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자면 눈물의 공연이었다.

 

“난 미나를 사랑해”에서 오른 볼이, Loving You Keeps Me Alive Rep에서 왼 볼이 눈물에 흐려졌다. 양 빰에 한가득한 눈물. 피날레 역시 눈물에서 시작했다.

 

오늘은 입안으로 울음을 깨물어 삼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벽 사이에서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낸 그가 어렵사리 ‘미나’를 부르고는 제 감정에 복받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틀어 닫힌 눈꺼풀 아래에서 두 눈 가득 고였던 눈물이 짓뭉개졌다. 그뿐인가. 소리죽인 훌쩍임이 연신 들려왔다.

 

“날 구원해줄 수 있는 건 오직 당신뿐이에요.” 

“안돼, 싫어!” 

칼을 보고 대경한 그녀가 도리질하며 안겨들었을 때, 반동으로 살짝 젖혀진 그의 고개에서 눈물의 파편 하나가 튀었다. 언젠가 배질에게로 달려가는 길에 도르르 떨구고 말았던 도리안의 그것처럼. 떨어져나온 눈물이 하얀 조명 사이로 형체 없이 부서졌다. 심각하게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범람하는 눈물이었다. 그러나 흘러넘치는 것도 그의 다짐을 무용케 하지는 못했다. 맹포하게 빗발치는 “피와 고통의 내 세계를 떠나줘요”에서, 쐐기질하듯 견고한 “나를 사랑한다면 자유를 줘요”에서 그의 의지가 느껴졌다. 어떻게든 눈물을 갈무리하고 무사 이별을 고하고자 하는 굳센 다짐이 울음보다 짙었다. 그렇게 애써 의연해지는가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찾아온 내 사랑인데..”

최후의 포옹. 그녀가 그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목에 둘린 팔을 풀어내려는 그를 힘으로 막아서며 버티는 박지연 미나의 완강함이 그의 허를 찔렀다. 버티는 그녀의 어깨 위에서 흠칫하는 그가 느껴졌다. 마지막 포옹이 떨어지지 않으려는 자와 떼어내려는 자의 실랑이로 변모한 모습에 나조차 놀랐으니 그는 어떠하였겠나. 잠깐의 소란이었으나 충분했다. 그 잠시는 그가 겨우 집어 누른 눈물에의 즉각적인 기폭제가 되었다.

 

“부탁해요 제발.”

삽시간에 다시 스며드는 울음기를 똑똑히 들었다. 어떻게 가장해낸 의연함인데.. 노력이 무색해졌다. 번져가는 울음으로 그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내게 밤을 허락해요.”

겨우 떨어진 그녀가 칼 쥐는 것마저도 한사코 거부하기에 달래듯 타이르는 듯하던 부드러운 음성은,

“사랑해요 그댈,”

점점이 부서지는가 싶더니

“그댈 사랑해요”

결국 둑 터진 울음이 되었다. 그녀가 완강한 딱 그만큼 그가 젖어갔다. 

 

뉴 캐스트와의 예기치 못한 합에서 눈물의 제방이 무너진 시아준수를 본 날이었다.

 

*

 

평소와는 다른 지점에서 긁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마스터 송 rep.의 멍청한 ‘놈’, Train Sequence의 ‘누구도 저-주 못! 하리.’

Fresh Blood. 한순간의 상처! 이 대목, 점차로 자세를 낮추는가 싶더니 이제는 아예 한쪽 무릎을 꿇는 노백작님. 조나단이 설혹 기어서라도 벗어나고자 한들 전부 헛수고라는 듯. 무릎 꿇어가며 눈높이 바싹 맞춰서까지 하는 위협, 너무나 무시무시하다.

내 혈관의 ‘모-든 피.’ 억양에서 느껴진 들끓는 열망. 홀린 얼굴이 황홀하게 읊조렸던 때와는 다른 대사 톤에 진득한 감정이 가득했다. 들끓어서 토해내지 않고는 어쩌지 못 하는.

She. 언제라도 ‘어디라도’의 새롭게 아름다웠던 리듬.

Loving You Keeps Me Alive. 두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었던 “나의 곁으로”의 절박함.

Lucy & Dracula 2. 젖어서 갈래갈래 갈라진 앞머리가 너무나 아름다워요. 첫날밤에 드라큘라를 선택한 루시가 백번 이해가 됩니다. 

 

그리고 Mina’s Seduction. 1막 삼연곡에서 눈물 그렁그렁 물기 가득 촉촉하게도 젖어있던 처연미남을 기억하고 있는데 미나의 거실로는 작정하고 보송보송하게 꽃단장하고 등장한 드라큘라. 잊을 수 없어요. 5월 30일의 당신의 잘생김을 기억할 거예요.

 

 

2021 뮤지컬 드라큘라 사연 김준수 회차 공연 관람 후기

일시: 2021년 5월 30일 (일) 오후 7시

캐스트: 김준수(시아준수∙샤큘), 박지연, 강태을, 선민, 백형훈, 김도현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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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1.06.02

부연하는 문단 1

“난 미나를 사랑해.” 정확히 여기. 문장의 완성과 동시에 그의 오른 볼 위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때로는 후회로, 때로는 고통으로 뱉어냈던 단 하나의 진심이 오늘은 울고 있었다. 한 번 시작된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퇴장하는 강태을 반헬싱을 멀거니 지켜보던 얼굴이 다시 정면을 향하여 돌아왔을 때 보았다. 눈물로 범벅된 오른뺨이 눈 시리게 반짝거리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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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1.06.02

부연하는 문단 2

남겨진 자의 Loving You Keeps Me Alive Rep.는 진정한 의미에서 ‘눈물의’ 세레나데가 되었다. 시작은 오른 볼이었지. 이번에는 왼쪽이었다. 그렇게 양 뺨을 수놓은 눈물이 점차로 선연해져 가는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어떤 흡혈귀가 이렇게 아름답게 애처롭단 말인가.

피날레가 눈물로 시작된 건 응당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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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1.06.02

자꾸 생각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