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조금 더 한껏 올린 싱글즈의 깐토드였다. 머리를 올려 이마를 드러내면, 정말이지 조각 같다. 아름다워, 아름다워. 절로 말하게 된다. 얼굴을 보느라 손짓이나 움직임 등으로 시선을 돌릴 수가 없다. 더 황홀하게도 프롤로그에서 엘리~자벳하며 상체를 기울여 노래할 때 눈이 맞았다. 공연의 시작부터 완벽한 황홀경이 펼쳐졌다.

샤토드 시즌 2에서 옥주현 엘리자벳과는 25일 밤공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이었다. 옥주현 엘리자벳과의 마지막 춤에선 항상 머리장식이 떨어진다. 25일 밤공에서도 그랬는데, 그때는 옥주현 엘리자벳이 그것을 내내 들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하필 시아준수가 춤추는 발아래에 놓인 바람에 그걸 피해서 춤을 춰야 했다. 혹시라도 밟아서 미끄러질까 걱정했지만 춤도, 연기도, 노래도 무리 없이 클린! 다만 목이 25일보다 더 쉬어서 긁는 소리가 많이 났는데 노래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시아준수의 목소리는 허스키할수록 섹시해서 그게 문제라면 문제.

28일 공연에서는 무대 전체를 보다가 죽음이 등장할 때의 조명변화도 조금 더 유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보았다. 토드가 등장할 때는 초록빛 조명이 반드시 등장하는데 첫 만남에서는 푸른빛에 가까운 예쁜 색이 머리 위로 비추어져서 그림처럼 예뻤다. 백금발에 감도는 푸른 빛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숨 쉬는 것도 잊고 그 옆모습을 보다가, 그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고 바랐다.

초록빛 찾기는 꼭 숨은그림찾기 같아 재밌다. <마지막 춤>과 결혼식에서 종을 칠 때, 빈의 왕궁에서 자유를 외치던 아들을 죽일 때와 같이 촛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촛불의 색이 초록색으로 변하고, <엘리자벳, 문을 열어주오>에서는 침대 옆에 놓인 병풍 가득 초록색 조명이 일렁거린다. <엄마 어디 있어요>에서도 죽음이 등장할 때에 맞춰서 어린 루돌프의 침대 등판에 초록색 조명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그림자는 길어지고 (Reprise)>에서는 회전하는 계단이 은은한 초록 조명을 받아 아예 녹색 칠을 한 것처럼 보인다. 무대 위에 직접적으로 초록빛이 드러나지 않을 때(1막의 그림자는 길어지고)는 무대에 둘린 금빛 테두리의 상단 장식에서 초록빛이 새어나온다. 초록 조명을 찾으면서 죽음이 등장하지 않을 때의 조명변화도 조금씩 눈여겨 보게 되었는데, 결혼식에서 앙상블로 떨어지는 오색 조명과 행복은 멀리에에서 섬세한 조명의 변화는 정말 예쁘다.

그리고 28일 후기의 가장 주요한 감상이 될 그림자는 길어지고 (Reprise). 그야말로 레전드 감이었다. 이승현 루돌프(설운돌프)와는 첫 공연이었는데, 시아준수의 능수능란함에 놀라고 무대장악력에 감탄하고. 설운돌프의 경우 감정선이나 노래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상대배우와 주고받을 때 박자가 다소 늘어지는 탓에 불안한 느낌을 주었는데 그것을 시아준수가 제때에 노래와 연기로 치고받으면서 긴장감 있게 되살려내었다. 그간에는 승돌프와의 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절정을 이끌어냈다면 28일에는 온전히 시아준수의 역량이었다. 설운돌프에게서는 아무래도 이제 막 무대 위에서 노래를 시작한 초심자의 티가 났는데, 배우 본인도 미처 다스리지 못한 긴장을 몰입으로 바꾸어내는 시아준수를 보며 새삼 노래하는 시아준수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이 더욱 굳건해졌다. 맞아 저기 있는 저 사람은 시아준수지, 하며.

또 처음으로 김승대 배우가 아닌 루돌프와 공연을 하니, 그동안 샤토드와 승돌프가 어떻게 각자의 음역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조화를 이루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즌 2에 들어서 훨씬 단단해진 시아준수의 저음이 승돌프와의 공연에서는 승돌프의 목소리 사이사이로 빗물처럼 스며드는 느낌이라면, 설운돌프와는 소리죽여 지펴 오르는 불길처럼 휘감을 듯이 끓어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주얼적으로는 설운돌프가 승돌프보다 체구가 작아서 죽음에게 휘둘리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는데, 다만 움직임이 조금 둔한 것 같았다. 승돌프의 경우 샤토드가 어깨를 젖히거나 무릎을 꿇릴 때 승돌프가 샤토드에게 보조를 맞추는 움직임이 깍지낀 손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데 반해, 설운돌프는 단지 몸에 힘을 빼고 있을 뿐 샤토드에게 맞춰서 휘둘리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샤토드의 손길이 강하고 거칠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니까 승돌프는 아무래도 체구가 있으니 샤토드에게 휘둘리는 연기를 하지만, 설운돌프는 정말로 휘둘리고 있다는 느낌.

또 25일 밤공과 같은 세상을!!!! 구원해~ 였는데 28일에 훨씬 더 섬세하고 부드러운 구원해~ 였다. 설운돌프와 주거니 받거니를 하면서 또 노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데!!! 내가 정말이지 좋아하는 시아준수식 강약의 조절이었다.

그밖에 전염병에서는 목걸이가 시아준수의 가슴에 맞아떨어졌고, 노래하면서 음에 맞춰서 고개를 흔들거릴 때가 많았는데 건들거림의 일환으로 고갯짓까지 추가된 건지 아니면 25일 밤공의 마지막 춤에서와같이 몰입해서 자신도 모르게 섞여든 동작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 갑자기 배가 아파서 일단 스탑

댓글 '1'

우유

12.03.31

잠깐 손 놓았다고 이제 또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네. 사나흘에 한 번씩 공연을 보니 그만큼 시아준수를 자주 볼 수 있어 좋지만 글을 쓸 때 곱씹고 또 곱씹어 쓰는 유형의 사람인 내게는 매우 빠듯하게 느껴지는 일정이기도 하다 에고고. 쭉 다시 봐도 확실히 2월 26일부터는 그저 쓰기에 급급해서 기억과 감정을 꾹꾹 눌러담아 적어 내려간 느낌이 거의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