊으며 스스로에게도 의문이라는 듯, 궁금하다는 듯 "할 수 있을까아.." 이렇게 말꼬리를 늘어뜨리며 가벼운 한숨과 같이 말하는데, 분명한 하나는 극에 수정이 가해짐에 따라 이 장면에 대한 시아준수의 해석이 역시 계속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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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3.12.19

거울에 이연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도 첫공과 같이 온몸으로 아파하고 괴로워한다기보다는.. 깜빡 잊었던 무언가를 되살리는 느낌, 아릿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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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3.12.19

반대로, 그 후에 이어지는 <12월>은 거듭할수록 처절해진다. 옥상 위에서의 우는 얼굴도. 그 울음은 도저히 헤어짐의 울음이 아니야. 가슴에 맺히고 새겨져 도저히 걷어낼 수 없는 화석과도 같은 사랑이고, 아픔의 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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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3.12.19

그래, 어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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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3.12.20

<다시 돌아온 그대>를 부르면서, 첫공에선 분명히 이연이 먼저 자신의 가방을 지욱에게 넘겨 주었는데 18일 밤공부턴가 지욱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으로 바뀌었다. 요편이 좀 더 낫다. 가만 보면 2막에서 사거리대포를 나와 걸을 때 성태도 여일의 핸드백을 한 팔에 걸치고 있는데, 연출자는 이런 것이 남자다운 배려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