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토드. 앞머리를 빡세게 올렸고 뿌리가 많이 자라서 꼭 그라데이션을 넣은 것처럼 보였다. 눈썹도 다른 토드들처럼 뒤꼬리까지 각을 세워서 진하게 그렸다. 콧대는 정말 dd

죽음과 엘리자벳의 첫 만남에선 대체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 무대 가까이 다가와 섰을 때의 전신, 몸매, 그 머리칼 위로 드리운 조명, 고개가 꺾이는 각도도 생눈으로 담고 싶고 엘리자벳이 "가지 마요 왕자님 여기 남아줘요." 할 때 살짝 들리는 한쪽 눈썹의 냉소적이지만 흥미로워 하는 표정도 샅샅이 보고 싶어서.

낮공의 마지막 춤에서 철실처럼 날카롭게 꿰뚫는 소리가 났다. 굉장히 거칠거칠한 느낌. 마지막 춤! 첫춤 추기 전에 숨소리 두 번을 냈는데 첫 숨이 굉장히 야했다. 숨소리보단 신음의 느낌으로. 본격 춤을 추기 시작하자 앞자리에 앉으셨던 다국적 남자분들이 움찔움찔하셔서 재밌었다. 그렇죠 샤토드의 매력은 남녀노소 불문이죠.

김선영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은 초반이 특히 좋았다. 몸을 돌리는 대신 정면을 바라보며 난 자유를 원해 하는데, 그때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있어서 시각과 청각이 모두 만족된 느낌. 아무것도도 오랜만에 좋았고, 루돌프의 장례식에서 관을 두 손으로 탕탕 치며 슬픔을 표현하는 것도 그 순간의 넘실거리는 감정이 제대로 닿아와서 좋았다.

밤공의 프롤로그에서는 또 혀를 보였는데, 이번에는 날름날름 하기까지. 종치는 장면에서는 유난히 박자가 잘 맞았고(요즘 내내 그렇긴 하지만) 1막의 그림자는 길어지고에서는 이제는 거의 내내 웃는다. 즐거운가, 토드?

마지막 춤에서 무릎으로 미끄러지며 엘리자벳에게 다가설 때 깜짝 놀랐다. 무릎 아프진 않을까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날 따라 슬라이딩이 거침이 없어서.

아아, 낮공 때도 그랬고 밤공에서도. 마이얼링 때 다른 손으로 총구를 끌어다가 냄새를 맡는다. 숨소리도, 웃음소리도 더 진해졌고.

밤공에서는 특히 <내가 춤추고 싶을 때>가 좋았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좋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날 혼자 두지 말아요>에서 옥주현 엘리자벳에게서는 딱 15세 소녀의 콩닥콩닥함이 전해진다면 김선영 엘리자벳은 벌써 여인의 분위기가 난다. 소녀 같지는 않지만, 사랑에 빠진 표정이 매우 선하고 아름답다(김선영 엘리자벳이 소녀 연기를 하는 부분은 오로지 당신처럼에서 뿐인 듯). 어깨에 놓인 프란츠 요제프의 손등을 두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여 웃을 때, 그때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