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김준수, 이시목의 피날레

 

피날레였다.

 

주인 잃은 음표가 세상을 수놓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씩 커지는 형체 없는 음성을 들으며 죽음 당시의 모습 그대로 다시 나올 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마침내 비척비척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오는 그를 서글피 맞이하려는데, 작지만 격렬한 움직임이 시야에 들어왔다. 근원을 찾아가 보니 아이였다. 언제나처럼 화려한 빨간 코트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아이가 가슴을 들썩이고 있었다.

그간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움직임에 놀라 아이를 주시하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아이는 웃는 듯 울기 직전이었다.

입꼬리는 올린 터라 웃음의 자취는 느낄 수 있었으나, 눈매가 한껏 이지러진 그 얼굴은 당장 울음이 터진다 한들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렁그렁한 얼굴 아래로 숨 가쁘게 들썩이는 작은 가슴 역시 쉽게 진정되지 못했다. 벅차오르는 감각에 호흡마저 떨리는 뭉클한 얼굴로 아이가 서 있었다.

제 맞은편 앞에서, 먼 옛날처럼 저를 바라보며 웃어주는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인지를 끝낸 즉시 심장 가득 뜨거운 물기가 차올랐다.

아이의 얼굴, 아이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 아이의 떨림은 전부 ‘볼프강’의 것이었다.

죽어가던 볼프강이 꿈으로라도 현현코자 했던 ‘소망’을 목도하였더라면 지었을 얼굴. 그것이 아이의 얼굴에 있었다.

 

기가 막힌 합일에 연신 두 눈을 깜빡이는데, 늘 단단하던 피날레의 음성이 잘게 부수어지는 게 느껴졌다.

“나, 이-제…”

늘 단단했던 마무리의 음성이 오늘은 단말마처럼 끊어졌다. 꼭 울컥한 것처럼. 미끄러진 눈썹 아래에서 실제로 그ㅡ볼프강의 눈동자가 글썽이고 있었다.

아, 시아준수 역시 차오른 것이었다.

천재성이 아닌 ‘아이’로서의 그와, 그런 ‘아이’를 품어주는 아버지, 그리고 그 허구 같은 광경을 실제로 바라보고 있는 그 자신을 생생하게 느끼며. 가장 염원하던 모습 그대로의 재회가 이루어진 눈앞의 광경에 그가 울컥한 것이었다.

 

피날레의 절정부에서 그가 음성으로 뱉어낸 눈물은 즉각적으로 나의 것이 되었다.

꿈에서나마 이루어진 진짜 재회를 보며, 

그 광경에 울컥하는 시아준수를 보며 누군들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원없이 쏟아낸 눈물은 기이한 위로가 되었다. 

다시 없을 눈물의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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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0.08.09

한줄요약: 피날레에서 등장한 이시목 아마데가 가슴을 들썩이며 웃는 듯 우는 표정으로 잔뜩 뭉클해했고, 그 모습은 꼭 볼프강의 영혼이 아이에게 깃든 것처럼 보였으며, 그런 아이를 보며 시아준수도 나도 울컥했다는 아름답고도 그렁그렁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