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천잰가 봐 어떡행~>_<” 어떡행~이 붙으면 왠히괜지 오빠가 더 신나보이고, 나도 더 신이 나곤 한다. 같은 사족을 붙여도(다 떨어졌네~ 라거나, 깜짝이얏 쒸..ㅜ 라거나ㅎㅎ) 더 신바람이 나는데 오늘 시끄러운 여일을 향한 핀잔이 늘었네! “말이 왤케 많아~” 타박한 후 뛰어 나가면서 한 마디 더, 짧고 굵게, “시끄러웟!!”
그리고 오늘의 정말 반가운 소식.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안 그래도 이때 그의 등장시기가 바뀐 탓에 긴장해서 보는데 살랑살랑 걸어들어온 그가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짧지만 강력한 두세 소절. 사랑스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힘을 빼고 살랑~살랑~ 부르는데 와…. 넋 놓고 황홀해하는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 현격히 줄었지만, 새로운 목소리를 들어 기뻤다. 이런 피드백 좋아요, 오빠 노래 좋아요. 이어서 여일이 그를 불러 깨울 때는 가볍게 한 번 부리청소! 이젠 빠지면 섭하다.
강의실. 다른 날과 다르게 여일이 제안해온 것이 커플 장기자랑이 아니라 “커플 땐스 대회”였고, 그에 따라 그의 대답도 ‘댄스’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떨떠름한 얼굴로 “내가 왜 너랑 춤을 추는데?” 하던 그. 으.. 이렇게 내키지 않는 기색을 만면으로 띄울 때의 그가 얼마나 섹시한지, 지욱선배는 알까.
기다린다는 여일을 보곤 얘 뭐야? 싶은 얼굴로 미간을 모으곤 안 한다, 안 할 거야 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성태를 찍어가며 둘이 하라고 맺어주는데 ㅋㅋ 아 왜 이렇게 귀여워요 ㅋㅋ 여일이 정색하며 거부하자, 아니라고, 둘이 해, 둘이 딱이야 이런 포즈로 손을 짝 마주쳐가며 맺어준 후에 더는 안 듣겠다는 듯 몸을 홱 틀어서 다리를 꼬고 턱을 괴었다. 으으 잔망잔망ㅠㅠ
아쉬운 여일이 그의 어깨를 콕콕 찌르자 하품하던 얼굴을 여일 쪽으로 틀어서 쭉 들이미는 킬링동작이 나왔다. 이어서 쌍꺼풀을 눈앞에서 그려주는 필살기도. 어쩌면 여일은 지욱과 커플 대회에 나기보다도 이렇게 전력으로 반응해주는 그를 보고 싶어서 자꾸 찔러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내 귀여웠다.
군부독재에 관한 일장 연설을 늘어놓을 때도 무척 투지 넘쳤다. “저기요!” 불러놓곤 옷매무시를 전투적으로 내리며 사기를 충전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게다가 오늘 유난히 바르르 바르르 큰 소리로 어절 단위를 끊어가며, 카랑카랑 톤을 높여 외쳤던 “아니라고!! 믿고 있으니까여!!!!” 때문에 객석이 전부 웃음바다가 되었다.
보디랭귀지할 때는 이제 계속 목소리가 들린다. 작게, 속삭이는 나나나. 허밍 중 끊어가며 나! 나! 나! 를 강조한 건 이연 쪽으로 갔을 때 한 차례만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수훈감 중 하나. 다시 또~ 그대가 사라진다면~ 하면서 살며시 미소 짓는 얼굴, 그 웃음이 너무 예뻤다.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아드는 미소에 그 순간이 영원했으면 했어. 항상 그가 대사하다 노래로 넘어가는 순간 달라지는 공기와 반전되는 분위기가 좋아 영원을 바라게 되곤 하는데, 오늘 거의 모든 노래마다 영원이 간절했다. 유난히 결과 폭이 깊고, 무구한 목소리가 아름답고 감성적으로 다가와서.. 감미로움을 주 테마로 하는 <스치다>와 <다시 돌아온 그대>는 이 선명한 아름다움의 목격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벅차올라 울컥하기도 했다.
이연의 후배를 향해서는 “후 아 유?”가 돌아왔다. 기쁨의 노래 후엔 “책 팔아요~~ 루키, 밴드동아리?”를 연거푸 읽었고. 기쁨의 노래에서는 운동부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들이대며 어깨와 가슴을 막 털어가며 아양을 부렸다. 선배, 이런 건 어디서 배웠니?ㅜ 로미오 자세와 뒷발차기도 짧지만 강하게!
요즘은 기쁨의 노래도 노래지만, 그에 앞서 “뭐, 상관없어요!” 툭 내뱉고 가방끈을 고쳐매는 그를 볼 때 심장이 저릿저릿하다. 진짜 너무 귀여워서. “우리..?” 하며 두 손을 맞잡고 황홀해하는 건 또 어떻고.
이어지는 <다시 돌아온 그대>는 오랜만에 오소연 배우와의 호흡. 새롭다고 느낄 정도로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오소연 배우와의 호흡이 조금 더 차진 건 목소리 어울림도 있지만, 사소한 주고받기에서도 느낄 수 있다. 4층에서 “느끼하다 (응) 나도 토할 뻔했어 (응)”이나, 2막의 개인 레슨에서 시선 교환과 같이 자잘하지만 보는 사람에게는 큰 포인트가 되는 디테일들에서. 아아, 그런데 오늘은 객석 반응이 무척이나 매글매글해서, 그가 “느끼하다” 하며 수습할 때 객석 웃음소리가 무척 커서 (응) 하고 되받는 이연의 목소리가 묻혔다. 객석의 매글스러운 반응은 겪을 때마다 신기해서 적게 된다.
사고사 후 울먹일 때 오늘 역시 우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점은 어제는 쌕쌕 몰아쉬는 울음이었다면 오늘은 엉엉 섧게 토하는 울음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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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화이를 처음 보고 오늘은 놀란 나머지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는 동작이 돌아왔다. 성태를 찾아갔을 땐, 일전에 너무 빨리 부르는 바람에 두 번 불러야 했던 경험을 살려 오늘은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적시에 “김성태 차장님!”하고 불렀다.ㅎㅎ 두 사람이 반갑게 얼싸안고 흔들흔들~ 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항상 유쾌하다.
그리고 돌아온 사거리대포 감사합니다. 모든 대사가 돌아왔다. 많이 변한 훈의 뉴스 인터뷰를 들으며 씁쓸해하는 모습과, 훈을 향한 시민의 욕설을 들으며 쓴 침을 삼키는 모습만 빼면.
개인 레슨도 꽤 많은 디테일이 돌아왔다. 일단 화이와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감독님. 으으. 그리고 사라져서 아쉬웠던 ‘그쪽 어깨도’ 할 때 감독님의 엣지 있는 손 각도가 비슷하게나마 부활했다. 어깨를 펴보라며, 직접 돌리며 시범을 보이기 전에 살짝이나마 한 손으로 그쪽 어깨를 가리키는 동작을 재연하신 감독님, 최고. 자세가 영 어정쩡한 화이를 향한 오늘의 타박은 “헐크야, 뭐야”였고, 다리 모양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화이에겐 대체 얜 뭐야 이런 말투로 나↓란↓히↓ 하고 부드럽게 코치해주었다.
그리고 훈에게 잡힌 화이가 이런저런 신상을 말한 후 슬며시 감독님의 눈치를 보자, 훈의 뒤편에서 초조해하다가 빨리 나가라며, 짜증 섞인 손짓을 하는 감독님은 오늘 처음 봤다. 나가라고, 손가락만 팔랑이며 눈치를 주는데 아 설레...
훈과 대화할 때도 평소와 말투가 다른 부분이 있었다. 이연과 더는 만날 수 없다는 훈의 말에, “무슨 말이야.” 되묻는 말투가 무척 도전적이었다. 꼭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니~ 할 때와 같은 느낌.
아아,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 “누구시더라!” 일갈할 때 감독님이 바라보는 방향이 B쪽으로 바뀌었다. 반대로 “그리고 그래.. 아주 약간의 운이 좀 따랐나 보다. 됐나?”는 D쪽을, “나가!!!!!!”는 다시 B쪽을 향한다.
연습실에서 마지막 장면의 변경을 설명하는 감독님은 두 번 봐도 숨 멎게 좋다. 매끄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사무적인 말투. 그러다가 화이가 감독님에게 따지기 시작하면, 시시각각 벽을 치며 예민하게 반응하는 얼굴은.. 어찌나 섬세한지. 입술을 살짝 모아 내민 채로 유지하는 방어적인 태도는 사람을 완전히 홀려 놓는다. 장소와 조명이 바뀐 덕에 이전보다 변화하는 감독님의 표정이 잘 보이는 게 정말정말 좋다.
참, 처음에 연습실로 들어올 때 사무적이고 무심한 시선으로 큰소리치는 조복래 배우를 빤히 보다가, 무심히 화이팅 해주는 동작도 빼놓을 수 없다. 무표정의 화이팅 좋아요, 감독님 얼굴 좋아요.
음.. 그럼 다 쓴 건가? 후기를 둘로 나누면 둘 다 마무리가 어중간해지는 느낌. 결론은 1월 17일의 시아준수 만세라구요, 샤지욱 만세!
극이 수정된 부분
1. <바람이 불어오는 곳> 지욱 파트 추가
2. 연습실 충돌에서 화이에게 "여기서 당장 사라져"가 "여기서 당장 나가."로 수정.
3. 양로원 앞부분 대사 다소 압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