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준수는 오늘 두 번 울었다. 한 번은 사랑은 눈꽃처럼에서, 한 번은 슬픔의 행방에서. 두 번 다 울기 직전의 울컥하는 얼굴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그 얼굴. 그의 감정이 얼굴의 가장자리에서부터 중앙으로 한순간에 모였다가 사르르 녹아드는 그 표정이 눈에 박혔다. 이번에도 그는 자신의 마르지 않는 샘에서 감수성을 마구 끌어올렸다. 매번 예상되는 절정에서, 매번 그답게 감정을 녹여냈다. 그의 감수성은 언제나 예민하고 풍부하며, 고전적이다.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
 
Thank U For에선 지나치게 귀여웠다. 그리고 무척 신나했다. 어깨를 들썩이고 종아리와 무릎을 미끄러트리며 리듬을 타고. 한 뼘은 족히 솟은 듯한 그의 광대가 개구지게 웃고 있어서 내 마음도 한껏 즐거워졌다. 무대 위에서 신난 그의 모습을 보는 게 좋다. 앵콜 때도 그랬다. Uncommitted에서 무대의 좌우 날개로 나아가면서 어쩜 그렇게 신난 표정을 짓는지, 그가 그렇게 마음껏 기뻐하며 노래하고 노니는 모습을 본다는 사실 자체가 축복 같았다. 노래하며 웃는 그의 얼굴이 좋다. 템포가 빠른 곡에서 그의 몸짓, 음정 하나하나에 객석으로부터 환호가 들려오면 그게 또 기쁘고 즐겁다는 듯이 잠깐잠깐씩 웃음을 내보이는 것도 좋았다.
 
많이 웃었고, 많이 글썽였다. 엄청난 수의 긍정적인 마음들이 풍요롭게 공연장 안을 떠다녔다.
 
마법사 컨셉은 아직도 진행 중인 걸까. 어쿠스틱 세션에서 기적 같고 마법 같은 순간을 너무도 많이 경험했다. 어떤 노래도, 어떤 소리도 그의 목소리를 거치면 천상의 것을 닮는다.
 
큐시트가 공개된 이후로 예습 삼아 들어두었던 노래 중에는.. 음, 솔직하게 꼽아 말하자면 그런가봐요는 내 취향의 곡이  아니었다. 좋다는 느낌은 물론 어떠한 감흥 자체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시아준수의 목소리가 입혀지면 다를 거란 걸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그 정도가 상상을 훨씬 넘었기에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쿠스틱이라는 컨셉 하에 그는 창조를 거행했다. 그만의 색으로, 그의 목소리로. 가장 축복되는 방법으로.
 
I Believe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성스럽다고 하겠다. 그리고 단언하겠다. 이 목소리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은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노래를 마무리하며 애를 태우듯이 음을 끄는 순간이 되어서는 그에게 감사했다. 고마워, 당신이라서.
 
그의 목소리 앞에서라면 악기는 불필요한 것이 된다. 언제나 무섭도록 주변의 소리와 조화를 맞추는 그니까, 악기가 곁들여지면 생겨나는 조화로움도 물론 아름답다. 그러나 악기가 사라진 후에 그의 목소리가 빛을 발하는 특유의 방식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답고, 선하다. 단 하나의 악기도 없이 온전하게 그의 목소리로만 가득한 노래를 듣게 되는 날은 올까, 온다면, 언제쯤 올까.
 
국내에 단 하나뿐이라는 피아노를 앞에 두고는 예쁜 겸양을 부리더니, 그 위에 앉아서는 곧잘 손을 놀렸다. 그가 A5 구역을 향하여 앉았기 때문에 A3 구역에서는 피아노 치는 그의 손이 제대로 보였다. 반지 낀 손이 박자에 맞추어 들어가야 할 자리에 음을 꾹꾹 짚어 넣었다. 손을 풀 요량에선지 맨 처음에, 아주 짧게 피아노를 쳤을 때와는 달리 반주는 간단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시아준수가 되면 그런 단순한 동작마저도 아름답고, 시적으로 비추어질까. 건반 위에서 노니는 손 위로 피아노 소리보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그가 참 예뻤다. 정확히 4년 전의 오늘과 오버랩되며 추억 속에서, 그리고 새로운 기쁨 속에서 그를 보았다.
 
Lullaby에선 정말 작정했구나 싶어 그가 웃을 때마다 나도 웃고, 그가 웨이브를 출 때마다 나도 들썩였다. 그는 심지어 걸을 때도 웨이브를 탔다! 좌우를 아우르고 봉으로 향하면서! 신이 나서! 그가 신이 났을 때, 그가 작정하면 꼭 하는 행동, 아랫입술을 혀 안으로 조금만 말아 넣고 이로 앙다무는 귀엽고 예쁜 입 모양을 많이 봤다. 그런 얼굴을 하고 과감인지, 과격인지 막힘 없이 골반을 터는데 그의 마르고 단단한 팔 끝으로 야무지게 주먹을 쥔 손이 보였다. 귀여운 동시에 섹시한 그를 그렇게 보고도, 참 믿기질 않았다.
 
사랑이 싫다구요, Lullaby, You are so beautiful을 부를 때의 의상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단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귀공자였다. 소공자였을 수도 있고! 근사하게 빗어넘긴 그의 가르마를 가장 돋보이게 해주었다. 그 차림새가 너무 좋아서 숨도 거의 쉬지 않고 그를 보았던 것 같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사였다.
 
음향은 말 그대로 빵빵해서, 나는 그의 노래를 듣기보다는 온몸으로 받아냈다. 그의 목소리, 그의 노래에 놀라는 내가 새삼스러웠다. 나아가서는 공연 중간중간 스스로를 다그쳐야 했다. 신발 아래의 바닥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울림, 의자 등받이에서 느껴지는 떨림이 아니라면 모니터를 통해 보고 듣던 그와의 차이가 현장의 그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많았다. 애드립의 순간이 오면 그제야 아, 그가 여기에 있구나를 비로소 느꼈다. 놀라운, 놀라운 사람이었다.
 
그가 해외 투어를 하던 때, 나 또한 듣기를 염원했던 사랑이 싫다구요의 애드립을 들었다. 아름답고 알맞은, 그 자리에 더할 나위 없이 꼭 들어맞는. 앉아서 노래할 때의 그는 신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시인 같다. 앉아서 차분하고 고요하게, 음에 맞추어 예쁜 몸을 기울여가며, 도란도란 건네는 말처럼 노래하는 그가 좋았다. 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언제나 그래 왔던 것처럼 드라마가 있었다.
 
두 팔을 마음껏 사용하여 음을 짚어가는 모습도 참 예뻤다. 오늘의 동작들은 대체로 크고, 가득하고, 풍부했다. 그러면서도 넘치는 느낌은 없었다. 춤을 배제했다고 말했지만 그는 때때로 춤을 추는 듯이 노래했다. 절정에 이르면 엄지와 검지, 가끔씩은 중지까지 남겨두고 나머지 손가락은 꽈악 접은 채로 손을 이용해 음을 탄다. 어떤 때는 갑자기 주먹을 쥐었다가 또 갑자기 풀어낸다. 가장 많았던 것은 손바닥의 옆면으로 공기 중을 부드럽게 가르는 동작이었다. 남자다운 손이 메트로놈처럼 가사와 음을 따라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가로로 허공을 가르고, 감정이 고조되면 주먹을 쥐고 통통 허공을 쳐댄다. 마이크를 쥐지 않아 자유로운 손이 내내 바쁘게도 움직였다.
 
그의 눈썹도 노래를 한다. 입꼬리는 웃음을 말아 넣는 것으로 노래를 대신한다. 자꾸만 방긋방긋 웃었다. 노래를 하는 중간중간, 노래가 끝난 후에, 토크를 할 때는 물론.
 
그는 예뻤다. 정말 예뻤다. 생김새가 예쁘고 잘생겼다는 의미를 포함하여 그는 밝음과 따사로움과 예쁨 그 자체였다. 그건 그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까, 내가 그를 그렇게 보기 때문일까. 어느 것의 비중이 크든 간에, 우선은 전자가 가능하기에 후자도 가능한 것이겠지.
 
감동의 순간은 다 헤아릴 수 없다. 일단 그가 무대에 오래 있는 것부터가 선물 같았다. 그는 마치 팬들의 마음을 안다는 듯이, 오래 있어서 좋죠? 하고 말했다. 네, 좋아요. 마음 속으로 그를 향해 몇 번이고 대답했다. 무대 위의 그를 향해 돌발적으로 행해졌던 무례한 행동들도 그는 유연하게 받아냈다. 그런 순간에서의 대처는 연습하고 예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닐텐데, 감탄스러웠다. 그의 배려있는 마음씨와 예쁜 말씨가 좋았다. 자칫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 수 있었던 돌발행동을 그는 모두에게 웃음으로 되돌려 주었다. 그가 그런 수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 미안했지만, 그의 그런 예쁜 모습을 보는 것은 좋았다.
 
최초의 감동은 나는 나는 음악이었을까? 그가 자신을 음악이라 공언하는 순간은 언제나 바래지 않는 감동을 준다. 글썽이는 듯이 웃는 눈동자가 반짝반짝했다. 이어서, 그의 말대로 하자면 모차르트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이어서 찾아온 가장 불행한 순간의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재연 때의 모차르트와 꼭 같았다. 불행 속에서 그는 운명을 쓰러트렸고, 발치 아래에 두었다.
 
극단의 감정을 오고 가는 일은 그에게 큰 어려움이 아닌 듯했다. 그는 이 두 넘버를 이어서 불러보고 싶었다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어서 불렀고, 두 넘버는 온전하고 군더더기 없이 재현되었다.
 
천국의 눈물에서 가장 사랑했던, 철창의 들리나요와 함께 참 많이도 좋아했던 이렇게 사랑해본 적 없죠는 다시 들을 수 있게 될 줄 몰랐기에 더 큰 감격이었다. 음률도 음률이지만 이 넘버가 처한 상황 자체, 그가 사랑의 환희를 노래하는 것이 좋았다. 그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그대로 노래하는 것 같은 순간이었으므로, 감격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깜짝 게스트도 큰 선물이었다. 기사를 통하여 선공개되기는 했지만, 등장의 순간이 예상 밖의 것이어서 놀라움이 무척 컸다.
 
그리고, 그리고 들리나요에서 그의 목소리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선하다고 하겠다. 곱고 선한 여러 결의 목소리가 귀에 또렷하게 박히는 것이 무던히도 좋았다. 세상에, 목소리에서 무지개를 보았어요! 고요하게 시작해서 감정을 고조시킬 때, 그가 음을 끌어올리며 몸을 젖히는 모습이 극적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정말로 오랜만에 듣는 천국의 눈물에서 새삼 그리웠다는 느낌을 받으며, 그가 선택한 노래에 대한 신뢰가 굳건해졌다.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돋보이게 해주는 아름다운 노래. 그가 선택한 노래는 그의 목소리를 배반하지 않으며, 어느 순간에서도 나를 일으키는 데 실패한 적이 없다.
 
마지막 춤은, 매번 새로운 마지막 춤을 보고 나면 그때마다 하는 말인 것 같지만 최고였다. 그에게 토드는 이제는 날개와 같은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언제고 그가 원할 때 두 어깨에 걸쳐 날개로 삼고, 그가 됐다 싶을 때 자유롭게 내려 놓을 수 있는 그런 것. 그의 가능성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마지막 춤을 볼 때마다 그의 그릇이 넓어지는 느낌을 경험하는 것이 좋다. 미세하지만 분명하게, 풍부해지는 그의 울림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도! 정말! 예상 밖의! 놀라움이었다! 그 남자와 함께 공개되었을 때도 놀라웠지만, 우와 이렇게 콘서트에서 정식으로 들을 수 있게 될 줄은. 노래하는 동시에 그는 몸을 썼다. 귀로 파고드는 목소리와 함께 그가 몸을 제끼며 절정에 이르는 모습이 눈에 박혔다. 그는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가수다. 그가 어떤 식으로 각 노래마다 어떻게, 음의 어디에서 몸을 썼는지 두고두고 보고 싶다. 지금은 아쉽게도 그의 모든 동작이 드라마틱했다는 기억만이 남아 있다.
 
그리고 알면서도. 그럼, 들어주세요, 알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 설득력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겠지. 그가 들어달라고 말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들어야만 할 것 같고, 듣고 있으면서도 모자라서 더 갈구하게 되는 마음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지. 알면서도의 그는 견고한 성이다. 하얀 눈꽃과 단단한 벽돌로 더듬어 쌓은 성이다. 새롭게 추가된 코러스도 눈꽃의 일부 같았다. 앞의 노래들을 전혀 부르지 않은 사람처럼 그는 노래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노래를 맺었다. 음을 그러모으듯이, 한숨을 내쉬듯이.
 
생각해보면 오늘이 처음이었던 그의 노래가 많았다. Thank U For도, Uncommitted도, 사랑은 눈꽃처럼도. 감격스러우면서도 마음이 아려왔던 순간은, 내가 이 노래들의 라이브를 기다려왔던 만큼이나 그도 고대해왔다는 사실이 토크나 그의 몸짓을 통해 은연 중에 드러날 때였다. 그가 마음껏, 그가 원하는 대로 노래할 수 있는 무대. 그 위에서 그가 얼마나 자유롭고 높이 날며, 아름다워 보였는지. 그의 그런 모습이 가장 큰 선물이었다. 무대 위에서 기쁘게 노래하는 그를 보는 것이 좋았다.
 
사랑은 눈꽃처럼의 첫 순간. 어떤 소리도 없이 그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처음, 그는 기가 막힌 기적을 선물했다. 사람에게 목소리를 내린 신께 감사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이 감사했다.
 
그런데 사랑은 눈꽃처럼은.. 최근에, 가장 귀에 익도록 들었던 노래여서 그랬는지. 이것이 라이브였는지 CD를 듣는 것인지 정말 많이 헷갈렸다. 와 진짜 똑같애.. 와 노래 정말 잘한다.. 를 연발했다. 그러다 음이 소거되고 침묵 속으로 잦아들면서, 그의 숨소리만이 공연장을 메운 순간 아, 내가 드디어 사랑은 눈꽃처럼을 들었구나, 했다.
 
그리고 타란탈레그라가 남았구나. 원곡을 짧게 재현한 마지막의 타란탈레그라는 정말 깜짝 선물이었다. 그가 타란탈레그라에 대한 애정을 자주 드러내보였던 만큼, 그리고 한국에서는 가장 자주 보여주었던 무대였던 만큼, 또 그의 정규앨범 타이틀인 만큼, 타란탈레그라에서 시도되었던 그의 여러 변신과 파격만큼, 무엇보다 타란탈레그라에 담겨있는 그의 여러 목소리만큼, 여러 가지 의미에서 나에게도 의미가 크고 애정 어린 그 곡을 두 가지 버전으로 변주해준 그가 고마웠다. 그리고 정말 춤 잘 추시세요, 머시스시세요. 숨이 차오르는 목소리로 추임새를 넣었던 것도 참 듣기 좋았다. 귀여우면서 섹시하기도 모자라서 이젠 귀여우면서 멋있으면서 섹시하기도 하다니, 오늘의 테마는 놀라움인가보다 했다.
 
무엇보다 그의 목소리가 건강해서 좋았다. 건강하고 힘이 있는 목소리. 부드럽고 곱디 고우면서도 힘을 갖춘 목소리. 공연 내내 그랬다. 그가 건강해보여서 좋았다.
 
이제 허리가 아파서 더 못 쓰겠다. 공연장의 의자가 너무 딱딱해서 내내 허리가 아팠다ㅠ 오늘은 공연 끝나고 일어나니, 그제야 허리가 아픈 게 느껴졌는데 내일 공연 도중에 무리가 오지 않으려면 어서 자야지. 오빠도 잘자요. 그리고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