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에 따라 그의 노선이 더욱 분명하게 달라지고 있다. 캐스트에 따라 이렇게 확연히 다른 노선을 보여주는 것은 처음이다. 엘리자벳 때도 강함이나 감정을 건드리는 면에서 차이를 두긴 했지만 이처럼 미나에 따라 아예 가사가 달라지거나, 감정의 폭이 높낮이를 달리할 정도로 큰 차이가 존재하지는 않았다.

정선아 미나와의 그는 훨씬 애절하며, 애원의 강도도 커진다. 미나의 유혹에서 그녀를 움켜쥐는 동작이나 사로잡는 목소리도 더 노골적이다. 이 호흡이 파도치는 바다 물살과 같다면, 조정은 미나와의 그는 강이거나 호수가 된다.

낮공과 밤공의 차이에 기인한 것도 있다. 보통 그는 낮공을 깔끔하게 클리어하고, 밤공에서는 응축해두었던 감정을 터트리는 편이다. 군더더기 없으며 이따금 정적이기도 한 조정은 미나와의 호흡은 낮공의 템포와 너무도 잘 어우러진다. 철벽같은 정선아 미나 앞에서 간절한 인간 남자가 되는 400년의 사랑은, 철철 넘쳐 흐르는 밤공의 그와 딱이다.


1. Solitary Man

분장이 눈에 익은 건가. 처음 보았을 때의 기괴함이 이젠 없다. 오히려 분장에 가려지지 않는 눈가 때문인지 예쁘기까지. 그 분장을 하고서도 고운 빛이 사라지지 않는 그의 얼굴 때문에 노신사의 예쁘게 빚은 늙은 얼굴을 마냥 보다 노래가 끝났다. 게다가 머릿결도 진짜 좋아서.. 노신사님, 정말 미남이시세요. 목소리도 섹시하시고요. 걸음걸이도 좋아합니다. 어기적어기적 걸으시는데 무척 섹시하세요.


2. Fresh Blood

낮공에서는 계단 위 등장 때 망토 모자를 쓰고 있지 않았다. 변신할 때만 모자를 살짝 썼다가 벗었어. 덕분에 침대 위로 올라서서 조나단을 등 뒤에서 위협할 때, 그의 오만하고도 군림하는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먹잇감을 앞에 두고 그간 이런 표정이었구나. 이렇게 섹시한 얼굴이었어.

망토를 휙 벗을 때는 붉은 상의마저 같이 벗겨질 뻔해서, 그가 노래하면서 서둘러 소매를 주섬주섬 추슬렀다. 으앙 멋있는데 귀여워 ㅋㅋ 그런데 정말 변신 후에 노래가 짧아진 것 같다. 기분 탓이 아니고 아예 몇 소절이 사라진 느낌인데.. Fresh Blood는 그냥 아예 한 십 분쯤 하는 것은 어떨까? 얼마 만에 되찾은 젊음인데. 그에게 조금 더 음미하고, 과시할 시간을 주는 것도 좋잖아요?

아 그리고 조나단ㅋㅋ 낮공은 조강현 조나단이었는데ㅋㅋㅋ 시아준수가 침대 위에 엎드려 변신 준비를 마치고 돌아 나올 때, 걸리지 말라고 시아준수 발치의 망토 자락을 재빨리 걷어서 안쪽으로 정리해주더라ㅋㅋㅋㅋ 누워서 손만 이케이케 뻗어서 조심스럽게ㅋㅋ 


밤공에서는 계단 위에서 다시 모자를 쓰고 있었다. 확실히 모자를 쓰면 귀엽다. 할아버지 걸음일 때 모자까지 쓰고 걸으면 진짜 너무 귀여워. 늙은 꼬마악마 느낌이 제대로 산다.

모자는 슬레이브들에게 먹이를 던져주고, 조나단의 침대로 다가갈 때에 벗어 얼굴을 드러냈다. 계단 위에서 모자쓴 귀여움도 보고, 먹잇감을 향한 사냥 직전의 오만한 얼굴도 보고. 밤공은 일거양득이었다.

노래 자체도 밤공은 평소보다 독특했는데, 이건 후기를 다 쓰고 녹음본을 직접 다시 들어야 뭐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3. 윗비

윗비에서 루시 때문에 열 받는 표정이 진짜 좋다. 이 순간만 기다려. 이마가 구겨지는 것도 아니고, 딱히 어떤 표정이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내 눈에는 꼭 그의 미간이 구겨지고 인상이 굳어지는 것이 보인다. 무표정으로도 연기하는 시아준수되시겠습니다.

루시는 정말 눈치도 없다. 400년 만에 재회인데. 그가 정말 방해받은 것이 화나서 루시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해도 루시는 변명할 수 없다.


4. Lucy & Dracula 1

이리 와요, 이리 와요, 내 사랑. 달콤한 목소리, 부드럽게 내밀어 지는 손, 표정없는 얼굴. 잔인하기까지 한 차가운 표정이 오히려 더 큰 전율을 준다. 그에게 ‘사랑’과 ‘수단’의 차이는 이렇다.

무표정이던 얼굴은 루시 목을 깨물려는 순간에 잠시 잠깐, 활짝 핀다. 쾌락을 좇는 악랄한 미소. 피에 대한 갈증과 그 갈증이 곧 해소되리란 기대감에 얼굴이 반짝반짝한다. 심지어 밤공에선 입술을 벌리면서 혀를 내밀어 입맛까지 다셨다. 

그렇게 송곳니를 드러내며, 입을 캬르릉 벌려 루시를 공격하려다가 미나를 보고 주춤하며 표정 정리하는 모습.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체하는 행동. 흑흑. 여기서는 미나가 눈치 없다. 그가 목을 좀 축이고 나서 나타나면 좋잖아. 왜 다들 그를 방해하지 못해 안달이야. 그렇지만 갑작스러운 미나의 등장으로 루시의 목덜미를 깨물려다 말고 홱 마수를 거두는 우아한 동작을 볼 수 있는 건 미나의 잘한 일 한 가지. 


5. 삼연곡

삼연곡은 어제와 오늘이 매우 달랐다.

어제는 전반적으로 산만했던 분위기를 느꼈던 건지, 다른 날보다 매우 격렬하고 드라마틱하여 넘쳐흐른다 싶을 정도의 She였다. At Last도, 러빙유에서의 호소와 눈물도 그 흐름을 이어갔다. 마치 이 넘버들을 통해 산만함을 타파하고 공기를 결집시키려는 것처럼, 평소의 감정과 파워에 무언의 결의 같은 것이 느껴졌었다.

반면 오늘은 매우 차분했다. 전날에 비한다면 정적일 정도로. 잔잔한 호수에 이따금 번지는 파동처럼. 낮공이 특히 그랬다. 조정은 미나라서일까. 아이처럼 애원하고 떼쓰기보다 녹녹하고 감성적이며 처연한 방식으로 호소했다.

러빙유에서의 울먹거림은 여전했지만 어제와 같이 온몸으로 슬픔과 절망을 있는 대로 모조리 표현하지는 않았다. 상당히 절제되며, 꽤 억누르는 슬픔이었다. 근데 요기서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입가의 울음을 막듯이 가져다 대었던 건ㅎㅎ 예뻤음 ㅎㅎ

부케 받을 때는 앞머리를 뒤로 전부 넘겼다! 깐준수가 아니고 진짜 올빽으로. 오 매우 신선한 느낌. 머리끝을 꽈악 움켜쥐는 듯한 손가락의 강약 조절도 섬세하고 멋있었고, 얼굴이 훤히 드러난 덕분에 싸느랗게 짓는 미소가 제대로 보였다. 앞머리에 전부 가려져 잔인하게 올린 입꼬리만 보였던 어제와는 정반대로.

밤공에서도 낮공처럼 머리를 뒤로 전부 넘겼지만, 부케가 그의 발치에 떨어지느라 그것을 주워들면서 머리칼이 다시 앞으로 쏟아졌다. 그런데 확실히 이 장면에서 구름 떼 같은 사람들이 우르르 비켜나고 그가 딱 등장할 때의 전율을 느낄 수 있는 건 A블록이 최고인 것 같다. 내 앞에 등장하는 것 같다니까.


밤공의 삼연곡. 

정선아 미나일 때의 표현이 더 크고, 애절하긴 하지만 낮공과 비슷하게 서정적이었다. 22일 같은 강렬함이나 난파당한 듯한, 휘몰아치는 감정의 홍수는 없었다. 갈무리된 듯, 깔끔하고 필요한 이야기만 필요한 감성을 담아 전개했다. 애드립적 요소나 가감할 수 있는 여타 감정은 모두 배제되었다. 그래서인가 밤공의 She는 뭔가 정석적인 느낌을 주었다. 마치 처음 선보이는 것처럼.

러빙유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후반에 폭발할 때. 두 팔을 벌려 마지막으로 애원한다는 간절함을 살려 절절히 매달리는 그. 22일부턴가, 이 노래가 모두 끝난 후에 털썩 무릎 꿇는다. 첫공 때만 해도 노래 중간의 ‘새벽을 향하여’를 부르며 주저앉았었는데.   

무릎 꿇고, 하염없이 미나를 본다. 러빙유까지 마무리하고 쌕쌕 숨을 몰아쉬면서. 잔뜩 엉망이 된 머리로부터 붉은 땀이 흘러 흘러 블라우스로, 바닥으로 떨어진다. 땀을 닦아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두 팔을 늘어뜨린 채로 그녀에게 못 박힌 그는, 그 자체 그대로가 더없는 명화다. 이 명화에 서서히 번져가는 애절함과 절망이 참 아름답다. 미나의 결혼식과 함께 크게 부푸는 동공. 우는 입. 더듬더듬 뒷걸음치는 절망. 절레절레 젓는 고개..


(+) 낮공. 코트를 벗어 공주에게 덮어줄 때 블라우스 앞섶이 덩달아 뜯어지며 매우 매우 벌어졌다. It’s Over 때처럼. 오.. 밤공에선 무사했다.

(+) 또 낮공. 도입부에서 가사가 살짝 엉켰다. ‘헌신적인 사랑으로’를 ‘신신적인 사랑으로’가 되었어ㅋㅋ

(+) 19일, 22일 정선아 미나에게 ‘결혼했어요!’ 하고 존댓말을 하고 낮공에서 조정은 미나에게 ‘결혼했어!’라고 하기에 미나에 따라 달라지는 거구나 싶었는데 오늘 밤공에서 정선아 미나에게도 반말이었다. 으잉. 그럼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정해지는 건가? 조금 더 봐야 알겠다.

(+) 손등에서 보였던 붉은 색의 정체는 상처가 맞았던 모양이다. 검지에서 중지 사이로 길게 상처가 나있었어ㅜ 그 길이로, 피가 상처 밖을 비집고 나와 손등으로 그정도로 번질 정도였으면 많이 따가웠겠다 시아준수 ㅜ


6. Lucy & Dracula 2

밤공. 처음으로 가운 밖으로 루시의 허리를 잡아 안았다. 우왕.


7. Life After Life

즐거웠던 걸까? 자꾸만 웃었다. 노래하며 피식피식 단발적으로 그려지는 미소가 너무 매력적이었어.

루시가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동작은 일종의 선 긋기인 듯싶다. 내가 너에게 허락하는 역할은 여기까지야, 더 달라붙지 마. 이런 느낌. 오늘의 느낌은 이랬다.

그런데 그는 참 생각할수록 친절하다. 갓 난 뱀파이어에게 사냥하는 법도 알려주지, 친히 사냥감도 공수해주지, 타이밍도 정해주지. 자상해.

그리고 밤공, A블록에서 보는 Life After Life에 대한 감상. 

이 넘버는 A블록에서의 미장센이 가장 예쁜 것 같다. 그가 A와 가까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A에서 보면 그와 그 뒤의 묘지 문, 문 너머의 어슴푸레한 흰 조명이 아련아련하게 쏟아지는 것이 정말 그림 같다. 희끄무레한 백색 조명을 받고 서서 루시를 부추기는 그는 창조주가 맞다. 어둠의 주님. 그러니 신 따위는 필요 없지.


8. The Master’s Song (Reprise)

렌필드 목소리가 잦아들고 ‘함께 노래한 자에겐 새로운 삶이 시작되리.’ 하는 그의 목소리만 남을 때 그 섹시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부분 너무 좋아요. 더 길어도 좋을 텐데요.

소매는 낮밤 모두 단추 뜯어지는 소리가 톡 날 정도로 명쾌하게 뜯어졌다. 그런데 밤공에선 손목 부근에만 핏물이 다량 투하되어서 손목 아래로는 거의 그어지지 않았다. 손목쯤에만 가득 고인 핏물이 아래로 줄줄줄 흘러 당장에라도 렌필드 혀에 닿을 것처럼 흘렀다. 용솟음치는 욕망처럼, 핏물이 그렇게 잔뜩 뭉쳐 흐르는 모양새가 대단히 위험해 보였어.


9. Mina’s Seduction

수훈감1

이 넘버는 조정은 미나와의 호흡이 정말이지 탄력적이다. 착착 감겨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특히 그의 달콤한 쇳소리에 빠져들다가 ‘사랑하면 안 돼’하고 미나가 처음 망설이기 시작할 때. 이때 머리로는 부정하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통째로 그를 향해 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조정은 미나와 그런 그녀를 보는 그의 관찰하는 눈길. 짜릿함을 이루 말할 수 없어!

이끌림-혼란-이끌림-혼란-이끌림을 거듭하면서, 서로에게 홀려들 때마다 순서를 밟아 격해지는 것도 좋다.

달콤한 쇳소리로 미나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을 때 그에게 몸을 맡긴 미나와 그런 그녀를 천천히 잠식해가는 두 사람의 연기 합. 안무들이 너무 절묘하고 그림 같아 숨을 쉴 수 없다.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우면서도, 아름다운. 이들의 위험한 만남. 시아준수는 물론이고 조정은 미나 표정 연기 정말 좋으세요.

그리고 조정은 미나의 연기에서 정말 좋아하는 디테일. 그의 겉옷을 무릎 꿇어 벗길 때ㅜㅜ 세 번 봐도 좋다. 정말 좋아. 얼마나 그를 갈구하는지 느껴진다. 

그런데 오늘은 자켓이 미나의 손길에 따라 부드럽게 한 번에 벗겨지지 않고 중간에 한 번 걸려서 거치적거렸다. 그래서 조정은 미나가 다소 멈칫하면서 그의 무릎께에 오래 머물러 있었어. 그 와중에 그의 허벅지에 뺨을 대고 황홀해하는 연기가 추가되니.. 음.. 헐..

침실로 입장하여 그의 겉옷을 벗기고, 그가 그녀를 일으키는 순간까지의 구도는 정말. 아름답다. 유리세공품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손이 그녀의 턱을 향하고, 그 상태로 부드럽게, 더 할 수 없이 부드럽게 그녀를 일으켜 세운다. 루시를 ‘다룰 때’와는 너무 다른 그가 아프기까지 한다. 그녀를 얼마나 진심으로 원하고 사랑했는지, 그의 온 마음이 전해진다.

입맞춤 후에 목덜미를 깨물듯이, 얼굴을 묻는 것도 좋다. 정선아 미나와는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 장면은 생략한 대신 입맞춤이 조금 더 길다. 이 부분도 의도한 차이인가?


밤공. 밤공은 노래에 앞서 말해야 할 대상이 있다. 커튼…

커튼이ㅋㅋㅋㅋ 커튼이ㅋㅋㅋㅋ 낮공 It’s Over 때도 한번 속썩였던 커튼이 밤공에선 대형 말썽을 부렸다. 커튼이 사큘을 가둘 생각을 하다니 부들부들. 손으로 이케이케 평소 하던 것처럼 커튼을 톡 미는데 커튼이 평소처럼 사르르 열리질 않았다. 또 톡 쳐도 갈라지지 않고, 나가야 할 시간은 다가오고. 결국 커튼 아랫단을 집고 다람쥐가 쳇바퀴 돌리는 것처럼 손을 위로 재빨리 이케이케 굴려 부랴부랴 커튼을 걷어올려 나오는데ㅋㅋㅋㅋ 시아준수 어쩜 그 순간에도 무표정으로 노래할 거 다 하고 다 해요? 웃은 내가 미안할 정도로 그는 멋있었고, 그의 집중력은 흐트러지질 않고. 근데 보는 나는 그 모습마저도 너무 귀여워서ㅋㅋㅜㅜㅜ


정선아 미나와의 호흡에서 좋은 건, 침대 위에서 의식을 치를 때. 조정은 미나는 두 사람의 자리가 뒤바뀐 후에 거의 텀을 두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는데, 정선아 미나는 그가 손톱으로 가슴을 긋는 동작을 마무리할 때까지 시간을 둔다. 그래서 의식을 치르기에 앞서 결연하기까지 한 그의 표정과, 자신의 가슴을 긁어내는 그의 손동작을 명확하게 볼 수 있다.


10. It’s Over

수훈감2

박자감, 쨍쨍함 모두 최고였다. 못을 빼앗고 발 구르는 동작은 언제나 쫄깃하다. 그리고 못을 언제 내팽개치고 나갔더라? 싶어 보니까 그대로 들고 나갔었구나. 몰랐다.

시아준수 몸 쓰는 것에 감탄하는 부분은, 이 넘버 전체에 걸쳐 있지만 오늘은 발목을 질질 끌면서, 무릎으로 기다시피 하며 십자가 등을 피하는 게 왜 이렇게 멋있던지. 그 십자가의 성스러운 힘에 눌리는, 짓눌리는? 표현력이 놀랍다.

미나 때문에 분노하고 슬퍼하며 뛰쳐나갈 때 오늘은 낮밤 모두 소리 지르지 않았다. 소리 지르는 건 정선아 미나일 때 늘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또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그리고 또 커튼ㅋㅋ

낮공에서 중간에 들어갔다 다시 나올 때 커튼이 제대로 갈라지지 않았다. 헤적헤적 ㅋㅋ 결국 커튼을 가르고 나오지 못하고 커튼 뒤쪽으로 돌아서 나왔다 ㅋㅋㅋ 아 전부 모조리 싹 다 귀여워서 원.

낮공의 기억 + 밤공 미나의 유혹(커튼의 유혹) 때문인지 밤공 It’s Over에서는 아예 원래 타이밍보다 일찍 나와 있었다. 붉은 머리가 생각보다 빨리 보이기에 어라? 했더니 커튼 때문이었다 ㅋㅋㅋㅋ 아 귀여워 ㅋㅋㅋㅋ 커튼 오늘 왜 이렇게 샤큘을 힘들게 하나요 ㅋㅋㅋ


11. Train Sequence

‘어둡다. 세찬 물소리 들려와.’ 이 순간의 목소리가 극 전체를 통틀어 가장 쓸쓸하다. 모든 것이 어둡다. 그의 마음도, 표정도, 성으로 돌아가는 길목도, 그의 사랑도.

낮공의 조정은 미나는 상당히 미묘했다. 최면이 풀린 후에 그와 감응하여 홀린 심리상태 때문인지, 최면 자체가 덜 풀린 탓인지 반 헬싱에게 대꾸할 때마다 묘한 웃음을 흘렸다. 섹시하고 야릇하기까지 한 미소였다.

특히 ‘원하시는 정보는 얻으셨나요?’ 하며 살포시 반 헬싱의 볼에 손을 얹으며 매혹적으로 웃었던 것. 반 헬싱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여서 깜짝 놀랐다. 19일 낮공에서도 ‘제가 교수님의 계획을 모르는 편이 낫겠군요’하며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었을 때, 어느 정도는 비꼬는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훨씬 분명해졌다. 조정은 미나는 분명히 이 장면에서 정선아 미나보다 훨씬 그에게 기울어져 있다. 반 헬싱에 대한 반감도 훨씬 또렷하다.

미나를 대하는 반 헬싱의 경계심도 자연히 커진다. 동참하시겠느냐 묻는데 조정은 미나가 웃기만 하고 말이 없자 재차, 대답을 재촉한다. 반 헬싱의 경계하는 듯한 다그침에 조정은 미나는 나른하게 한숨을 섞어가며, 까짓것 그래요. 하는 듯이 ‘그럼요~’ 하고 웃는데 팜므파탈의 느낌이 제대로… 오…

처음으로 이 장면에서 서로의 속을 감추고 손을 잡는 반 헬싱과 미나의 관계에 귀가 쫑긋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떻게 말로는 할 수 없는 위화감이 서려 있었다. 미묘함 속에서 한팀이 되어 대치하는 그들. 서로 정 반대에 선 속마음을 꿰뚫고 있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 그 위태로운 분위기! 헐 짱 좋아.

굳이 이러한 눈에 띄는 변화가 아니었더라도 최면씬에서만큼은 조정은 미나의 연기가 더 좋다고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있다. 여기서의 정선아 미나는 정말로 반 헬싱에게 도움이 되길 원했던 것처럼 보인다니까? 그녀의 미나는 별로 이해하고 싶지가 않다. 그런 연기를 한다.


12. Deep in the Darkest Night

행진곡에서 미나가 언제 촛불을 끄는지 드디어 보았다. 노래가 다 끝나가는 무렵에서야 촛불을 후 불어서 끄더라. 그러니까, ‘새벽을 향하여 춤춰요’하는 샤큘의 노래가 모두 마무리된 후에. 마치 그 노랫소리에 화답하는 것처럼.


13. The Longer I Live

파리는 거미가 먹고, 거미는 쥐가 먹고, 쥐는 고양이가 먹고. 렌필드의 이 중얼거림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이것이 약육강식의 자연한 법칙이라면, 더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의 피를 먹는 것은 왜 안 되지?

아마 400년 동안 흡혈귀로서 살아온 그도, 그의 뱀파이어 슬레이브들도, 피를 원하는 렌필드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 명제는 그들의 존재에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당연한 진리였을 것.

그러나 이 믿음이 흔들린다. 그는 스스로를 어둠이라 부르고, 그녀의 빛과 자신의 어둠을 분리하여 바라본다. 그의 세계에 대혼돈이 온다.

허무에 갇혀버린 목소리가 공허하게 울려 퍼진다. 노래가 마무리되어 감에 따라 그의 결심도 굳어진다. 그는 죽음을 결심한다. 그녀를 위하여. 그녀를 위한 사랑의 선택.


14. At Last

‘나의 마음의 빛, 태양이 아니라 그대 눈빛’을 부르는 미나를 보는 그의 표정을 보면 내가 다 울 것 같다.

여운이 남았던 것은 밤공이었다. 그도, 정선아 미나도 많이 울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밤공의 At Last는 무언가, 마음을 짓누르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처참할 정도였다.

The Longer I Live로 이미 마음을 정리했으면서도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먼발치에서 그녀를 보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는 그. 항상 곁에 있다는 말 그대로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무겁고, 잠겨 든 얼굴. 자신을 사랑하면 안 된다는 듯 가로젓는 고개. 

조정은 미나와는 함께 하는 죽음의 느낌이 강하다면, 정선아 미나일 때는 그가 조금 더 능동적으로 칼을 맞는 느낌이다. 둘 다 다른 의미로 안타깝지만 오늘은 후자가 더욱 사무치게 다가왔다. ‘그녀를 위한 사랑의 선택.’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 떠나야만 하는 사랑.

무엇보다 A에서 보는 그의 마지막은, 비록 정면의 얼굴을 볼 수는 없어도 충격적일 정도로 잔인하고 선명했다. 핏빛으로 물든 조명 속에서, 관 안에서 칼을 맞고 그녀를 향해 간신히 뻗는 그의 마지막 손길. 부르르 떨리던 손이, 간절하게 벌어졌던 손가락이 힘없이 관 안으로 밀려들고 관 뚜껑이 닫히기까지의 찰나. 아픔 가득하던 처창한 얼굴과, 그 손.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하나였다. 오로지 그녀를 향해 뻗은 그의 핏빛으로 물든 손. 그 손의 마지막 염원. 그녀.

그 떨림에서 모든 것이 전해졌다. 모든 것이. 400년이 전부 있었다. 죽음도, 삶도, 그녀 앞에서는 의미없다는 듯 오로지 그녀를 향한 채로 그가 진정한 밤을 맞이했다.

극은 남겨진 사람들의 눈물로 마지막을 장식하지만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반듯하게 누운 관과 닫힌 문. 그 안에서 영원을 맞이하였을 그를 생각했다.

그녀의 손안에서 얻은 잠이 그의 구원이 되었기를. 편안하기를.


(+) 조정은 미나도 ‘눈을 떠요, 내 사랑.’
(+) 밤공에서 ‘내게’ 밤을 허락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