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ahros


쨍한 여름 날씨, 서울 한복판의 산 중턱,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들로부터 제법 떨어진 거리에 생각보다 길게 늘어뜨린 레드카펫. 잿빛이 옅게 감도는 대리석 건물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그 새빨간 천 위로, 그가 있었다.


그날의 시아준수는 꼭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톡 튀어나온 사람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에로스의 분위기가 난다던 이 자켓 사진처럼. 그가 마지막에서 두 번째 순서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뒤바뀌었던 그날의 공기를 기억한다.


신성불가침.

조금은 힘이 들어간 단어지만, 그날의 시아준수를 단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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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belle

12.06.11

최근의 글들을 보고 있으면 윰님 자신이 힘이 들어갔다고 말씀하시는 표현들에 대해 꽤 관대해지신 것 같단 느낌이 와요. 저는 그런 변화들도 좋아요. 사랑, 아름다움 같은 원초적인 단어들이 덩어리처럼 곧장 만져질 것만 같이 다가온달까.. 제 느낌은 그래요. 여하간 저는 윰님이 준수에 대해 쓰시는 글들을 읽는 게 좋아요.

연꽃

12.06.12

제가 생각해도 장족의 발전이예요. 옛날에는 천사 같은 사람 이런 말 쓰는 것도 벌벌 떨었는데 이젠 그 시절이 까마득합니다 진짜. ㅋㅋ 그래도 여전히 넘칠까 두려워요 마음을 글로 쓰는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