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03 시빌 베인을 발견한 직후 주체 못 하는 울음이 고여 얼굴을 가리고야 마는 찰나. 다시 만난 배질을 향하여 빠르게 걸음하는 뒷모습. 거기에 배질의 인사말. 찢겨진 육신이지만 바람에 날려 이제는 자유롭다는 말. 너무나도.. 도리안을 위로하기 위한 것만 같은 말. 이 셋이 오늘 최정점의 눈물이었다.
왜 내가 서러운지 모르겠으나 서러워서. 그리고 다행이어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구원이 있다는 것이. 울음으로 웃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설혹 허상이라 하더라도 구원의 둘레를 걸치고 있는 편이 아니한 것보다 낫다. 구원을 그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도리안의 삶을 사는 시아준수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그러니 이 얼마나 다행인 결말인가.
16-09-08 커튼콜의 배경은 아직 어둠이 깔린 남청빛 새벽녘 같아 서글픔을 더해주었다. 모든 것이 안개빛 어스름에 가려져 실재와 아닌 것을 분간할 수 없는 시간. 그 자체가 환상인 배경. 하지만 환상인 구원이라 해도 좋다. 혼자가 아닌 채로 그를 보낼 수 있으니, 그것으로 좋아. 부디 그곳에선 누구도ㅡ자신을 포함한 누구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아름답기를.
엔딩의 말간 얼굴은 눈물의 제방을 톡 터트려내고야 말았다. 뽀득뽀득 울음 씻긴 얼굴로 말갛게 웃는 그를 심량할 수 없었다. 한참 울고 난 후의 뽀얀 얼굴이 어쩐지 다시 태어난 아이의 얼굴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저 보고, 하염없이 보았지. 시빌 베인을 다시 만난 오른 볼에서 또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을. 배질에게 안겨있던 얼굴을 들자 그 모습을 드러낸, 잔뜩 젖어버린 양볼을. 헨리 워튼을 향하어 그 얼굴 그대로 젖은 채 웃음 짓던 쓰린 눈을.
16-10-17 글로스터와 악수하는 오른 볼에 또르르 흘러내리던 눈물 한줄기. 시빌 베인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한 손으로 가린 얼굴. 가까스로 마주한 오른 볼에 흥건하게 흘러내린 눈물. 그 미소를 보여달라는 노랫소리에 애써서 지어 보인 아름다운 미소. 등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배질의 목소리에 사르르 떨리며, 조심조심 날아가 안기던 등. 헨리 워튼과 나란히 보며, 울음으로 웃던 얼굴.
오늘도 다시, 당신의 걸음 하나에 나의 눈물 하나.
16-10-22
밤공. 앨런이 떠난 자리에 홀로 남아 그대로 손을 뻗고 있는 모습이 왜 그리 쓰리던지.
글로스터와 마주한 얼굴에서 볼 아래로 떨구어지던 방울 하나와, 배질의 어깨에 묻었던 얼굴을 들어 올렸을 때 온통 흥건하게 번져 있던 볼을 보았을 때의 마음 한 조각. 오늘의 눈물.
16-09-03
시빌 베인을 발견한 직후 주체 못 하는 울음이 고여 얼굴을 가리고야 마는 찰나. 다시 만난 배질을 향하여 빠르게 걸음하는 뒷모습. 거기에 배질의 인사말. 찢겨진 육신이지만 바람에 날려 이제는 자유롭다는 말. 너무나도.. 도리안을 위로하기 위한 것만 같은 말. 이 셋이 오늘 최정점의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