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이 한창일 때까지만 해도 2014년의 첫 공연을 나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로 기억할 생각이었다. 2막이 정말 정말 좋았는데, 그만큼이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압도적이었다. <거리에서>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일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거리에서>의 마지막 소절 ㅡ 그대가 잊혀져 간다는 부분을 지욱이 불러서는 곤란하다 여겼다. 지욱은 "할 수 있을까?"의 자문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이연을 보내줄 수 있게 되었음을 불현듯 깨닫고, 그때로부터 일시에 몰려들기 시작하는 지나간 사랑의 기억에 울고 웃는다. <12월>의 울음과 웃음으로써 그는 "또 봐", 즉 이별인 동시에 새로운 기약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그의 자문이 있기 전에 이연을 '잊어가고 있다'고 지욱 스스로 말해서는 난감하다고 생각했다.

아아, 그러나 역시 시아준수. 단 몇 소절의 추가에서도 그는 보는 사람을 납득시키는 노래를 한다. 시아준수의 노래란 그런 거야.

그대 모습이 잊혀져 간다고 노래하는 순간 그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다. 동그랗게 뜬 채 정면을 향해 공허하게 못 박혀 있던 두 눈. 함몰되어 가라앉은 빛. 반짝이나 컴컴해 보이던 눈동자. 그렇게 멎어버린 눈동자를 한 그로부터 높고 부드럽게 퍼트려지던 체념과도 같은 노랫소리. <거리에서>로써 이연의 죽음을 완연하게 인정하며 무너져버린 그의 세계가 뒤편 스크린에서 보이고, 외면해온 사실 앞에서 자신의 나약한 허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어진 그와 그의 넋두리와도 같던 목소리의 콜라보.

죽음, 그리고 있을 수 없는 망각.

그녀가 잊혀져 간다는 소절을 한숨처럼 흩뿌리는 그가 역설적으로 슬퍼서, 19일 공연 이후로 가장 마음이 출렁거렸다. '잊혀져 간다'. 절망한 지욱이 자신을 가장 상처 줄 수 있는 말을 고르고 골라 아무렇게나 읊조리는 것 같았다. 그 말은 이연을 잊지 못하고 살아온 자신의 20년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고, <그날들>에서 '부질없는 아픔을 멈출 수 있으면' 멈추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어 괴로워했던 자신의 마음을 파괴하는 행위가 되는 셈이니.

게다가 오늘 "그리운 그대~" 하며 중간에 치고 들어오는 소리는 어찌나 소름 돋게 아름답던지...

사실 여전히 토막 난, 그리고 피드백이 요원해 보이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때문에 잔뜩 심통이 난 상태였는데 오늘 <거리에서>가 모든 것을 바꾸어 버렸다. 마지막 소절에서 시아준수가 보여주었던 공허한 눈빛과 목소리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으로부터 이어져 2막을 지배하는 '지욱의 아픔'을 마침내 직접 맞닥뜨릴 수 있게 해주었다. 최소한이나마.

그래서인가. 청년 지욱과 윤 감독님과는 별개로, 언제나 1막이 2막보다 좋았는데 오늘의 2막은 여운이 짙다. 지욱이 또 너무 아파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