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절정부의 마지막 소절 ‘시간의 저주를 피할 거야’ 직후 초상화를 향하여 다가섰던 뒷모습이 서서히 정면의 얼굴로 반원을 그릴 때. 어둠에 잠겨있다 모습을 드러내는 얼굴이 C의 각도로 꼭 해돋이였다. 흑과 백으로만 양분된 무대 위에 가장 순결하고도 눈부신 존재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뺨을 감싸 쥐는 모습이 느리게 느리게 시야로 담겼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어둠 속으로 잦아드는 그림까지. 내가 배질이었다면 이 모두를 그림으로 그렸을 것이다.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몰라. 얼마나 내 심장을 가득 채웠는지도.
16-09-08 ‘이게 정말 나에요?’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자각하자마자 그것을 잃게 될 운명까지 더불어 알아버린 얼굴에 깊은 상실감이 서렸다. 그러쥘수록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가는 모래알과 같은 젊음의 덧없음에 불현듯 사무친 얼굴. 자신의 아름다움도 채 소화하지 못했는데, 그것을 잃기까지 해야 한다니ㅡ그 무엇에도 준비되지 않아 온통 혼란인 얼굴. 그 와중에 알쏭달쏭하게 빛을 내는 눈동자가 더없이 아름다웠던 그.
16-09-23 도입부의 음이 유독 성스러웠다. 푸른 여름날의 소년이 이럴까. 때 묻지 않은 순수를 청각화하면 이렇까. 곱고 곧은 미성으로 별을 빚듯 조심스러워 성결한 소리. 도리안의 순수를 이 노래로써 표현하고자 했다면, 옳은 선택이다. 그의 소리가 그것을 가능케 하니까.
그림의 완성. 액자가 상승하는 순간 모종의 불안과 안타까움이 엄습해왔다. 액자는 도리안의 순수. 태초의 영역. 누구에게도 물들지 않고 소년이 타고난 그대로 유지해온 순결한 소년만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