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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13
앨런의 죽음에 한 화가의 실종 사건까지. 시끄러운 입방아가 언짢은 듯 찌푸려지는 미간이 굉장히 비인간적이었다. 그 중심에 자신이 있었음에도 무관한 사람인 것처럼 방관하는 태도. ‘천사의 추락’에서 헨리 워튼이 노래한 그대로 텅 빈 영혼의 얼굴.
심지어는 기쁨 없이 웃었다. 웃되 웃음기 없는 웃음이 입꼬리에 맺혀 소름 돋는 위선을 그려냈다. 피시시 웃음 배인 얼굴이 특유의 나긋한 어조로 ‘헨리,’를 불러 물었다. ‘배질이 살해당했을 거라는 생각, 해본 적 있어요?’ 웃으면서 그렇게 묻다니. 말 그대로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였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탄식하게 되었지. 대체 어디까지 위험해지려 하는 거지. 어디까지 인간성을 배척할 거야.. 동시에 그렇게까지 내몰린 듯한 그가 안타까운 양가적인 감정에 휩싸이고 말았다.
배질의 죽음마저도 그렇게 흘려보내 버린 듯한 그가, 헨리의 외면에는 결국 무너졌을 때 그 안의 헨리 워튼이라는 인간의 존재감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존재이자, 제 사상의 성역과 같은 존재. 모두가 자신을 비난해도 그만큼은 영원히 조력자에 머물러야 할 최후의 보루 같은 대상. 헨리의 외면은 결국 그라는 존재에 대한 부정이고, 그가 살아온 세계의 해체가 되었겠지. 그리고 그 외면을 통해 자신이 외면케 한 모두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겠지.
16-09-03
마치 부정의 선언이 있기도 전에 도리안 스스로 느끼고 있는 듯이 보였다. 텅 빈 영혼, 공허한 아름다움. 그 자신이 더는 아름다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듯했다. 흥건한 눈물은 그러한 회한이었다.‘없다고 믿고자 해도 계속하여 자신을 옥죄어 오던 심장.’의 울음으로 일그러진 얼굴은, 그제야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끊임없이 고통받아 왔노라고. 저의 죄악이 숨결을 막고, 외면했던 영혼이 텅 빈 줄로만 알았던 심장을 틀어쥔다고. 죄책감이야말로 아름다움과 함께 일평생의 동반자였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