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는 한주였다. 어딜 가나 시아준수에 관한 이야기가 넘쳐났다. 라이트한 팬에서부터 덕후까지, 정도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시아준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면 어김없이 그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못해 안달이었다. 오래된-그러나 머글인 친구가 오랜만에 안부도 생략하고 대뜸 말하기를 네가 왜 준수, 준수 하는지 알겠더라, 하는데 그 어떤 칭찬보다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 그래. 이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 이 사람이 시아준수야. 뮤직 비디오만이 갓 공개되었던 그날에 이미 내 주위는 온통 시아준수로 물들어 있었다.

15일 0시, 열두 트랙을 순서대로 듣는 순간이 되어서는 그 누구의 인정이나 칭찬도 필요하지 않았다. 12곡 중 8곡이 시아준수의 곡. 시아준수가 하고 싶었던, 들려주고 싶었던 음악. 시아준수만의 온전한 44분 34초. 마지막 트랙까지 끝이 나고 새벽의 적막 속으로 빠져들면서 나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이 목소리들이 전부 다 시아준수인가? 이 모든 색깔이 한 사람 안에서 우러나올 수 있는 것인가? 이것이.. 사람의 영역인가?

너무 이상하고 신기한 기분이었다. 시아준수.. 겪어도 겪어도 놀라운 사람. 한 곡 한 곡에 대한 찰나의 느낌은 짤막한 문장으로 적어도, 앨범 전체에 스며들어 있는 시아준수에 관해서는 도저히 언어로 형상화할 수가 없었다. 머리보다도 심장이 먼저 멎어서, 그저 믿을 수 없이 기쁘고 좋아서. 시아준수가 음악이고 음악이 시아준수인 그 순간의 목격자로서의 내 자신이 너무 행복해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

고마워, 고마워. 행복해서, 풍요로워서. 이슬을 머금은 나무에서 계단을 타고 아아아아, 부드럽게 내려앉던 그의 목소리처럼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 꼭 그런 느낌으로 앨범을 돌려 들을 때마다 매번 다른 곳에서 심장이 쿵, 쿵 떨어졌다. 아, 시아준수. 틀을 깨는, 한계가 없는, 자신을 구축하는 동시에 허무는, 그것으로 더 넓은 영역으로 나아가는,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음악으로 표현해낸. 바로 그 시아준수..

그런 그를 오늘 만나러 간다. 죽음도 아니고, 샤차르트도 아니고, 너무 오랜만에 시아준수, 그를. 처음처럼 설레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다림의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