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기 쓰는 방식을 조금 바꿔볼까 해요. 이 글에서는 그날그날 달라진 부분들 위주로 간략하게 적습니다. 날짜에 구애받지 않는 시시때때로의 감상은 새 글로 적거나 스레드에 담을 예정입니다.

* 플레이어를 포함하여 글 하나하나를 기우듯 채워갈 생각이라, 이에 맞추어 최근수정일 순으로 게시글 정렬을 변경하였습니다. 

 

🔖   6월 17일  ∣   6월 19일  ∣  6월 23일  ∣   6월 24일  ∣  6월 26일  ∣  7월 1일  ∣  7월 2일  ∣  7월 3일  ∣  7월 4일  ∣  7월 8일  ∣  7월 9일  ∣  7월 11일  ∣  7월 12일  ∣  7월 15일  ∣  7월 16일  ∣  7월 18일  ∣  7월 22일  ∣  7월 24일  ∣  7월 26일  ∣  7월 28일  ∣  7월 31일

 


 

6월 17일 (수) 8시

김준수, 해나, 민영기, 윤영석, 신영숙, 전수미, 주아, 문성혁, 이상준, 김승후

 

빨간 코트. 빤니빤니 날아온 누나에게 어제는 다리 아픈 척 꾀를 부리다 손하트를 짜잔 꺼내 보여주었지. 오늘은 발재간을 부리며 장난을 쳤다. 곧장 본론으로 가지 않고 누나와 투덕투덕, 사랑스러워. 2회차 만에 사랑스러움을 무더기로 보았으니 앞으로도 어떻게 변화할지 몹시 기대가 되는 군요.

대망의 빨간 코트를 자랑하고 차려입으면서 오늘은 머리카락도 코트 밖으로 빼내어 정돈했다. 참 잘했어요. 사실 어제 코트 안쪽으로 수북하게 담겨있던 머리가 계속 신경 쓰였거든요. 앞으로도 잊지 말아주기야. 

반가운 소식 하나 더. “봉쥬르파파”가 돌아왔다. 아빵~ 해맑게 부르던 첫공의 목소리는 귀여웠으나 봉쥬르파파를 듣지 못해 못내 아쉬웠는데! 그 마음 모르지 않노라 그가 웃는 듯했다. 역시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오빠는 다 안다니까.

 

모차르트는 왔나? 영주님께 악보 주면서 인사하는 자태가 참 멋있지요? 가장 높은 리프트까지 호로록 뛰어올라 정중앙을 딛고 서는 동선마저도 좋다. 영주님만이 설 수 있는 자리에 겁도 거리낌도 없이 성큼. 꺾인 적 없고 꺾을 이도 없는 자존감이 참 드높아. 암, 백만 명 중에 하나도 없는 재능의 천재니까. (백만 명 중에 하나 ‘있던’ 재능이 하나도 없는 재능이 된 건 여전히 재밌어.)

 

그 누가 나만큼. 사랑해요 아빠. 웃으며 달려가지만 더는 초재연처럼 안아주지 않는 아빠. ‘그러면 그렇지’ 고개와 어깨를 써서 툴툴대는 그도 그다. 에베베,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동작은 두 번째 봐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게  해. 아니, 어디로 통통 튈지 모르는 철부지아들 생활연기 어쩌면 이렇게 찰떡이야. 그가 결코 보여준 적 없는 표정이건만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러워.

 

정직한 가족. 한 손에는 술병,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들고 등장한 타칭 ‘구세주’. 술병으로 노크하는 맵시가 매우 멋있어. 태가 나. 잘생겼어. 

알로이지아의 노래에 연발하는 감탄사 ‘보노, 벨라’가 첫공에서 “아름다워요!”로 한국어 패치되었을 때 느꼈지. 이 구간 애드립의 향기. 이튿날부터 바로 올 줄은 몰랐지만. “훌륭해요!”

아니 그런데. ㅋㅋ 개인적으로 웃겼던 오늘의 에피소드. 소개 타이밍에 런웨이를 걷던 알로이지아가 천더미에 발이 걸릴 뻔한 걸 베버 부인이 주섬주섬 수습할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생활연기처럼 자연스럽기도 했고, 또 그 덕에 무대 안의 디테일이 다채롭게 채워진다 여겼을 뿐.

알로이지아의 노래 감상 후 그가 호쾌하게 원샷한 술잔을 테이블에 꽁! 내려놓았지만 그만 테이블 아래로 데구르르.. 떨어진 것까지도 괜찮았다. 어머 오늘은 잔이 떨어졌네 정도였으니. 그런데 이번에도 베버부인이 무거운 몸을 끙-차 굽혀 잔을 원위치하였을 때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니 성실한 건 소용없다 하신 이 구역 대장님이 너무나 성실하게 대모님 역할을 다하시는데 참을 수 있을리가. 세상에 별 말씀도 없이 묵묵하게 기둥이시더라구.

 

잘츠부르크의 겨울~나는 쉬카네더. 잘츠부르크의 ‘잘’은 잘생긴 사람 나신 곳의 잘인가 봐.. 어쩌면 이렇게나 잘생겼나. 특히 건반 앞에 걸터앉고부터는.. 말로도 다 못 하지.

어제 여기에서 왜 영원을 맹약하듯 다짐하였는지 다시 한번 너무나도 잘 알 수 있었다. 너무 잘생겼기 때문이야. 특히 노래가 본격적으로 흐름을 탈 때 그의 잘생김도 제동 없는 고도에 오른다. 음표로 그린 듯한 유쾌한 미간, 그윽한 얼굴. 얼굴 최고. 

 

따라올 수 있겠냐 묻는 쉬카네더에게 대답 대신 콕 찍은 건반 한 음이 첫공에서 오케와 맞지 않았지. 오늘은 정확했다. 짝짝. 

이어지는 연주, 어제 뒤돌아서 마신 술은 오늘은 상체만 살짝 일으켜 호로록 넘겼다. 시원하게 한 모금 들이킨 그의 입가를 닦아주는 친구, 꽤 상냥하던걸. 

뒤돌아 연주 타이밍은 그래서 아가씨들의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반가웠던 것. 첫공 때 오직 쉬카네더만을 향했던 꽃받침이 오늘은 정면의 몫이 되었다! 정면을 향해 해사하게 핀 얼굴꽃이 반짝반짝. 볼프강, 사실 사랑스럽기로 천재인 것이지요?

 

신이 선택한 남자. “더러운 놈?!”에 뚜껑 열린 볼프강, 이어지는 노래에서 목소리도 몸놀림도 매우 청년이다. 초연의 그를 대변하였던 똥깡아지미는 여기엔 없다. 잘 자라 제 몫을 다 하길 기다리는 청년이 퍼트려내는 탁 트인 울림통이 얼마나 훤칠한지. 이 대목의 그를 보노라면 이브 클라인의 파란색이 절로 떠오른다. 딱 이만큼 짙으면서도 맑은 청년미로 가득해.

 

네 모습 그대로. 어제 콘스탄체의 빗자루를 슬쩍 하려다가 그녀를 그대로 빗자루에 태워 퇴장시킬 뻔했지. 그 사고 아닌 사고를 염두에 둔 듯 오늘은 빗자루 머리를 아예 콘스탄체가 아닌 자기 방향으로 하여 끌어당겼다. 이런 세심한 피드백 좋아. 

콘스탄체와 나란히 앉았을 때 가장 시선이 가는 곳은 무릎을 모으고 앉은 다리. 곧고 가지런하여 바라볼 수밖에 없다. 예쁘다고요. 

 

‘별난 행동’할 차례. 빗자루를 바닥에 쾅 때려 박더니 “파리!” 잡았다며 부스스 웃었던 게 어제. 오늘은 콘스탄체에게로 얼굴을 들이밀며 ‘왁!’ 놀라게 했다. 아구 귀여워. 

이쯤 되면 시아준수 애드립이 즐거워 모차르트!가 신이 나지요? 부러 말하지 않아도 전해집니다. 

 

빈에 남겠어. ‘김준수 역의 하얀 가발’. 첫공엔 긴 머리 위에 덥수룩하게 얹은 채로 등장했지. 부자연스럽게 볼록 솟은 누가 봐도 가발인 티가 나는 하얀 가발이 정말 정말 귀여웠다. 

그런데 오늘은 가발을 쓰지 않고 들고나왔어. 이제 쓰는 대신 손에 쥐고 나오려나. 그럼 그 귀여움은 첫공만의 레어일까. 🤔 

 

그리고 노래적으로 퍼포먼스적으로 김준수의 스케일을 느낄 수 있는 여기. 이렇게 거대한 동선, 이렇게 다변하는 박자에 쉴 틈 없이 쪼개어 넣는 가사. 그러면서도 혼란한 무대와 노래의 구심점이 되는 존재감. 음향마저도 그의 지휘를 따르는 듯하였으니, 얼마나 대단했는지!

(그래도 음향은 소리의 길을 찾아주기를..)

 

빈으로 간 레오폴트. 첫공, 오랜만에 본 아버지에게 대뜸 술을 따라 내밀기에 우리 볼프강이 역시 정말 많이 컸구나 싶었지. 레오폴트가 쳐다도 보지 않자 자기 몫의 술잔만 챙겨 의자에 폭 파묻힌 채로 호로록 마시는 것까지 눈을 휘둥그레지게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 다만 오늘은 선 채로 술을 넘겼다. 잔을 다 비우고 나서야 지친다는 듯 의자로 풀썩. ‘아버지 여전하시네’ 하는 얼굴로.

 

이후 혼란부터 피날레까지는 으음, 문체가 달라질 것 같아서 글을 분리해야 할 것 같은데 따로 쓸 수 있으려나. 일단 자야해. 

 


 

6월 19일 (금) 3시

김준수, 김연지, 손준호, 홍경수, 김소현, 배다해, 김영주, 문성혁, 이상준, 김승후

 

음향이 매우 개선되었다. 앙상블의 화음, 목소리와 목소리가 혼란하게 겹치는 지점이 깨끗해졌어. 기쁜 일이다. 

 

빨간 코트. 첫공엔 손하트, 두 번째엔 발재간이 되었던 재롱. 오늘은 두 손을 양 뺨 위에 대고 자기 얼굴을 예쁘게 따라 그리다 꽃받침을 짠! 완성해 보였다. 그럼, 꽃 중의 꽃. 화룡정점으로 가장 어여쁜 건 당신의 얼굴. 볼프강 기억해 둬. “얼마나 멋져”라고 감탄할 건 바로 네 얼굴이라는 걸.

 

모차르트는 왔나? 팔랑이는 악보를 허공에서 곧바로 잡아채어 감탄을 자아냈던 게 첫공이었지. 그날엔 타이밍이 좋았던 건가 봐. 오늘은 끙차 허리 숙여 바닥에 떨어진 악보를 집었다. 팔랑이며 허공을 배회하는 악보 한 장이 없었거든.

 

정직한 가족. 감탄사는 “아름다워요!” 첫공 버전으로 회귀.

아니 그런데 “성공~의 길”을 보여주겠다며 한쪽 눈썹 들어 올리는 거 대체 누구에게 배웠지요? 젠체하는 얼굴에서 쏟아지는 잘생김에 기절합니다. 세상에. 

 

나는 쉬카네더.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은 오늘도 딱! 맞았다. 브라보. 하필 첫공에서 틀어졌어서 계속 유심히 보게 되네. 💦💦 

뒤돌아 연주는 17일처럼 아가씨들의 차지였다. 뒤돌아서 부어주는 술 마시는 모습 정말 참신하고 좋았는데 언제 다시 볼 수는 있을까요? 혹시 피드백된 부분이라면 첫공만의 레어가 되는 건가. 

 

오르간 연주. “작곡하고 있었죠!” 병으로 피리불다 프흡 웃어버렸는데 웃음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굉장히 시아준수 본인의 웃음처럼 들렸어. ♡

 

네 모습 그대로. 오늘의 별난 행동은 첫공 버전의 “파리! 파리!”

그에 앞서 빨간 코트와의 전투가 정말 별나고 귀여웠지. 양쪽 소매가 차례로 그를 애먹여서, 한참을 씨름하다가 삐죽이기를: “왜케 안 입혀지냐 이거.”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오른팔로 코트와 씨름하던 것 잊지 못해. 

개인적으로 심쿵했던 순간은 “넌 그냥 너야” 있는 그대로의 그 자신만을 꿰뚫어 본 콘스탄체의 대사에 심장 저격당한 듯한 그를 보았을 때. 말을 잃고 두 눈만 조용히 굴리는 얼굴에서 동요가 분명하게 보였다. 볼프강의 세계가 콘스탄체라는 혜성에 맞아 산산조각나는 순간을 똑똑히 보았어.

 

빈에 남겠어. “똥이나 처먹어라 똥싸개야!” 고래고래 망신살을 줘놓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오늘은 한 번 더 공격했다. “아우 냄새 씨!”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소파에 누워있을 때  도드라지게 보이는 동그란 코가 너무 귀여워... 코 선이 진짜 귀여워. 공교롭게도 귀여움 더하기 귀여움이었던 게 머리카락 한 가닥이 정수리를 타고 뽁 솟아 있었던 것. 노래하며 자연스럽게 갈무리되어 못내 아쉬웠다.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ㅡ부터 2막에서 제일 많이 한 생각은 ‘시아준수 얼굴 예쁘다.’ 

우는 얼굴 왜 이렇게 천상의 스케일로 예뻐? 땀 맺힌 얼굴이, 아니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 범벅한 그 얼굴이 한계가 없이 반짝반짝해. 

 

누굴까? 대주교에게 조종당할 때. 한 발을 직각으로  접어 올리고 한쪽 다리로만 턴하는 동작. 찰나의 맵시가 이 세상 너머의 것.

 

혼란 인트로. 재능이 숨을 조여오는 절체절명의 순간. 입술 밖으로 한껏 늘어진 혀를 보았다. 길게 축 늘어진 혀, 끅끅 숨이 되지 못하는 숨을 애써 내뱉는 소리. 그의 의식이 저 멀리로 날아가기 직전인 것이었다.

 

모차르트의 죽음. 최후의 나는 나는 음악. 후반 소절, 음을 쥐어뜯는 듯한 강세에서 강한 원망이 느껴졌다. 음악으로 살았던 것에 회한을 표현하는 그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삼연의 그는 정말로 그 무엇도 가진 게 없는 것만 같아. 음악마저도 그를 완전히 채워주지 못한다.. 모차르트! 라는 극, 원래도 이렇게까지 피폐했던가.. 

 


 

6월 23일 (화) 7시

김준수, 김소향, 손준호, 윤영석, 김소현, 전수미, 주아, 문성혁, 이상준, 김승후

 

빨간 코트. 누나아 빨리빨리 날아와바앙. 16,17,19 세 번 연속 계속해서 다른 잔망을 보여주다가, 오늘은 드디어 첫공 버전 손하트로 회귀했다. 배 아픈 척 끙끙대다 하트 짠! 시아준수가 준비해온 레파토리의 스펙트럼을 가늠해보는 일 참 즐겁다는 거, 시아준수도 아려나.

 

모차르트는 왔나? 아, 악보 낚아채기, 아무래도 요주의 장면이 될 것 같아. ㅋㅋ 글쎄 오늘 허공 중의 악보를 잡으려다가 조준에 실패한 나머지 두 손만 짝! 모아 기도해버렸지 뭐야. 그 틈에 전부 바닥으로 고이 안착한 악보를 허리 숙여 집어 들어야 했다. 찰나의 기도하는 볼프강, 귀여웠어 정말. 

 

정직한 가족. 알로이지아의 노래가 그렇게 경악할 정도로 좋았던 걸까. 좋음을 주체하지 못할 때 비명을 지르는 느낌으로 “악!! 아름다워요!!”

 

나는 쉬카네더. 셀프 원샷이 생략되었다. 두둥. 엉거주춤 선 채로 한 손으로는 건반을, 한 손으로는 술잔을 들어 푸푸 마시는 모습 좋았는데. 오늘은 한잔하는 대신 연주에 꽤 열중했어. 이다음에는 또 금방 다시 마셔줄 거지요? 그렇지 볼프강?

 

모두 가짜. 프라토 공원 첫 입성. 와아아아! 탄성과 함께 한쪽 다리로만 스텝을 슥삭. 쉬카네더와 같이 삭삭. 깃털처럼 가볍고 바람처럼 상쾌하게 그렇게. (쉬카네더가 오늘은 어쩐 일로 이 친구 춤이 별로라는 핀잔을 주지 않나 했더니, 프라토 공원에서 아예 같이 출 줄은.)

 

네 모습 그대로. 별난 행동은 워! 놀래키기. 17일이 고양이처럼 날을 세운 왁! 이었다면 오늘은 다소 부드럽게~ 동그랗게 울리는 소리로 워~!

아무 말 세례에 콘스탄체가 손을 내젓자, 오늘따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간에는 나도 모르겠다며 머쓱하게 웃어왔는데 말야. 오늘은 말문 막힌 채로 아.. 짧은 탄성만 내뱉고 말았다.

 

빈으로 간 레오폴트. 의자에 폭 파묻혀 한잔하려 했으나, 레오폴트 때문에 목 넘김이 턱 막혀버렸지. 단단히도 얹힌 얼굴이었다. 경직된 표정에서 레오폴트라는 거대한 벽을 마주하는 그의 갑갑함이 보였다.

 

누굴까? 상자에서 한 차례 수난을 겪고 악몽에서 깨어난 볼프강. 움직임이 격했던 탓에 가발이 그만 들려버렸다. 들린 가발 밑으로 검은 머리망이 빼꼼히 보였어. 그 상태로 마술피리 작곡 전, 황금별 리프라이즈까지 내내 무대 위에 있었다. 

아마데에게 목이 졸리면서 완전히 눕는 장면에서 가발이 전부 벗겨지면 어쩌나, 내심 걱정이 컸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한껏 몸을 늘어트리던 시아준수. 몸 사리는 법이 없지요. 가발이 점점 뒤로 밀리면서도 끝까지 버텨줘서 다행이었어.

 

구걸편지. “나 없는 거야, 오페라를 써야 돼.” 허겁지겁 피아노 앞에 앉는데, 제대로 들었던 악보를 글쎄 거꾸로 고쳐 잡지 뭔가. 뒤집어진 음표가 꼭 제대로 버티고 서지 못하는 그의 세상처럼 보였다. 

모차르트! 모차르트! 에서도 펜촉을 한 번에 쥐질 못하고 자꾸만 헛손질을.. ㅠ

 

혼란 인트로, 오늘은 살짝만 빼꼼했던 혀. 19일처럼 의식을 잃기 직전의 단계까지 가는 본격적인 늘어짐은 아니었고, 발버둥 치며 솟아오르는 느낌으로 세상과 살짝만 인사했다.

 

마술피리 작곡에서부터 연거푸 들이키던 술병. 그가 한 모금씩 물을 털어 넣을 때마다 찰랑찰랑 요동치는 물결이 어느 날보다 선명하게 눈에 박혔다. 입가를 타고 흐르던 물방울도.. 물 마시며 숨 돌릴 틈조차 없어서 무대 위에서 연기하듯이 목을 축여야 하는 삼연의 모차르트!.. 시아준수.. 이 여름날에 부디 화이팅이에요.

 

모차르트 거실, 19일에는 나는 나는 음악이 가장 아픈 지점의 소리였다면 오늘은 “나아.. 더 이상 못하겠어.” 울먹이던 음성이 그랬다. 특히 젖은 목소리로 “나아..”를 애원하듯 늘어트릴 때. 도리어 내가 그만해달라 애원하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6월 24일 (수) 8시

김준수, 김소향, 민영기, 홍경수, 신영숙, 전수미, 김영주, 문성혁, 이상준, 이서준

 

빨간 코트. 얼굴을 감싸 쥔 채 앓다가 누나에게 얼굴꽃~받침. 🌸

 

정직한 가족. 알로이지아로부터 날아온 소리가 심장에 명중할 때마다 어우, 이거 뭐야, 수선스레 가슴을 쓸어내렸던 볼프강. 오늘은 입을 모아 순수하게 감탄했다. “오와우!”

 

오르간 연주. 남작부인의 방문. 희망으로 부풀어 발음도 동그래졌지. 그럼 제가 아빠에게 진 빚을 다 갚을 수 있겠네용?! 붕 솟은 어미에서 어린내 물씬. 잘라서 듣자.

 

모두 가짜. 베버 가족과의 재회. 알로이지아의 행방을 묻고, 베버 아저씨의 안부도 물었지. “베버 아저씨는요?” 오늘따라 목소리가 굉장히 은근했다. 알로지이아의 결혼에 이미 한 차례 낙심한 얼굴도 꽤 조심스러웠어. 마찬가지로 잘라서 들을 것.

 

신이 선택한 남자. 더러운 놈! 아르코 백작을 한 번 보고, 쉬카네더를 한 번 돌아보며 그가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람?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가 차서 말도 더듬었어. 

“지금 나한테.. 얘기한 거지 지금? ..더러운 놈?!” 

 

네 모습 그대로. 오늘의 별난 행동은 파리 잡기. 조만간 파리가 다른 종류로 변화할 것 같다는 느낌을 언뜻 받았는데, 과연? 🤔 

 

여기는 빈. 빈에서의 성공적인 공연. 귀부인들에게 신사답게 인사하던 볼프강, 쉬카네더와는 반갑게 프라토 공원 스텝을 밟았다. 쉬카네더가 그 보란듯 먼저 한 다리로 시동을 걸자, 장단만 맞춰주는 식으로 살짝만 살랑살랑. 이런 자리에서 프라토 공원에서 놀던 식으로 놀자니 다소 쑥스러운 것처럼도 보였다.

 

혼란 인트로. 간신히 아마데를 떨쳐낸 그. 목이 졸리며 바닥을 구르는 동안 차림새가 엉망이 되었다. 상의가 한쪽으로 전부 말려 올라가, 허리춤의 베이지색 마이크가 훤히 드러난 것. 마침 또 상의가 검은색인 탓에 밝은 색상의 마이크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수습은 오늘도 황금별 리프라이즈까지 마친 후에야 가능했다. 마술피리 작곡에 앞서 아주 잠깐만 퇴장할 때, 바로 그때. 어제도 오늘도 계속 이 대목에서 차림새 수습하기에 여념 없었을 시아준수. 무대 뒤에서 바쁠 모습을 그려보다 마음이 짜르르.

 

혼란. 오늘의 구역은 B. 확실히 왼블에서 마주하는 혼란이.. 혼란하다.. 세상의 끝까지 몰린 채 웅크린 모습이 정면인 데다, 옹송그린 등 너머 아마데까지 일직선으로 보이는 시야인 탓에. 오늘의 아마데는 심지어 그가 바짝 움츠러든 어깨로 간신히 뒤를 돌아볼 때 그를 향해 고개를 갸웃하지 뭔가. 무표정한 얼굴은 그대로인데, 그가 돌아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무구하게 고개를 기울이는 모습이 내게도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순진한 얼굴 아래 무감한 심장. 어린 악마가 따로 없었다.

 

모차르트! 모차르트! 그리고.. 오늘의 아마데는 레퀴엠을 작곡할 때도 웃던데.. 입꼬리만 올려 잘하고 있다는 듯 물끄러미 그를 지켜보는 아마데가 꽤 섬뜩했다. 볼프강의 생명력이 실시간으로 증발 중임이 보이는데도 실금 하나 가지 않는 미소를 보며 생각했어. 천재성아, 네 탐욕이 끝이 없구나. 볼프강을 이용한 모두 중에 네가 가장 나쁘다.

 

 


 

6월 26일 (금) 3시

김준수, 해나, 민영기, 윤영석, 신영숙, 전수미, 주아, 문성혁, 이상준, 이시목

 

빨간 코트. 오늘은 손 찧은 척하다가 손하트~♡ 그리고 오늘의 알랑! 방구! 뀌느라 정신없지! 의 골반 트위스트가 어찌나 살아있던지. 아예 허리부터 틀어서 온몸으로 알랑 방구를 표현하지 뭔가.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어.

 

정직한 가족. 베버 자매들에게 둘러싸인 볼프강.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건넨 후 매번 예쁘다~ 감탄하곤 했지. 오늘은 그 말소리가 약하지만 마이크를 통해 들렸다! 

첫 감탄사는 첫공과 같이 “아름다워요.”

둘은 “어머 이거 뭐야 이거.”

기쁘고도 슬픈 소식은 “성공~의 길”에서 오늘 눈썹을 끌어올렸는데! 내 자리의 각도 탓에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ㅠ 흑흑.

기쁜 소식 또 하나. 24일부터 “얼마든지~ 드리지요~”를 완전히 대사로만 하지 않고 조금씩 리듬을 넣고 있다. 너무 좋아. ♡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24일을 딛고 놀랍도록 비상하는 중. (구) 왕좌의 주인은 건재하였음을!

 

나는 쉬카네더. 첫공 이후 처음으로 돌아온 뒤돌아 술 마시기! 오늘 꽤 이르게, 그러니까 마을 사람들이(아가씨들이 아니라) 그를 둘러쌀 때부터 신이 나서 일찌감치 몸을 돌려 섰지. 맥주가 배달올 때까지 그 모습 그대로 뒤돌아 꽤 오래 연주했다. 뒤돌아 연주하면 뒷모습만 보게 되는데도 왠히괜지 너무 좋은 디테일. 오래 봐서 좋았다.

 

모두 가짜. 프라토 공원 입성. 쉬카네더와 한쪽 다리를 슥슥 놀리며 오늘은 골반으로도! 살짜쿵 웨이브를 탔다. 사소한 부분조차도 색다르게 채워 넣는 것, 매일 똑같은 건 싫다는 시아준수가 느껴졌던 대목. 

 

네 모습 그대로. 빗자루로 실랑이하다 오늘 그만 앞으로 풀썩 엎어져 버린 볼프강. 어설픈 모습을 보여버려서 머쓱해 하던 입매 잊지 못해.

아르코 백작 골탕 먹인 이야기를 하면서는 해나 콘스탄체와 대사의 합이 매끄럽지 않았는데, 글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애드립을 시전했다. 콘스탄체가 미처 반응하지 못하여 잠깐의 마가 뜨는 사이를 공략한 “모르겠어? 무슨 말인지? #%@#%@#% (아무 말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 중)”

그제야 콘스탄체가 손사래 치자 해사하게 웃는 얼굴로 “미안해” 까지 완벽.

넌 확실히 돈은 없다는 말에는 24일부터 아예 양쪽 주머니 전부 다 털어 보이는데, 그게 또 얼마나 귀여운지.

 

빈에 남겠어. 여기서부터 가발 앞머리가 움직임을 따라 자꾸만 팔랑팔랑 들리는데.. 얼마나 자유분방하던지. 아구 귀여워라. 

그리고 음!

오른쪽 뺨에 콘스탄체의 입술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지 뭐야. 굳이 적는 이유는 대주교를 만나러 오는 자리에서 그런 차림새로 나타난 그가 대주교 말대로 정말 ‘망나니’ 같아 보였기 때문에. 대주교 가사와의 싱크로가 그럴듯했다. 볼프강 본인의 가사와는 엇갈리는 반전미까지 연출되었지. 

그 단정치 못한 차림새로 퍼붓는 폭언: “똥이나 처먹어라 똥싸개야!” / “어유 똥냄새 씨!” 도 덕분에 매우 인상적이었음을.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도입부의 표정이 굉장히 부드러워졌다. 언뜻 웃음을 그리는 것도 같았는데, 계속 이어질 변화인지는 이다음에 조금 더 관찰해야 하겠어.

시각적으로 아름다웠던 순간은 운명을 향해 정면으로 마주 선 순간 오른 볼을 눈물처럼 타고 흘러내리던 땀 한 줄기.

 

여기는 빈. 쉬카네더, 오늘도 그를 반기며 쾌활하게 스텝을 밟아 보였지만 오늘의 볼프강은 받아주지 않았다. ㅋㅋ

 

누굴까? 시작부에 무심코 이시목 아마데의 손을 보았다. 힘이 잔뜩 들어가 파들파들 떨리는 시목 아마데의 손을 보는 순간, 아, 오늘은ㅡ정확히는 ‘오늘의 아마데와의 무대’는 전체를 보아야 하겠다는 깨달음이 번뜩 스쳤다. 아직 망원경 속에 가득 차는 얼굴을 포기할 단계가 아닌데, 마음 크게 먹었지요. 

우선 말로만 듣던 장면들을 보았다. 악몽 속을 헤매는 어린 난넬, 어린 난넬을 갈취하는 베버 가족, 볼프강이 꼭두각시 춤을 출 때 조종의 사령탑인 아마데(첫공 때는 아마데를 미처 보지 못해서 콜로레도가 지휘하는 줄 알았어!).

악몽 속을 유유히 거니는 아마데의 존재감이 결코 작지 않았다. 혼돈의 공간에서 유일하게 제 의지로 움직이는 모습이 어찌나 사특하게 느껴지던지.

 

악몽의 끝에서 레오폴트가 아마데의 재능상자를 기꺼이 받아주었을 때는 내가 다 허탈했다. 그리고 알 수 있었지. 

바라보기만 하는 황망한 그의 등이 말해주었다.

바로 저것이 이 악몽의 근원이었음을.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은 사라진 아름다움에서 Life of Joy로 변모했다. 아마 앞으로도 이와 같을 듯하다. 적어도 오늘의 페어는.

 

모차르트! 모차르트! 작곡하며 피아노 건반을 토독토독 두드리는 손을 보다가 발견. 정확히 오빠가 두드리는 부분의 건반만 망이 뜯어져 있지 뭔가. 드라큘라에서 그가 구멍 냈던 무대 바닥이 불쑥 떠올랐다. 기물파손을 동반하는 시아준수의 열정, 변함이 없어서 애틋해지고 말았다.

 


 

7월 1일 (수) 8시

김준수, 김연지, 손준호, 윤영석, 신영숙, 배다해, 주아, 문성혁, 이상준, 이시목

 

오늘은 오랜만에 뵙는 구민경 부음악감독님. 반가웠어요.

 

빨간 코트. 상자에 다리를 찧은 척하다 짜잔, 트위스트 타듯 발재간을 선보인 볼프강. 발재간은 오늘로 두 번째. 자주 보여주세요. 무척 귀여우니까요.

나는 나는 음악. 나는 난 음악 ‘아아아~’ 낮게, 더 길게, 더 짙게. 깊어진 그의 세계처럼. 

 

모차르트는 왔나? 와다다 달려올 때 이미 앞머리가 잔뜩 들려서 팔랑팔랑하지 뭔가. 과연, 매무새는 안중에도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니까. 하지만 뭐 어떡하겠어. 그래도 잘생긴 건 마찬가진데.

손준호 콜로레도는 확실히 그의 바로 앞에서 악보를 날리는 편. 그에게서 멀찌감치 걸어 나와 악보를 뿌리는 민영기 콜로레도보다 이편의 그림이 더 예쁘다. 찰나의 악보 폭포 속에서 모멸감에 미간을 찡그리는 그가 정말 멋있거든요. 

 

정직한 가족. 오늘은 첫 E구역. 오른 구역에서의 전신이 가장 훤칠했던 순간은 체칠리아 베버에게 인사할 때. 말쑥한 자태에 심쿵. 기품 있는 청년으로 정말 잘 자랐어요, 볼프강.

알로이지아의 노래에 감탄하며 오늘도 어김없이 잔을 쾅! 소리 나도록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쾅!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일전처럼 잔을 데구르르 떨어트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져서 웃게 돼.

 

엄마의 죽음. 어머니를 끌어안은 채 고개 든 얼굴에 가득하던 두려움. 문득 She가 떠올랐다. 같은 구도, 그러나 전혀 다른 느낌. 신기할 만큼.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오늘의 가창도 정말. 하하. 들으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의 출발이 다소 늦었기로서니, 왕좌를 넘겨주었다 여긴 건 섣부른 판단이었던 게 아닐까.

 

나는 쉬카네더. 뒤돌아 연주는 아가씨들과 함께. 오늘따라 뒤돌아 연주에서 대단한 땜빙감이 느껴졌다. 리듬 타는 발목이 너무너무 흥겨웠어. 

기분이 몹시도 좋았는지 노래 말미 나 홀로 스텝을 밟으면서는 흥에 겨운 돌고래 소리도 무척이나 선명하게! 들려주었다. 들으면서 어라? 했다니까. ㅋㅋ

그리고 쉬카네더의 애드립. 스타카토의 꽃받침을 보며 “꽃받침 한 거야?” 아는 척을 하더니, 노래의 끝에 아예 한 번 더를 종용했다. 덕분에 오늘 꽃받침 두 번! 얼결에 꽃받침을 재차 하게 된 그의 얼굴을 일순간 채웠던 물음표 잊지 못해. 하지만 숙련된 무대 장인, 금세 상황을 받아들이고는 다리까지 접어 완벽한 꽃받침을 보여주었다.

 

황금별. 두 팔 벌려 별을 끌어안는 그의 벅찬 얼굴, 이 세상 너머의 반짝거림이야. 

그 누가 나만큼 리프라이즈. 넌 여기 남아야 해. 벅차올랐던 마음을 곤두박질치게 하는 아버지의 엄포. 실망한 어깨로 그가 발을 바닥에 쾅! 박았다. 화가 여실히 전해지는 음량이었다.

 

신이 선택한 남자. 아르코 백작이 당첨되자, 크게 웃으며 기뻐하던 볼프강. 오늘은 ‘신체절단’ 흉내를 내보이기도. 손으로 배를 슥슥 가르며 몸이 절단되는 시범을 몸소 보여주었다. 기대에 부푼 광대가 진정으로 즐거워 보였다.

 

네 모습 그대로. 지나가는 수레에 아마데를 실려 보내며 빠빠이 빠빠이 연신 두 팔 높이 들어 인사하더니 갑자기 두 손을 모아 용서비는 깜찍함까지. 아마데는 용서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관객의 마음은 녹았습니다.

별난 행동은 워! 놀래키기가 당첨되었고, 돈이 없다는 누명(?)에는 나지막하게 대꾸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야!”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내 운명이 초기 버전을 지나 그다음으로, 노래의 영역을 확장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도입부 특히. 강세가 필요한 부분을 확실하게 짚어가며 노래의 강약을 섬세하게 증폭시키는 중. 

 

2막의 신발이 바뀌었다. 청부츠에서 검은 구두로. 청청 볼프강, 이제 안녕하나.. 사라지나..

 

사랑의 둥지에서 입술색 왜 이렇게 예뻤던 거야. 맑고 맑아 너무나도 투명한 빛깔.

음 아무튼. 불쌍한 내 딸! 연극에 심취한 체칠리아에게 건네야 할 대사 “아니에요, 오해예요.” 가 출구를 잊은 나머지 모습을 바꾸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제가, 한 게 아니에요오..”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여러 결레’의 노래는 링크로.

 

혼란. 오블이라 생생하게 보았다. 아마데를 품에 안고 지었던 미소를. 제 목을 조여올 그림자일 줄 모르고 구원에 닿은 듯 환희하던 눈을.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그간은 손에 얼굴을 묻었지. 고뇌하듯 미간을 누르다, 탁 떨쳐내며 노래를 시작했다. 오늘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디테일의 변화라기보다는 정수리를 지나 앞머리처럼 이마까지 타고 내려온 머리끈을 수습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손을 내린 후에 머리끈이 사라져있었거든.)

손준호 콜로레도와의 듀엣은 아직 〈사라진 아름다움〉의 빛깔을 들려준다. 불꽃 튀는 감각을 경험한 오빠가 자꾸만 Life of Joy로 듀엣을 본능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이 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전자였다. 이 페어의 듀엣은 어느 지점에 정박하게 될지 앞으로의 추이가 궁금해졌다.

 

모차르트! 모차르트! 마이크 꺼진 무대에서도 선명하게 들렸던 광기 찬 웃음소리. 일그러진 미소. 절박함, 또 절박함.

26일에는 피아노 건반이 망가진 부분에서 시아준수를 느꼈지. 오늘은 연거푸 들이키던 술병을 마지막으로 내려놓을 때 피아노 다리 아래쪽으로 아예 멀찌감치 치워놓는 대목에서 시아준수를 보았다. 이제는 그만 마실 것이니, 앞으로의 연기에 방해되지 않도록 치워버릴 요량임이 훤히 보여서. 그게 갑자기 불현듯이 너무나 귀여워서.

 

모차르트의 죽음. 아마데 최후의 손길에 대하여 내일 공연 전까지 쓸 수 있으려나.

 

피날레. 지친 걸음. 바닥을 꾹꾹 눌러 밟는 걸음이 오늘따라 느리게 눈에 박혔다. 사는 동안 그토록 피하고 싶어 했던 운명을 걸음걸음으로 지르밟으며 나오는 것만 같은 그 모습에 울컥했다. 볼프강, 너의 운명을 네가 딛고 서 있구나. 지친 모습의 그에게 그렇게 전해주고 싶었다.

 


 

7월 2일 (목) 7시

김준수, 해나, 손준호, 홍경수, 신영숙, 전수미, 김영주, 문성혁, 이상준, 이서준 / 구민경 부음악감독

 

빨간 코트. 얼굴 가린 채 아픈 척하다가 짜잔 준쮸꽃 피우며 꽃받침. 짜잔.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홍경수 레오폴트. 역시 녹록지 않은 아버지다. 단호한 아버지의 단호한 쐐기. 그중에서도 유독 귀에 박히는 문장이 있었으니, “네가 갈 길은 내가 정해야 해!” 시작부터 아들의 숨통 제대로 조여주는 아버지와의 재회임을 실감했다.

 

나는 나는 음악. 아마데와 마주 포갠 손바닥을 빙그르르 반 바퀴 돌려 곱게 손을 잡는 동작, 사르륵 미끄러지는 팔을 따라서 허공 중에 그려지는 곡선이 무척이나 예뻤다. 왼블에서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

나는 난 음악 ‘아ㅡ’ 는 계속 짙어질 예정이려나. 오늘도 첫공 대비 짙었고, 낮은 만큼 그윽했다. 추이를 지켜보아야 하겠어.

 

모차르트는 왔나? 레오폴트가 볼프강 머리 위에 얹으려는 가발이 오늘따라 어찌나 하얀 찐빵처럼 정수리에 폭 올려졌던지. 귀여웠다. 

정직한 가족. 감탄사는 오랜만에 “훌륭해요!” 이어서 “와우!”

 

나는 쉬카네더. 어제부터 뒤돌아 연주의 타이밍이 빠르네. 마을 사람들이 그를 감쌀 때 이미 흥이 한껏 치솟아버려서 스카프 군단이 왔을 때 곧장 뒤돌아 일어섰다. 한동안 흥을 낸 후에야 술 한 잔으로 목을 축였지.

쉬카네더와의 애드립 구간은 점점 다채로워진다. 스타!카!토! 에 앞서 그가 입술을 앙 깨물길래 아무래도 준비해온 꿍꿍이가 있는가 보다 했지. 아니나 다를까, 꽃받침 하며 손가락을 차르르르 팔랑이더니, 글쎄 “귀엽다”는 쉬카네더의 칭찬에는 그를 바라보며 뿌잉뿌잉을!

노래 말미에 “스타카토 한 번 더”에 맞추어 꽃받침 앵콜도 잊지 않았다. 

 

모두 가짜. 프라토 공원 입성 기념 오늘은 가볍게 트위스트. 쉬카네더가 먼저 시작한 동작에 맞추어 가볍게만 살랑살랑. 나는 쉬카네더에서도 그렇고, 프라토 공원에서도 그렇고 쉬카네더와 만나면 늘 쉬카네더가 리드하는 대로 따라가는 군요 볼프강.

 

네 모습 그대로. 빗자루로 아웅다웅하다 오늘도 콩 넘어졌지. 상황이 무안한지 살살 웃으며 말했다. “힘이 세구나.”

해나 콘스탄체와는 대사의 티키타카가 빠르지 않은 편이라, 오늘도 천천히 흐르는 대화 사이에 그가 애드립을 투입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니? @₩@!& 미안해.”

그리고 왼블의 시야에서 심쿵이었던 순간. “넌 확실히~” 할 말 있다는 분위기를 마구 내며 은근하게 다가서는 콘스탄체를 향해 뭐든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바짝 들이댄 그가, 두 눈을 무구한 빛으로 동그랗게 떠 보였을 때.

 

내 운명 피하고 싶어. 가창, 연기, 아우라. 흠잡을 곳 없는 오늘의 피날레. 여기서 극을 마무리해도 좋겠다 언제나 생각하지만요, 오늘은 세상의 끝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빠 왜 오늘 초반의 어떻게를 어떠게로 발음한 거죠?_? 박자가 느려져서 또박또박 발음하려다 그런 것인가. 🤔 

 

난 예술가의 아내라 리프라이즈. 코따라갈게~ 콘스탄체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세상의 감각을 잃어서, 이 대목에서 이 대화를 나눌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그렇게.

 

내 운명 피하고 싶어 피날레의 애드립. 이↗︎제↗︎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오늘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결레결레의 음향으로 선명한 울림을 들을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짜릿했다. 기뻤다.

 

이하는 링크로

황금별의 동요 /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 밤의 여왕에서의 질주

 


 

7월 3일 (금) 8시

김준수, 해나, 민영기, 윤영석, 김소현, 배다해, 김영주, 문성혁, 이상준, 이시목 / 구민경 부음악감독

 

빨간 코트. 어제와 같이 얼굴 감싸 쥐었다가 준쮸꽃 피우며 꽃받침~♡

 

나는 나는 음악. 아마데와의 찰떡궁합이 소름을 주었던 장면. 그가 악보를 빼앗아 직접 한 줄 써 내려간 후 둘이 마주 보고 씩 웃었다가, 같이 악보로 고개 내리는 동작이 글쎄 정확하게 일치했다. 아마데가 그의 영혼의 조각임이 진실로 와 닿았다. 아름다우며 짜릿했던 순간.

 

정직한 가족. 감탄사는 아름다워요! / 어머!

 

피아노 소나타. 첫공주에는 “이제는 쓰레기라네”를 쓸쓸한 뒷모습으로만 보았는데, 어제부터 얼굴을 보여준다. 뒷소절에서야 터덜터덜 뒤돌아 피아노를 정리하는데, 아예 바뀐 것이려나.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잘생김. 얼굴마저. 세상에. 폭군이 따로 없을 만큼!

 

나는 쉬카네더. 아, 여기. 본격적으로 연주가 시작되며 황금 조명이 드리워질 때부터의 잘생김은 정말 길이 남겨야 한다. 사진을 더 줘요..

뒤돌아 연주의 타이밍이 가장 앞당겨진 날이 아닐까. 어제의 스카프 군단 타이밍보다도 빨랐다. 마을 사람들이 처음 그를 에워쌀 때 몸을 번쩍 일으키더니, 뒤돌아 짠짠. 

쉬카네더와의 애드립은 어디까지 진화하려나. 오늘도 정면으로 꽃받침+손가락 차르르르를 보여준 후, 쉬카네더가 “꽃받침 한 거야?” 묻자 그를 향해 한 번 더 꽃받침을 보여주었다. “귀여운 사람~” 이라는 칭찬에는 뿌잉뿌잉을 잊지 않은 뒤, 꽃받침 앵콜까지 클리어했다.

아니 그런데. ㅋㅋ 오늘 노래의 엔딩에서 “브라보!” 를 생략했어! 항상 듣던 브라보! 소리가 없으니 노래가 끝난 것 같지 않아 허전하더라.

게다가 통성명하면서는 갑자기 쉬카네더에게 “모차르트예요.” 하고 존댓말을 하지 뭐야.

 

신이 선택한 남자. 늘 잘생긴 청년이었지. 오늘은 똥강아지미가 꽤 빛을 발했다. 목마 타고 너무나 짓궂은 얼굴로 콧등 찡그려 가며 웃고 있었기 때문이려나. 다 자란 청년인 줄 알았는데 어린내가 물씬하기에 깜짝 놀랐어요.

 

네 모습 그대로. 아마데를 멀리 보내버리며 빠빠이! 하고는 귀엽게 두 손 모아 용서비는 모습. 오늘 다시 볼 수 있어 기뻤다. 너무 깜찍하단 말이에요. 

해나 콘스탄체와의 티키타카도 짜임새를 갖추어 간다. 어제처럼 넘어져 버린 민망함을 달래려 “힘이 세구나..” 중얼거렸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니? @¥$%< 미안해.” 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별난 행동은 워! 놀래키기가 당첨. 

 

빈에 남겠어. “똥이나 처먹어라 똥싸개야!” 위풍당당하게 똥싸개를 나무라더니, 핀잔주듯 구시렁거렸다. “뭘 먹은 거야.”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내 운명을 경배하세요 여러분. 시아준수가 내 운명에서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고 느끼자마자, 노래가 경지에 올랐다. 애드립은 덤!

심지어 점점 느려지는 박자에도 완전히 적응한 시아준수. 어제 박자 맞추어 살짝 늘어뜨렸던 ‘어떠게’도 원래의 발음으로 완벽하게 회귀하였다. 

변화를 주기 시작한 강세도 점점 모습을 갖추어 가는 중. 원래는 ‘싫어!’에만 힘을 실어 포인트를 주었다면 점점 ‘이제 싫어!’가 하나의 악센트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특히 어제) 오늘은 더 나아갔다. ‘이제’를 강하게 올려 치고, ‘싫어!’에서는 아예 음을 빼버려 탄식하듯 외쳐버렸어. 시아준수의 성향상 앞으로 무한대의 경지로 강해지리라 예상.

 

이하는 링크로:

황금별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 아버지의 죽음 / 모차르트의 죽음

 


 

7월 4일 (토) 7시

김준수, 해나, 손준호, 홍경수, 김소현, 전수미, 주아, 문성혁, 이상준, 이서준 / 구민경 부음악감독

 

빨간 코트. 아, 왜 항상 여기에서 이렇게나 벅찬지. 한 음 한 음 한 걸음 걸음 내디딜 때마다 울컥해. 

 

나는 쉬카네더. 잘생김 정말 말도 안된다. 

자리 잡고 연주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입술 바람으로 앞머리를 후~ 불었는데, 알죠. 이때 시아준수 특유의 표정. 엄청 잘생긴 거. 안 그래도 잘생긴 여기서 잘생김을 더하면? 하하. 

뒤돌아 연주는 오늘도 가장 첫 타이밍에 이루어졌고, 꽃받침 차르르, 쉬카네더에게 꽃받침 앵콜도 그대로였으나 뿌잉뿌잉이 정면으로 왔다! 

흥에 겨워서는 돌고래 소리에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까지 들려주었다. 

그런데 꽃받침 앵콜까지 마무리하고 나서, 오늘도 브라보! 가 없었다. 이제 하지 않는 건가? 🤔 관객의 호응 타임을 위하여 아예 빼기로 한 것이려나 싶군요. 

존댓말도 이어졌다. 오늘은 한 마디를 더해서. “모차르트예요. 연락 주세요.”

 

참 여기서 계속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냈다. 엄청 신경 쓰였나 봐. 계속 계속. 자꾸자꾸 얼굴로 가는 손이 귀여웠다. 

 

모두 가짜. 와아아아~! 쉬카네더의 스텝 시동을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 나와 와아아아만 한 볼프강. 페이스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만 같아 귀여웠다. 

 

신이 선택한 남자. “지금 나보고 한 얘기지, 지금?”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덧붙인 사족이 전투적이라서 어쩐지 설렜어요.

어제는 장난스러움을 더하여 똥강아지미가 빛났지. 오늘은 파란색 청년으로 돌아왔다. 엄청 잘생겼었다는 뜻이에요.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이제 싫어!” 하고 빨간 코트를 내던졌는데 글쎄 코트가 사라지지 않았어. 블랙홀로 쏙 빨려들지 못하고 그 위에 둥지를 틀어버렸지 뭐야.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사라져 있더군!)

 

그밖에 빨간 코트의 꽃받침, 정직한 가족의 “훌륭해요!”

네 모습 그대로의 “힘이 장사구나.”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니? @^>¥ 미안해.” / 별난 행동은 워! 놀래키기.

 

~2막 쓰는 중~ 22

 


 

7월 8일 (수) 3시

김준수, 김소향, 손준호, 홍경수, 신영숙, 배다해, 김영주, 신인선, 이상준, 김승후 / 구민경 부음악감독

 

가발이 말끔해졌다. 잔머리 풀도 많이 죽고, 고불고불했던 앞머리도 많이 펴진 느낌이었어.

 

재정비한 가발과는 반대로 시아준수의 컨디션은 저조해 보였다. 드물게도, 피부로 느껴질 만큼. 나는 나는 음악 후반부의 가사가 엉키기에 귀가 쫑긋했는데(나는 단조 나는 화음, 나는 멜, 나는 멜로디), 정직한 가족 도입부의 박자 역시 살짝 밀렸고(이건 베버 아저씨가 대사를 빠르게 끊어주지 않은 탓이기도 했다),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에서도 삼연 가사와 초연 가사가 충돌하며 혼돈을 빚었다. “얼마나 잔인한 인생, 의미도 없는 세상인가”를 무려 두 번이나! 

극 안에서 이렇게 시소 타는 그를 보는 건 처음이라 허리가 절로 곧추섰다.

 

심기일전한 2막에서는 집중력과 감정을 최대한 끌어올렸으나, 그런 만큼 지쳐 보였다. 특히 모든 감정을 송두리째 끌어올렸던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에서. 죽음이 임박해서는 그야말로 끝에 다다른 듯했지. 더불어 오늘의 쉬운 길, 피치 못하게 완전한 〈사라진 아름다움〉 버전이었다.

오빠, 부디 푹 쉬기를.

 

*

 

모차르트는 왔나? 콜로레도가 그의 악보를 흩뿌리는 순간. 제 눈앞에서 자신의 천금 같은 음악이 험한 꼴을 당하자 부라리던 눈을 정면으로 보았다. 분노와 모멸감이 한꺼번에 치솟는 얼굴이었다. ‘시아준수’로서는 보여주지 않는 표정인데, ‘모차르트’로서는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시아준수의 노래만큼이나 시아준수의 표정 연기 또한 세상 사람 모두가 보아야 할 것.

 

피아노 소나타. 연주하면서 이미 얼굴에 그늘진 모습이 마음 아프다. 연주 후, 공연의 여운 느낄 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반응을 살피는 눈도 안쓰럽고. 마지막엔 엄마에게 길게 시선 두며, 상한 속을 애써 추슬려 보려는 모습까지 다 애잔해.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촛불처럼 꺼져버렸어.” 어머니를 굳세게 끌어안았던 손을 제 몸쪽으로 길게 내빼어 그가 바라보았다. 손안에 남은 마지막 온기를 찾는 것처럼 샅샅이. 하지만 없지요. 아무것도.

컨디션 여하에도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이동반경이 줄어드는 법은 결코 없는 시아준수. 오늘도 전심전력, 온몸으로 부딪혀가며 노래했다. 아마데가 그의 손을 뿌리치자, 바로 자신의 팔에 반동을 주어 뒤쪽으로 팍! 쳐내는데 동작을 크게 하여 움직임이 어찌나 돋보이던지. 2층에서 맨눈으로도 보였을 것이다. 이 배우가 지금 어떤 동작을 의도했고, 어떻게 완성해냈는지, 모를 수가 없을 것.

 

나는 쉬카네더. 뒤돌아 연주의 타이밍은 오늘도 가장 처음에, 마을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자 곧장 일어났다. 신이 잔뜩 나서! 

새로운 쉬카네더와의 첫공이었지. 새 사람이라고, 계속해서 쳐다보면서 피아노 치던 시아준수. ㅎㅎ ‘쉬카네더가 어떤 사람인지’ 굉장히 관찰하는 눈빛이었다. 호기심 가득 품은 눈이 좋아서 눈 뗄 수가 없었어요.

나 홀로 춤추며 내지르는 돌고래 소리 끝에는 오늘도 천진한 웃음을 들려주었다.

브라보! 생략은 이어졌지만 통성명은 반말로 돌아왔다. “모차르트야. 연락해.”

 

빈에 남겠어. “아니!” 내지르듯 강하게. 이어서 엄포는 놀라우리만치 부드럽게. “자~유”를 특히나 물결처럼 이어서. 듣기에 새로웠던 오늘.

 

내 운명의 음향은.. 극 초반에 음향이 작은 느낌이긴 했다. 그렇다고 내 운명에서 이렇게 티 나게 키울 줄이야. 음량 커지는 감각이 부자연스러우리만치 선명하게 느껴지면 마음이 차갑게 식는 사람, 하지만 시아준수라는 감동으로 버텼다..

 

누굴까? 피아노 다리에 매달린 볼프강. 외마디 비명이 점점 상세해진다. 안돼! 에서 이건 안돼! 로, 오늘은 다시 “이것만은 안돼!” 로. 하지만 그마저도 전부 앗아가 버리는 악몽. 자기 자신조차도 삼키고야 마는 재능이라는 악몽.

 

‘마술피리’ 작곡.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는 작곡을 할 때만 간신히 숨을 쉬는 느낌이다. 작곡할 때 외에는 무뎌진 신경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해. 콘스탄체의 ‘바덴’이라는 지적에도 버퍼링만 하던 눈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그녀와의 대화에서 벗어나 작곡에 몰두하면서부터는 생기와 웃음이 돌아와. 비록 어딘가 강제된 듯한, 쫓기는 듯한 활기이지만.. 간신히 버티고 선 그가 아슬아슬하여 안타깝기만 해.

 

모차르트! 모차르트! 아마데를 위해 소매를 걷어 올리는 건 이제 걸어 나올 때로 아예 타이밍이 고정된 것이려나. 원래는 피아노에 앉아 작곡할 때였던 이 동작이 공연을 거듭할수록 점차로 당겨지더니 이제는 아예 넘버 시작 전에 오게 될 줄은. 

아, 그런데 오늘도 아마데에게서 빼앗아 든 악보가 거꾸로 뒤집어져 있었다. 이 모습을 목격할 때마다 심장이 따끔해. 그것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나가버린 거야, 그런 거야, 볼프강.. 거꾸로 들린 악보에도 왈칵하는 걸 보면 역시 나는 샤차르트에 과몰입 중인 게 맞다.

 

그밖에.

신이 선택한 남자에서 리듬 타던 상체가 자꾸 생각이 나. 둔, 둔. 박자 맞춰서 둔, 둔!

 

빨간 코트. 얼굴을 감싸 쥐었다가 준쮸꽃 피우며 꽃받침. 꽃받침의 시대가 오래 가는군요.

정직한 가족. 첫 감탄사는 “훌륭해요.” 재차는 “뭐야 이거. ㅎㅎ”

네 모습 그대로. “힘이 장사구나.” / 별난 행동은 오랜만에 파리 잡기.

 


 

7월 9일 (목) 7시

김준수, 김연지, 민영기, 윤영석, 김소현, 전수미, 주아, 문성혁, 이상준, 이서준 / 김문정 음악감독

 

오랜만의 김문정 감독님. 7월 들어서는 처음. 아마 그 탓이겠지. 돌아온 감독님의 연주가 낯설었다. 7월 내내, 특히나 지난주 4일을 연이어 공연하는 동안 부음감님의 오케스트라와 시아준수는 여유를 가지고 극을 정제해가고 있었다. 점차로 느려지는 박자 속에서 시아준수는 음과 음 사이에 감정을 덧대고, 강약으로 노래를 정제하며 ‘느린 박자’로 자리를 잡는 중이었다. 나는 그의 청중으로서, ‘느리고 충분하게 여유로운 박자’ 속에서 자유자재로 노니는 시아준수를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몰아치는 정박과 함께 김문정 감독님이 돌아온 것이다.

부음감님의 박자를 기억하는 시아준수와, 혼자만 빨라진 오케스트라. 감독님의 박자가 정박일지는 모르나, 배우와 오케스트라가 감응하며 쌓아온 시간을 무시하고 혼자만 달리는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 겹치기 스케줄의 폐해를 느꼈다면 비약일까.

하지만 실제로 1막은 적응의 과정이었다. 나는 나는 음악에서,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에서, 내 운명 피하고 싶어에서 매 순간 오케스트라의 박자에 맞추어 달리는 시아준수를 보았다.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가 또 한 번 초연 버전인 ‘의미도 없는 세상인가’가 되었지. 박자 맞추어 달리는 와중에서 본능적으로 초연 가사를 끌어온 것이었다.

정점은 내 운명이었는데, 무자비하게 음표만 때려 박는 템포에서는 그간에 시아준수가 호흡과 호흡 사이에 불어넣었던 ‘느린 생명력’을 살려낼 수가 없었다. 대신 방법을 달리했지. 연주가 몰아친다면, 그 연주 위에서 차라리 확실한 강세를 주는 쪽으로.

 

원캐스트이던 시절 시아준수가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모두 동일한 캐스트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면, 더욱 완성도 있는 공연을 올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했지. 호흡을 나누며 오래도록 함께 달리는 대상에는 배우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역시 포함된다는 걸 깊이 느낀 하루였다.

 

*

 

나는 쉬카네더. 브라보가 점점 길어진다. 오늘은 심지어 세 번 연달아 브라보, 브라보, 브라보~! 

뒤돌아 연주는 당분간은 가장 첫 타이밍, 마을 사람들과 이루어질 모양이야.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아가씨들 타이밍에서 그의 흥이 치솟아 벌떡 일어선 게 아닌가. 신이 잔뜩 나서 어깨를 덩실덩실 웨이브 타듯 흔드는데, 그대로 뒤돌아설 것처럼 즐거워 보였다. 이러다 언젠가는 두 번 뒤돌아 연주하는 날도 오겠다 싶었을 만큼.

어제 신인선 쉬카네더과의 통성명은 반말이더니, 오늘은 또 존댓말로 돌아왔다. “모차르트예요, 좋아요!”

 

황금별. 김소현 남작부인과 전수미 난넬의 조합을 사랑하게 되었다. 오빠와 이 두 사람이 만날 때면, 내 마음도 함께 촉촉해진다. 사랑이 넘치는 두 분, 넘치게 표현하시는 두 분, 볼프강에게 너무나 필요한 조력자 두 분.

 

모두 가짜. 프라토 공원 입성 기념 제스처, 리뉴얼되었다! 두 팔을 위로 흔들고, 발은 방방 띄워 구르지 뭔가. 아이처럼 신난 그가 얼마나 귀여웠는지.

체칠리아와의 재회. “알로이지아는요?” 옛 인연의 안부를 묻고, 결혼했다는 소식에 어제부터 굉장히 상심하는 볼프강. 이전에는 아아, 말을 흐리는 정도였는데 어제부터는 대꾸도 못 하고 얼굴에 잔뜩 구름이 낀다. 순식간에 그늘지는 얼굴이 인상적.

 

신이 선택한 남자. 테이블 쾅! 가슴 쾅! 오늘따라 어찌나 박력 있게 소리를 내던지. ♡

그리고 오늘 확실히 시아준수의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느꼈던 지점이 또 여기였는데. “나의 위풍당당 행진곡~”에서 어제 상체로만 살짝 탔던 리듬을 오늘은 다리까지 접어가며 선보였던 것. 앙상블과 함께 단체로!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시작부, 왼손으로 귓가를 감싸 쥐는 동작. 가발을 정비하는 것인지, 머리를 감싸 쥔 것인지 왼블에서 보아서 자세히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연기로서는 후자처럼 보였다. 신선.

 

친구. 풍차 돌려질 때 술 받아마시면서 꼴깍 넘기는 얼굴 너무 잘생겼다고 한 번쯤은 쓰고 싶었는데 오늘 쓰는 걸로.

 

밤의 여왕. 마술피리를 쥐고 무대를 누비는 볼프강, 하이라이트에서 팔을 홱 소리 나게 쳐냈는데 마치 피리를 검처럼 써서 공기를 갈랐다 여겨질 정도로 날카로운 동작이었다. 음악에 심취하여 제 동작의 크기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 듯했어..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노래가 끝나자, 그제야 긴장이 풀린 걸까. 다리 힘이 풀리며, 자칫 뒤로 넘어갈 것처럼 균형을 잃고 그대로 후루룩 무너져 내렸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마음이 철렁했어.

 

모차르트! 모차르트! 자꾸만 귓가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이명처럼 제 이름을 부르는 모차르트! 모차르트! 소리가 그리도 괴로웠을까. 세상의 소리에 자꾸만 상처를 입고 괴로워했어.

B에서 유독 선명하게 보았던 건 피아노 앞에서 웅크린 채 나오지 않는 펜촉을 연신 두드려대던 얼굴.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가 절박했다. 이대로 더 나오지 않는 순간에는, 바로 숨이 넘어갈 것처럼.

 

모차르트의 죽음. 내 아버지, ‘나의!’ 사랑이 점점 강해져 가고 있었지. 오늘 정점을 찍었다. 그간에는 어미를 올리는 정도였다면 오늘은 비명 하듯 내질렀어. 나!의!!!

“그럼 난 끝이야.” 이어서 검지로 아마데를 콕 찍으며 오늘은 조금 달리 말하기도. “물론, 너도 끝나는 거고.” 웃음기마저도 언뜻 느껴지는 음성에서 자포자기한 심정이 느껴졌다.

 

 

그밖에. 빨간 코트는 오늘도 꽃받침. 정직한 가족. 훌륭해요. 네 모습 그대로. “가끔 천재로 될 때가 있어.” / 별난 행동은 워! 놀래키기.

 

아버지의 죽음은 링크로.

 


 

7월 11일 (토) 2시

김준수, 해나, 손준호, 윤영석, 김소현, 배다해, 주아, 문성혁, 이상준, 김승후 / 구민경 부음악감독

 

빨간 코트. 아픈 척하는 귀여운 속임수가 점점점 길어진다? “아, 얼굴! 얼굴!” 이어서는 여느 날과 같이 화사하게 준쮸꽃받침. ♡

그리고 보았다. D에서 정확하게. ‘맨날 맨날’ 투덜대는 입 모양. 투덜대는 모양마저도 귀여워 어쩜.

 

모차르트는 왔나? 대주교에게 무릎 꿇고 악보 바치는 아버지를 목격한 볼프강. 일시에 온 얼굴로 철렁하더니, 그대로 아버지에게 달려가 말하지 뭔가. “아빠, 일어나세요.”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버지의 절박한 모습을 두 눈으로 보게 된 아들의 마음, 너무 잘 알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정직한 가족. 오랜만에 새로운 감탄사, “원더풀!”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눈맞춤은 웬만해서는 개인적으로만 적어두고 마는데, 이 대목에서가 너무나 뜻밖이라. “희망은 뭐하러 던져주는 거/야-” 에서 그의 눈을 보게 될 줄은! 이 묘-한 감각, 여전히 떨쳐낼 수 없어.

 

나는 쉬카네더. 세상에. 나 홀로 스텝을 밟던 그가 글쎄 숭구리당당 섬머드림 춤을 추지 뭔가! 너무나 오랜만에 너무나 반가운 전매특허 춤사위에 깜짝 놀랐어. ♡ 

꽃받침 앵콜도 자세가 살짝 변했다. 그간에는 다리를 양쪽으로 하여 직각으로 굽혔지. 오늘은 한쪽 무릎은 꿇고, 한쪽 무릎은 세운 로미오 자세를 선보였다. 시아준수의 왕자님 자세, 너무나 좋아해.

 

모두 가짜. 프라토 공원 입성 기념 춤사위는 9일과 같이. 두 팔을 높이 위로 들어 흔들고, 다리는 방방! 오늘은 쉬카네더도 함께! 쉬카네더는 역시 샤차르트를 좋아하지요? 특히나 문성혁 쉬카네더에게서 시아준수의 모차르트를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요즘, 그와 쉬카네더와의 합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점점 커진다.

 

토우바르트에게 소매치기당하면서 오늘 똑 부러지게 말했다. “잠깐만, 내 돈, 내 돈!” 하지만 그뿐이었어. ㅠ

 

신이 선택한 남자. 더~러운 놈?! 의 발끈은 짧아졌어. “더러워?!”

 

네 모습 그대로. 아마데를 짐짝처럼 치워버린 후에 정말 오랜만에 두 손 모아 용서를 구했다. 꼭 쥔 손을 가슴에 대며, 깜찍하게. 자주 보고 싶어요. 자주 보여주세요.

이 넘버에서의 애드립은 항상 해나 콘스탄체와 새롭게 쓰이는 중. “힘이 장사구나.” 머쓱해 하더니, 아무 말 속사포. “사실 훨씬, 훨씬부터 예전에 그랬어야 했는데.. #$%@#%!& 내 말이 뭔지 모르겠니?” 

마무리는 확실하게, 귀엽게.

“나 랩 했지? 방금 ㅎㅎ” 

 

가장 귀여운 순간은 저기 떠 있는 저 별처럼 ‘위대한 작곡가이자!’ 자기소개하며 두 팔을 활짝 펼쳐 보였을 때. 저 하늘의 모든 별 무리를 품을 수 있게 넓게 벌린 팔 안이 마냥 천진하면서도, 동시에 참 크고 넓다는 생각을 했어. 별이 낳은 천재가 맞다니까요.

별난 행동은 워! 놀래키기였는데, 해나 콘스탄체 오늘따라 전혀 져주지 않더라. 으이구! 핀잔으로 대응하는데, 아니 너무나 만만하지 않던 그녀. ㅋㅋ

 

빈에 남겠어. 대사 리뉴얼. “오늘 밤 황제 폐하 앞에서 하기로 한 연주가 갑자기 취소되었는데! 그거 대주교의 소행이지!” 재미있었던 건 아르코 백작이 그의 단어 선택을 그대로 받아서 받아쳤던 것. “아니! 그건 니 소행이지!”

똥냄새! 도 단어를 살짝 바꿔서 “똥쟁이!”

그리고 살짝 음을 당겨서 불렀던 부분, 좋았는데.. 정확한 소절 다시 들어서 찾아야지.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나는, 누구인가.” 검지로 세상을 쿡 찍어서 노려보곤 했던 여기. 오늘은 제 가슴을 내려쳤다. 퍽, 퍽. 너무나 답답하다는 듯이. 속앓이하는 제 심장을 세게도 내려치는 소리가 선명하게 전해졌다.

그리고 나는 역시 내 운명은 느린 박자가 듣기에 좋은 듯해. 특히 도입부, 충분하게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고조되어 가는 노래가 주는 설렘이 좋다. 감정을 눈에 만져질 듯 선명하게 그려 넣는 것, 시아준수가 너무나 잘하는 그것이 극대화되는 지점이기도 하고.

또 하나 흥미진진한 점. 계속해서 변모하는 〈어떻게〉. 이 여정의 끝은 어디인가요?

 

슈테판 대성당. 떠나간 아버지의 영혼을 애도하듯 저 멀리 뻗은 손, 저 먼 곳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게슴츠레했다. 공허하여 텅 빈 눈. 슬픔에 가로막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그가 가여웠다. 

 

난 예술가의 아내라 리프라이즈. “곧 따라갈게.” 따라가겠노라, 노래했어야 했는데. 작곡에 몰두한 나머지 들어갈 박자를 놓치고 말았다. 두 손으로, 입으로 연신 영감을 뱉어내느라 미처 콘스탄체와의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서둘러 음률 없이 대사로만 “따라갈게” 대답할 때까지도 정신없어 보이는 그가 마음 아팠다.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오늘의 D. 덕분에 생생하게 보았다. 콜로레도의 등장에 따른 그의 표정 변화. 마술피리의 성공적인 공연 후 얼떨떨하지만 해맑게 웃고 있던 얼굴이 일시에 굳었다. 짙은 피로감 서린 얼굴이 상대를 감내하듯 한 차례 두 눈을 꾸욱 감았다 떴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웃음의 잔재는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 절대 격하지 않은, 섬세하게 표현해내야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 표정의 변화가 대단히 명료했다.

이 연기는 브라운관으로 담아야 해, 그래서 거대한 스크린으로 두고두고 봐야만 해. 그렇게 생각하며 주먹을 쥐었어. 충격적일 정도로 섬세하고 예민하여, 아름답기까지 했던 표정 연기. 할 수만 있다면 매번 오블에 오고 싶었을 만큼이나 강렬했다.

 

모차르트의 죽음. 잠깐만, 잠깐만. 아마데를 막아서는 손. 숨돌릴 틈을 구하듯, 잠시만 아이를 멈춰 세우는 손동작에 1차 왈칵. 이어서 영감을 꺼내려다 멈칫, 머리 위에 두 손을 올려둔 채로 그대로 굳어서 환청을 찾아 이리저리 고개 돌리는 모습에 2차 왈칵. 

그러나 잦아들지 않는 소리. 그를 겹겹이 에워싼 채 증폭되어가기만 하는 소리. 세상의 소리이자, 그의 내면의 소리. 그 안에 갇힌 채 악상을 뱉어내는 것만이 그 순간의 유일한 구원이던 그가, 피아노 앞에서 웅크린 그의 모습이 유달리 깊이 남았다.

 


 

7월 12일 (일) 3시

김준수, 김연지, 민영기, 홍경수, 김소현, 전수미, 주아, 문성혁, 이상준, 이시목 / 구민경 부음악감독

 

빨간 코트. “아! 나, 나, 나! 손이 아파!” 손을 부여잡더니, 오랜만에 손하트 짠. 

 

나는 나는 음악. 올망졸망 볼프강만 바라보던 아마데를 불현듯 그가 돌아보았다. 마침 한 손으로 막 가볍게 뽑아두었던 신선한 음악이 손안에 있던 차. 아이의 오매불망한 눈을 잠시 보던 그가 씩 웃었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흔쾌한 얼굴로 그가 음악을 손목 스냅으로 던져 주었다. 보통은 어깨부터 써서 팔 전부로 튕겨 보내곤 했던 것과는 다르게, 선심 쓰듯 손목 스냅만으로 통. 세상에. 선선하게 씩 웃는 얼굴과 맵시에 기절. 

 

모차르트는 왔나? 제 음악을 제 손으로 찢어버릴 때의 눈, 왼블에서 정통으로 보았다. 분노와 울분 범벅된 눈에서 천금 같은 제 아이를 내던지는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피아노 소나타. “어제는 신동이라 하더니” 자조하며 쓰게 웃던 입매. 반짝반짝하던 신동에서 누구도 원하지 않는 외톨이로. 그림자 속에서 쓰린 마음을 감내하기 시작하는 볼프강,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아들.

 

나는 쉬카네더. 브라보! 무척이나 오랜만에 1회로 돌아왔다. 머리카락을 수습하느라 그만 브라보에 할애할 시간이 길지 않았던 탓. 

뒤돌아 연주의 타이밍은 그대로였는데, (술은 앉아서 마셨다) 놀랍게도 오늘 아가씨 군단에게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았다. 볼프강, 이런 모습 처음이야. 

숭구리당당 섬머드림 춤은 어제보다 흥이 올랐다.  조금 더 길게, 조금 더 멋대로.

꽃받침 앵콜의 다리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로미오 자세 또 볼 수 있을까요!

 

오르간 연주, 홍경수 레오폴트에게 사소하게 좋은 점은 “내게 진 빚”을 펼쳐 보일 때, 수첩의 백지가 객석에 보이지 않도록 각도를 조절하는 점. 텅 빈 종이가 신경 쓰일 때가 있는 탓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센스. 덕분에 오늘도 마음이 편안했다.

 

모두 가짜. 프라토 공원의 새로운 춤사위, 방방춤이라고 부르자. 오늘은 심지어 쉬카네더가 먼저 시동을 걸던걸. ㅎㅎ 마음 통하는 친구와 함께 순수한 즐거움을 표출하는 볼프강, 너무 보기 좋아요. 그래서인지 오늘 공원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하고 싶어 했다. 의욕적인 얼굴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어! 내 돈!” 이제 계속 분명하게 말하려나 봐. 덕분에 소매치기당하는 순간이 확실하게 전달된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왔다. 이번에는 앙상블이 아니라 쉬카네더에게, 신체절단 흉내를 내면서 즐거워했어. 배를 그으며 슥슥! 일전에 한 번 보고 너무나 좋았던 디테일, 자주 보여주세요. ♡

 

신이 선택한 남자. 이 드러운 놈아! 아르코 백작의 대사를 그대로 받아쳤다. 그래서 귀여웠던 ‘드’러운 놈?!

나의 위풍당당 행진곡은 춤사위 대신 발차기가 되었다. 높이 점프하여 얍!

그리고 신이 선택한 남자에서 두 팔로 가슴 팡! 가볍게! 작게 들렸던 찰싹! 소리만큼이나 경쾌했던 손동작.

(칼날은 하루걸러 하루씩 애를 먹인다. 오늘도 고생했어요.)

 

네 모습 그대로. 아마데를 짐짝처럼 치워버리려던 볼프강. 아마데의 강한 반항에 실감 나는 실랑이를 하던 중 그만 시목 아마데가 폭 넘어져 버렸지 뭔가. 넘어진 아이를 그대로 공주님처럼 안아 들어 수레에 태워 보냈다. 오늘은 용서도 구하지 않고 빠빠이만 건네며 마냥 해맑았던 볼프강.

콘스탄체와는 빗자루로 아웅다웅하다 여느 때와 같이 옆으로 폴싹 넘어졌지. 그런데 오늘따라 두 발을 높이 들며 나동그라진다 싶더니. “나 방금 날았지?” ㅎㅎ

그리고 왼블에서 너무 잘 보였던 섬세한 표정들. 콘스탄체 앞에서 설레는 마음이 시시각각으로 드러나던 얼굴. 분위기가 자칫 너무 진지해질 것 같자 빗자루로 파리 잡으며 장난스레 풀어보던 것까지. 

특히 마지막에 볼프강의 설렘과 긴장이 한꺼번에 느껴졌던 한숨은, 오늘의 각도에서 그 얼굴을 고스란히 바라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라 생각했는지 몰라요. 시아준수 매회 매 순간의 표정 연기를 이렇게 기억으로만 간직해야한다는 게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몰라.

 

내 운명 피하고 싶어. 하이라이트. 베이스의 울림이 오늘 굉장히 강했다. 지진처럼 바닥을 울리던 에코와 함께 묵직한 소리가 노래를 두르고 있었어. 꽤 인상적.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새삼 왼블에서 보기에 아름답다 느꼈던 것. 무대가 돌아가면서 점점 콘스탄체를 바라보고 있는 시아준수의 뒷모습이 정면으로 돌아오는데, 그때 그 뒷모습. 너른 등. 어스름 속 흰 블라우스의 뒤태가 참 아름답더라.

 

그리고 2막에 너무나 손이 머리로 많이 갔지. 구걸편지에서, 혼란에서, 마술피리에서. 쉬운 길에서는 아예 두 손으로 가발을 끄집어 내렸다. 머리를 짚으며 고뇌하는 연기로 덧칠해 보였지만, 가발이 말썽인 게 온전히 숨겨지지는 않았다. 무대 위에서 배우가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할 정도로 소품이 말썽인가 싶어 안타까웠다. 보완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모차르트! 모차르트! 시목 아마데의 표정이 잘 보이는 각도라서 볼 수 있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아마데의 표정들을. 그가 잠자코 작곡을 해도 눈을 부라리고, 아예 악보를 빼앗아 직접 휘갈겨 넣을 때도 노려보던 아이가, 한동안 집중하는 그를 보고는 매섭게 비소지을 때의 놀라움이란!

노래 마지막에 그가 손을 치켜드는 동작에 맞추어 고개를 추켜 올리며 안광을 빛내는 연기까지.. 오랜만에 아마데가 무서운 악몽으로 느껴졌다.

 

커튼콜. 민영기 콜로레도가 시아준수를 커튼 밖으로까지 밀어낸 탓에 시아준수와 관객만의 인사 시간이 주어졌다. ~갑자기 분위기 훠이훠이~ 커튼콜 한정으로 ‘뮤지컬 황금별’이었던 극이 마침내 커튼콜에서까지 뮤지컬 모차르트!로 막을 내린 그 순간이 몹시 기뻤다.

 

그밖에, 오늘 목걸이를 하지 않았다!

정직한 가족. 휼륭해요! 어느 날보다도 마이크를 통하여 또렷하게 들렸던 “아 예쁘다”

빈에 남겠어. 변비쟁이야! 누굴까? 의 요정어: 방금 여기까지 아버지가 계셨었어요

 

내 운명 피하고 싶어로의 표정 변화 / 모차르트의 죽음 / 혼란~ 쓰는 중

 


 

7월 15일 (수) 3시

김준수, 해나, 민영기, 윤영석, 김소현, 전수미, 주아, 김영주, 이상준, 김승후 / 김문정 감독님. 

 

기도하는 마음으로 관람한 1막이었다. 2막은 그 기도의 대답이 되어주었다. 김문정 감독님께 감사를, 시아준수에게 사랑을 전하는 7월 15일의 공연이었다. 

 

*

 

빨간 코트. 프레스토 비바체를 듣는 순간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심각하게 고민하며 소리에 집중하던 중 모차르트 남매에게 불시의 습격을 당했다. 본래 더 큰 세계로 함께 가자며 파리로! 런던으로! 연호했어야 했지.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파리로~”

“런던으로~”

평소처럼 파리를, 런던을 외치지 않았다. 난넬도 볼프강도 부드러운 멜로디로 풀어 노래했다. 가라앉은 그의 소리를 배려하여 전수미 난넬이 자신의 텐션까지 그에 맞추어 준 것이다. 이 사랑의 남매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울컥할 수밖에.

 

정직한 가족. “원더풀!” 가장 최신 감탄사를 끌어온 볼프강, 이어서는 아예 새로운 감탄사까지 들려주었다. “언빌리버블!” 연이은 애드립에 또 한 번 왈칵했다. 애드립을 신경 쓸 여지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시아준수’가 전하는 것만 같아서.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여기서는 확연하게 템포를 늦춘 오케스트라를 들으며 숨을 삼켜야 했다. 빈에 남겠어에서는 심지어 난 자-유-다를 짧게 굵게 맺어준 김문정 감독님의 배려를 만났지.

 

이 모든 배려가 시아준수의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말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를 사랑하고 염려하는 동료들이 무대 위에서 함께하고 있음 또한 전해주었다. 아마 그래서였겠지. 그는 여느 날과 같이 거침이 없었고, 2막에서는 훨씬 나아진 목소리로 극을 이끌어갔다. 콘스탄체, 콘스탄체를 연달아 부르는 음성에 그의 목소리가 조금이나마 돌아와 있어 얼마나 안도했는지.

 

마음 아픈 동시에 감사한 날이었다. 무대 위에서 거의 퇴장하지 않으며, 홀로 80퍼센트에 육박하는 비중을 소화해내는 그이지만 무대 위에서 결코 혼자가 아닌 그를 보았다.

무대 밖에도, 무대 안에도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밖에

내 운명 피하고 싶어. 흡사 초연의 기억을 되살려온 듯한 도입부였다. 그러나 기억은 짧게 지나갔다. 후반부로 향하며 그는 자신의 10년을 증명해 보였다. 무대 위의 그는 항상 ‘어떻게든 제대로 노래해낸다’를 관철하곤 했지. 그 의지에 10년을 더하여 오늘의 그는 ‘어떻게든 무대 위의 볼프강 샤차르트로 남는다’를 지켜냈다.

모든 순간을 볼프강으로 고스란히 살아낸 후 운명을 향하여 뛰어내리는 그를 보며 안도했고, 환호했고, 감탄했다. 진심으로.

아버지의 죽음. 아마데를 검지로 콕 찍어가며 네 번이나 연달아 외쳤다. “너, 너, 너, 너!”

혼란. “너는 악마야!”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머리 짚었던 두 손을 그대로 들어올려서 만세하듯 웃어버렸다. 바웃는 것처럼. 떨쳐내려는 것처럼.

 


 

7월 16일 (목) 7시

김준수, 해나, 손준호, 윤영석, 김소현, 배다해, 주아, 신인선, 이상준, 김승후 / 구민경 부음악감독 

 

좋은 공연이었다. 우선 음향이 좋았다. 음량과 선명도 모두 나무랄 데 없이 크고 깨끗했다. 

집중도 또한 남달랐다. 시아준수의 컨디션이 백 퍼센트 최상은 아닌 날, 공연은 최상일 때와 마찬가지로 내일 없이 하지만 살짝 가라앉았기에 오히려 극도로 섬세해지는 집중도, 16일 공연 전반에 걸쳐서 느껴졌다. 

대단했다. 15일의 연장선이자 마무리 같았던 2막은 특히나 대단했다. 

잊을 수도 없고 잊힐 수도 없는 오늘의 2막. 그중에서도 개인적인 정점은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였다. 버림받은 처절함을 극도의 섬세함으로 써 내려간 오늘의 노래. 온 정신을 모아 정련한 감정, 정제된 섬세함, 오늘의 섬세함! 매회 단 하나의 넘버에 꽃을 던질 수 있다면, 오늘은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일 것이다. 

 

*

 

빨간 코트. “아! 얼굴!” 감싸 쥐었다가 차르르 준쮸 꽃받침. 

아빠의 잔소리에는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질색했다. 맨날, 맨날! 진저리치는 것도 잊지 않고. 

아, 그리고 돌아온 목소리. 프레스토 비바체를 외치는 순간 얼마나 안도했는지. 늘 듣던 대로의ㅡ다소의 까끌함이 있긴 해도ㅡ나는 나는 음악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했는지 몰라. 

 

정직한 가족. 감탄사는 “아름다워요!”로 회귀하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았다. ‘성공~의 길’에서의 잔망스러운 눈 #찡 #긋.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시아준수가 노래를 잘한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자 명제라서, 매일 같이 시아준수의 노래를 듣는 입장에서는 ‘시아준수가 노래를 잘했다’는 감탄의 문장을 적는 건 사실 새삼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간혹 그의 노래가 늘 그랬듯 잘하는 경지를 지나쳐 득도하였다고 깨우치게 해주는 가창도 있으니, 모차르트!의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특히 오늘의 가창은.. 목 상태, 감독에 따라 달라지는 박자, 애초에도 숨 쉴 틈 없는 호흡의 노래. 이 모든 것 위에 서 있었다. 오늘의 노래에 경탄의 박수를.

 

잘츠부르크의 겨울. 그의 술잔을 빼앗아가려다 그만 바닥에 떨구고만 동네 친구. 두 사람 순간적으로 눈빛 교환하던 1초의 정적 잊지 못해. 

 

나는 쉬카네더. 일어서서 머리카락을 입바람으로 후! 불어올리더니, 손끝으로 턱을 슥 닦아내는데 맵시 범벅이었던 찰나에 기절. 

“예술은 고상해야지~” 하는 쉬카네더의 손짓을 따라가느라 기립했던 볼프강. 곧이어 쉬카네더와 얼굴을 나란히하고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이 순간 두 사람의 웃는 합이 꼭 맞아서, 굉장히 유쾌했다. 

뒤돌아 연주의 타이밍은 요즘 늘 그렇듯 처음. 그런데 돌아와 앉아서 앙상블에게 뭐라고 그렇게 길게 말했던 걸까? 입 모양이 무척 바쁘고 경쾌해서 몹시 궁금했다. 

그리고 아가씨 군단과 함께 일어서서 춤을 췄다! 어깨를 좌우로 들썩이며! 너무 예뻤어요.

꽃받침은 한 번만, 뿌잉뿌잉은 귀엽다는 쉬카네더에게(이로써 볼프강, 모든 쉬카네더를 귀여움으로 함락시켰다 ㅎㅎ) 해주었다. 

숭구리당당 춤을 지켜보던 쉬카네더가 “다 했어?” 묻자 개운하게 “네” 대답하던 볼프강. 다소 멋쩍지만 개운하게 웃는 얼굴이 어찌나 순하던지. 

그리고 오늘은 신인선 쉬카네더에게도 존댓말을 해주었다. 쉬카네더에게는 존댓말로 통일하려나 봐.

 

그 누가 나만큼 리프라이즈. 퇴장하는 남작부인 뒷모습을 자꾸 쳐다보며 발동동하는 그가 안타깝지만 너무 귀엽다. 오늘도 아빠 말씀 듣는 와중에 동동동 애를 태웠지. 귀엽게. 

 

모두 가짜. 입성 기념 춤은 생략. 신체절단 흉내도 생략. 문성혁 쉬카네더의 빈자리가 느껴졌던 순간. 

대신 아르코 백작이 당첨되자 두 손을 주먹 쥔 채 만세하여 기쁨을 표현했다. 

 

신이 선택한 남자. 장치를 가르고 걸어 나오는 단 두 걸음이 오늘 왜 이렇게 까리했는지. 까리라는 단어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오른손을 리듬 타며 흔들면서 박자 맞추어 딱 두 걸음 걸어 나오는데 와아..

 

네 모습 그대로. 오늘도 용서를 빌었다. 귀엽게. 깜찍하게. 예쁘게. 

힘이 장사인 해나 콘스탄체를 만나 엎어진 무릎을 자꾸만 조물조물하는 것도 너무나 귀여웠어!

약간은 또 가끔 또 그렇게 천재가 될 때가 있 ‘네?!’의 말투도, 적극적이었던 워! 놀래키기도 귀여워 정말. 

 

내 운명의 표정 변화가 계속 이어진다. 자유를 선포한 후 아마데를 발견하는 순간, 동요하기보다는 각오하는 얼굴을 계속 보여줘. 동요하던 때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표정이 꼭 내 운명의 시즌 2를 보는 느낌이다.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내 심장은 멈췄어.” 심장 바로 위에서 두 손 꼭 쥐고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숨 멈추었던 찰나. 제 심장도 멎었습니다. 

 

구걸편지. 도움을 받겠다며 난입한 베버 가족. 원래 “또요?” 절망하며, 이런 난입이 한두 번이 아니었음을 전달해주어야 하는 볼프강. 그러나 오늘은 악몽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듯 혼미한 얼굴로 제대로 대꾸하지 못했다. 과몰입한 자의 심장을 따끔하게 했던 순간.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두 손으로 머리를 짚더니 제 안의 소리를 쫓아내듯 연신 두리번댔다. 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볼프강이었어.

엔딩에서는 다리가 풀리며 균형을 잃고 앞으로 휘청했다. 넘어지나 싶을 정도로 격한 동작이었다. 찰나의 휘청하는 태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어떻게 이런 동작에서도 아름다움을 살려낼 수 있는지, 대체 시아준수는 어떤 사람인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노래적으로, 손준호 콜로레도와의 듀엣이 사라진 아름다움에서 Life of Joy 로의 급행열차를 타기 시작했다..☆

 

모차르트! 모차르트! 볼프강과 아마데, 그리고 김소현 남작부인이 한 시야였다. 한 손을 지그시 가슴에 포갠 채 애틋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는 김소현 남작부인의 시선에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모차르트! 를 연호하는 세상의 소리와는 다른 따뜻함을 가진 눈이었다. 마치 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도 같은 온도. 마음이 글썽일 수밖에 없었어. 

 

죽음의 아지랑이는 링크로.

 

피날레. 오늘의 과몰입 업데이트. 노래가 전부 끝나고 아마데와 레오폴트는 함께, 그는 홀로. 양자가 반대 방향으로 퇴장하는 것까지 슬퍼졌어.. 퇴장 정도는 함께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7월 18일 (토) 7시

김준수, 김연지, 민영기, 윤영석, 김소현, 전수미, 주아, 문성혁, 이상준, 김승후 / 구민경 부음악감독

 

빨간 코트. “아, 얼굴!” 감싸 쥐었다가, 준쮸꽃 피우며 꽃받침.

16일에 새롭게 보여준 귀 틀어막는 동작을 오늘도 보여주었다. 푸르르르 입술로 투덜대며 도리도리한 후에, 귀를 틀어막고 듣기 싫다는 듯 아아아아. 철없어서 귀여운 아들. 사랑스러운 볼프강.

 

나는 나는 음악. “난 예의도 몰라.” 글쎄 예의도 모른다며 주먹 쥐고 두구두구 솜방망이질을 하지 뭔가. 괜찮아, 볼프강. 귀여운데 예의가 왜 필요해.

 

모차르트는 왔나? 무릎 꿇은 아빠를 일으켜 세우는 볼프강. 7월 11일에 아빠에게 건네는 대사를 유난히 또렷하게 듣고 나서부터 매번 귀를 쫑긋하는데 그간에는 잘 들리지 않다가(하지 않은 날도 있었다) 오늘 다시 명료하게 들었다. “아빠, 일어나세요.”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유난할 만큼 느린 박자에서 노니는 가창. 언제나처럼 최고. 

 

나는 쉬카네더. 뒤돌아 연주하는 중에 좌우로 흔드는 그의 움직임을 따라 피아노가 덩달아 흔들리다, 점점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떠내려갈 것 같은 위태위태함에 앙상블이 피아노의 다리를 덥석 붙잡아 원위치해주었지. 일련의 소요에 뒤돌아 연주하는 그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조심스러워졌다. 흥을 실어 움직였다가, 부드러운 살랑살랑으로 변모했어. 오늘의 사소한 재미.

이어서는 ‘왕자’를 보며 두 팔을 보름달처럼 둥글게 펼쳐 올렸다. (이때 앙상블들이 추는 발레 동작을 따라 한 것이라고. 나는 아마 여기 앙상블들의 군무를 결코 보지 못할 거야..)

 

신이 선택한 남자. 위풍당당 행진곡의 발차기. 오늘은 착지에 맞추어 마지막 음절을 끌어올렸다. 치솟는 음으로 장식한 발차기의 엔딩이 아주 근사했다. 

 

네 모습 그대로. 아마데를 수레에 태워 보내며 오늘도 용서를. 귀엽게, 사랑스럽게. 오블의 좋은 점은 이 얼굴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는 것. 

별난 행동으로는 파리를 잡았다. 파리 잡고는 입술을 모아 날숨을 길게 뱉었다. 긴장을 완화하여 떨리는 마음을 다스리려는 것처럼. 

그리고 컸던 음향 덕이려나. 넌 확실히 돈은 없다는 말에 “아니야아~” 부정하는 목소리가 정말 크게 들렸다. 파리와 같은 음량이었어. 아예 정식 대사처럼 삽입된 느낌이라 듣기에 좋았다. 

 

내 운명 피하고 싶어. 16일에 이어 음량 자체가 상당히 컸다. 애초에 음향이 크면 후반 하이라이트에 이루어지는 음량 조절이 절로 자연스러워진다. 그래서였다. 실로 오랜만에 음향적으로 편안한 내 운명이었다. 16일에도 꽤 자연스러웠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거의 티가 나지 않는다 여겨질 만큼. 기뻤다.

 

사랑의 둥지. 연금 금액 듣고 화들짝 놀란 볼프강. 제 눈을 의심하듯 동그랗게 뜨며, 종이에 얼굴을 파묻다시피 했다. 할 말 잃은 채 살짝 벌려진 입술은 덤.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7월 15일을 기점으로 시즌 2에 돌입한 것이 틀림없지요? 파편처럼 튀어 나가던 반발심이 빗물에 적셔진 것처럼 모두 가라앉았다. 대신 섬세하게 일렁이는 슬픔과 원망, 약간의 체념을 들려준다. 

 

누굴까? 재능상자에 삼켜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다 외친 한 마디, “살려줘!”에 심장이 내려앉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아준수.. 어떻게 말 한 마디로 사람을 이렇게 철렁하게 해. 그가 가여워서 혼이 났다. 대신하여 애원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의 재능에게, 그 자신에게.

 

구걸편지. 오늘도 “또요?” 라고 대꾸하지 못했다. 16일에 이어 연달아 하지 않다니. 음, 바뀐 걸 수도 있으려나?

“가지 마.” 콘스탄체를 바라보는 얼굴이 참 절박했다. 두 팔을 모호하게 벌린 채, 그녀가 자신을 돌아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냥 그녀만 바라보는 모습이 길 잃은 아이 같았다. 

그는 예술가라며 자신을 감싸 안는 콘스탄체의 품에 안기자마자 몸을 웅크리는 것도, 별안간의 노크 소리에 쪼그라든 어깨를 더욱 움츠리는 것도 전부 처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혼란. 노래의 완급조절, 오늘의 신기원. 꼭 잘라서 들을 것.

 

난 예술가의 아내라 리프라이즈. “곧 따라갈게.” 일전에 한 번 들어갈 박자를 놓치고 난 후로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고개 돌려 아예 콘스탄체에게 시선을 둔다. 그녀를 한 번 보고, 자신이 그녀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노라 재차 전하는 일련의 과정을 꼭 거치는데, 아니 글쎄. 그가 콘스탄체를 돌아보는 시간은 아주 잠깐, 숨 돌릴 틈에 불과했건만 그사이를 놓치지 않고 아마데가 성을 내지 뭔가. 그 들으란 듯, 바닥을 퉁 치면서. 나빴어 정말..

 

쉬운 길에서 레퀴엠 의뢰로. 다리 힘이 풀리며 풀썩 무너져내린 볼프강. 처음 보는 모습도 아니건만, 그가 균형을 잃고 휘청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늘처럼 아예 심신을 무너트려 버리면 덩달아 철렁하고 만다. 그를 따라 세상이 꺼지는 느낌, 시아준수 아니면 누가 줄 수 있을까. 

 

모차르트! 모차르트! 아마데의 악보를 통째로 가져가 버린 볼프강. (원래는 아마데가 적는 악보는 그대로 두고, 그 아랫장을 빼내 갔어야 한다.) 종이 뭉치를 전부 들고 작곡에 전념하다가, 문득 아마데를 돌아보며 악상을 의논했다. 그리고는 등 돌리기 전에 자연스럽게 아마데에게로 악보 한 장을 돌려주었다. 이어지는 레퀴엠에서 아마데가 그 악보 위에 나오지 않는 펜촉으로 작곡을 시도해야 하기에, 아마데의 연기에 필요한 소품을 되돌려준 것.

본능에서 꺼내온 것처럼 생생하게 살아서 숨 쉬는 연기를 하지만, 실은 끊임없이 장면과 장면을 연이어 생각하고 있는 배우 김준수가 두 눈에 선연하게 보인 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 악보 뭉치들을 거꾸로 들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그가 악보를 거꾸로 들 때마다 너무 슬퍼서 너무 좋아. 슬프도록 기쁘게 과몰입하게 된다. 그렇게나 정신이 없는 거야, 볼프강.. 하면서.

 

모차르트의 죽음. 신기할 만큼 대단했던 오늘. 분명 아마데에게 대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내 피는.. 이미 다 말라버렸어, 내 피를 얻어가려면.. 이젠 내 심장을 찔렀어야지) 문장이 꼬이면서 감정선 또한 덩달아 가라앉은 그였다. 모차르트! 모차르트! 에서 레퀴엠을 작곡하는 과정에서부터 감정을 고스란히 끌어와야 하는 장면이므로, 꼬인 대사를 재차 로딩하느라 생긴 감정선의 공백이 아무 여파가 없을 수는 없었다. 이어지는 나는 나는 음악 리프라이즈의 도입은 지난 공연들에 비하면 확실히 건조했다. 

그런데, 감정이 돌아오기까지, 아니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단 두 소절이면 되었다.

너무나 중요한 장면에서, 모두가 숨죽여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에 자칫 손안에서 빠져나갈 수도 있었을 감정을 궤도 위로 되돌려놓는 건 물론 여느 날과 다름없게 완성하기까지, 노래 전부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실로 엄청난 집중력과 천재적인 몰입이었다.

얼마나 울고, 어떻게 울었는가 하는 단편적 비교로는 말할 수 없는 ‘샤차르트의 레퀴엠’, 명불허전. 그는 시아준수였다.

 

 

그밖에 혼란은 링크로.

정직한 가족. 훌륭해요!

빈에 남겠어. 똥이나 처먹어라 이 똥싸개야. 변비냐?!

오늘 쉬운 길에서 두 손으로 가발 각도 조정하는 것, 조금 귀여웠다. 티가 워낙 많이 났어서.

 


 

7월 22일 (수) 3시

김준수, 해나, 민영기, 윤영석, 신영숙, 전수미, 김영주, 문성혁, 이상준, 김승후 / 김문정 음악감독님.

 

그의 목소리가 좋았다. 쏟아지는 음향에서 장대할 만큼 풍부한 소리가 들렸다. 빗소리, 바람 소리, 폭포 소리. 자연의 결 많은 소리들을 모두 머금고 있었다 하면 알맞은 표현일까. 넓고 넓은 소리의 결이 실로 ‘끝나지 않는 음악’이었다. 

지난주 이 시간의 빨간 코트를 모두 되돌려받았음은 물론, 탄탄한 울림의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그리고 내 운명이었다.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가 얼마나 감탄스러웠는지. 내 운명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특히 내 운명의 울림통 세상에. 건강하고 단단한 결이 용솟음하는 감각, 세상에. 단언컨대 오늘만큼은 시아준수 목소리가 그의 얼굴보다 잘생긴 날이었노라 말할 수 있다.

 

*

 

빨간 코트. 어김없이 얼굴! 외치며 감싸 쥐었다가 준쮸 꽃받침으로 시작된 오늘.

부루퉁한 입술, 이어서 맨날, 맨날 투덜대는 입 모양, 마지막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아아아 들리지 않는 척하기가 완전히 세트로 자리를 잡았다. 퉁퉁 부풀린 얼굴이 예뻐서 이 순간을 기다린다는 것, 시아준수도 아려나.

 

나는 쉬카네더. 피아노 앞에 자리 잡은 볼프강. 연주에 앞서 두 손을 탈탈 털어가며 준비운동을 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았나 봐. 오랜만에 셀프 원샷(일어서서)을 한 건 물론! 일어선 채로 술을 받아마셨다. 왕자의 발레 동작을 깨알같이 따라 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그 누가 나만큼 리프라이즈. 세상 억울하고 원통한 얼굴이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도 되는 걸까?

 

모두 가짜. (문성혁 쉬카네더와 함께가 아닌 탓에) 공원 입성 기념 춤은 추지 않았다. 대신 아르코 백작이 당첨된 걸 기뻐하며 배를 쓱쓱 가르는 신체 절단 흉내는 잊지 않았다. 절단이, 고정된 걸 축하해. 

체칠리아 베버와의 재회. 어디서 지내냐는 물음에 평소처럼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한 손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기억을 로딩하다가, 마침내 생각난 듯! “...콜로레도 대주교 관저에서요!”

 

신이 선택한 남자. 위풍당당의 발차기는 오지 않았다..! 아니, 정착된 게 아니란 말인가!

 

네 모습 그대로. 대신 용서 빌기는 왔다. 이대로 고정이 되면 좋을 텐데요. 두 손 모아 깜찍하게 용서 빈 후 오늘은 너스레 떨듯 두 팔을 가로 넓게 벌리기도. ♡

넌 돈은 없다는 콘스탄체의 말에 억울한 얼굴로 “아니야~” 대꾸하는 음성이 오늘도 꽤나 크게 들렸다. 심지어는 그다음의 중얼거림도! 정확히 뭐라 말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없네..”처럼 들렸는데 과연?

 

사랑의 둥지. 난감한 얼굴로 끙끙대던 그가 “안돼…” 중얼거리며 등받이로 몸을 풀썩 쓰러트렸다. 이렇게 뒤로 완전히 넘어간 건 처음. 오늘 정말 많이 상심했구나, 볼프강.

 

친구. “다음번 연주회는 더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아마데를 달래듯 말한 후에 먼저 그의 깃펜을 빼앗고, 악보를 들었어야 하는데. 오늘은 악보로 먼저 손이 갔다. 그리고 악보에 손을 대는 순간 깨달았지. 깃펜을 빼앗아 쥐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평소보다 악보를 길고 깊이 들여다본 후에, 제대로 쥐고 깨닫는 연기로 전환해냈다. 보기에 소소하게 즐거웠던 부분.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가련하였으나 꿋꿋한 소신이 느껴지는 오늘의 노래에서 들렸다. 자기 소신의 강경함.

그리고 요즘 여기서 가장 슬픈 부분은 노래가 끝난 직후. 어느새 어두워진 주변 풍경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둠 속에서 두리번대는 눈이 참 허망해서.

 

아버지의 죽음. 너, 너! 아마데를 단죄하듯 검지로 찍으며 단말마를 토하던 볼프강, 털썩 무릎으로 내려앉았다. 그와 동시에 상체 또한 앞으로 고꾸라졌다. 엎드리듯 그렇게, 몸을 앞으로 전부 무너트린 채로 웅크렸다. 이제껏 본 중에 가장 작고 가장 웅크린 등이었다.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콜로레도의 등장, 대주교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가 질색하며 고개를 돌렸다. 정말 순식간에. 혐오에 가까운 즉각적인 반응이었다.

그리고 말할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빛깔의 사라진 아름다움이었다고.

 

모차르트! 모차르트! 나오지 않는 펜촉을 두드리던 눈, 다급한 손과 울 것만 같던 얼굴. 이지러진 눈썹과 불안정하게 굽은 등. 아마데와 엇비슷한 각도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로 가여운 등이었다.

 

 

그밖에. 

정직한 가족. 아름다워요!

빈에 남겠어. 똥이나 처먹어라 이 똥싸개야! 똥냄새 씨!

 


 

7월 23일 (목) 7시

김준수, 해나, 손준호, 윤영석, 김소현, 배다해, 주아, 신인선, 이상준, 김승후 / 구민경 부음악감독

 

 


 

7월 24일 (금) 8시

김준수, 김연지, 민영기, 윤영석, 김소현, 전수미, 주아, 문성혁, 이상준, 김승후 / 김문정 음악감독

 

나는 나는 음악. “지루한 건 정말 질색이야 싫어”에서의 손목 스냅. 일전에 단 한 번 보여준 그 스냅이 살짝이나마 왔다. 반가워서 발동동.

 

엄마의 죽음. 계단 앞에 서기 전이었다. 살짝 엄마 쪽으로 둔 시선에 나도 모르게 울컥해버렸다. 항상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을 텐데.. 의기소침한 어깨가 여실한데도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는 아들이 안쓰러워서 그만.

 

나는 쉬카네더. 손을 털어 준비운동을 마친 볼프강, F~ 쉬카네더의 주문에 검지를 콕 찍으며 눈으로 대답했다. 노 프라블럼!

준쮸꽃받침을 귀여워하는 문성혁 쉬카네더를 향하여는 어김없이 앵콜 꽃받침을 해주었는데, 오늘은 유독 쉬카네더를 향하여 얼굴을 불쑥 들이미는 게 아닌가. 꽃받침 코앞 뷰가 심히 궁금했습니다.

 

황금별. 10년 전의 그에게는 강하고 단단하여 추진력 있게 등을 떠밀어주는 신영숙 남작부인의 황금별이 크나큰 동력원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꼬박 10년. 이제는 강하기보다는 부드럽고 단단하기보다는 촉촉한 정반대의 목소리가, 익히 알던 황금별과는 다른 새로운 감회를 준다. 

짧다 할 수 없는 시간을 표류하듯 거침없이 살아온 지금의 그에게, 지난 시간 동안의 당신 더할 나위 없었노라는 위로를, 새로운 남작부인에게서 듣는다.

 

그 누가 나만큼 리프라이즈. 오랜만의 전수미 난넬. 지극한 사랑이 어린 눈으로 아버지의 역성을 드는 누나. 그래서였다. 그런 그녀라서 그의 배신감이 더욱 컸다. 어떻게 누나마저. 어떻게 전수미 난넬 당신마저. 온 얼굴로 그가 외치고 있었다. 제 양쪽에서 숨통을 조이는 부녀를 향하여.

 

모두 가짜. 아니! 문성혁 쉬카네더와의 만남인데도 입성 기념 춤을 추지 않았다. 힝입니다..라고 여기는 찰나, 우와아아! 감탄한 그가 다리를 A자로 수줍게 모은 채로 상체를 접었다. 그 풋풋한 자태에 기절하고 말았어요.

 

우리 집으로 오라는 재촉에는 말을 더듬었는데ㅡ“그..그..그래!” 그 말투를 아르코 백작이 그대로 따라 했다. 무려 두 번이나. 그리고 보았다. 현실 웃음이 터져버린 시아준수.

그뿐이 아니었다. 유난히 웃음 장벽이 낮았던 오늘의 객석에도 웃음꽃이 만발했다. 왁자지껄한 무대 위와 연신 웃음 터지는 객석. 무대와 객석이 사이좋게 머리를 맞대고 웃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시아준수의 기분이 좋아 하이 텐션을 찍은 신이 선택한 남자!

 

신체 절단 흉내부터 달랐다. 쉬카네더를 향하여 날듯이 뛰어가서 상큼하게 쓱싹했지. 위풍당당 행진곡의 발차기도 시원시원했고, 아르코 백작을 가르며 걸어 나올 때 통통 뛰는 땜삥감의 리듬은 정말! 박자 타는 몸짓과 빙글빙글 돌아가는 손목이 예사롭지 않았다.

 

빈에 남겠어. 김문정 감독님의 빠르게 쪼개는 박자가 시아준수의 널따란 동선과 매우 잘 어울리는 넘버. 긴박하기까지 한 흥미진진함을 오늘도 절감했다.

고공행진 하는 텐션은 그 기세를 이어가서 애드립 또한 리뉴얼되었다. 똥이나 처먹어라 이 똥싸개야. 똥냄새 씨! 안 닦았냐?!

 

그리고 좋았던 내 운명으로의 길목. “아니!!” 강하게 내지른 후에 유독 길고 그윽했던 선포. “난 자아~유다.” 잘라서 듣자.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오늘 도입부의 얼굴 왜 이렇게 어린내가 났을까. 정말 D에서 보는 도입의 얼굴이 너무 좋다. 정갈한 사랑의 얼굴. 내 운명 사랑해.

“죽음보다 못한 삶도.” 홀린 듯 목으로 가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제 목을 조르듯이 덮은 손이 그 순간 너무나도 커 보였다. 제 손으로 제 목을 감싸며 몸부림치는 그를 보는데, 숨 막히는 감각이 내게로까지 전이되었다.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너를 좀 더 알고 싶어.” 콘스탄체를 연신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얼굴이 세상의 사랑을 모두 녹여내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상냥하게, 그녀의 손을 다잡아가는 얼굴. D의 각도 너무나 사랑해..

 

또 하나의 사랑의 얼굴은 사랑의 둥지에. 끌려가는 콘스탄체를 보고 놀라는, 걱정 함빡 담은 얼굴. 오늘은 특히 당장에라도 콘스탄체에게로 달려갈 듯 몸을 앞으로 빼기까지 해서 더욱 드러났지. 사랑의 열병을 앓는 잘생김이.

 

친구. “이 돈 다 쓴다?” 들리지 않는 물음을 등 뒤에 둔 채 그가 악보를 움켜쥐며 외쳤다. “브라보!” 그리고는 됐다! 됐다! 하는 동작으로 악보를 가볍게 팡! 한 손으로 내려쳤다. 종이와 마찰하는 경쾌한 소리가 생으로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김문정 감독님의 빠른 박자가 좋은 넘버 둘. 많이 들었던 탓도 있겠지. 이 박자의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를 들으면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이랄까. 머리가 기억하고, 추억이 보증하는 박자. 그래서 청각 또한 절로 반응하는 속도.

 

구걸편지. “가지 마..” 콘스탄체의 품으로 파고들며 그가 몸을 웅크렸다. 그녀의 품 안에 자신을 숨길 기세로 제 몸을 꾸깃, 또 꾸깃. 그럴 수가 없는데도 연신 웅그리는 몸짓이 무척 가여웠다.

 

아버지의 죽음. 여기서는 왜 그렇게 크게 운 거야.. 마음 아프게. 으헝헝 선명한 울음소리에 마음이 아팠어요..

 

슈테판 대성당. “마~음” 굳게 먹고서 겸손하라 하셨지. 마음 단 두 음절로 공간을 다 채운 그윽함, 잊지 못할 것.

 

혼란. 스쳐 가는 기억들, 추억이라고는 할 수 없는 잔인한 파노라마, 악몽 같은 제 분신 아마데, 귀를 틀어막아서라도 멈추고 싶은 황금별.

그 끝에서 그가 도망쳤다.

비척비척 걷다가, 따라오는 아마데를 흘긋 보고는 서둘러 몸을 뺐다. 어둠이 자신을 삼켜주기를 바라며 두 번 뒤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타다닥, 황망하고 빠른 걸음.

이런 식의 도망은 처음이었다.

 

‘마술피리’ 작곡. 이제 작곡해야지? 채근하는 쉬카네더를 지겹다는 듯 지친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눈앞에 마술피리를 내밀자, 츄르를 만난 고양이처럼 반짝! 반색하는 얼굴. 안타까우나 귀여웠다.

그리고 항상 생각하는데 이 대목에서 시아준수 얼굴 진짜 말쑥하게 예쁜 거 알아요? 무대에서 내내 머무느라 땀과 눈물로 범벅인 얼굴이 ‘마술피리’라는 치트키를 만나 강제로 각성 당한 채 빛을 내는 데 정말 예쁘다고요.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대주교 앞에 고개 숙이라는 아르코 백작의 말에 그가 기가 찬 듯 웃었다. 어이를 잃은 얼굴이 헛웃음을 토해내며 말했다. “뭘 더 원하시나요, 콜로레도 대주교님?”

콜로레도와 대치하는 마지막 하이라이트. “전부 내 몫의 결정!” 에서는 검지로 그를 콕 찍으며 반발하기도! 

 

콜로레도 앞에서는 끝까지 버티고 섰으나, 혼자가 되자마자 끈 떨어진 인형처럼 힘이 톡 풀리며 무너지는 볼프강. 그래도 요 며칠은 한쪽 다리나마 세워 버텼지. 오늘은 두 다리 모두 풀린 채로 주저앉았다. 한쪽으로 가지런하게 접힌 다리가 인어공주의 자세와도 꼭 같았다. 그래서 더 가녀리고, 더 최후에 다다른 느낌을 주었다.

 

모차르트! 모차르트! 금주 들어서는 계속 아마데의 악보를 통째로 빼앗아갔던 그였는데(그래서 중간에 뒤돌아 악보 한 장을 꼭 아마데에게 되돌려주곤 했다), 오늘은 피아노 위에 놓인 악보에다 악상을 휘갈겼다. 

그리고 귀엽고도 반가웠던 장면. 레퀴엠 의뢰를 받고 걸어 나오며 미처 소매를 푸르지 못했던 것을 작곡하다 발견한 시아준수. 펜촉을 휘갈기던 중 소매가 단단히 여며진 것을 확인하고는, 소매를 한 번 뒤적이더니 토독. 정말 오랜만에 작곡하며 소매를 풀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히괜지 반가웠던 찰나.

 

나는 나는 음악 리프라이즈. 서두르지도 몰아치지도 않았다. 조곤조곤 호흡하듯 써 내려가는 노래는 대번에 7월 16일을 떠올리게 할 만큼 섬세했다. 동시에 가녀리면서도 청아했다. 가루처럼 고운 목소리가 그 옛날 어린 시절의 나는 나는 음악을 되살려왔다. 아름다울 정도로 수미쌍관을 이룬 목소리였다.

긴 세월 동안 풍파에 지치고 꺾였으나, 그의 본질을 이루는 ‘음악’이라는 영혼은 낡지도 닳지도 않은 처음 모습 그대로였다. 그것을 보았다.

 

그밖에

빨간 코트. 준쮸 꽃받침.

정직한 가족. 아름다워요. 훌륭해! 브라보도 살짝 뜸을 들였다가 굉장히 격양된 톤으로!

네 모습 그대로. 진짜 놓으면 어떡해. 워! 놀래키기

 


 

7월 26일 (일) 2시

김준수, 김연지, 민영기, 윤영석, 신영숙, 전수미, 주아, 문성혁, 이상준, 김승후 / 구민경 부음악감독

 

빨간 코트. 새삼 감탄한 상자로 ‘날아드는’ 동작. 빨간 코트를 꺼낼 때도, 거울을 들 때도 절대 그냥 가지 않는다. 상자 쪽으로 가볍게 도약하여 폴싹 내려앉는데, 이 ‘날아드는’ 동작이 얼마나 가볍고 상큼하던지! 볼프강도 요정과가 틀림없어요.

아아아 귀 틀어막으면서는 몸부림하듯 허리를 한껏 뒤로 젖혔다. 볼프강, 유연하기까지. 

 

나는 나는 음악. “난 철학자 아냐”의 찡긋. 아무것도 난 모른다며 통 던져준 영감. 아무것도 몰라도 멋진 건 너무 잘 아는 볼프강, 너무나 근사했다. 

 

그 누가 나만큼. “장대한 심포니와 콘체르토 오페라를~” 까지 단숨에 흘려내고 나서 심호흡하는 동안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들의 귀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조금이나마 진정된 눈이 점차로 ‘가족’을 떠올리며 기세를 누그러트렸다. 

그래, 음악도 사랑하지만 가족 역시도 그에게는 소중했다.

“사랑해요.”

부드럽고 애정어린 목소리로 그가 대답했다. 

 

정직한 가족. 통으로 리뉴얼된 감탄사. 발음을 살려서 beautiful~ unbelievable~!

그리고 성공의 길에서 한쪽 눈썹! 을 끌어올리는 것 같았는데 나는 왜 생눈으로 보고 있었을까요..

 

나는 쉬카네더. 정말 야무지게 손을 탈탈 털어 준비운동을 마친 볼프강, 오늘도 무척 신이 났지요. 일어서서 어깨를 좌우로 들썩이며 한참 춤을 추다, 뒤돌아 연주로 진입했다. 무척 오랜만에 왼블이라 뒤돌아 연주하는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헤- 모양으로 크게 벌린 입 모양이 세상 즐거워 보였다.

 

황금별. 왼쪽 모서리(A)로 튼 얼굴이 벽을 향해 뭐라 뭐라 중얼거렸는데, 평소보다 길고 빠르며 억울해 보이는 입 모양이 너무나 궁금했다.

 

모두 가짜. “그, 그, 그래!” 오늘도 그의 대사를 그대로 받아친 아르코 백작 덕에 보았다. 흐뭇한 광대. 약소하나마 터진 진짜 웃음에서 시아준수가 보였지. ♡

 

빈에 남겠어. 24일, 김문정 감독님의 박자가 이 넘버에 꼭 맞는다고 느끼기가 무섭게 오늘은 다시 부음감님의 박자로 돌아온 빈에 남겠어. ‘느려서 갑갑하게’ 느껴지는 넘버가 있다면 그중 으뜸은 이것일 것. 느리게 흐르니, 텐션이 살지 않는 느낌이었다. 갑갑한 동시에 안타까웠다. 금주는 특히나 매일 감독님이 바뀌는 탓에 듣는 입장에서도 매번 적응을 해야했던 한 주였다. 듣기만 해도 오가는 박자가 혼란스러운데, 오케스트라와 직접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 배우들은 오죽할까 싶어서.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오랜만의 B. 그래서 오랜만에 정면에 가까운 각도로 볼 수 있었던 ‘아마데를 발견한’ 얼굴. 여전했다. ‘그럼 그렇지.’ 각오를 다잡는 얼굴이 마지막 기억 그대로 단단했다.

 

빈으로 간 레오폴트. 재능상자를 내밀며 그가 웃었다. 빵실빵실 예쁘게, 애교부리듯이 아이처럼. 애써서 웃어 보인 얼굴은 아버지의 손이 제 마지막 희망에 닿자 더욱 화사해졌다. 이대로 아버지가 받아주면 되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바닥에 처박힌 마지막 한 수와 함께 가장된 웃음도 고꾸라졌다.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시작에 앞서 그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울컥 치민 얼굴은 울음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느꼈다. 오늘의 감정, 빠르구나. 이어서는 깊이 잠긴 마음에서 피어난 노래였다. 느리고, 진득하며, 서두르지 않았다. 차근차근 애원했고, 차근차근 원망했다. 훌륭했다.

 

격양된 마음을 간직하고도 서두르지 않고 겹겹이 칠한 노래의 감정은 짙었다. 그랬기에 노래가 끝나고도 이어졌다. 바로 다음 넘버,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리프라이즈까지. 

걸어 나오는 얼굴이 이미 흠뻑 울고 있었다. 네모꼴로 처진 입술이 여느 날과는 다르게 한참을 앞서 울고 있다 느끼기가 무섭게 젖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 모습 그대로.” 음절마다 울음 묻은 숨결의 노래는 처음이었다.

 

누굴까? 테이블을 쫓아 달려갈 때의 속도, 그라운드의 단장님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빠른 질주. 너무나 사랑하는 대목. 반드시 망원경을 내려놓고, 비거리를 체험하듯 바라봐야만 하는 곳.

 

혼란. 신영숙 남작부인의 황금별이 울먹하여 촉촉하였다는데.. 나는 듣지 못했다. 이때 즈음에 망원경과의 불협화음으로 머리가 너무 아팠어서 흑흑.. 

청력을 잃고 사수한 시각. 요즘의 그는 진저리치며 운다. 상황에, 현실에, 운명에 질색하며 엉엉 울어. 

 

또 한 번의 질색은 콜로레도와의 마지막 대면에서.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콜로레도의 존재를 인지하자마자 홱 돌아서서 대번에 얼굴을 굳히는데, 단호하기가 그지없다. 오늘은 입술을 꾹 다물고 한 차례 심호흡하기도.

 

모차르트! 모차르트! 물기 묻은 얼굴. 웃는데 우는 얼굴. B에서 보게 되는 뒷모습에 가까운 옆얼굴로도 보였다. 찡그린 눈매에서 그가 울컥하고 있음을, 웃다가도 자꾸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 중임을.

 

모차르트의 죽음은 링크로. 

 

 

그밖에

빨간 코트. 오늘은 손하트. 

네 모습 그대로. 진짜 놓으면 어떡해.

빈에 남겠어. 똥이나 처먹어라 이 똥싸개야! 똥냄새 씨! 안 닦았냐?!

구걸편지. “구걸편지 더는 못 써요!” 꽤나 강경하게 버럭했다. 전혀 먹히지는 않았지만.

마술피리, 정말 오랜만에 들은 “훨씬 좋아요.”

밤의 여왕. 필사적인 볼프강, 필사의 달리기, 필사의 지휘. 

 


 

7월 28일 (화) 7시

김준수, 김소향, 손준호, 홍경수, 김소현, 배다해, 주아, 신인선, 이상준, 김승후 / 김문정 음악감독

 

빨간 코트. 반갑고도 기쁜 오늘의 소소한 애드립. “쓰기만 하면 ‘끝!’”을 콕 찍어 올리지 않고 부드럽게 멜로디를 입혀 맺었다. 고운 목소리가 너무나 예뻤어요.

“내가 그런 놈을 위해 세레나데를 쓰다니!” 늘 기가 차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려 보이긴 했지만, 오늘처럼 분명하게 헛웃어 보인 건 또 처음.

 

나는 나는 음악. 오늘의 잔망! 오늘의 귀여움! “난 항상 ‘거기’에 있지” 검지로 땅을 콕콕 찌르며 바로 거기라고 보여주는 얼굴이 어찌나 장난스럽게 웃고 있던지. 이어서 “난 예의도 몰라~” 두 손을 펼쳐서 핑글핑글 정신없이 돌리는 모습은 그 말 그대로 자유분방하기 그지없었다.

무엇보다도 오늘의 박자 쪼개기, 신들린 듯했다. 특히 악보를 빼앗아 들 무렵부터는 대체 이것이 사람의 경지인가 싶었으니.. 부음감님과 확연하게 다른 김문정 감독님의 박자에 맞춘 특유의 밀당이었다. 한 템포 먼저 달렸다가도 음을 끌어 연주를 기다리고, 연주를 먼저 보내는 듯하다가도 금세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유롭게 위치를 바꾸어가며 노닐었다. 통통 튀는 생기발랄함, 잔뜩 꾸민 음으로 치장하였다가도 무구하리만치 맑아지던 변화무쌍함.

진짜 ‘음악’이 무대 위에 있었다. 

 

모차르트는 왔나? 레오폴트와 가발로 실랑이를 한 끝에 머리카락이 두 가닥 일어나 뻗어버렸다. 그래서 대주교를 만나는 내내 다소 산발이었어. 직전에ㅡ나는 나는 음악에서 그가 말한 ‘난 예의도 몰라’가 현실화된 순간. 매우 그럴 듯했다.

더불어 “아빠, 일어나세요.”의 선명함이 역대급으로 갱신되었다. 베버 자매들에게 건네는 “아, 예쁘다.” 또한. 

 

얼마나 잔인한 인생인가. 들은 중 가장 신들린 박자 쪼개기의 가창이었다. 이거지! 를 연발하며 주먹 쥐게 할 만큼 짜릿했어. 박자 위를 물결처럼 노닐며 파도타던 음성. 전율 그 자체였다.

마지막에는 매우 곧고 높게 뻗어올린 혼-자-‘야’까지.

잘라서 듣자. 

 

나는 쉬카네더. 김문정 감독님 더하기 신인선 쉬카네더의 조합은 시아준수가 너무나 바빠지는 날. 오케스트라보다도 빠른 쉬카네더의 대사 흐름에 평소처럼 빨간 코트를 갖추어 입고 피아노에 자리잡을 시간이 없었다. 코트를 입자마자 객석을 향해 선 상태 그대로 “브라보~ 브라보~” 

그러니 요즘 꾸준히 보여주었던 손 탈탈 준비운동을 할 턱이 있었을 리가.

솟아오르는 지팡이를 보고도 감탄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정확히는 아예 그쪽으로 시선을 둘 틈이 없었다. 오케 자체의 박자도 빨랐고, 신인선 쉬카네더의 노래는 그보다 더 빨랐기에 그와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탓.

덕분에 오늘따라 연주에 몰두하는 얼굴을 오래 보았다. 음을 깨물었다, 뜯었다가, 얼굴로 다채롭게 여러 표정을 보여주었어. 압권은 본격적으로 노래가 시작될 무렵에. 문득 고개를 들어 쉬카네더에게 넌지시 시선 두었던 얼굴이 진짜 진짜 진짜 말도 못 하게 잘생겼던 것. 무심하게 주시하는 얼굴이 와, 정말.

뒤돌아 연주에 앞서서는 입을 헤 벌린 채 감탄하며 즐거워 하다가 26일처럼 어깨를 들썩여가며 리듬을 탔다. 이 간단하게 리듬 타는 동작에서도 맵시가 철철.

마이크 음량이 전부 꺼지지 않은 덕에 또 들렸던 것. 숭구리당당에서 ‘숭구리~’ 추임새 넣는 목소리! 세상에, 이걸 들을 줄이야. 

 

황금별. 시아준수와 김소현 남작부인, 두 사람이 나의 시야에 함께 머무를 때마다 마음이 너무나 벅차요. 예쁜 사람 더하기 예쁜 사람. 반짝임 더하기 반짝임.

A쪽으로 몸을 완전히 틀어서는 정말 뭐라고 말하는 걸까? 속닥이는 음성이 얼핏 ‘가고 싶은데 왜..&₩@..’ 이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는데 과연. 🤔

 

그 누가 나만큼 리프라이즈. 볼프강, 그렇게 말하면 안돼! 만류하는 누나를 뿌리치는 동생, 오늘 무척이나 질색을 했다. 그래도 누나에게는 순한 동생이었는데, 오늘은 썩 그렇지도 않았다. 거부하는 몸짓이 완강했고, 누나에게도 파고들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누이의 두 번째 문장ㅡ네가 항상 말했잖아. 하느님 다음으로 소중한 사람ㅡ은 제대로 맺지도 못하고 끊어졌다. 

 

모두 가짜. 평소처럼 멋지게 고뇌하는 척하며 손으로 이마를 짚는 대신, 두 손을 연신 비비더니 수줍게 “그..그..그래.” 

 

신이 선택한 남자. 목마 타고 신난 볼프강. 흥겹게 지휘하던 중에 누군가를 보란듯이 검지로 콕 찍으며 웃었는데, 누굴 가리킨 것이었을까?

참 쉬카네더 지팡이의 도움 없이 무대 위로 날아오르듯 도약했던 날랜 몸놀림도 잊지 말 것.

 

네 모습 그대로. 이제는 매번 아마데에게 용서를 빌지. 오늘은 조금 더 열성적이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손을 동그랗게 맞잡아 보인 건 물론, 두 손을 곧게 펴서도 모았다. 잔망 더하기 잔망이었다.

 

빈에 남겠어. “아니지!” 아르코 백작의 일갈에 어깨로 놀라던 몸짓. 화들짝 떨던 어깨가 너무나 리얼했다.

 

내 운명 피하고 싶어. 오늘은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시아준수 얼굴 만만세.

소리보다 얼굴에 집중하게 되는 날이 시아준수의 공연을 보다보면 꼭 있기 마련인데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간신히 기억에 남겨둔 소리는 아마데에게 찔린 직후. 날 죽이고 말 거야부터 피해서 살 수 있을까아아아에서 끝까지 끌었던 음성.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내 심장은 멈췄어.” 두 손을 심장 위로 곱게 포개었다가, 풀지 않고 그대로 내렸다. 수줍게 꼬옥 맞잡은 손으로 마저 노래했다. 사랑스러웠어.

그리고 평소 쉼표를 두었던 부분을 끊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서 노래했던 소절이 있었는데, 정확한 가사는 다시 들어서 찾아보도록 하자.

 

친구. 악보 팡! 치는 소리가 왜 이렇게 경쾌하여 듣기 좋은지 모르겠다. 오늘도 소소한 카타르시스.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2막 들어 음향이 대단히 나의 취향적으로 좋아졌는데, 이 넘버 하이라이트의 에코만은 예외였다. 증폭하는 에코와 더불어 갑작스럽게 빨라지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또한.

음향과 오케스트라를 따라 그의 노래도 급변했다. 시작부에는 의심의 여지없이 섬세하고 서글픈 호수였는데, 여러 환경을 흡수하여 급류로 변모한 것.

“사랑해줘요 내 모습.” 마지막에 호흡 끝까지 차오른 감정을 삭이느라 그 어느 때보다도 오래 지체해야 했을 만큼.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리프라이즈. “이- 모습 그-대로.” 울먹거림이 이어졌다. 다만 26일과는 달리 오늘의 노래는 울먹거림을 ‘연기’하는 것처럼 들렸다. 26일 이후로 고정 디테일로 선별된 것인지 추이를 지켜보아야 하겠다.

 

아버지의 죽음. 너, 너, 너. 시작은 울분에 찬 검지였다가 점차 힘이 빠지며 촛불처럼 꺼져버렸던 생명력. 소리내어 우는 것도차도 벅차보이던 심신.

 

혼란. 정말 고통스럽게 울었다. 황금별이 흐르고부터는 특히나 더. 제 고통의 근원을 모조리 알아버린 얼굴이었다. 운명의 안배이며, 제 몫의 결정이라는 것을.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다는 끔찍한 사실을.

 

밤의 여왕. 잔상을 남기는 질주 끝에 퍼진 웃음소리. 하하하, 번쩍이는 광기.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볼프강의 첫 소절, 그 음성은 명백한 도발이었다. “음악은 모두의 것, 당신은 상관하지 마.” 콜로레도가 건넨 회유를 도발로 맞받아친 것이었으나. 손준호 콜로레도와는 역시 Life of Joy의 문턱으로 향하지 않는다.

“전부 내 몫의 결정”의 검지도 오지 않았어.

다만 ‘사라진 아름다움’과 같다기에는 들끓고 있다. 일단 볼프강의 도발 때문에라도 전과 같을 수 없다. 이 페어의 행방이 궁금해지는 부분.

 

레퀴엠 의뢰. “아버질 위해서? 아님 나를 위해서?” 자문한 그가 옅게 웃었다. 근래 들어 계속 숨소리로 웃음을 뱉긴 했지만 오늘은 유독 명확했다. 

수상한 의뢰가 마무리된 후에는 오랜만에 두 손으로 귀를 막는 제스처를 취했다. 손동작이 가발을 정리하는 것 같지는 않았고, 모차르트! 모차르트!에서 작곡하던 중 귀에 걸린 마이크를 재정비했던 걸로 보아 귀를 막는 척하며 마이크를 단속한 듯했다. 공교롭게도 모차르트! 모차르트! 연호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을 때였어서 마치 세상의 소리로부터 귀를 막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나는 음악 리프라이즈. 놀랍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맞춘 죽음이었다. 특정한 찰나도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럴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두 번은 없을 우연. 슬프게도 황홀했다. 도리안 그레이의 도리안 그레이에서 그의 눈을 들여다보던 기억이 함께 떠올라 더더욱. 

 

 

그밖에

빨간코트. 꽃받침.

정직한 가족. 아름다워요!

네 모습 그대로. 힘이 장사구나.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니? 그..그래 미안. / 워! 놀래키기

빈에 남겠어. 똥이나 처먹어라 이 똥싸개야! / 똥싸개야! 안 닦았냐?!

 


 

7월 31일 (금) 8시

김준수, 해나, 손준호, 홍경수, 김소현, 배다해, 김영주, 문성혁, 이상준, 김승후 / 김문정 음악감독

 

음향이 몹시 좋았다. 28일처럼 배우의 음성과 오케스트라가 유리된 채로 각각 선명해. 너무나 나의 취향.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빨간 코트. 오늘은 아! 내지르지 않고 말투를 늘어뜨렸다. “아, 아포오~” 발음을 말아 칭얼대는 목소리에 심장이 쿵. 이런 어리광은 또 처음이라. 마무리는 상큼한 손하트.

“쓰기만 하면 끝~”의 멜로디는 정착되려는 걸까? 몹시 기대된다. 

 

나는 나는 음악. 아니 이런. 코트를 집어 들 때부터 위치가 애매했는데(목 부근을 찾아 드는 편이 편한데, 아예 옆구리를 들어 올렸으니..) 역시나 애를 먹었다. 끝까지. 오른팔의 출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을 씨름하다 말했지. “팔이 어디 갔어 이거.” 그러고도 한참을 뒤적거렸으나 끝내 출입로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반쯤만 입었던 코트를 벗더니, 두 손으로 돌돌 뭉쳐 바닥에 팍! 내팽개쳤다. 헉. 그렇게 시작된 블라우스 차림의 나는 나는 음악. 🤭

두 번은 볼 수 있을까 싶은 진귀한 광경. 이후부터는 놀라움과 감탄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2절 들어서 마치 정해진 순서처럼 내팽개쳤던 코트를 회수하더니, 아마데 옆으로 날아오며 풀썩 던져두고는 본격적인 후렴으로 진입하지 뭔가! 원래 이렇게 짜인 흐름이었다 해도 믿겠을 만큼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우연과 순발력이 만든 단 하루의 나는 나는 음악. 즐거웠다. 

 

모차르트는 왔나? 오랜만에 그의 이마 위로 만두처럼 폭삭 얹어진 가발. 얼굴을 다 덮은 찐빵 같은 모양이 너무너무 귀여웠어. 오랜만에 한 건 하신 레오폴트에게 박수. 

 

나는 쉬카네더. 문성혁 쉬카네더의 여유로운 전개, 신인선 쉬카네더와의 28일 공연 직후에 만나니 더욱 체감되었다. 볼프강 또한 그랬으리라. 28일과는 다르게 여유로이 피아노 앞에서 손 탈탈 털어가며 준비운동을 만끽하는 모습에서부터 느껴졌다.

F~ 쉬카네더와 신호를 주고받은 직후였다. 고개를 모로 기울인 채 살짝 올려다보는 얼굴이 너무너무너무 잘생겨서 그만 사고정지.

그런데 갑자기 그가 미간을 연신 굳히는 게 아닌가. 평소와는 다르기에 갸웃. 오늘의 콘셉트는 진지미인가 했는데, 기침을 참는 것이었다. 서너 번 정도 올라오는 기침을 먹은 후에는 영 안 되겠던지 손등으로 입을 막고 아예 푹 토해냈다.

기침으로부터 자유가 되어서는 가뿐해진 얼굴로 흥을 탔다. 무려 저세상 텐션을 보여주었다. 글쎄 점프하여 뒤돌아서기를 시전! 술도 일어선 채로 마셨고, 아가씨 군단과 흥을 내면서는 온 얼굴로 >_< 표정을 지었다. 

꽃받침 한 거냐는 쉬카네더에게 “네에” 수줍게 대답도 해보였고, 숭구리당당을 추다가는 짝짝짝 제 흥에 겨워 박수도 곁들였다.

 

모두 가짜. 28일의 수줍음은 팔짱 끼면서 곰곰 고민하다 “그..그..그래!”로 회귀했다. 

그런데 아직 아르코 백작의 장단 맞추기가 웃긴가 봐. 볼록 솟은 진실의 광대가 몹시도 귀여웠다.

 

신이 선택한 남자. 무대에 올라서는 요 근래의 가슴 팡! 대신 두 주먹을 교차하여 패기 넘치는 팟팅을 선보였다. 가슴 팡의 시대는 지나간 것이려나.

 

네 모습 그대로. 용서비는 모션이 더욱 다채로워진다.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안녕~ 하더니 두 손을 편 채로 비비며 싹싹. 싱긋 웃는 얼굴을 그 누가 미워하리.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소파에 누워있을 무렵 박자에 맞추어 미약하게 까딱이던 구두코가 귀여워서 자꾸만 시선이 갔다. 

 

친구. 풍차 돌려지며 술을 받아 삼킬 때의 표정, 오랜만에 정면의 각도로 꽤 오래 볼 수 있었다. 뭐라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이 얼굴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의외의 애드립. 게임 딱 한 판을 앞두고 종알종알. “오랜만이라 이거..”

 

빈으로 간 레오폴트. 네 모습이 이제 낯설다며 등 돌린 아버지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말로만 듣던 눈물 줄기가 또르륵. 마침내 나 또한 보았으나, 이 모습을 보아야 할 단 한 사람은 끝까지 보지 못하겠지. 두 사람 서로 등진 채 각자의 길로 영영 떠나버리고 마니까..

 

누굴까? “어딜 가는 거죠 볼프강?” 남작부인의 음성에 그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찡그린 미간에 짙은 고통이 서렸다. 환각에서 깨어나는 과정이 고통스러운 사람처럼, 현실을 인지하기가 두려운 사람처럼.

 

혼란. 도망가는 듯하던 퇴장이 오늘은 종종이며 절뚝이는 걸음걸이가 되었다. 마음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 있는데, 절뚝이느라 서두르지 못하는 보폭이 안쓰러웠다.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전부 내 몫의 결정.”의 검지가 돌아왔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굳히기에 들어가는 느낌이야. 

“아버질 생각해” 콜로레도의 은밀한 권유에는 화들짝 소름이 돋은 사람처럼 놀라며 그를 뿌리쳐냈다. 감히 콜로레도가 누구를 들먹이는 것인지. 화도 나고, 얼척도 없으나, 동시에 아버지라는 화제가 고통스럽기도 한 얼굴이었다. 

 

레퀴엠 의뢰. 오늘은 양쪽 무릎을 모두 무너뜨리며 앞으로 털썩 무너졌다. 두 손으로 간신히 상체를 지탱해낸 몸이 당장에라도 엎어질 듯 한껏 기울어져 있었다. 

 

모차르트! 모차르트! 팔을 깊이 꺾어 영감을 끄집어낼 때가 있었지. 오늘은 머리를 꺾었다. 이미 치우친 고개를 더욱 모로 꺾어 비틀다시피 하며 간신히 짜낸 음악. 끄집어낸 그것을 손에 쥐고 ‘해냈다’는 듯이 옅게 웃던 얼굴. 

그 얕은 웃음기가 울먹임으로 변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끝내는 울분에 찬 듯한 얼굴로 이를 악물고, 아마데에게서 깃펜을 빼앗아 들었다. 몹시도 신경질적인 손길이었다. 

 

 

그밖에

정직한 가족. 발음을 살려 beautiful~

네 모습 그대로. 힘이 장사구나.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미안해 / 워! 놀래키기

빈에 남겠어. 똥이나 처먹어라 이 똥싸개야! 똥싸개야!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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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0.06.18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11년 6월 17일 샤차르트 재연 첫공을 보기 위해 기말고사 시간까지 옮겼던 내가 생각나서 잠깐 웃었던 하루. 이건 매년 (어이없어서) 추억하는 일인데, 이날에 샤차르트를 다시 만나다니. 감회가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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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0.06.24

글이 무한정 길어지는 거 감당할 수 있겠지? 별다른 태그를 입히는 건 아니니까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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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0.07.08

3,4일 공연 연달아서 쓰고 싶은 게 많았는데 갑자기 이것저것 하느라 시기를 놓친 것 같아.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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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0.07.19

호로록 적을 이야기들은 이 새벽에 모두 적었으니 남은 2틀 샅샅이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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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0.07.19

내 운명과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에 대해서 적고 싶다. 아버지의 죽음와 혼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