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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김준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려고 한다”

일자 2013-12-09
분류 인터뷰
일정 김준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려고 한다”
  • 정보
  • 2013-12-09
  • 보도
  •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 라운드 인터뷰 

    원문 :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3120821327243453


    편집자주 :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된 김광석 뮤지컬, 공연계에서 가장 핫한 시즌인 연말, 3000석의 세종문화회관, 그리고 창작 초연. 현재 공연되는 10여 편의 중·대극장 뮤지컬 중 창작 초연은 <디셈버>가 유일하다. 완성도는 물론이고 상업적 성과에서도 기대보다 우려가 많은 이 프로젝트에 힘을 실은 것은 결국 김준수였다. 하지만 그런 김준수에게도 <디셈버>는 넘어서야 할 것이 많은 산이다. 김광석의 노래는 기존에 자신이 부르던 창법과는 정반대로 담담하고, 노래 대신 대사로 소화해야 할 연기의 비중이나 무대에 서는 회차도 기존의 작품들과 다르게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맡은 지욱은 모차르트나 ‘죽음’과는 달리 의상이나 메이크업에도 전혀 기댈 수 없는 대학생. <디셈버>에서 김준수의 우월함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디셈버>를 통해 스물일곱의 평범한 김준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김준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려고 한다'
     
    여러 난관이 있는 작품을 선택했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역시 김광석이었나.
    김준수: 정확하게는 김광석 선배님의 남겨진 곡이었다.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마지막 곡을 내 목소리로 처음 선보일 수 있다는 것. <모차르트!>를 할 때도 모차르트라는 분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도 똑같다.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들고 사람들의 애환이나 마음을 시적인 가사로 표현할 수 있었는지. 음악만으로도 너무 알고 싶게 만드는 인물인 것 같다.
     
    사실 라이선스 작품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다.
    김준수: 나름 나만의 다짐 같은 게 있었다. 일련의 상황 끝에 2010년에 <모차르트!>를 하게 되었는데, 그 작품으로 내가 다시 관객 앞에 나갈 수 있었다. 뮤지컬로 인해서 스스로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 다시는 못 갈 거라고 생각했던 시상식도 뮤지컬로 가게 됐고, 상도 받았다. 그래서 창작뮤지컬에 참여하자는 마음이 있었고, 인터뷰 때도 균형을 맞추면서 가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막상 하려면 힘들긴 한데 (웃음) 그래도 뱉은 말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니까. 사명감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내 안에서 그런 게 꿈틀거리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타이밍에는 무조건 창작뮤지컬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천국의 눈물>로 창작 초연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더 선택하기 어렵진 않았나.
    김준수: 확실히 <천국의 눈물> 때는 몰랐으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진짜 힘들었다. 정말 ‘도전’이라는 단어는 창작 초연에 써야 된다. (웃음) 라이선스나 재공연은 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판가름이 나지만, 창작 초연은 아무것도 없이 백지장에 책을 써내려가듯 해야 한다. 베테랑 배우들도 꺼린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 알겠더라. 3~4년 차밖에 안 돼서 이걸 한다는 게 힘들긴 한데, 하지만! 잘해야지. (웃음)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편인가.
    김준수: 없진 않다. 많은데 두려움 때문에 뭔가를 못 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 특히 뮤지컬에서는 더욱 그렇다. 막상 창작뮤지컬 대본 주시면 깜짝깜짝 놀래긴 하는데 (웃음) 이번에는 좋았다. 지금 유일하게 <디셈버>만 창작뮤지컬이다. 이것만으로도 칭찬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극이. 내가 아니라. (웃음)
     
    처음에는 ‘김광석 뮤지컬’로 소개받았을 거다. 당연히 노래의 비중이 많은 주크박스 뮤지컬을 떠올렸을 텐데, 연습 현장을 보니 연기적인 부분이 많더라.
    김준수: 난 나를 굉장히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쪽인데, 배역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장진 감독님이 연극이나 영화를 주로 하셨기 때문에 연기적인 요소를 이번 뮤지컬을 통해 배울 수 있겠다 싶어 참여한 것도 있다. 그래도 이 정도로 연기가 많을 줄은 몰라서 많이 당황했다. (웃음) 대사가 너무 많다. 불안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래도 내가 부족한 부분을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이 채워주겠지 하는 믿음이 있다. 특히 이 작품은 혼자 해낸다고 생각하면 너무 힘들더라. 1인 다역을 하는 조복래라는 친구가 있는데, 이 사람은 앙상블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뭘 시켜도 너무 잘해. 경비원을 시켜도 우리 집 앞에 있는 경비원이고, 부산 사람이고, 군인이고, 말년병장이고, 너무 잘한다.
     
    노래나 춤이 아닌 말을 통해 연기를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이던가.
    김준수: 사실 무대 위에서 벌거벗은 기분은 <엘리자벳> 때도 똑같았다. 죽음을 표현하라는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웃음) 단지 몸짓이나 표정으로 풀었나 대사로 풀었나의 차이인 것 같다. 가수 출신이기 때문에 대사로 표현하는 게 분명 힘든 지점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뮤지컬을 생각했을 땐 확실히 필요한 지점이다. 관객에게 송스루가 시원시원한 음악을 남긴다면, 연극적 뮤지컬은 애드리브가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애드리브를 잘하는 편인가.
    김준수: 지욱과 이연의 러브스토리가 <디셈버>의 큰 줄기이고 정서적으로는 그리움이나 추억이 크지만, 요소요소에 장진 감독님 특유의 코미디가 많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신마다 거의 한 번씩 웃긴 게 있는 느낌? 나는 간접적인 개그가 있는데 1막에서 사랑에 빠지는 순수함이 (웃음) 자연스레 재밌게 보여진다. 개인적으로도 진지한 것보다는 웃긴 게 그나마 더 나은 것 같긴 하다. (웃음)
     
    비중도 많아서 무대에 있는 시간이 길 텐데,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지 않고 무대에 서 있다는 것이 어색하진 않나.
    김준수: 지욱은 ‘죽음’에 비해 세 배 정도 비중이 더 많다. 퇴장해도 되는 신에 자꾸 나를 앉혀놓고 세워놓고 그런다. (웃음) 뮤지컬이 어려운 건 그래서였다. 브라운관에서는 섬세함이 필요하다면 여기서는 동작으로 보여야 하고 온몸이 노출되기 때문에 서 있는 자세부터 걷는 것, 몸 쓰는 게 중요하더라. 사람이 몸을 못 써도 보는 사람들이 불안해한다. 몸 쓰는 걸 신경 쓰면서, 대사를 신경 쓰면서, 가사를 신경 쓰면서, 표정을 신경 쓰면서, 동선을 신경 쓰면서, 소품을 신경 쓰면서, NG 없이 3시간 동안 해야 한다는 것. 그게 너무 힘들다. 드라마나 영화는 NG가 나도 다시 가면 되지만 여기는 무를 수도 없고. (웃음) 그 긴장감이 엄청난 것 같다. 그래서 연습을 할 때마다 내가 아닌 뮤지컬배우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이 사랑받아야 하는 장르다.
     
    기존에 했던 캐릭터들이 개성이 뚜렷하고 아우라가 있었다면, 지욱은 상대적으로 일상적이다. 가장 제 나이에 가깝기도 해서 김준수라는 사람이 가장 많이 투영될 것 같다.
    김준수: 스물다섯 시절의 1막은 정말 고등학생 시절의 나 같다. 여자 앞에서 숙맥이지만 그래도 할 얘기는 다 하는 타입. 장난도 치고 웃음도 많고 약간 얼빵한 것도 있고. (웃음) 의도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되더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려고 한다.
     
    창작 초연의 강점 중 하나는 캐릭터를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점에 있다.
    김준수: 지욱이 술을 마시고 취하는 장면이 있다. 난 술을 못 마시기도 하고 안 마시기도 해서 취한다는 걸 느껴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혀가 꼬이는 정도의 연기를 요구하셨는데, 나는 내가 못하는 건 잘 안다. 지금 바로 시련을 겪어서 술을 진탕 먹지 않는 이상, 연습을 해서 한다고 해도 누가 봐도 척이다 싶을 거다. 그래서 그렇게 어설프게 할 바에는 그냥 알딸딸한 정도로만 하자고 절충안을 찾았다. 장진 감독님이 그런 걸 잘 짚어주시고, 연기까지 잘하셔서 (웃음) 다행이다.
     
    지욱이 20년 후에는 뮤지컬 연출가가 된다. 혹시 장진 감독을 모델로 삼았나. (웃음)
    김준수: <디셈버>는 누가 봐도 감독님의 사랑 얘기인 것 같다고 의문을 드렸는데, 절대 아니라고 끝까지 부인하시더라. 부인 때문에 극구 부인하는 것 같기도 하고. (웃음) 2막의 40대는 장진 감독님처럼 멋진 뮤지컬 연출가 정도로만 잡고 있다. 난 목소리를 바꿀 수도 없고 그냥 말투나 대사의 템포, 옷차림 정도가 약간 성숙하게 바뀔 거다. 너무 고심했더니 머리가 아프더라. 근데 생각해보면 이정재 선배님도 40대지만 누가 이정재 선배님 보고 40대라고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하자 하고 있다. 으하하하하.
     
    가수가 된 지 10년이다. 연습생 시절까지 포함하면 꽤 긴 기간을 평범하지 않게 산 셈인데, 극의 어떤 지점들이 부럽던가.
    김준수: 대학생 시절의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경험이 많지 않아서 오히려 그 연기를 할 때 더 재밌다. 왁자지껄하게 내가 무슨 말을 하면 학생들이 “오~” 해줄 때 진짜 학교에 있는 느낌이다. 그냥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랑 얘기 주고받는 것, 별거 아닌 걸로 열 내는 거, 소박한 연애 같은 것들. 역설적으로 이런 역할이 덜 익숙하더라.
     
    연예인이라는 신분을 버리고 20대의 김준수가 가장 편안할 때는 언제인가.
    김준수: 집에서 게임 할 때. (웃음) 술도 못 마시고 밖에 나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한테 스트레스 해소는 게임인 것 같다.
     
    김광석 노래의 미덕 중 하나는 인생의 고민을 가장 내밀하고 공감되게 그린 가사라고 생각한다. 그의 노래 중 스물일곱 김준수의 고민을 대변하는 곡이 있다면 무엇일까?
    김준수: (5초간 침묵 후) 조심스럽다. (웃음) 아직 군대를 안 가서인지 ‘이등병의 편지’? (웃음)
     
    창법적으로 김광석과 김준수는 꽤 다르다. 김광석은 절제하고, 김준수는 폭발시키는 방식인데 그 지점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김준수: 다행히 뮤지컬이라서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같은 곡은 코러스가 쩌렁쩌렁하고, ‘사랑이라는 이유로’는 오히려 더 담백하다. 공격적인 편곡도, 원곡을 훼손하지 않는 곡도 있다.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
     
    뮤지컬을 시작한 지 3년째인데, 시작 때와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을 것 같다.
    김준수: 운이 좋았고, 처음부터 욕을 너무 먹어서 정말 열심히 한 것도 있다. 뮤지컬배우가 ‘삑사리’ 나면 컨디션이 안 좋고 로딩이 덜 됐다고 얘기하지만, 아이돌 출신이 그러면 그냥 왜 왔냐가 된다. 그런 부담감이 힘든 건 사실이다. 그걸 한 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티켓값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만 해내도 욕은 안 먹지 않을까 생각하고 해온 거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남우주연상을 받고 그런 게 지금 이래도 되는 상황인가 싶지만, 그럴수록 뮤지컬을 더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일회성으로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꾸준히 하고 싶다. 아직 난 멀었고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다.
     
    올해도 < XIA Ballad & Musical Concert with Orchestra >를 연다. 작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준수: 공교롭게도 <디셈버> 공연 중에 콘서트를 하게 돼서, 순간 하지 말까 싶기도 했다. 근데 주변에 조사를 해보니까 꼭 하길 바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뮤지컬 제작사에서는 싫어했을 거다. (웃음) 뮤지컬 전에 잡힌 스케줄이라서 다행히 빼줬고, 타이틀을 그대로 쓴 건 그 범주 안의 느낌을 내고 싶어서였다. 작년에는 뮤지컬을 봤던 사람은 알 수 있게 내가 작품에서 부른 노래를 불렀는데, 이번에는 <엘리자벳>과 <모차르트!>에서 내가 부르지 않은 넘버를 부를 생각이다. 그게 조금 달라진 점일 것 같다.
     
    <디셈버> 2막은 지욱의 40대를 그린다. 김준수는 20년 후 뭐가 돼 있을 것 같나.
    김준수: 가수를 그때도 할지는 모르겠지만, 뮤지컬배우는 하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특별할 건 없어도 그때 그 시절에 맞는 모습이나 언행이 나오면 좋겠다. 인기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지금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 나 자신도 신기하니까. 그 사랑을 너무 과하게 받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감사가 이미 충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멋지게 늙고 싶다. 인기가 사그라져도 사람들이 그냥 추억할 수 있는 정도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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