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공에서 루케니가 죽는 순간에 보았던 마지막 눈빛이 자꾸만 생각난다. 죽음의 감정이 아닌 이질적인 무언가가 섞여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공 때만 해도 완전한 죽음 그 자체였던 눈빛과 아주 미세한 차이로 달랐다. 그것은 아마도, 아니 분명. 객석을 보는 시아준수의 눈빛. 그제서야 1,2,3층의 객석과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 듯 찬찬히 일렁이는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막이 내리고 커튼콜이 시작되며 배우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할 때 마치 내가 공연을 끝낸 듯한 느낌에 녹초가 되었다. 한 번 울컥하기 시작하니 마음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다. 앵콜을 모두 끝내고 마지막 인사를 위해 시아준수가 손을 뻗었을 때, 위층을 올려다보는 눈망울에 물기가 반짝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물기 어린 눈빛이 내게 비로소 끝이라고 말해주었다.

말도 안 된다. 이상하다. 이것은 비현실인가?
시아준수가 낯설었다.

말하자면 처음부터 완벽했다. 시작부터 완벽한 토드였다. 손을 쓰고 고갯짓을 하는 사소한 동작까지 시아준수가 아닌 죽음의 냄새가 났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사뿐사뿐한 걸음걸이도 의식해서 그렇게 걷는다기보다는, 그 순간 동안만은 그렇게 걷는 것이 원래부터 본인의 모습인 것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볼수록 닿아와서, 공연을 보는 중간중간 감동했다. 군더더기 없이 치밀하고 완벽한 캐릭터 구상이었다. 그것도 평상시의 본인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이렇게까지 완성해놓은 것이다. 시아준수에게는 한계도, 정형화된 틀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통감했다.

공연의 첫날을 모두 보내고 이틀이 지나도록 복잡한 감정이다. 시아준수가 준 충족감과 함께 밀려드는 갈증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빨려 들다 보니 어느새 공연은 끝나있고, 죽음의 여운을 미처 놓지 못한 나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죽음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