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여전히 영원한 시아준수와 함께합니다.
어떻게 공연이 하나의 거대한 마음이 될 수 있을까. 겪어도 겪어도 신기한 일이다. 누군가의 마음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 맨발로 누벼도 다칠 일 하나 없는 다정한 마음 안에서 만발하는 온갖 다사로움ㅡ반가움, 기쁨, 그리움 등을 흠뻑 전해 받는다는 것. 끝내는 이 마음이 나의 것인지 그의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지는 일체감에 도달하는 경험…
오래되어서 그런가? 척하면 척, 이심전심, 우리 사이가 이토록 익숙한 게 오랜 시간 덕이라면 만날 때마다 새롭게 짜릿한 건 어째서지?
찬탄에 가까운 의문도 콘서트의 그가 주고, 그에 대한 답도 콘서트에서 그가 주었다.
“세트리스트로도 새로운 것을 꾸리지만, 무대에도 변화를 주는 게 매번 콘서트를 믿고 와주시는 여러분들에게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해봤는데.. 어때요?”
그렇지, 애초에 ‘생긴 게 다르다’ 한 콘서트였다. 오로지 여러분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노력을 전부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감히 짐작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하면 팬들이 더 좋아하겠지,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무대 아래에서 진중하게 반짝이는 얼굴, 눈을 감고도 그릴 수 있으니까.
무대의 생김새뿐일까. 시아의 본분이 가수라면, 콘서트의 근본은 세트리스트. 시아준수가 근본을 지키는 방식이 어떠하였나. 처음 부르는 곡, 무척이나 오랜만에 부르는 곡, 전에 없는 선공개 곡까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발라드 라인과 댄스콘의 명성에 걸맞은 강경 댄스로 채워왔다. 전자도 후자도 아닐 경우에는 팬들을 향한 사랑을 전하는 곡이 간택되었다.
라이브감이 부족하다며 반려되었던 노래는 아예 별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와 주었다. 별빛에 부서지는 밤하늘을 그대로 옮겨온 무대보다도 빛나는 얼굴로 그가 노래했다. 반짝임 사이에 정겹게 자리를 잡고 앉아 자신의 관객을 바라보며, 거짓 없는 진심으로 무엇이든 주겠노라 하였다.
진실로 그가 그리했다.
“여러분들이 정말 그토록 바라고 바랬던 돌돌이를 오랜만에 불러봤습니다.”
돌고 돌아도를 왜 돌돌이로 줄여 불러야 하는지 이해할 순 없지만, 팬들이 쓰는 애칭이니 그대로 따라 하는 얼굴이 몹시도 어여쁘게 웃고 있었다. 이 노래도 오랜만에 부른다며 2집의 가지마를 데려오고, 마찬가지로 깊숙한 기억 속 4집의 투나잇과 다대너를 되살려왔다. 작곡 편곡 모두 그의 손을 거친 로열 시아송 구간의 포문을 장식한 브레쓰는 물론이고 선셋과는 무려 13년 만의 첫 만남이었다.
한 곡씩 공개될 때마다 마음이 메어갔다. 노래 하나, 댄스 하나에 내 마음의 독이 그가 준비한 마음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설마 설마 하였는데 전부가 바라 마지않던 노래들이었다. 오랜 그리움과 열망이 맺히다 못해 사연을 이룬 곡들. 바라면 불러준다니. 오빠는 진정 바라면 이루어주는 지니가 될 작정일까. 지니타임을 코너로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1년 6개월 만에 팬들과 오순도순 재회하는 자리를 팬들의 소망을 들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믿고 그걸 자신의 사명쯤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 이상은, 공연이 이럴 수는 없었다.
공연이 어떻게 꿈속의 그리움에서 걸어 나온단 말인가.
그가 한 곡씩 부를 때마다 한 사람씩 소원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이런 공연을 준비했으니 보고 싶은 게 당연했다. 이 선물을 받아 든 관객들의 좋아하는 얼굴.
“속담에 그런 말이 있거든요. 칭찬은 준수를 춤추게 한다.”
누가 빚은 속담인지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기대감을 품은 눈동자가 더없이 반짝거렸고, 살끔 들린 눈썹이 자못 천진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였으니 마음껏 기뻐하고 좋아해달라 온몸으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그가 내 마음을 너무도 기쁘게 했다.
미처 몰랐던 공약이 우리 사이에 있었음은 그 무렵에 알았다.
“여러분들이 약속했잖아요.”
그러니까, 서로 얼굴을 보고 정식으로 나눈 약속 같은 게 아니었는데도. 그리워하며 시름시름 앓는 말들과 사랑하면 자연히 발현되는 아침저녁의 안부 인사와도 같은 보고 싶다는 말들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인 것이었다. 그래서 발화자조차 모르는 사이에 쌍방의 약속으로 만들어 굳게 믿고, 목소리들의 염원을 이정표로 삼아 1년 간의 장기 공연을 마치자마자 4일 치의 콘서트를 만들어왔다.
결국 공연 안에 담긴 것은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 그리는 마음을 알고 헤아려 화답하고자 한 그의 마음. 두 가지 마음이 빈틈없이 포개어진 형상이 곧 우리의 축제, 페스타였다.
일전의 그가 그랬었지. 팬들에 대한 나의 불안, 나를 향한 팬들의 응원이 맞물리는 매 순간이 기적 같다고. 그 모든 순간 팬들이 손만 뻗으면 맞물릴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여 팬들을 향하여 기울어져 있는 그가 나에게는 기적이었다.
내년의 앨범곡 선공개도 결국에는 다 내어준 그의 마음이었다. 스포라니. 스포는 이제껏 그에게 바랄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를 아니까. 정성 들여 준비한 선물을 적시까지 알맞게 뜸 들여 짜잔 선보이는 일을 기쁨으로 삼는 그를 너무도 잘 아니까. 하지만 페스타의 그는 그마저도 양보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기다림이라는 걸 이렇게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게, 그 자체만으로도 행운이고 행복인 것 같습니다.”
같이 기다리자고. 내년의 재회를 향하여 따로, 또 같이 손 맞잡고 걸어가자고. 함께 나누게 될 기다림으로 이미 행복하다고. 곰곰 생각해 보니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으면 도통 틈이 없겠다며, 이 재회를 위해 뮤지컬 하나를 날렸다 고하는 그가 웃는 얼굴로 나의 심장을 쳤다.
“좋아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데, 시시때때로 좋으냐 그가 물었다.
“나도 좋아요.”
우리의 기쁨에 자신의 기쁨을 포개면서.
누가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했지. 기쁨을 더하다 못해 재가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마음이 맞닿는 감각이 이렇게나 타들어 가는 듯하였단 말인가.
팬 여러분의 ‘이유 없는 사랑’에 감사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팬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있었으니.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여러분이 키워주었으니, 나는 여러분들의 새끼가 맞지 않느냐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하지? 정녕 말 한마디로 세상의 모든 사랑을 다 안겨줄 작정인 걸까? 이 사람 진실로.. 사랑, 아닌가? 이 사람을 사랑으로 이름할 수 없다면 세상의 무엇을 사랑이라 할 수 있지? 적어도 내 세상에서는 없을 것만 같은데.
그러하니 그 바라는 어화둥둥 하나 왜 못 해주겠는가.
시아준수가 자신의 잘생김을 부정하는 단 하나의 사태만 아니라면, 어화둥둥은 원하는 만큼 모두 당신의 것이다. 당연한 몫을 주었을 뿐인데 아이처럼 좋아하는 얼굴이 좋다 못해 먹먹했다. 여러분이 주는 만큼 애교가 나온다며 사랑으로 풀어진 얼굴이 너무나 귀했다. 어화둥둥에 취할수록 헤실헤실 늘어지는 웃음이 눈 시리도록 사랑스러웠다. 스스럼없는 잔망에 응석이 섞여 드는 순간이 오면 마음이 끝 간 데 없이 벅차올랐다.
동시에 무언가 이상했다. 어화둥둥을 해주고 있는 건 나인데, 왜 내가 당하는 것 같지?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왜 나는 또 받고 있는 것일까?
좋다, 좋다, 연발하느라 한껏 상기된 얼굴의 그가 어느 순간에는 불쑥 물었다. 돌연 궁금해졌다는 것처럼.
“이런 말이 있잖아요. 가수들이 콘서트가 끝나고 방에 들어가면 공허하다고 하는 게 이래서 공허한가…?”
어화둥둥에 취해있다가 느닷없이 알쏭달쏭해진 얼굴이었다. 종연 후의 공허를 모르는 눈동자가 겪어본 적 없는 일을 넌지시 헤아려보듯 깜빡댔다. 삽시간에 마음속 심지에 세찬 불이 붙었다. 가수 본인부터가 적막한 방의 공허를 모르는데, 막이 내린 자리에 남겨진 공허 같은 게 있을 리가. 공허를 몰라 깜빡이는 눈동자가 믿기지 않을 만큼 벅찼다. 오빠는 알았을까. 사랑에의 이유가 바로 그 순간 또 하나 생겨났다는걸. 우리가 다녀간 자리를 채우는 것이 언제나 마음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 사람 안에 있었으니.
그러니까,
“다 같이, 이거, 지금 하는 거 기억해야 돼? 추억 속에 간직해야 돼!”
당부하지 않아도 당신과의 모든 시간이 사랑의 족적이 되어 남고 있다. 청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프롬에서는 그토록 육쿠란보를 경계하였으나, 마주하고서는 숫자 6마저 뛰어넘는 사랑을 결행한 사람. 하수로 퇴장하고도 되돌아와 끝끝내 칠쿠란보를 만들어준 사람.
추억이 너무 많아 필연적으로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곡ㅡ우리 행복의 인크레더블에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입혀 새 생명을 준 사람.
그런 당신이 우리를 자신의 지니라 불러주며 새로운 사랑의 이름을 또 하나 안겨주었던 순간이나, 팬들을 향한 고마움에 눈물짓고는 다른 누구도 대신 못할 무대를 헌사하였을 때. 하라면 다 하는 팬들이니 좋은 것만 시켜야겠다며 배시시 웃어 보이거나, 도전이 재미있지 않느냐와 같이 도무지 범인의 것이 아닌 건강한 자아를 내비칠 때마다.
무엇보다도,
“오래 기다리셨죠? 여러분들이 항상 얘기하시는, 두 시간 동안 준수만 나오는 콘서트!”
왜 좋은지도 모르면서 팬들이 좋아하니 4일 내내 오직 팬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이처럼 말해주었을 때마다 영원과 나란한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분위기를 잠시 멈추더라도 락더월드를 핸드로는 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주겠다고 그가 말했지.
나는 당신에게 김준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삶을 보여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