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직전 흐르는 음악이 수정되었다. 똑 또르르르~ 하며 스산한 분위기를 형성했던 것에서 잊지 못한 첫사랑에 어울릴 법한 아련한 음악으로. 그러나 이어지는 거울 영상은 그대로라, 아련한 반주와 흐느끼는 지욱이 배경과 겉돈다는 느낌을 주었다. 아직도 생략된 것이 많은 것 같은, 그래서 한 번에 갈피를 잡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전개였다.
화이와의 대화에서 <12월>로의 연결은 여전한 숙제지만, 극의 주제는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아릿해진 연결음, "할 수 있을까"라는 되물음, <12월> 중간의 "이연아.." 하는 흐느낌, 노래를 마친 후 옥상 위에서 포옹하며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또 봐..".
지욱은 20년의 아픈 사랑, 아픈 시간에 머무르지 않고 마침내 나아가기로 한 것이다. '현재'의 지욱으로서 이연을 향한 새로운 사랑을 이어가든, 이연을 드디어 추억으로 보내줄 수 있게 된 것이든 간에. 적어도 고통스러웠던 지난 20년과는 작별이다. 그의 멈추어 버렸던 시간 속에 아픈 기억이었던 이연이 더 이상 아픈 것만은 아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최소한 내일을 살아갈 오늘의 지욱이 이연을 떠올릴 때, 이제는 눈물과 함께 옅은 미소도 머금을 수 있게 된 것 같기에. 그래서 지욱의 마지막 대사, "또 봐"가 희망적인 어조라는 게 무척 다행스럽다.
*공연을 앞둔 화이와의 대화에서 22일 밤공에서 했던 '네가 어떤 사람이라서 널 만난 게 아니듯'은 오늘 하지 않았고, 따라서 그날 대사가 엉킨 게 맞는 모양이다. 극이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수정되고 있으니 혼선이 올 법도 하지. 오히려 가사보다도 대사가 훨씬 많은 극의 여덟 번의 공연 중 첫 대사 실수였던 데다 그것마저도 너무도 매끄럽게 이어가서 감쪽 같았던 그의 대처에, 브라보!
아련한 연결음과 스산한 이연의 거울 영상의 부조화로 다소 부자연스러운 연출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2월>은 오늘도 정말 슬펐다. <12월>은 나는 볼 때마다 슬퍼.. 함께 꾸었던 꿈이 아직 내 안에 있다는 부분의 가사 같이 지욱이 여전히 이연을 놓지 못한 것만 같은 소절을 부를 때 제일 울컥한다. 또 오늘은 옥상의 이연을 향해 손을 먼저 뻗으며 "이연아.." 하고 흐느꼈는데, 파들파들 떨리는 어깨에 마음이 아파서 원..
이쯤에서 처음으로 돌아가 1막부터 차근차근 되짚어 보면, 오늘은 "천잰가봥~"에 어떡행은 없었다. 그런데 이 "천잰가봥~"이 진짜 진짜 진짜 특출난 귀여움을 머금은 "천잰가봥~"이었어.. 으으.. 으... 시아준수가 작정하고 귀여움을 터트리는 곳을 굳이 꼽자면 여기 이 대사를 할 때와 강의실에서 이연을 향해 인사할 때인데 볼 때마다 심장이 수축하는 것 같다. 너무 귀여워서.
아침 식탁에서 여일의 부름에 정신이 돌아온 후, 무척 야무지게 부리 청소를 했는데 꼭 여일 때문에 방해받은 감상이 아쉬워 입맛을 다시는 것처럼 보였다.
강의실에서는 지루해하면서 인상을 엄청 썼고, 쌍꺼풀도 무지 무지 오래 그렸다. 거의 30초는 된 것 같았어. 기타 줄은 오늘도 끊어질 것만 같이 과격하게 연주했고, 22일 밤공에서 허밍을 하며 또 한 번 기타 치는 시늉을 했다면 오늘은 나나나나!! 허밍에 맞추어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콕콕콕 찍었다. 나 몰라요, 나? 알잖아, 나 몰라?
아 맞아. 22일 밤공부터 게시판 앞에서 이연의 선배가 이연에게 수배가 내려졌다고 하면서 덧붙이는 "이름을 쓰는 게 아니었는데.." 하는 대사가 사라졌다. 그리고 오늘의 이연은 "이거나 읽어봐요" 하며 건네왔던 종이를 주지 않았다.
이연과 말을 튼 후에 하는 기쁨의 노래에선(생각해보니 이거 허밍이 아니라 가사로 부르는데 ㅋㅋ 그동안 계속 두 번째 허밍이라고 써왔구나ㅋㅋ) 교수님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B열 쪽 앞으로 나와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 자세를 취했다. 기쁨에 흥청망청, 폭 빠진 눈망울이 마구마구 반짝였다. 이어지는 애드립은 "책 팔아요~ 책 팝니다."
<다시 돌아온 그대>를 모두 부르고 난 후, 입맞춤이 방어 당하고 나서 자기 얼굴을 감싸 쥘 때 22일 밤공부터 그가 '힛'하며 웃는 소리가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여기서 마이크 소리를 줄이지 않기로 한 모양.
이연의 사고 후 꼭대기 층에서 망연자실할 때는 여태는 울먹울먹하는 입 모양이었는데 오늘은 소리 없이 안돼, 안돼 하며 움직였다. 네모나게 벌어진 입술로 엄마를 잃은 아이처럼.
그리고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연과 대화할 때 DE열 쪽을 향한 얼굴에서, 다른 날에 비해 유독 턱의 떨림이 잦다 싶었다. 울먹이는 목소리도 설마 벌써 우는가 싶었는데 아.. 차마 보온병을 열지 못하고 울음을 삼킬 때 추어올리는 얼굴, 그 두 눈 가운데서 눈물방울이 위태롭게 맺혀있다가 또르르 떨어졌다. 군중 속에서 헤매다 앞으로 나와 주저앉으며 흐느낄 때도. 뒤로는 폭죽이 터지고, 그는 무너지는데 오른 볼 위로 눈물이 왈칵왈칵 흘러내렸다.
대미는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이 세상에 오지 말기"의 소절을 이연이 노래할 때였다. 얼굴을 마구 구겨가며 눈물, 콧물 범벅인 얼굴.. 그런 그가 익숙한 만큼 생경한 느낌에 오늘은 그의 감정에 빠져들기보다는 공연 밖으로 퉁겨져 나와 익숙한 놀라움 속에서 그를 보았다. 봐도 봐도 신기한 모습. 프레스콜을 제외하고도 본공연만 벌써 아홉 번째인데 노래 중간중간의 흐느낌 포인트에서 오늘 거의 내도록 울었다. 시아준수는 흔히들 말하는 '쪼'가 생기지 않는 걸까. 그의 안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은 모든 것이 항상 처음 같고, 또 모든 것이 항상 마지막 같다.
이런 1막 엔딩의 감정을 바탕으로 한 2막은, 뚝뚝 끊기는 연출 탓에 큰 방해를 받았던 첫공을 제외하고는 항상 먹먹하다.
2막에서의 윤 감독님이 결코 크게 웃는 법도 없고, 세상사를 관망하는 것처럼 무심한 걸음걸이에, 내내 느리고 차분한 말투를 쓰는 것조차도 먹먹하다. 옥상에서 화이와 다툴 때를 제외하고는 말투에 감정이 크게 깃들어지지 않고, 옛 친구들을 만날 때를 빼면 제대로 웃는 장면도 없다. 그가 반응하는 순간은 오로지 이연의 그림자를 발견할 때뿐이다.
화이와의 첫 대면에서 이연을 부를 때의 말투가 살짝 바뀌었다. 평소는 끝을 올려 "이연아?"하는 물음이었다면 오늘은 "이연아.." 하는 나지막한 부름이었다. 혼란스러움에 머리를 감싸 쥐면서는 아주 작은 소리로 "아니야..."라고도 말했고.
감독님이 유일하게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는 사거리 대포에서 성태는 오늘도 자작을 면했다. 축하축하. 병나발을 부는 여일을 보고는, 귀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는 얼굴로 일어나 여일을 말리는 감독님에게, 여일이 들고 있던 술잔을 들어 올려 마구마구 먹여주었다. 여일이 주는 대로 받아 마시는 그가.. 음.. 이 극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이연보다도 여일인 건 확실하다.
겨울이라며, 하늘을 볼 때의 턱선은 감독님을 안쓰러워하는 마음에서 나를 이탈시켜 그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대체 왜 여기 이 <그날들>에서 이렇게 잘생겼는지ㅜㅜ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와 <그날들>이 겹쳐질 때, 겨울바람처럼 공기를 가르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도 힘들다. <그날들> 내내 들을 수 있는 섹시한 저음도...
이어지는 오디션 장면은 오늘도 왜 이렇게 슬펐지. 다 웃는데 슬퍼서 혼났다. 웃음 포인트가 있는데도, 엉뚱하게 화이의 기억을 되살려보려는 그의 진지함이 아리다.
개인 레슨에서 창작곡, <꿈이 아니기를>이 슬픈 것도 마찬가지다. 더이상 꿈이 아니길~ 하는 가사가 꼭 지욱의 마음 같아 울컥함이 치밀었다. 이연이 아닌 화이를 눈앞에 두고, 더 이상 꿈이 아니기를 바란다니..ㅜ 조금 더 있을 미래에 옥상에 홀로 남아 울게 될 그의 모습이 겹쳐지며 안쓰러움이 배가 되었다.
아, 그런데 이 장면의 애드립 포인트가 오늘 없었다. 손 편하게~ 하고 그가 말을 한 후에 화이의 자세를 보며 아이언맨이야? 라고 했어야 하는데 오늘은 화이가 바로 자기 몸에 손을 대도 된다는 대사로 넘어가는 바람에.. 오늘만 없었던 것이길 바란다ㅜ
대신 추가되었던 대사는 훈과의 대화 도중 감독님이 울리는 핸드폰을 집어들곤, 그것을 들여다보며 "마..녀?" 하고 읽었던 것. 정말로 핸드폰에 마녀라고 적혀있었던 걸까, 순전히 그의 애드립이었을까ㅎㅎ
<사랑이라는 이유로>는 22일처럼 방해되진 않았지만 여전히 아쉽다. 이 노래나 <거리에서>가 피드백되지 않는 한은 계속 불만으로 남을 듯하다. 여기와, 이연의 거울 영상 이렇게.
개연하고도 어제와 오늘이 다른 극이라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끝까지 보완하여 완성형에 이른다면 좋겠다.
1. "성태 형!" 을 찾아갔을 때, 22일 밤공부터 암전이 매우 빠르다. 어둠 속에서 사라져가는 실루엣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암전이 너무 빠르면 바로 다음 장면인 화이의 오디션과의 사이에 마가 뜨게 되는데 왜 그러는 걸까.
2. 오디션에서 감독님이 보고 웃는 건 이력서가 아니라 여러 명의 사진이 나란히 붙은 서류고, 이건 캐스팅 발표 때 그대로 쓴다.
3. 국회의원 배지를 만지면서 "니가 국회의원이라니~ 멋지다."
4. <두 바퀴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성태가 전화통화할 때, "우택 씨 요즘 좋으시다면서요!" 이건 원래 하던 거였나? 오늘 처음 들었어.
5.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역시 산타와 루돌프죠!
극이 수정된 부분
1. <12월> 전 영상이 나올 때 아련한 음악으로 수정
2. 22일 밤공부터 게시판 앞에서 "이름을 적는 게 아니었는데.." 하는 이연 선배의 대사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