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어수선했지만 대체적으로는 낮밤의 공연 모두 탄탄한 밀도로 뭉쳐 있었다. 밤공의 Fresh Blood와 It’s Over는 감히 레전드라 칭해본다.

낮공은 The Longer I Live로 전부 대변할 수 있다. 낮공의 그는 많이 달랐다. 그는 슬픈 존재였다. 아프고, 상처받고, 외롭고, 고독하고. 그래서인지 그의 사랑도, 극도 전체적으로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낮공의 그가 땅으로, 강으로 아픈 감정을 하염없이 쏟아 내보냈다면 밤공에서는 천공을 향하여 낱낱이 분출시켰다.
낮밤 모두 사랑 하나로 살아왔던 그가 사랑 하나로 너무나 아픈 극이었다.


1. Solitary Man

청년 드라큘라의 대사톤도 좋지만 노신사일 때의 대사톤이 너무 좋다. 조금 더 떨리고 더 허스키하여 음산한 어투가 너무 좋아..

‘이 땅, 에서, 이제, 떠나갈 시간’을 부르면서 그가 손을 뻗어야 촛불이 꺼지는 것이 원래의 순서인데, 낮공, 손을 펼쳐내기 전에 촛불이 먼저 꺼져버렸다. 덕분에 공허해진 손. 소품팀은 타이밍을 잘 맞춰주세요. 


2. Underscore

목소리만 들려서 좋은 점. 그의 얼굴에 매혹되지 않고 소리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여기서 결결이 흐드러지는 그의 목소리는 참으로 소중하다.


3. Fresh Blood

밤공의 프레시 블러드는 감히 레전드라고 말해본다.

루마니아어 주문 때부터 느낌이 확연하게 달랐다. 손끝까지 전해지는 짜릿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정말, 사람이 좋아서, 황홀하여 눈물이 날 수도 있다는 경험을 했다.

변신 전부터의 그가 너무너무너무너무 멋있었다. 흉측한 가면마저도 괴기한 아름다움의 일부로 보였다. 노래도 빗발서린 목소리도 그의 몸짓도, 그 전체가 뭉뚱그려져 하나의 파괴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그의 아름다움에 전율이 일었다.

오늘의 그는 새로운 생명체였다. 살기마저 띤 위협적인 목소리, 부릅뜬 동공과 광기 어린 손짓, 구부정한 등과 어기적어기적하면서도 목표물을 향하여는 성큼성큼 다가서는 박력! 젊음을 되찾기 직전에 사냥감을 눈앞에 둔 백발 흡혈귀가 진정 이럴까 싶었다.

절정은 조나단의 목을 콱 움켜쥐는 순간이었다. ‘내 사랑 미나! 영원히 살리!’ 의 소름이란!
노신사님, 노백작님. 내가 앓다 죽을 이름의 그분.. 이렇게 사랑이 오나봐요ㅜ

변신 전이 이러하였으니 그 후는 오죽했을까. 헤드뱅잉은 단연 압권이었다. 머리를 터는 건 물론 상체 전부를 격동시키기까지. 젊음을 과시하는 그는 멋있음의 집합체. 마치 핏빛 파도 같다.

사족이지만 이 순간 그를 향하여 결집하는 공기 또한 소름을 자아낸다. 프리뷰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고 오로지 그를 향하여 응집하는 객석. 이해되면서도 신기한 이 현상.


(+) 아 그래, 그 얼굴. 변신 전 침대에 올라 조나단 뒤에서 고개를 나른하게 뒤로 젖히며 잠시 눈을 감던 모습. 예식을 준비하는 노신사의 모습. 비장미가 감돌던 잔혹하고 차가운 얼굴! 오늘 정말 모든 장면이 그림이었다.


4. 윗비

윗비에서의 붉은 미청년은 극중 그의 모습 중에서 정말 좋아하는 차림새의 하나. 붉고, 붉고, 하얗고, 예쁘고, 고급스럽고. 그 예쁨에 감탄하다 문득 미나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 예쁘게 빼입고 왔으리라 생각하니 괜스레 짠해졌다. 제일 예쁘고, 화사하고, 젊음의 생기가 흘러넘치는 옷을 골라 말끔하게 차려입고 왔는데.. 루시.. 눈치 좀… 그가 저쪽 건너로 사라질 때까지 궁금해서 기웃하는 거 그거 네 몫 아니야..

밤공에선 처음으로 루시 때문에 자리를 비켜주면서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표정변화가 있었다. 인상을 썼다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기존에 비하면 분명했던 표정의 변화.


5. Lucy & Dracula 1

새로운 먹잇감을 앞에 두곤 낮밤 모두 혀로 입술을 축이며 입맛을 다셨다. 기대감에 찬 얼굴에 악마의 미소가 감돌았다.

미나에게 반발하며 루시를 물 차례. 낮공에선 그 어느 날보다 에라잇! 하는 느낌이 실감 나도록 콱 달려들었다. 그리곤 미나를 보는 데, 그 얼굴에 유난히 슬픈 빛이 서려 있었다. 상처받은 듯도 하던 가라앉은 얼굴. 기분이 묘해졌다. 밤공에선 홧김에 일을 저지른 후 서둘러 자리를 뜨려는 느낌이 더 강했는데, 낮공에선 왜 유독 그렇게 슬픈 얼굴이었을까. 아직까지도 기묘한 느낌. 그 얼굴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6. 삼연곡

‘항상 이런 것은 아니었는데.’ 이 부분의 대사는 정말 아닌 듯, 노린 듯 참 사람 먹먹하게 만든다. 대사도 연기도.. 


She는 말할 것도 없이 최고.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아름다운 목소리. 그가 공주를 소개하는 대목에선 항상 울컥한다. 사랑과 행복이 묻어나는 아련한 목소리가 마음을 뒤흔들어.

그녀를 끌어안고 울부짖는 모습은 항상 그랬지만 오늘 참 선명하게 아름다웠다. 떨군 고개에서 흘러내린 붉은 머리칼과 넓은 어깨, 흐느끼는 몸짓에 맞추어 흔들거리는 프릴 블라우스. 봐도 봐도 익숙하지 않은 아름다움일 것만 같다. 너무도 생경한 이 시각적 충격은 나를 신음하게 해. 더없는 그림이다.

그리고 오늘의 흑화. 그 어느 때보다 히스테릭하고 강경했다. 낮밤 모두 그랬다. 엄청난 격노. 버럭버럭도 최고치를 찍었다. 비명을 지르는 박자도 25일 공연부터 살짝 달라져서, 더 처연하고 길어졌다.

울컥했던 부분은 밤공, 흑화 후에 비명까지 지르고 나서.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와 ‘아파하고 아파해도 그녀에게 갈 수 없죠.’ 이 부분에 도달하였을 때. ‘괴물’이 되어버린 그가 본연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단 하나의 진심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녀와 함께할 수 없다면 그녀에게로 갈 수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녀에게 가는 것마저도 허락되지 않은 몸. 저주받은 그의 영혼. 괴물로 흑화해버렸을 때의 날카롭고 허스키한 목소리와 왕자 본연의 목소리를 오가는 그 소리의 다채로움과 연기 변화가 너무도 좋았다.


At Last.
낮공은 허탈하기까지 한 반말, 밤공은 잦아드는 존댓말. ‘당신은! 이미 결혼했어요..’

눈물이 빗방울처럼 똑똑 떨어졌다. 미나가 양 볼의 눈물을 훔쳐주자 미세한 요동과 함께 한 차원 더 빠르게 후두둑 떨어지던 눈물방울 잊지못해.


러빙유.

박자가 달라진 것이 이 넘버의 절절함을 고양시키는 데 한몫하는 것 같다. 오케스트라가 느려지고 나서부터 더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의 감정이 한결 더 녹아들 수 있게 되어 그런가.

Loving You Keeps Me Alive. 딱 제목과 같이 노래한다. 그녀만이 그의 삶의 이유이자 전부이므로, 그녀가 없다면 삶 또한 의미 없다. 혼신의 힘을 다해 벼랑 끝에 서서, 목숨을 걸고 그녀를 설득한다. 특히 밤공, 그녀를 향해 울부짖으며 뻗는 손이 그러했다.

‘새벽을 향하여’까지 마무리한 후 털썩 주저앉을 땐 그의 심장마저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단순히 주저앉는 동작이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듯해.

외따로 무너져내린 그의 모습은 두고두고 측은하다. 손목까지 뒤덮은 블라우스의 소매로 땅을 짚고 엎드려 그녀만을 간신히 올려다보는 모습. 재회한 연인 뒤에 홀로 남은 고독한 영혼. 산자도, 죽은 자도 아니기에 그들 틈에 섞여들 수 없는 저주받은 존재..


그녀의 결혼식. 그녀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물러나며 울음이 차갑게 식는다. 이때 변화하는 얼굴이 참 인상적이야. 상처 난 자리로는 분노가 새록새록 스며든다. 차마 그녀를 향하지 못한 분노의 말머리는 애꿎은 희생양을 표적으로 삼는다.

분노가 차곡차곡 쌓임과 동시에 앞머리를 꾹 쥐고 쓸어넘기는 이때의 동작이 참 좋다. 머리를 넘기며 분노도 억누르는 듯한 그 제스처가. 낮밤 모두 올백까지는 아니고 양 갈래로 머리를 넘겨, 이마가 훤히 드러났다. 두 번 다 멋지게 부케를 잡은 덕분에 깐 이마는 끝까지 유지되었다 ㅎㅎ


(+) 러빙유. 밤공에서 음 하나가 탁하게 어긋났는데 그것에 음을 덧씌워 음이탈로부터 노래를 살려냈다. 소름이;; 엘리자벳 초연 3/25 그림자를 보는 줄..


6. Lucy & Dracula 2

등장하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낮밤 모두 나른한 섹시함이 포인트였다.

안개처럼 스며들어와 루시의 창문에 딛고 선 그는 비장하면서도 나른해 보였다. 슬레이브 하나가 그의 어깨에 지그시 얹는 손길에 맞추어 고개를 한 바퀴 비잉 돌리며, 그 손길을 느끼는 듯이 눈을 감고 한껏 나른한 표정과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밤공에서는 고개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찬찬히 내리며 나~른한 내적 한숨을.

루시를 안아 들고 침대로 향하는 얼굴도 새로운 느낌이었다. 낮공이 그랬다. 비장도 하지만 엄청 무거운 표정. 슬프기까지 한, 여태도 상처받은 듯한 얼굴. 그녀의 외면에 다른 여자의 침실을 찾으면서도 본인이 상처받은 기색이 역력한 그런 눈빛이었다.

동시에 루시를 대하는 손길에서는 그의 차가움에 말문이 막혔다. 미나의 외면에 서글픈 눈을 하고 있으면서도 루시는 철저히 수단으로만 바라보던 포획자의 눈빛. 이토록 이중적인 존재라니!


7. Life After Life

여운은 Life After Life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첫 창조물이라며 루시를 부추기고, 사냥감을 던져주고, 새 세상을 만들라 하면서도 그는 전혀 기쁘거나, 들떠 보이지 않았다. 감흥 자체를 찾을 수 없던 무미건조한 얼굴.

루시가 안겨들었을 때 돌려세우는 동작에서나, 루시가 따라붙지 못하게 막을 치는 동작에서 전부 평소보다 더한 차가움이 뚝뚝 묻어났다. 루시를 떨쳐내는 몸짓은 꼭 루시를 배척하는 동시에 루시의 존재를 그 자신이 만들었다는 사실마저도 배척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8. 미나와 대화

바뀐 대사는 25일 공연과 전부 같았다. ‘좋아요. 원한다면 앞으로 다신 날 볼 수 없을 거야.’ 하기 전에 나지막히 한숨 쉬는 것도. 한숨조차 너무도 신사적이다. 강요하지 않는 사랑. 그녀에게 한하여만은 한없이 자상하고 맹목적인 사랑.


9. The Master’s Song (Reprise)

그가 등장하는 지점에서 평소보다 안개가 지나치게 자욱이 깔리기에 뭐지? 했는데 앗. 깐준수! 7대 3으로 가르마를 타서 7은 웨이브 결을 살려 곱게 고정시키고, 3은 예쁘게 빗어넘긴 머리. 25일 공연처럼 렌필드의 볼을 살짝 어루만져 주는 디테일도 있었는데 그의 바뀐 머리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밤공에선ㅋㅋ 기존의 가르마 그대로 5:5였다. 등장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예측되는 선택은 하기 싫다던 그의 인터뷰가 생각나서ㅋㅋ 느닷없이 그가 마구마구 귀여워서 혼났다... 


10. Mina’s Seduction

마스터송에서 안개 때문에 바뀐 머리를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여기서 샅샅이 보는데 오... 윤 감독님이 생각나는 가르마가 뿌리부터 핏빛으로 물든 데다, 웨이브 결을 있는 대로 살려 넘긴 탓에 고풍스러움과 우아함까지 겸비한 모습이 딱 ‘백작님’이었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인 동시에 조금 더 외로워도 보였다.

머리는 정말 단단히 고정시켜 두었는지 It's Over 때 격한 동작에 따라 한두 가닥 찰랑찰랑 흔들리던 것 빼고는 끝까지 가르마가 유지되었다. 나는 또 그 한 가닥씩 나풀거리는 모습에 설렜지.


밤공. 침실로 따라 들어가며 커튼을 탁 쳐내는 박력엔 항상 설렌다ㅎㅎ

입맞춤 후에 낮공에선 목에 얼굴을 묻었고, 밤공에선 포옹을 하여 그의 표정이 보였다. 입맞춤 직후의 얼굴은 체감상 매우 오랜만인데, 오늘은 벅찬? 감격적인? 듯한 일렁임이 있었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는지, 그의 말로 다 못할 감격이 전해져 내가 괜히 감격스러웠다.

게다가 여기 이 부분. ‘돌아서기엔 너무 멀리 왔어.’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가사가 지나칠 정도로 로맨틱하다. 돌아 나올 수 없는 어둠을 향하여 달려드는 위태로운 연인의 모습 그대로다. 이 가사에 덧입혀진 목소리는 내 마음마저 살살 녹여...


(+) 근데 진짜 정선아 미나, 그에게 유혹당하여 마음이 그를 향해 쏠릴 때마다 표정이 확 변하면서 그의 멱살을 콱 쥔다.. 나 계속 깜짝 놀라..


11. It’s Over

밤공. 버럭버럭 최고치를 찍었다. 시작부터! 강강강의 연속이었다. 쉬는 순간이란 없어. 듣는 나조차도 숨을 멈추게 된다. 카타르시스가 엄청나.

군데군데 미묘하게 강세가 톡톡 튀었고, 쫄깃함이 정말 남달랐다. 특히 시작부에 몰아치는 저음에 엄청날 정도의 포르티시시모가 실려 있어 처음부터 크나큰 충격을...

또 아직도 귀에 맴도는, 짜릿할 정도로 좋았던 부분은 ‘그녀는 이미 나의 것’에서 으르렁댔던 소리와 유난히 강했던 후반부의 ‘포기해!’  포기해는 복불복으로 올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데 오늘은 올려 부른 데다 포/기/해 음절마다 악센트를 강하게 실어 들을 때의 타격감이 엄청났다.

아, 오늘은 낮밤 모두 뛰어나가면서 으아아아 하는 소리도 질렀네. 오랜만에.

(+) 그런데 밤공에서 총격이 늦었다. 시아준수가 총을 맞은 다음에 총소리가 ㅋㅋ 총격 담당자 분발해주세요!


12. Train Sequence

낮공. 나는 여전히 바뀐 머리를 관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하하. 귀족적으로 넘긴 머리에 붉은 음영의 섀도우와 붉은 눈썹의 조화란. 너무 아름답잖아.. 아.. 진짜.. 시아준수.. 그러다 그가 미나와 한껏 교감하다가 반 헬싱의 목소리를 듣곤 놀람 + 당황 + 화남 + 배신감 등등에 두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젓는 순간 덩달아 정신이 들었다.

밤공에선 고개를 젓진 않았다. 잔뜩 커진 눈으로 사방을 배회하다 힘겹게 눈을 감았다. 그래, 매우 힘겨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지친 듯도 보였고. 밤공에선 바로 이 대목에서 이미 마음의 정리를 어느 정도 시작한 것도 같았다.

(+) 최면 후에 ‘무슨 정보를 얻어내셨나요?’ 묻는 정선아 미나의 목소리에서 불안함이 묻어나와 좋았다. 그래, 이렇게 그에게 더 기울어 있음을 표현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그가 너무 아프잖아..


13. The Longer I Live

행진곡에서부터 이어지며, 낮공에서 박수가 없었다. 그만큼 공기가 집약되어 있었다는 뜻. 고요하고도 무거운 침묵 속에서 그가 노래를 시작했다.

지치고, 아픈 깨달음.
덧없는, 버석버석한 목소리.

낮공도 밤공도 정말 좋았는데, 이 좋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회한? 이런 단어로도 다 표현하지 못하는 한이 맺힌 읊조림이었다. 삶의 모든 이유가 송두리째 사라져버린 순간의 넘버고, 그것을 더할 나위 없이 표현해낸 그의 목소리였다. 그가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갈고 닦아 쓰는지를 여실히 듣고 느낄 수 있는 넘버이기도 하고!

특히 ‘그대 빛에 내 어둠 사라질까.’ 부분에서 사/라/질/까 음절마다 소리가 다른 방식으로 공명하는 것이 들어도 들어도 신기하다. 귀를 찌르는 쨍한 고음이었다가도 바로 다음 음절에선 탁 트인 시원한 소리가 치고 나오고, 곧이어 패스트리처럼 겹겹이 쌓인 목소리가 사방을 채운다. 너무도 신기해. 시아준수 목소리는 정말 신기해..

더불어 낮공에서는 아주 오랜만에 C블록이었기 때문에 그가 마지막 눈감는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했다. 두 손을 모으고 음정을 음미하듯 입가에 맴돌다가, 고개를 조금씩 치켜들며 눈을 감던 모습. 이 얼굴이었구나. 잊지 말아야지.


14. At Last

무너진 성벽 귀퉁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고개 젓는 모습은 항상 아프다. 폭발하는 ‘차가운! 암흑 속에! 저주받은 내 영혼’의 할퀴어 드는 목소리도 항상 괴롭고 아픈 부분. 

밤공. 입맞춤이 길었다. 입 맞춘 상태에서 그가 칼을 맞았어. 사랑하는 이의 숨결을 느끼며, 사랑하는 이의 손에. 그것이 그가 진정 원했던 구원이기를 바랐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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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4.07.28

아, 밤공 At Last.
미나가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울면 그도 늘 따라서 눈높이를 맞추어 주곤 했는데 밤공에서는 한쪽 무릎을 세워 꿇은 후 허리를 굽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왕자님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