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작은 "천잰가 봐 어떠켕>_<" 으로 발랄하게. 우르르 떨어진 악보들 중 한 장이 아슬아슬하게 남아 난간에 걸렸다. 다 떨어진 악보에 잠시 시무룩해한 그가 남은 한 장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오늘의 기묘했던 느낌. 기타줄 튕기는 손으로 첫 음을 잡아 허밍을 시작하는 그의 모습이 난데없이 그림 같았다. 예쁘기야 항상 예쁜데, 오늘은 대놓고 슬로우 화면이었다. 우우~ 하며 사르르 고개를 드는 옆얼굴을 보는 순간 종이 울렸다. 그렇게 그림 같을 수가. 안 그래도 요즘 <스치다>가 사무치게 아름답고 서정적인데 오늘, 절정이었다. 반짝반짝 너무 예뻐. 그리고 오늘은 옥상에서 내려올 때 창문 그림자에 그뿐 아니라, 악보 든 손까지 비추어졌다. 후후. 시아준수, 그림자로도 내 마음을 살랑살랑하게 만드는 사람.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는 항상 소녀 자세로 앉는다. 잔망잔망. 다른 점이 있었다면 두 손을 동그랗게 말아 무릎 위에 포개는 대신, 오늘은 깍지 낀 손을 무릎 사이에 끼워 넣고 꼼지락거렸다. 부리청소는 어김없었고♥

노부부 내외를 두 분만 사시게 하는 손주 손녀에 대한 분노, "불효자식들!"은 정말 절묘한 애드립이다. 재치 만점 시아준수. 오랜만의 김슬기 여일을 향하여는, 시끄럽다는 듯 귀를 긁적여 후~ 불어낸 후에 "여일아. 넌 안 힘들어?" 하고는 "귀여운 척하지 말고, 말이 너무 많앗!" 까지 권총을 쏘듯 다다다다 뱉어내며 줄행랑을 쳤다.

강의실에서는 아주 살짝만 앓았다. 미간보다는 발목과 손목을 써서 나른~나른~해했다. 손가락을 나른하게 폈다 접었다, 발목의 까딱임에 맞추어 움직이며 황홀해하는 그를 보았다.

커플 댄스 대회를 두고 옥신각신할 차례가 다가오면, 커플은 몰라도 댄스 대회에 나가는 지욱은 보고 싶단 생각을 한다. 1등은 떼놓은 당상이실 것 같은데, 어떻게 안 될까요?

성태에게 여일을 떠넘기려는 손짓이 어김없이 시작되었다. 두 검지를 사랑의 권총처럼 나란히 빵~ 찍어주고, 경쾌한 박수 한 번으로 논란이 종결되었음을 알렸다. 여일이 그의 손을 잡으며 말리려 들자, 새침하게 잡아빼고는 하품으로 공격(ㅋㅋ)했다. 이때 여일이 손으로 그의 입을 가려 아아아아~ 소리가 날 법하게 톡톡톡 두드려주었다. 기지개를 곁들인 하품 공격이 끝난 후에는 쌍꺼풀 필살기가 이어졌다. 두 사람이 진득하게 눈싸움을 하는데, 두 손을 모으고 황홀해하는 여일을 볼 수 있었다.

끝이 아니다. 지루하다고 찡찡대는 차례가 돌아왔다. 그것도 여일을 향해. 그의 투정을 받아준 여일이 한 번 더 기회를 노려 손을 잡자 다시 확 빼내며, 이번에는 아예 냉큼 떨어져 않았다. 이 제스처가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으앙ㅋㅋ 마무리 동작은 하품. 게슴츠레 뜬 눈으로 수업을 관망하다가 번쩍 뜨인 눈에는 이연이 담겨 있었다.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사기를 잔뜩 충전해놓곤, 엉뚱하게 나간 말에 주먹으로 머리를 콩콩 친다. 될 대로 되란 듯, 어깨를 들썩이며 어절 단위로 끊어가며 카랑카랑하게 소리친다. "아니라고!! 믿고 있으니까여!!!" 마침내 이연과 시선을 마주쳤을 때, 아가얼굴로 웃는 순간 손인사가 남달랐다. 평소 살랑살랑 가볍게 까딱이는 정도였다면 오늘은 메트로놈처럼 기계적으로 까~딱 까~딱했다.

그리고 허밍의 첫 음이 약간 달랐다. 다소 높았다고 해야 하나? 노래를 끊고 나! 나! 나! 나라며 썽내는 것은 이연 쪽으로 갔을 때 한 차례만 했다.

게시판 앞에서의 재회. 강의실에서 있었던 일을 해명하면서 "저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열심이었다. 저 사실 잘 몰라요보다도 저 아무것도 몰라요~ 할 때의 그가 정말 귀엽다. 사단 변화는 19일 밤공처럼 오늘도 매우 섬세하고 잔망스러웠다. 어깨너머로 이연을 흘것거리며 "해..요..? 하실래요...?" 하는데 어휴...

기쁨의 노래에 돌입하여 운동부 선수들과 맞닥뜨렸을 때, 오늘은 오징어춤을 추었다. 양팔을 뻗어서 흐물흐물, 고개도 좌우로 슬렁슬렁. 이어진 로미오 자세♥와 경쾌한 뒷발차기. 그리고 억양이 독특하여 정말 정말 귀여웠던, "노래왕 선발대회.. 나갈까아..?" 덧붙여서 고개를 푹 숙이며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 "아 쪽팔려ㅜ" 까지. 방방 뛰고 한껏 귀여웠던 지욱이었다.

언제나 항상 좋은 순한 억양의 "다시 사라지지 마"는 울컥함을 부른다. 이어지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도 아름답기에 시너지 효과도 크다.

사고 이후 옥상에서 들려오는 생울음소리는 점점 커진다. 내뱉는 울음이 돌 뭉치처럼 뚝뚝 떨어진다.

그리고 음, 뜬금없을 수도 있는데. 오늘 문득 사고사 이후 마지막 만남과의 텀에, 그러니까 겨울이 올 동안 지욱의 거취가 궁금해졌다. 그는 어떻게 이연의 죽음을 망각할 수 있었을까?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환상으로나마 그녀를 되살려 올 수 있었을까? 어디에서 헤매고 있진 않았을까. 어떤 얼굴로 슬픔을 삭이고, 어떻게 자신이 숨 쉴 수 있는 허구를 구축하게 되었을까.

이러한 물음을 뒤로 한 채, 어느덧 1막의 엔딩.

물기를 머금은 "안녕?" 하는 인사 뒤로 짐짓 밝은 체하는 "겨울이 왔으니까~" 가 참 애틋하다. 이별 통보에 곧이곧대로 여기서 헤어지는 거냐며 묻는 대사 역시 지욱답다. 붙잡아 보려 했지만, 붙잡혀주지 않는 연인. 오늘은 보온병을 열 생각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보온병을 동앗줄처럼 꼭 쥐고만 있었다.

유난히 길게 늘어뜨린 "사랑~~~은~~~"과 그의 달아오른 얼굴. 힘이 잔뜩 들어간 두 손과 힘겨워 보이는 미간이 전하는 이별의 아픔이 좋았다. 그의 고통을 만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지욱의 슬픔에 집중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소가 있었다. 눈물과 땀이 맺힌 얼굴이 별처럼 반짝거리며, 자꾸 시선을 빼앗았다. 반짝이를 문질문질해놓은 듯 내내 반짝반짝반짝. 얼굴에 어린 빛에 홀려, 그 빛을 샅샅이 눈으로 익히다가 그만 노래의 전개를 놓칠 뻔도 했다. 자칫 잘못 넋을 놓으면, 듣는 것과 보는 것을 한 번에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시달릴 정도로 그의 얼굴이 반짝거렸다.

*

화이와의 첫 만남. 괜스레 인상에 남은 모습은 오늘 정말 딱 종이를 두 장만 주워준 감독님. 원래는 주섬주섬 꽤 여러 장을 주워 건넸는데 오늘은 딱 두 장만 집어들어서 화이가 나머지 종이를 줍느라(오늘따라 종이가 퍼진 범위도 광활했다) 다소 바빴다ㅋㅋ

"김성태 차장님!"과의 포옹은 항상 반갑고 벅찬데, 오늘은 무슨 엄마 몰래 놀러 가는 아이들처럼 손을 잡고 다다다 뛰어가기에 꾸러기들 같았다. 그렇게 발랄할 수가 없었어!

사거리 대포. 모든 대사를 하고도 여유가 있어 오랜만에 감독님이 술을 들이켜고 크~ 쓴맛까지 찬찬히 음미할 수 있었다. 오랜만의 김슬기 여일과 함께 다시 오랜만에 돌아온 목덜미 잡기. 두 손으로 그의 목과 턱 부근을 턱 잡아서는 요리조리 훑어보는 순간의 여일이 극 전체를 통틀어 (여일의 모습 중) 가장 인상 깊다. 이어서 그를 방방 때리며 호들갑 떠는 여일에게 맞은 곳을 감싸고, 눈썹을 팔자로 내려뜨리며 아파하는 감독님의 얼굴은 순하기 그지없다.

다다다 쏟아지는 여일의 말이 끊기는 틈을 타서 미션수행하듯이 한 대사는 "말이 더 많아졌네" 였는데, 오늘 유난히 여일이 그가 말할 틈을 주지 않아서 그가 어렵게, 어렵게 그 한마디를 하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이어서 병나발 부는 여일을 보고 웃으며 등을 으이구 콩! 쳐주었고, 여일의 병에 짠~ 하며 남은 술을 들이켠 후 일어섰다.

성태와 여일의 위로,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를 외면한 채 무대 가장 왼편을 향해 서서 하얀 조명을 받는 순간의 그를 참 좋아한다. 하얀 조명이 부각시키는 겨울의 찬 바람과, 그의 공허한, 텅 빈 마음에 눈이 시리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어지는 침잠하는, 억누르는 폭발의 <그날들>. 음원으로 오래오래 남길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이 노래 안의 아름다움을 깨끗하고 공식적인 소리로 갖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될까요?

오디션에서 베토벤 머리를 할 때는 오늘 오랜만에 망설이는 것처럼 잠시 멈칫, 했다. 그리고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머리를 헝클어트렸고.

개인 레슨. "쫓아와 봐"와 화이와의 시선 교환은 정말 봐도 봐도 좋은 디테일이다. 그의 말투도, 눈빛도. 그가 연구하고 만들어놓은 지욱이라는 인물의 생명력이 얼마나 정교하고, 세심한지! 개인적으로 감독님의 말투가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개인 레슨과, 새로 추가된 연습실에서 조연출에게 변경사항을 지시할 때 이렇게 두 곳인 것 같다. 섹시하면서 나른하고, 사무적이고, 차분하며, 불필요한 말을 곁들이지 않는 차가움이 느껴지는 감독님의 말투.

화이의 자세를 교정해줄 때의 대사는 오늘 역시 자유로웠다. 어깨를 펴라는 주문에서 "왼쪽 어깨도~" 로 바뀌었고, 두 손을 감정에 맞는 모양으로 자유롭게 하라는데 영 어정쩡한 화이를 보면서는 잠깐의 어이없는 침묵 끝에 "세일러문이야?" 하고 핀잔을 주었다. 이어서 영, 마뜩찮은 화이 때문에 한숨을 푹 내쉬고 또 이렇게 저렇게 자세를 코치해주는데, 감독님의 한숨 소리가 듣기 좋아서 화이가 내내 감독님 성에 차지 않았으면.. 했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2절을 시작하는 그는 정말 아름답다. 목소리도, 얼굴도, 울음도, 얼굴 반을 가린 그림자도. 수놓는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순간이다.

<12월>. 오늘 가장 서러웠던 가사는 "너에게 닿지 못한 내 노래. 하늘로 다시 돌아가." 그 혼자 간직해온 20년 동안 그 안에 응어리진 외로움이 폭발하는 듯했다.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그리웠을까. 새삼 그가 꽁꽁 가두어 온 20년을 생략해버린 극의 전개가 원망스러웠다. 그가 어떻게 시간을 멈추어 왔는지, 그 안에서 어떻게 슬픔을 삭이고 어떻게 아픔을 견뎌왔는지.. 보고, 들으면 마음으로나마 더 보듬어줄 수 있을 텐데..

앞뒤로 울음을 삼키며 겨우겨우 꺼낸 "우리, 또 봐.."는 오늘 역시, 웃음보다는 울음이 지배적었다. 그렁그렁한 눈에 맺히는 것이 어두워지는 조명인지 눈물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1. 다소 본격적인 느낌으로~ Turn It Up~
2. 커튼콜 스텝이 아주 자연스러워진데다, 흐르는 물결춤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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