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마약. 쾌락의 마지막 경계선.'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감각이라 해도 법의 테두리 내에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 헨리 워튼의 이론인 걸까. 그렇지 않고는 시빌 베인의 죽음은 경이로 삼으면서, 마약에는 고개를 떨구는 그 경계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법도 결국은 인간의 잣대로 획정한 경계가 아닌가?
내 기준에서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beautiful world의 가사대로 '헨리 워튼이 바라본 미학의 세계'라는 독자적 기준으로 받아들이면 될 일일까.
쾌락과 이성을 함께 대입하면 시빌 베인의 죽음은 차가운 이성의 투영으로써 쾌락이라는 환각을 이끌어낼 수 있으므로, 그가 추구하는 쾌락에 걸맞는다(사이코패스스럽지만 사실 그 차갑기까지 한 정신적 경지가 놀랍기는 해). 하지만 마약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밀수는 이성의 지성인이라면 하지 않을 일이겠지. 살인은 더더욱.
헨리가 1막에서부터 완벽한 연구 대상으로 믿었던 도리안을 2막에 이르러 몇 단계의 실험을 통해 실패라고 인정했지만 그 과정에서 양심을 회복한 것은 다름 아닌 헨리 그 자신이었다. 즉, 양심을 잃은 도리안이 서서히 파멸의 길로 걸어들어갈 때 헨리는 그 반대 지점에서 스스로 인간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세상이 바뀐 시간. 처음엔 마냥 좋았는데 이제는 듣기 괴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