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무렵. 워치를 찬 손목이 도무지 멈출 줄을 모르고 달달 떨리기에 이게 무슨 일인가 하였지. 손목을 살짝 들추어 올리자 화면 위로 떠오르는 프롬 아이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익숙한 심볼. 아, 오빠구나.
샅샅이 다정한 오빠.
답장 기능을 어떻게 이렇게 잘 쓰지? 어떻게 이렇게 구석구석 다정할까. 답장 받는 사람에 맞추어 말투 달라지는 건 어쩌면 이다지도 섬세해? 문자로 도란도란하다 누구 하나가 툴툴대면 얼러주고, 감동 주면 감동 받았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신의 감동을 모두의 행복으로 돌려주는 사람. 손가락 끝에서 피어나는 몇백몇천의 사랑으로 심장이 얼마나 몽글몽글하던지.
심장을 두드리는 프롬의 향연 속에서도 가장 마음을 일렁이게 한 건 역시 오빠의 솔직하고 진지한 마음이 말씨에 고스란히 묻어나던 순간에.

없는 말 못 하는 사람. 하지만 마음으로 흘러 들어온 건, 결코 그냥 흘려보내는 법 없이 마음으로 돌려주는 사람. 단 한 문장으로 우리를 0.00000000001퍼센트의 운명으로 만들어주고 그 운명의 감동 함께 나누는 사람.
사실 오후 두 시가 넘어서야 부산에 내려가는 길이라면 시간상 도착하자마자 거의 바로 알라딘 밤공연 준비로 바쁠 텐데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페스티벌과 콘서트 준비에 상해 팬미팅까지 눈코 뜰 새 없음을 아니까 아주 간단한 출석 도장만이라도 충분히 반가웠을 텐데, 무려 삼십 분 가까이 샅샅이 어울려주다 본인 인증 읍소를 맞닥뜨리곤 즉석 셀카까지 선물한 우리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런데, 네?

이래도 되는 건가요?
때때로 이 사람의 아낌없는 사랑에 아연하게 되는 날이 있는데, 그게 바로 오늘인 것이었다…
역시 오빠를 만난 것으로 내 생에 할당된 0.00000000001퍼센트의 기적을 모두 쓴 게 틀림없다.
종일 사유 있는 웃음을 달고 사는 삶. 시아준수를 사랑하는 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