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침 주의

공연 전, 내가 예감할 수 있는 선에서는 각오해두었다. 둘이 아닌 혼자서 부르게 될 그림자는 길어지고, 한국에서는 처음일 츠보미, 언제 들어도 벅찬 "넌 나의 음악". 그리고 그가 약속했던 황금별. 귀도 마음도 활짝 열고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들어야지 그렇게 다짐했는데, 그 준비가 무색할 정도로 그의 차원은 여러 갈래에 있었다. 오늘 그의 선물꾸러미가 얼마나 값지고 귀한 것이었는지, 이 마음을 어떻게 담아둘 수 있을지.. 고민이 큰 만큼 기쁨도 크다. 행복감도.

눈물 나게 멋있었던 건 Incredible. 그리고 바이올린과 주고받듯, 겨누듯, 조화를 나누던 <Too Love>. 기억의 저편에서부터 거슬러와, 낡은 책장에 새 기운을 불어넣듯 그가 새로이 만들어가는 노래는 예상 밖인 만큼 더 큰 선물이었다. 처음 듣는 애드립도, 물결처럼 흐르던 깊은 목소리도.

각각의 노래에서 처음 듣는 애드립이 많았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다시 들을 수 있었던 Too Love의 후반부는 물론이고, 마지막 춤에서도, Thank U For에서도.

대부분의 노래가 새롭게 편곡되었다. 치명성은 그대로나 감미로움이 더해진 <No Reason>이 파격적인 변신이었다면(노래도 노래지만 무대 좌우 양쪽으로 가서 작정하고 보여준 맛보기 댄스도 좋았고, 엔딩 자세도 멋졌다. 뒷걸음질하여 세트 계단에 몸을 약간만 비틀어 걸터앉는데 다소 껄렁한 느낌도 나면서 무지 강렬한 기운을 발산했어, 이때의 그가.), 피아노가 아닌 기타와 함께 한 <11시 그 적당함>은 익숙함 속의 색다름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역시 정적을 가르는 그의 노랫소리.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그의 목소리.

애드립 없이 원곡 그대로를 들려주었던 건 오늘이 첫 라이브였던 <사랑합니다>. 이 곡에서 나는 작년 연말 콘서트 첫날, <사랑은 눈꽃처럼>을 들으며 했던 생각을 또 한 번 했다. 음원으로만 들어왔던 그의 노래를 라이브로 듣게 되는 첫 순간 모든 소리, 울림 하나하나가 비로소 색채를 입어가는 장관을 마주했다. 생각했던 대로였고,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음원과 같은데, 음원과는 울림도 전해지는 깊이도 차원이 다른 라이브. 참 많은 것이 담겨 있는 그의 목소리 결. 특히나 <사랑합니다>에는 나를 황홀하게 하는 그의 깊디깊은 저음이 많아 더욱 맥을 못 추고 말았네.

연말 이벤트송인 만큼 예상할 수 있었고, 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Thank U For>는, 하하하.. 그의 마음씨가 너무 예뻐서 눈물이 났다.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로 다가와 주고,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여주려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무던히도 예뻤다. 구석구석, 손길 하나 눈빛 한 번 닿지 않는 곳이 없도록 배려하는 마음씨. 그는 왜 이런 사람이죠. 그는 왜 이렇게 항상 예쁘고, 고운가요.

이어지는 그의 노래 메들리를 겸한 오케스트라 소개 시간. I Can Soar-Lullaby-가지마-사랑하나 봐-이슬을 머금은 나무 순으로 이어지는 메들리를 들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마무리가 다른 곡도 아닌 이슬은 머금은 나무인 건 솔직히, 또 반칙이다 시아준수. 코러스와 오케스트라 밴드를 통해 그의 노래가 이렇게도, 저렇게도 변주되는 걸 즐거운 마음으로 보고 듣고 있었는데 마지막 순서였던 이슬을 머금은 나무는 그가 그 자리에 없었음에도, 꼭 그가 노래해 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Thank U For뿐만 아니라 이 메들리조차도 그의 선물이었구나, 이 또한 이 자리에 와준 팬들, 그의 청중을 향한 마음이구나.. 싶어 마음이 우르르 차올랐다. 그런 느낌이었어. 강한 충격으로 마음이 삽시간에 해체되고 깨져버렸다가, 동시에 그 자리에서 더 견고한 차원으로 응결하고야만 느낌. 음악감독님이 함께 따라 부르자고 이끄는 순간에 조금 더 큰 소리로 사랑해~ 외쳐주고 싶었는데 감정이 턱턱 막혀서 소리가 잘 안 나오는 내가 조금 바보 같이 느껴졌지만 어떡해, 그렇게나 좋았는걸. 시아준수가 쉴 틈 없이 건네주는 그의 마음이 너무도 뜨겁고 무거워 두 손으로 담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기만 했다.

그리고 돌아왔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라고 콕 찍어 말해주어 더욱 설렜던. 재즈바 같은 분위기 속에서 다시 시작된.
시아준수만의 창조.

그 첫 타자는 <오르막길>. 그는 역경을 함께 걷는 연인들을 위한 노래라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렇게만은 들을 수 없었다. 가사가, 그의 목소리가, 얼굴이.. 그가 겪었고, 내가 지켜봐 온 그간의 일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마음이 무너졌다가, 다시 일으켜 세워졌다가를 반복했다. 출렁이고 흔들리고 요동쳤다. 그 파도 속에서 유일하게 견고한 그의 노래를 버팀목 삼아 빗살 치는 감정의 홍수를 견뎌냈다. 그리고 그의 노래 한 가운데서 또 어김없이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이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 있을까.. "나 왜 좋아해요?" 하고 물어봤죠? 그렇게 물어봐 놓고 시아준수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 오늘 다 보여주고, 말해주고, 들려준 거 알아요?

그의 마음, 그의 소리. 그가 펼쳐 보여 준 모든 것들. 노래로 말하고 노래로 전하는 그의 진심이 못 견디게 좋아서, 그 마음에 포개어지는 내 벅찬 감동을 공연 내내 꼭 쥐고만 있었다.

<츠보미>에는 부연이 없었다. 별다른 설명 없이, 꼭 오르막길을 통해 못다 한 이야기를 마저 하는 것처럼 노래를 이어갔다. 일본에서의 공연을 빠짐없이 보았음에도 아직도 그가 부르는 소절과 가사를 완벽히 연결하지 못해 뜻 모르고 그의 소리에만 집중했는데도 몰입에의 방해는 없었다. 그의 노래는 가사를 통해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그의 소리로부터 발현하는 마음에서 전해져 왔으니까.

본공연의 마지막 곡, Incredible을 앞두고는 그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꿈을 이야기하면서, 절대 포기하지 말라던 그의 눈빛. 자신의 변성기 이야기를 하며 덤덤하고도 짤막하게 자신 또한 그렇게 해왔노라고 말하던 모습, 그 눈. 깊고도 단단하던 눈빛은 포기하지 않아 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2014년, 포기하지 말라 하는데 크고도 깊은 다독임이 되었다. 동시에 채찍질도.

마지막, <Incredible>. 아아... 무지개같이 다채롭고, 별무리처럼 반짝이는 사람. 나는 기쁘고 자랑스럽게 단언할 수 있다. 내 평생의 단 하나뿐일 음악이 당신이라고.

Incredible에서 들을 수 있는 그의 아름다운 바람 소리는 이 노래를 내 안에서 이미 낙엽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는데, 오늘 그 차원이 깨졌다. 사랑의 창조라고도 하고, 사랑의 맹세라고도 할 법한 범주의 마법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그 자체부터 이미 아름답지만, 그가 자신의 목소리를 각각의 순간에 알맞도록 공들여 쓰는 방식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선천적이며, 후천적인 아름다움이 한데 모여 가장 알맞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그에게서 보았다. 천재와 장인이 결합한 완성형의 아티스트, 내 앞의 바로 이 사람. '아아아아아~' 그 경쾌하던 후렴구를 그토록 신비하게 수놓아가는 그를 보며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 이야기를 꼭 써야 하는데. 그 어느 때보다 "넌 나의 음악~"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들었다. 이 멜로디, 이 음색, 이 가사는 여전히도 이렇게 소름 끼치게나 좋구나. 너무 좋으니까 막 얼척이 없는 웃음만 났다. 언제나, 언제나, 오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당신이 나의 음악, 무엇으로도 바꾸지 않을. 이런 내 마음의 문장을 그가 노래해 주니까 벅참이 배가 되어서 나 각오했음에도 또 정신없이 황홀해하고 말았네.

<황금별>은 생각했던 그대로, 반짝거리는 사금 알갱이였다. 부드럽게 퍼트려지던 1절의 목소리와 강하게 휘감아 오던 2절의 목소리는 다른 표현으로, 같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찬란하고, 애틋하고, 쓸쓸하게도 느껴질 정도의 고결함.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꿈이라는 것, 나는 그를 통해 본다.

그의 노래, 그 목소리의 아름다움에 대해 실컷 썼으니까 (대체 아름답다는 표현을 몇 번을 쓰는 건지 모르겠는데, 겹쳐도 이 말밖엔 없다. 내가 그를 보아온 내내 그는 아름답다의 동의어였으니까 이 말이 아니고서는 그에 대해 표현할 길이 없다.) 노래 외적으로 그가 예뻤던 이야기만 몇 개 더 써보면, 기억의 가장 앞머리에 남은 건 안내노래. 화음이라서 메인음을 잘 몰라 안 되겠다고 빼는 듯하다가, 결국 불러주는데 너무도 잘 불렀던 것 말고도 중간쯤까지 부르고 나선 그만하려고 종이를 접었다가 항의 소리에 다시 펴서 끝까지 불러주던 모습. 노노노노~ 와 포즈, 즐거운 관람 되세요 등에서의 주요 율동도 빼먹지 않고 꼭꼭 챙겨주는 그가 참 좋았다.

사소하게는 마이크를 건네주기 위해 무대 앞쪽 계단에까지 내려와 눈을 맞추고 귀 기울여주던 모습. 공연을 이끌어가면서 틈틈이 객석의 외침에 화답하고 둥글게 둥글게 대꾸해주던 살가움. 충격의 Thank U For는 위에서도 썼고.

마지막으로 엔딩 영상. 러브 액츄얼리 영화 자체는 크게 기억에 남는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스케치북 고백은 정말 좋아했던 건데 시아준수가 해줘서 쓰러질 뻔했다. 같은 것도 오빠가 하면 더 멋있고, 더 감동적이고, 더 로맨틱한 걸 어떡해? 그것도 그렇게 예쁘게 웃는 얼굴로 사랑해~ 하고 말해주면 나 행복해서 죽잖아요ㅜ 공연 끝난 지 다섯 시간이 넘어가는데 나 아직 힘든 거 봐..

아, 엄청 설렜던 거 하나 더. 다음에는 춤 추는 뮤지컬 해야지~ 하던 그ㅎㅎ 대환영입니다. 밝고, 많이 웃고, 무대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그에게 행복만 가득한 극이면 더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마지막으로, 디셈버 무대 뒤에서 "춤추고 싶다!"며 소리친다는 그가 보여주었던 댄스도 적어야지. 본격적인 댄스는 Incredible Original 외에 No Reason이 유일했는데, 지니타임의 Turn It Up 은 No Reason을 율동으로 만들어버렸다. 금방도 하지 않았느냐며, 쑥스럼 타며 살짝 빼는가 싶더니, 또 반주가 나오고도 웃음을 터트리느라 멈칫하는가 싶더니 와.. 서서히 시동을 걸며 진지하고 성의있게 본격적인 댄스를 보여주는데, 여기서 이 '시동을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도 멋졌다. 다만 춤출 때의 가슴이나 팔 근육이 또 한 매력인 터니럽 안무에서, 민소매가 얼마나 적절한 무대의상이었는지를 느꼈던 건 비밀.

이렇게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마음씨면 마음씨. 그가 팔방미인이라서 좋아하기 시작했던 게 아닌데, 그는 그런 사람이다. 그걸 또 어김없도록 깊숙이 느끼고 온 이 밤이 참 따뜻하다. 충만하고.

오빠에게도 그런 밤이면 좋겠다. 이 밤의 행복이, 당신의 꿈에도 피어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