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은 누구일까
신이 허락해준 나의 사랑, 나의 사랑ㅡ날아올 때 오늘 살짝쿵 뒤꿈치로 도약하여 상큼함이 두 배였다. 사랑스러움 만발하였네♡
 
낮공의 애드립은 정말 그렇게 안 봤는데.. 아, 이게 배질이 말한 나쁜 영향인가? (각 잡고) 쓰레기.
밤공은 쓰레기가 변태가 되었다. 그리고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의 애드립. 예쁘구나? 오브 콜스. 애드립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오브 콜스를 발음하는 얼굴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두 눈도 콧구멍도 이케이케 커져서,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뭘 그런 걸 새삼스레 묻느냐는 듯이 '오브, 콜스!'
 
2. 최악의 줄리엣
낮공의 애드립. 연기가 아니라 국어책 읽는 줄 알았어요. 밤공에선 오랜만에(?) 보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시빌 베인이 꿈결에 있는 동안 화가 모이는 입술을 보았다. 단단하게 굳은 입가가 싸늘했다.
낮공에선 시빌 베인의 머리카락이 그의 마이크에 걸려버린 탓에 그가 고개를 뒤로 빼꼼히 빼내어야 했다. 그 찰나의 빼내었던 고개가, 그 상황이 꼭 그가 시빌 베인을 외면하는 것 같은 아름다운 그림이 되었다. 머리카락마저도 그를 돕는다니까.
 
3. 찬란한 아름다움 reprise
신선한 바깥 공기를 좀 쐬고 싶어요ㅡ오늘은 웃는 대신 돌아서며 두 손으로 계란을 꼬옥 쥐었다.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을 다잡는 듯이. 밤공에선 계란을 움켜쥔 손가락을 꼼질거리기도.
 
4. 낮공 1막의 또 다른 나. 이렇게 강하게 긁는 소리 좋아. 오랜만에 귀에 닿는 음향의 타격감도 좋아서 황홀함 두 배.
 
5. Against Nature
밤공의 노려보며 웃는 얼굴. 무대 앞쪽까지 나와서의 '신이시여 용서하소서'에서 두 무릎 다 꿇은 건 오늘이 처음인가? 순간적으로 머리가 백지화되었다. 오늘따라 광포하다 할 정도로 큰 동작 때문이었을까.
춤은, 정말로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추었다. 감히 압도적인 파워였다고 말할래.
 
6. 넌 누구
넌 누구는 얼빠와 춤빠 소리빠 모두를 만족하지. 오늘은 특히나 소리적 황홀감이 컸다. 고풍스러운 소리의 울림에 진폭이 가득했다. 문득 1막의 그림자는 길어지고를 떠올리게 했어.
그리고 문을 닫을 때의 '쾅' 소리, 요즘 깔끔하게 타이밍이 맞아 매우 기쁘다. 는 낮공.
 
7. 무엇이 기다릴까
낮공. 내려오다 마지막 계단에서 살짝, 몸을 비틀어 난간에 기대는 찰나의 몸짓이 한껏 나른했다. 기지개를 켜듯 부드러이 뒤로 젖혀지는 허리가 살랑살랑.
 
초상화를 보여달라는 고통 가득한 배질의 얼굴을 비웃으며 내뱉는 웃음소리 중에서 처음 듣는 소리가 있었다.
그뿐인가. 배질에게 연기를 내뿜은 후 재차 허공을 향하여 연기를 흘려내고 나서는 혀로 아랫입술을 쓸었다. 윗니로 혀를 지그시 깨무는 마무리에서는 또 웃음이 새었다.
밤공에선 배질을 향하여 연기를 내뿜는 '후우' 소리가 들렸다. 연기를 내뿜는 숨의 소리가 들린 것은 처음. 나른하고 나긋하며 장난스럽기까지 하였던 숨소리였어.
 
게다가. 오늘 널 독차지하고 싶었다는 배질의 고백에 보여준 표정은 대체 뭐지? 스르륵 패인 미간과 살짝 치켜 올라간 눈썹으로 배질을 고개 돌려보다, 한쪽 입가에 웃음을 그려 넣고는 눈을 감았다. 몸을 일으키는 순간 들썩이는 어깨가 그러면 그렇지, 하는 비웃음을 분명하게 드러내 주었다. 내가 배질이었으면 심쿵했을 것 같아. 마음을 들킨 것도 모자라, 고백에 그런 (비)웃음을 받았으니.
 
찬란한 아름다움은 28일의 퇴폐였다. 그런데 28일의 퇴폐가 12일의 격정과 13일의 주문을 흡수해간다. 그래서 오늘은 마치 삼일의 삼중창 같았다. 밤공에서는 특히나 후반의 저음 파트가 아름다웠고, 낮공에서는 마무리의 후회 없으'라'에서 이전에도 없던 강하게 긁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현재까지의 가장 강한 소리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아지랑이 같은 나비의 날갯짓은 나날이 아리따워진다. 성스러울 정도로 유혹적이야.
 
8. 또 다른 나
거의 처음으로(?) 현장감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났다. 어쩐지 그리운 기분이었다.
밤공에서는! 내 속죄는 진실로 내 뜻인 걸↗까가 돌아왔다! 다시 듣고 싶었는데 정말로 돌아왔어. 아, 이 밀었다 당기는 박자감, 최고야.
 
9. Life of Joy
인간을 매혹하는 건 불확실성이에요. 배질을 지나쳐 어둠 속의 헨리 워튼과 마주 보고 선 그의 동공이 희번덕였다. 두 자아가 무서우리만치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이 동선은 볼 때마다 서글프다. 도리안의 의식을 해방시켜주고 싶은데, Life of Joy에서 기도하고 사랑하라 짜릿하게 한숨과 회개마저 즐겨라 삶의 두 얼굴ㅡ을 노래하는 그는 이미 헨리 워튼의 영향력을 벗어나 자신의 의지로 자기 삶을 망치고 있음이 너무도 분명하여 서글퍼. '모든 것은 내가 결정하는 거예요'라는 그 말처럼.
 
밤공에서는 계단의 막바지에 발을 헛디뎠다. 그 바람에 크게 휘청인 몸이 넘어질 듯 위태롭다가, 배질의 어깨에 두 팔을 안착하며 균형을 유지했다. 그리고 그대로 물었다. '왜 그렇게 그 초상화에 집착하시는 거예요.'
그 헛디딤의 여파였을까. 인간을 매혹하는 건 불확실성이에요 안개가 사물을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드는 거죠ㅡ의 높낮이도 평소와 달랐다. 약간 불안정한 투로 오르내리락.
 
기도하고 사랑하라 직후 어째서 헨리 워튼이 샬롯 베인의 청을 수락하는지 의문이었는데, 오늘에서야 문득 알 것 같아졌다. '한숨과 회개마저 즐겨라'라 노래하는 그를 보며, 속죄를 또 다른 쾌락의 기회로 삼을 수 있게 그를 시험한 것이다. 샬롯 베인의 등장은 헨리 워튼에겐 결국 또 다른 실험의 시작이었어. 아, 정말이지 나쁜 자.
 
10. 악의 꽃
계단에서 내려오는 그. 어스름한 조명 아래의 그는 정말로 올림포스의 남신 같아. 살짝 내려뜬 두 눈과 부드러이 다물린 입술, 고고한 걸음걸이. 새벽녘, 어둠에 잠겨서만 프시케에게 강림하는 에로스를 똑 닮았다. 그렇게나 신성하고 고결하게 아름다워.
 
왈츠 파트너와 헤어지고 나서는 앞머리를 권태로이 쓸어넘긴 손가락이 아름다웠다. 더불어 아랫입술을 살짝 축이는 혀도 보았지.
 
피에로의 볼을 톡 건드려준 후 떼어지는 손가락이 또 우아하고 새침하여 아름다웠다. 발코니로 나가는 문을 탁 닫아거는 팔의 인영까지 전부 아름다웠어.
밤공에선 심지어 아름다운 얼굴을 피에로에게 정면으로 보여주며 살풋 웃어주었다. 피에로는 일전에는 기뻐서 팔을 아래위로 마구 휘두르더니 이제는 넋이 나가 스르륵 계단에서 미끄러진다.
 
11. 너를 보낸다 reprise
배질, 제발 내 선행을 폄하하지 말아줘요ㅡ를 말하기 전, 이렇게 으르렁거리는 표정은 밤공에서 처음. 화가 뭉친 얼굴에서 눈썹과 입술이 동시에 파르르 떨렸다.
프랑스로 갈 거야, 배질의 말에 눈썹을 일으켜 세우는 얼굴은 오늘 낮공에서 처음 보는 것. 그간은 표정으로 이렇게 큰 반응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낮공의 다신 날 보지 않겠다고? 는 28일과 가장 비슷했다. 더하여 어제처럼 배질 쪽으로 상체를 한껏 기울여, 추궁하듯 물었지. 배질을 향하여 곧게 뻗어진 등이 다신 날 보지 않겠다고?의 나른함에 은밀함마저 더해주었다.
밤공에서는 28일의 나른함 대신 깊은 한숨을 들려주었다. 길게 흘러나온 한숨 위로 그가 물었지. 다신 날 보지 않겠다고?
 
난 완벽한 인간이 되고 싶었어ㅡ직전에는 낮밤 모두 아름답게 일그러진 미소를 보여주었다. 스르륵 웃음기 서리는 얼굴에 고통이 가득했어.
 
내가 아름답다고 말해. 저 도리안 그레이가 아름답다고 말해. 낮공에서는 칼을 쥔 손이 심할 정도로 부르르 떨렸다. 그 바람에 손에 쥔 칼이 덜컹거리며 함께 흔들렸어. 조각나 비틀거리는 그의 심장을 보는 것 같았다.
 
12. 앨런의 죽음
앨런을 다락으로 내몬 후 한 손으로 이마를 살짝 짚으며 미간을 찡그렸다. 성가신 것을 떨쳐내려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비밀은 꼭 지켜주세요ㅡ는 낮공에서 특별했다. 밤공도 비슷한 어조를 이어갔지만 낮공의 지친, 서둘러 자리를 떠나려는 기색이 더욱 명료하였으므로.
 
13. 사라진 아름다움
햄릿의 첫 대사는 30일의 물기를 계속 이어간다. 밤공에선 다급함이 더욱 격해졌다.
헨리, 만약에 내가 배질을 죽였다면요? 처음으로 울음 밴 물음이었다. 낮공과 밤공 모두. 그건 고백이었어. 헨리, 내가 배질을 죽였어요.
실패의 선언에 흑, 흑, 들이쉬던 울음의 호흡이 오늘처럼 마이크를 통해 분명하게 흘러나온 날도 없다. 단 두 호흡이었으나 격침하기 시작한 그의 마음을 청각적으로 드러내기에는 충분했다.
 
숙명ㅡ늘 헨리의 어깨에 얹어지곤 하던 두 손이었는데, 감정이 복받쳤던 걸까. 낮공에서는 그 어깨의 옷자락을 힘껏 움켜쥐었다. 힘이 실린 그 손이 꼭 매달리는 것 같아 마음 아팠어.
나약한 존재, 그게 인간인 것을. 이 두 번째 파트에서는 울분이 맞다.
 
도리안, 초상화 어디 있어. 밤공에서 헨리 워튼에 의해 돌려지는 상체는 지친 기색을 넘어 체념의 빛을 띠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음을 직감한 얼굴이 이미 포기한 것 같았다. 헨리 워튼이 자신에게 구원을 주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는 얼굴이었어.
 
사라진 아름다움의 마무리는 낮공과 밤공이 판이하게 달랐다.
낮공. 영혼의 비밀이 들추어진 후, 오늘은 계단을 내려오는 헨리 워튼을 그가 먼저 뒤돌아보았다. 엎드린 그대로 상체를 돌려서, 젖은 얼굴로 물끄러미 보다 말했지.
헨리, 헨리..
그 아이 같은 울음에도 아랑곳없이 차갑게 뒤돌아서는 헨리 워튼을, 멍하니 보던 뒷모습이 퍼뜩 몸을 일으켜 따라가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헨리, 헨리, 헨리..!
오늘의 그는 이렇게 그를 다섯 번이나 불렀어. 하지만 결국 홀로 되어 남겨진 존재. 어둠 속으로 사라진 마지막 한 사람의 자취를 찾던 고개가 끝내 떨구어졌다.
 
그리고 밤공. 30일에 마리화나를 처음 꺼내어 물었다던 헨리 워튼은 밤공에서는 계단을 유유히 다 내려온 후,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두 모금을 빨아들였다. 망연하여 무릎 꿇고, 두 손으로 상체를 받친 채인 그를 노려보다시피 하는 얼굴에서 차가운 연기가 흘러나왔다.
헨리, 헨리.
말을 잃었던 그가 간신히 마음을 추슬려 저를 보는 이를 불렀다. 가까스로 일어선, 떨리는 그 몸을 향하여 차갑기 그지없는 눈동자가 선언했다.
넌, 아름답지 않아.
남겨진 그에게 남은 일은 무너지는 것뿐이었다.
 
밤공의 사라진 아름다움은 생각이 많아지게 했다. 저런데도 헨리 워튼에게 인간성의 회복이 있다고? 아니. 오히려 인간성을 회복해내는 건 버려진 그가 아닌가.
 
(밤공 헨리가 사라진 직후 뒷모습에서 짝고 업된 엉덩이에 시선을 빼앗긴 건 나뿐만이 아닐 거라 믿는다.)
 
14. 도리안 그레이
너무 예쁘게 너무 아름답게 너무도 순수하게 울음으로 웃으며 부르는 소절들이 내 심장을 어떻게 옭아매는지 그는 알까. 바스러질 것처럼, 건드리면 톡 부러질 것처럼 여리고 가냘프게. 아이처럼 앳되게 부르는 그 소절들이 어떤 눈물인지 알까.
도대체 이 부분은 면역이 되지 않아. 그 예쁘게 끌어올린 입꼬리가 울음하고 노래하고 다시 웃는 모습만 보면 눈물이 난다.
 
그뿐인가. 심지어 오늘은 초상화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낮공은 한쪽 무릎을, 밤공은 양 무릎을 다. 그건 속죄였을까. 자신이 망쳐버린 자기 자신을 향한 참회였나. 무릎 꿇은 채 초상화를 매만지는 두 손이 가득가득 젖어있었다.
 
생을 긋는 순간에 마치 토독, 가지가 부러지듯 난 정체 모를 소리는 실제의 크기보다 훨씬 증폭되어 내 귀를 타격했다. 정말로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그의 생명줄이 투둑 끊어지는 것 같은 소리라 들은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푸른 핏줄 심장을 뚫고 날 깨운다
엉금엉금. 죽음을 향하여 다가서는 것 같은 무릎걸음이 오늘은 자꾸만 힘을 잃고 무너졌다. 힘이 풀린 다리가 기는 것조차 온전히 하지 못했다. 애를 써도 따라주지 않는 몸. 죽음이 드리워져 무거운 육신. 그 모습이 또 왈칵 눈물을 뿌렸다. 죽어가는 모습을 이렇게 섬세하게 느끼고 싶지 않아.. 죽음에 매몰되어 자꾸만 힘이 빠져나가는 그 몸에 두 눈이 쓰렸다.
황금 빛깔 천국이 내게 펼쳐진다
가까스로 상체를 곧추세운 몸이 두 팔을 벌려내며 비잉, 팔을 휘둘렀다. 마치 눈앞의 천국을 느끼듯이. 예쁘고 곱게 그려진 미소가 얼굴에 가득했다.
아름다운 소년이 나를 부른다
소년을 향하여 손을 뻗은 오늘은, 아름다운 소년을 향하여 아름답게 미소 그린 오늘의 얼굴은.. 구원이라기보다 환각에 사로잡혀 웃는 얼굴처럼 보였다. 자기 자신이 바라는 환영을 원대로 그려보는 얼굴이 세상 가장 밝게 웃었다.
밤공에서 끝내 짙은 울음이 섞여든 나를 부른'다'는 그 마음 아픈 감각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구원이길 바라는데, 구원인 줄로만 알고 슬프도록 아름답게 미소지었는데, 실은 망각의 꿈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에 불과함을 깨우쳐버린 얼굴이 울음으로 되돌아왔다. 어느 때보다 짙은 상실감의 울음이었다.
 
15.
엔딩. 아무것도 남지 않은 텅 빈 액자들이 불현듯 심장을 조였다. 슬픔을 그린 그림처럼 얼굴이 없는 액자들. 구원이 아니라 환각으로 다가온 오늘의 감각을 더욱 생생하게 해주는 공허함이 일었다.
 
 
 
(+) 밤공의 도리안 그레이에서 다시 새끼 콧물 고드름♡
낮공 배질의 애드립. 그만 인사하자, 질투 나.
세상이 바뀐 시간, 밤공. 브랜든 부인은 결국 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