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데?" 장난스레 반짝이는 눈으로 자기 노래에 빠져드는 스물다섯 청년을 보내는 날. 막공이 막공인 이유가 있음을 알리 듯, 늘 해오던 천잰가 봐가 아닌 "아임 지니어스!" 덧붙여 "오마이갓! 오마이갓!"까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오늘이 막공임을 상기시켜 준 그 덕분에 처음부터 많이 웃었다. 늘 즐거웠던 1막이 시작부터 더욱 유쾌했다.
사람인가, 다람쥐인가. 세상의 가장 예쁜 선을 본떠 그려놓은 입술로 해사하게, 꿈결을 거니는 그를 만나는 하숙집 아침. 여일의 목소리에 꿈에서 깬 그가 부리청소로 생각을 갈무리했다. 몽롱함에 취해있던 몸이 잠시 방황하다가 아침 식탁을 발견하고 자세를 고쳐 잡았는데, 웬일로 오늘은 성태가 화장실 문을 열어젖히기까지 한술 뜰 시간이 충분했다. 밥 한 숟가락 삼키자마자 코를 틀어막고 뛰쳐나가긴 했지만.
맞은 편 집 담. 그의 등굣길에 새로이 생긴 목표지. 총총 걸어들어와 주변을 잠시 살피더니, 눈을 빛내며 씩 웃었다. 개구지게. 담을 타는 가느다란 다리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했다. 하지만 헛짚었을 뿐이고. 원망 아닌 원망이 미국에 따로 사는 "불효자식들"에게 쏟아졌다. 목소리에 묻어나는 괘씸함이 거침없었다. 여일의 속사포 랩에는 따분한 얼굴로 귀를 후비더니, 귀여움 공격에 우욱.. 속을 게워냈다. 메스껍다며, 모터 좀 빼라 하곤 그대로 줄행랑!
강의실. 예쁘게도 앓는 얼굴. 눈썹 끝이 뾰족해지며 끄응댔다. 혀로 촉촉하게 적셔진 아랫입술이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커플 댄스 연습을 성태에게 떠넘기려는데 맞닥뜨린 여일 필사의 방어. 한 사람은 막고 한 사람은 뿌리치고자 하는 대치상황에서 잠시 팽팽하게 옥신각신하는듯하더니, 이내 장쾌하게 물리쳐냈다. 홀가분해진 손으로 손뼉을 짝짝짝 치며 두 사람을 엮는 하트까지 두어 번 그리곤, 손을 내려그어 단호함을 피력한 후 목을 긋는 손동작으로 최종 마무리 땅땅. 물 흐르는 느낌으로 리드미컬하면서도 분명한 손동작이 참 좋았다.
연습 문제를 일단락지은 후엔 잠시나마 여일과 쿨~하게 꽁냥대었다. 기지개를 동반한 하품 공격과 쌍꺼풀 필살기. 그의 강력한 연타에 여일이 꾸러미상품을 한 아름 받아든 듯한 얼굴로 황홀하게 물들었다. 그가 쌍꺼풀을 그린 얼굴로 고개를 시소 태우듯 좌우로 까딱까딱할 때면, 여일도 나도 마음이 달칵달칵~
그때까지도 수업은 한창 중. 소꿉장난에 흥미를 잃은 그가 금세 지루함 범벅된 얼굴로 눈꼬리를 늘어뜨렸다. 피곤해진 얼굴빛에 찡찡 기운이 그득그득. 아아 그가 찡찡대면 나 너무 좋아서 어떡하지.. 그가 찡찡대며 틈을 보이는 찰나,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일이 다시금 이말 저말 걸어오기 시작했지만 철통방어에 가로막혔다. 앞에나 보라며 퉁명스럽게 핀잔을 주곤 살짝 떨어져 앉는 그에게 여일이 다시 말을 건넬 수 있는 여지는 없어 보였다.
다시 돌아온 이연. 툭툭 상의를 내려 정돈하고 목을 가다듬어 사기를 충전했다. 하지만 영 마뜩잖은 말. 머리를 콩콩 쥐어박고 멍청이ㅜ 하며 축 늘어졌다. 그래도 전력으로 어떻게든 "아니라고!! 믿고 있으니까엿!!" 까지 씩씩하게 마무리해냈다. 나름의 일장연설을 시퉁하게 받아치며 돌아보는 이연과 간신히 마주 보게 되었는데, 그래서 배시시 웃으며 인사도 건넸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미적지근하자 그가 이를 앙 물고 와다다다 소곤거렸다. 나, 나 기억나? 기타, 기타아, 기타!!!! 다람쥐 도토리까듯 다다닥 속살대는 소리가, 작지만 여과 없을 정도로 분명하게 마이크로 새어나왔다. 그럼에도 소용없자 결국 노래에 승부수를 던진다. 나나 나나나 나나~ 이연 가까이로 가서 날 선 스타카토로 나나! 나나나! 하지만 돌아오는 건 교수님의 그래 너너너~ 하는 화답뿐.
게시판 앞. 떨리면서 올라가는 "한잔할래?!"가 참 좋았다. 이연의 성난 되물음에 풀죽으며 땅으로 꺼지던 해주세요도. '우리'라고 지칭된 이후 기뻐하면서는 오늘도 열정적인 오징어춤을 추었다. 무릎 꿇은 로미오도 되었다가, 폴짝폴짝 눈까지 감고 신나게 뒷발차기도 했다. 이연에게 들킨 후엔 "책 팔아요오~ 이솝우화 팔까요오~?"
<다시 돌아온 그대>. 두 사람이 헤어지기 전, 동네바보가 그의 다리에 폭삭 안겼다가 사라졌다. 찰싹 안기는 순간엔 이렇다 할 미동이 없던 그였는데, 바1보가 사라진 후에 몸을 틀어 슬쩍 뒤돌아봐주었다. 방금 뭐가 지나간 거지? 이런 눈으로. 그 찰나조차 설렜어..☆
그러나 이별.
많이 울었고, 많이 괴로워했다. 울음의 시작은 "우리 헤어지는 거야? 여기서 이렇게?". 세모꼴로 쏟아지기 시작하는 입술과 경련하는 어깨가 그의 울음을 전달해주었다.
열지 못하는 보온병. 품에 안고 눈물을 세차게 쏟아냈다. 물기에 폭 젖은 목소리로, 어렵사리 한 번만 안아보자 간청하지만 돌아보지 않는 연인. 둥근 어깨가 허물어지며 보온병을 손에서 떨구었다. 벤치에 힘없이 기댄 채 손등으로 울음을 막으며 눈물, 콧물 훔치는 모습이 동그맣기에 더욱 가여웠다. 연이어 토해지는 울음.
'지울 수 있을까', 자문하던 먹먹한 얼굴이 이연을 찾아 사람들 틈으로 사라졌다. 갈팡질팡, 제멋대로 갈래는 걸음걸이가 빠르고 절박했다.
연말의 부푼 공기. 둘씩 짝지은 사람들. 마주 잡을 손을 잃어버린 허전한 자신의 손. 자선냄비 앞으로 두 발을 어정어정 끌고 나와 서서히 주저앉았다. 기침 같은 울음이 뱉어졌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폭죽으로부터 돌아서서, 찬란한 밤꽃을 올려다보는 행복한 연인들과 등진 채. 오로지 그 한 사람만이 반대방향을 향하여 선 외로운 순간. 텅 빈 손이 답답한 마음을 헤집는 갈퀴가 되어 가슴을 쥐어뜯었다.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며, 제 가슴을 내려쳤다.
이 세상의 것인지, 환상인지. 이연의 목소리. 그가 거부하듯, 외면하듯 몸을 일으키며 걸음을 떼었다. 우느라 부은 얼굴로, 힘에 부쳐 실눈으로만 겨우겨우 뜬 눈. 힘없는 어깨, 터덜터덜 곤드라지는 걸음걸이. 입가에 고여 드는 울음을 그가 또 한 번 손등으로 틀어막았다.
저벅저벅, 무거운 발걸음을 멈추어 세운 후 마지막에 닿은 그의 절규. 이 순간의 그는 항상 진심을 다해 처절하다. 얼굴의 모든 감각이 일어난 듯한 상태가 되어, 겨우겨우 발끝으로 곤두선 듯한 날 선 고통을 본다. 가장 아픈 순간 가장 눈이 부시도록 쏟아지는 빛을 똑바로 맞고 선, 사랑이 사랑이 아니었다는 그를.
*
이십 년 후. 차분하게 가라앉은 말투, 사무적인 표정으로 무장한 얼굴. 굳이 감정을 드러내는 수고를 하지 않겠다는 듯 무심한 얼굴로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는 그를 웃게 하는 옛사람, "성태 형!". 반가운 포옹으로 간단한 해후를 만끽한 후엔, 손을 맞잡고 팔랑팔랑~ 흔들며 퇴장했다. 귀엽게.
사거리 대포. 그리운 사람들과의 마음 편한 시간. 그의 다소나마 일상적인 편안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순간. 이런저런 안부 인사가 오가며 짠, 술잔을 나누었다. 한 번에 반 잔 정도 입안으로 털어낸 그가 코끝을 쓰게 찡그렸다. 미간에 잡히는 주름과 탄탄한 가슴에 얹어졌던 남자다운 손에 설렜다.
막 잔을 내려놓으려는 찰나, 여일의 등장. 그 요란함에 놀란 나머지 그가 잔을 내려놓으려다 그만 술을 쏟아버렸다(오랜만에). 어리떨떨한 얼굴로 일어서서 무릎과 손을 쓱쓱 털어내면서도, 정신을 쏙 빼놓는 야단에 내내 웃어주던 친절한 그. 난데없이 맞은 어깨에 아얏, 하며 또 웃음으로 들썩이던 순한 얼굴.
그동안 항상 좋다고 생각만 하고 쓰지는 않았던 부분들을 오늘은 막공이니까 다 써야지. 사거리 대포에서 그의 모든 억양을 좋아하는데, "멋있어, 멋있어." 거듭 성태를 추켜세우는 말이나 "괜찮습니다아~" 하면서 뒤를 살짝 끄는 말투. 하! 하! 하! 하! 하며 어른처럼 너털웃음 짓는 소리. 다다다 쏟아지는 여일의 말 틈새로 간신히 내뱉는, 그때그때 다른 한 마디까지 전부 다 좋다. 윤 감독님 말투 참 좋아요.
자리가 파한 후 몸을 일으키면서부터 시작되는 휘청거리는 걸음걸이도, 목도리를 두르고 코트를 걸쳐입는 일상적인 행동도, 성태에겐 어깨를 두르고 여일과는 손을 잡는 사소한 동작도. 또 지구에서 내려, 읏챠~ 하면서 폴짝 뛰어오르던 동작도, 성태여일과 나란히 잡은 손을 풀며 "둘을 봐서 너~무 기분이 좋다..." 하고는 도망치듯 몸을 빼낼 때의 동작도. 술기운에 나른해진 걸음걸이가 무대 중앙에 이르면, 정면을 바라보며 겨울 공기에 스며드는 목소리로 이연이를 봤다 말하고야 마는 것도, 술기운이 뱉어버린 본심을 아차 주워담으며 힘없이 건네는 "미안해"도. 이만 간다며 쓸쓸히 처지는 어깨도.
항상 적었어도 또 써야 하는 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의 외딴 그. <그날들>의 그.
그의 두 눈이 어떤 깊이로 빛났는지, 어떤 공허함과 고독함으로 뒤엉킨 복잡함이었는지! 눈을 감았다 뜨며 "그날들~" 하던 얼굴이 어땠는지! 아아. 그 풍부하고 깊은 울림. 영원에 닿았음이 분명한 그의 그날들. 어슴푸레한 대포집 조명 속으로 사라지며, 휘청휘청한 그의 걸음걸이 뒤로 따라붙던 그리움의 잔상들까지.. 완벽하게 정제된 아름다움의 그날들, 시아준수의 그날들. 으으.
그러한 그날들로부터 이어지는 오디션에서의 재회와, 그 순간 그가 숨기지 못하는 웃음은 마음을 참 먹먹하게 한다. 몽글몽글한 얼굴에서 빛나는 잘생김만큼이나.
개인 레슨에선 피아노 앞에 앉아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상태가 영 좋지 않아.. 화이의 노래가 엇나갈 때마다 움찔대는 미간이 그렇게 말했다. 아쉽게도 시선 교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이 부분이 안 된다며 자수하는 화이를 보며 그가 "심각한데..." 하곤 자못 심각해했다ㅋㅋ 어깨와 팔 자세를 교정해준 후 흐물흐물대는 화이를 보고는 엉뚱하다는 듯 "왜케 꿀렁꿀렁거려." 타박했고, 한숨을 내쉬며 턱과 머리를 짚었다.
이연이 아님을 알면서도 화이에게서 이연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예정된 훈의 방문. 그는 결사적으로 방어한다. 격양된 말투로 더듬대며 "내가.. 내가 이렇게 한순간도 못 잊고 산다는 거 알지 못한 채," 숨 가쁘게 말을 쏟아냈다. 중간약을 이어간 "누구시더라!"는 느낌표를 곁들여 세게 지르던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그의 절박함을 드러냈다. 계속하여 떠듬떠듬 이어지는 자기변호. "그래.. 그래.. 나 그렇게 병신같이 살았어, 그래. 그게 뭐." 부디 자신이 휩쓸리지 않게 되기를 바라며 배수진을 치지만 훈은 기어이 그를 강의 나락으로 떠밀어버리고야 만다. 그의 세계가 붕괴를 시작한다.
시작이 훈이었다면 마무리는 화이다. 어째서 자신이 캐스팅 되었냐는 공격에 가까운 물음. 그가 헛웃음을 내비쳤다. 수그러들 기미가 없는 화이의 공세가 그의 숨을 조른다. 상처받은 눈에 쌍꺼풀 선이 또렷하게 그려졌다. 이어지는 옅은 울음. 너무도 희미하여 마치 꺼져가는 촛불 같았다. 우는 법을 잃어버린 어른의 것 같기도 하고, 지친 마음에 울 기력조차 없는 아이의 것 같기도 했다.
<거리에서>. 항상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해온 스크린이었는데, 그의 애드립이 소용돌이치는 순간 부수어져 버리는 세계에 갑작스레 눈물이 났다. 그런 식으로, 그렇게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걸까. 모든 것이 무너졌음을 인정해야 하는 그 순간의 아픔이 바로 이 노래인가. 그가 사수해온 세계이자 곧 그 자신이었을 허구가 땅으로 꺼져 흔적조차 없이 바스라진 모습을, 나 지금 본 건가... 탁 트인 잿빛 공간 위로 다시금 나타난, 보다 자유롭고 보다 환하게 빛나는 이연의 얼굴조차 모든 것의 끝난 후의 세계, 혹은 아무것도 없었던 태초의 세계로 돌아간 것만 같아 더욱 망연한 기분이 되었다.
공연을 앞두고, Turn It Up. 그의 마음도 내 마음도 잠시 쉬어가는 시간. 첫 소절부터 추기 시작하여 '마주하는 지금 이 순간' 까지 더해 길~게 추었다. 막공다운 이벤트. 힘을 빼고 살짝살짝 추는데도 멋있는 건 그이기 때문이겠죠? 그의 힘 뺀 목소리가 아름다운 것처럼, 힘 뺀 동작도 아름답기에 감탄을. 마무리는 뒤돌아서 앙상블을 향해 "자! 이제 춤은 그만 추고~" 하는 멘트로 ㅎㅎ
<12월>.
변함없이 훈의 사과가 신호다. 그의 감정이 일렁이기 시작하는 신호. 이연의 목소리는 감정의 분출구다. 이런 게 사랑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겠다는 오래된 고백에 울컥함이 모여드는 얼굴을 보았다. 훌쩍이던 그가 돌아서서 울음을 삭였지만 다시 정면을 향해 돌아섰을 때에도 그렁그렁한 눈을 숨기지 못했다.
"이연아.. 이연아.."
닿지 못하는 마음과 닿지 못하는 노래, 그리고 닿지 못하는 손을 그녀를 향해 뻗으며 딛는 절정. 모든 사람, 모든 악기의 소리가 그의 노래가 어우러지는 순간. 서른 번의 공연 동안 내 안에 차곡차곡 응축되어 온 슬픔을 터트리는 시아준수와 그의 지욱을 맞닥뜨렸다. 시간이 응집된 슬픔이란 것이 이럴까.
이연과 포옹하며 또 보자 기약하는 그가 웃는지, 우는지. 웃음 또는 울음 속에서 그가 행복한지, 슬픈지 살피기엔 <12월>의 절정에서 전해진 지욱의 아픔이 너무 컸다. 커튼콜의 그가 현재를 사는 윤 감독이 아닌 1막의 지욱으로 되돌아간 모습임을 인지한 순간에는 더욱.
청년 지욱으로 돌아온 그는 눈물 기폭제였다. 마치 준처럼. 처음 모습 그대로 돌아가 버린 그가 좋으면서도 슬프고 아파서, 마음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촉박한 커튼콜의 시간 동안 애써 청년 지욱으로 무대 분장을 고치고 나와 그가 보여주고자 한 마음이 너무 예뻐서도, 커튼콜에서 윤 감독이 아닌 청년 지욱으로서의 모습이 상징하는바 때문에도 그만 눈물이 났다. 이연을 따라 영영 멀리 가버린 것만도 같고, 또 소원을 이루어주는 요정처럼 언제까지나 곁에 머물러 줄 것도 같은 해사한 얼굴. 1막에서의 모습 그대로 웃는 얼굴에 덩달아 행복해지면서도 자꾸만 울컥했다. 지금 이 순간, 지욱으로서 그가 웃기까지 보내온 서른 번의 눈물이 스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울고 울었던 서른 번의 삶이.
그리고, '그'.
시아준수.
촘촘한 서른 회의 공연 동안 단 한 순간의 기복 없이 극을 이끌어 온 배우. 항상 지금 모습 그대로 처음과 끝이 한결같이 진실된 지욱이었고, 온 마음으로 아픈 사랑을 했던 그. 음악으로, 연기로, 모든 수단으로 지욱의 삶을 산 시아준수가 마지막까지 그다운 방식으로 지욱을 보내주고, 지욱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어루만져 주기에 만반의 감정으로 숨이 막혀왔다. 생각지도 못한 마음 씀씀이로 인한 감동은 총막공 커튼콜에서 박건형 지욱이 감독님 모습 그대로인 것을 보았을 때 다시 한 번 증폭되었다.
무대 위에서 그가 진심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한 감사. '마음'이란 것이 무대 위에서 실재할 수 있다는 것을 늘 이렇게나 진실하고 반짝이는 방식으로 전달해주는 그에 대한 고마움이 솟구쳤다. 한결같다는 말이 이토록 아름답고 반짝거릴 수 있음을 또 한 번 그를 통해 절감했다.
고마워요. 시아준수를 통해 지욱의 삶을 보고, 들을 수 있었던 시간 동안 많이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 지욱을 보내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하나뿐인 기도를 할게요. 시아준수의 지욱에게, 지욱의 삶을 살았던 시아준수에게 오늘도 좋은 하루이기를. 언제까지나.
그리고 우리, 또 봐요. 이 또한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