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뮤지컬 2014년 1월호 중 발췌

<디셈버> 개막 전의 이야기

<디셈버>는 지금까지 했던 성스루 뮤지컬과는 성격이 좀 다른 작품인데, 출연을 망설이진 않았어요? 대사가 정말 많다면서요.
네. 대사가 정말 많아요, 정말. <디셈버>는 제가 했던 뮤지컬들에 비해 연극적인 색이 강한 작품이죠. 사실, 성스루 뮤지컬이 아닌 작품을 이렇게 빨리 하고 싶진 않았어요. 왜냐면 제 자신을 잘 아니까요. 그런데 마음을 바꾼 게, 스펙트럼을 넓히려면 이런 뮤지컬도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타이밍상 연기를 배우기에 좋은 시점인 것 같았고요. 그래서 또 한번 도전을 해보자 싶었죠.

<디셈버>를 선택한 동기는 김광석의 음악이라는 요소도 중요했겠죠?
네, 음악이 제일 중요하긴 해요. 음악이 좋으면 시나리오에 약간의 빈틈이 있어도, 무대에서 충분히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습은 어때요? 2막에선 사십대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데, 어렵지 않아요?
'<천국의 눈물>에선 오십대도 했는데, 사십대야 뭐. 열 살 어린 건 그나마 낫겠지' 이런 생각이에요. (웃음) 그리고 요즘엔 다들 젊게 살잖아요. '지욱이는 공연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나이가 많아 보이진 않을 거야' 혼자 자기 최면을 걸고 있어요. 하하. 그런데 억지로 사십대처럼 보이려고 하진 않으려 해요. 제스처나 대사 톤에 살짝 차이를 두는 정도로 자연스러운 변화를 주려고요. 그래서 2막에서 화이에게 말할 때는 조금 딱딱하고 고압적으로 말하려고 해요.

이번 작품에 코믹적인 요소가 많다고 들었어요. 무대에서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요.
음, 뭔가 재미있게 웃기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숙맥인 남자가 어떻게든 첫눈에 반한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는 어리숙한 모습에서 웃음이 유발되는 거죠.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할 수 있도록 생각하고 있어요.


<디셈버> 개막 후의 이야기

첫 주 공연을 모두 소화하는 건 어땠어요? 일주일 공연을 무사히 끝낸 소감이 궁금해요.
일주일 공연을 소화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밸런스를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무대에 서니까 그게 잘 안 됐어요. 제가 지금까지 네 편의 뮤지컬을 하는 동안 제 나름의 철학이 생겼는데, 그게 '무대에서 쉬어가는 페이지란 있을 수 없다' 거든요. 항상 최선의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1막 마지막 신에서 어떻게 그렇게 잘 울 수 있어요? 매일 그렇게 울면 힘들지 않아요?
그 장면 처음 연습했을 때는 보온병 뚜껑을 열다가 울었어요. 연습실에서도 매번 콧물이 흐를 정도로 울었어요. 정말 사랑하는 여자가 떠나가는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이연에게 빠진 연기에 몰입하면, 마지막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흘러요. '그댈 보내고 멀리' 이 노래를 시작하면 이연을 떠나보낸 게 정말 실감이 나면서 더 눈물이 나요.

공연 전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2막에서 무리해서 사십대처럼 보이려고 연기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이연이 떠난 후 여전히 과거 속에서 사는 지욱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어느 정도는 의도한 거예요. 이십대 지욱이가 보여준 사랑과, 사십대 지욱이가 느끼는 그리움에 균열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만약 관객 분들이 2막의 지욱이 이연을 잊지 못해 시간이 과거에 멈춰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해주시면, 절반의 성공이죠. 제가 2막에서 표현하고 싶은 건, 사십대 윤지욱이 아니라, 이연을 계속 마음에 담고 있는 윤지욱이니까요.

공연을 하고 나서 더 좋아하게 된 노래나 장면이 있어요?
공연을 하면서 '그날들'과 '거리에서'를 더 좋아하게 됐어요. 훈의 테마인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도 좋아하고요. 좋아하게 된 장면은, 음, 학교 축제가 끝나고 제가 이연을 찾아가서 집까지 바래다주는 장면이요. 무대에선 세트가 전환돼서 장소도 바뀌고, 조명으로 시간이 낮에서 밤으로 변하니까 정말 하루 종일 데이트한 느낌이더라고요.

지금 다시 <디셈버>를 한 줄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래요?
<디셈버>는 아련한 기억이다.

끝으로 새해 <디셈버>를 찾는 관객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디셈버>에서 윤지욱 역을 맡은 김준수입니다. 2014년이 왔네요.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힘차게 한 해를 시작하시길 바라요. 뭐든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1퍼센트의 행운이 따르는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라고요. 새해에 우리 뮤지컬을 보러 오신다면, 극장에 오시기 전, 김광석 선배님의 '그날들'을 들어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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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4.01.04

시아준수, 얼굴도 노래도 마음가짐과 생각하는 방식까지 전부 다 미인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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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4.01.27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에 데뷔한 뒤 주로 송스루(song-through· 노래로만 이어가는) 뮤지컬을 해 왔는데, 이번엔 대사량이 많았다. 억양이 무척 독특하면서도, 나름대로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웬만하면 연기는 나중에 해야겠다'고 스스로 한계를 뒀었는데 이번에 깨졌다. 용기를 내서 하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 썩 좋은 목소리는 아니지만, 앞으로 그대로 보여줄 생각이다."

1990년대 초의 정서가 낯설지 않았나?
"첫눈에 반하거나 하숙집 옥상을 기웃거린다는 설정이 처음엔 생뚱맞게 느껴졌다. 요즘은 카카오톡으로 금세 만나고 헤어지지 않나? 그런데 김광석 노래와 함께 그 시절 정서에 몰입하다 보니 그런 게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이란 걸 알았다."

1막 마지막에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불렀을 때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감정이 완전히 몰입된 것으로 보였다.
"감정을 자제하고 가짜 감정을 보여줄 생각도 해 봤지만, 막상 무대에서 관객 앞에 서면 그게 도저히 안 된다. 이미 죽은 사람과 대화하는 장면 뒤에 나오는 노래다. 슬픈 감정을 100% 실어 울면서 노래했다. 그러고 나면 진이 빠져서 서 있기도 힘들다."

극의 절반을 40대로 연기해야 하는 것도 어려웠을 텐데.
"정말 쉽지 않은 부분이어서 아이디어를 냈다. 25세로 나오는 1막을 마치 10대처럼 어리게 연기했더니 2막에서는 상대적으로 성숙해 보이더라. 2막에서 술 취한 장면을 연기하는 것도 실제로 술을 마셔 본 적이 없어 힘들었다. 결국 술잔 넘기는 장면을 줄였다."

2014. 1. 27. 조선일보 지면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