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말도 안 되는 상상
※ 말도 안 됨 주의



가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다. 말이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한다. 오늘의 주제는: 시아준수의 노래들에 생명을 주고 원하는 대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한다면.

일단 의인화된 이 노래의 세계에는 크게 두 개의 음계가 있어. 이 음계는 노래를 품은 우주와 같아서, 한쪽 우주에서는 타란이 맏형이 되고, 꽃과 엑스송이 쌍둥이 막내가 될 거야. 다른 우주에서는 신입을 맞이하여 막내 탈출을 앞둔 백작님의 아이들이 한껏 신이 나 있지.


노래 아이들에게는 단 하나의 공통된 소망이 있어. 시아준수의 무대에 서는 것. 저마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간택되고자 해. 치열한 경쟁 끝에 간택되면 그야말로 ☆노래인생의 영광☆. 노래로서는 다 이룬 게 되지.

간택된 아이들은 성격에 따라 방방 뛰며 환호하기도 하고, 프리스타일 즉흥리믹스로 흥을 분출하기도 해. 간택 동기끼리 서로 기쁨의 피처링을 넣어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변주를 들을 수 있지. 그 반대는 잔뜩 풀이 죽는데, 가사는 그 아이의 성향을 반영하여, breath처럼 직설적인 아이는 질투폭발하는 걸 숨김없이 드러내서 또래를 놀라게 하곤 해(이래 봬도 내가 첫 번째 단독 솔로콘서트 오프닝에 빛나는 몸인데 부들부들). breath만큼 격하진 않아도 속상한 마음에 자체 음소거로 소박하게나마 반항하는 아이도 있어.

정식 앨범 수록곡은 아니지만 그 못지않게 사랑받고, 간택 횟수로 치자면 선두를 다투는 사눈꽃은 이번 공감에서도 어김없이 부름 받아 더욱 위풍당당해졌고, 신흥샛별 loving you keeps me alive 역시 요즘 내내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중이야.

타이틀의 자부심이 있는 타란과 잉크는 조금 더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솔직한 마음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하는데 특히 이번 3집 콘서트에서 '꽃이 있기 때문에 타란은 안된다'는 시아준수의 원칙으로 반려된 타란은 무척 시무룩해 했어. 그래서 아이덴티티인 파워숄더의 풀이 다소 죽었지. 더블앵콜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었던 건 정말 경사였어.

아이들은 서로의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아준수의 아이들이라는 형제감이 있어, 뮤지컬발라드 콘서트에서처럼 타가수의 노래가 초대되어 오기라도 하면 저들끼리 뭉쳐 은근히 경계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 특히 a lover's concerto처럼 예쁨미 사랑미 폭발하도록 아낌을 받은 노래가 있으면 아이들이 더더욱 질_투_폭_발하고 말고.

그리고 이 상상은 '엑스송 리믹스 때문에 잉크가 의기소침할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단 한 줄의 생각에서 시작되었는데, 시아준수의 부동의 댄스곡 넘버 원의 지위를 등장 이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놓친 적 없는 바로 그 incredible이 새 옷 입고 날개 단 엑스송 때문에 정체 모를 위기감을 느끼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그냥 이런... 걸 썼다. 우리 잉크 풀죽으면 안 되는데.. 그런데 뉴 엑스송이 너무 좋아서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이 글의 bgm이 뉴 엑스송인 건 잉크에겐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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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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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6.01

그냥 시아준수의 노래 속에서 사는 요즘이 행복해서 썼어 (수습)

여름

15.06.04

연꽃님 이 글 너무 귀엽고 재밌어요ㅋㅋ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상상하니까 예전에 제 인생 곡선이 언커미티드의 파동 같다면 좋겠다고 상상했던 적이 생각나요. 특히 How could this be she’s tellin’ me / I would never let her be my everything / She said I’m a player and I’d never change / I feel that I’m ready to leave the game 이 부분을 들을 때 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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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6.07

수많은 오빠의 노래 중 꼭 집어 uncommitted라니, 비범한 느낌. 상상하신 이미지가 민들레 홀씨 같이 유영하는 바람의 파동일까요? 목소리도, 딱 그 부분의 가사도 흩날리는 듯한 느낌인데 (갸웃)

이것도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i에 저를 대입하여 들었던 적이 있어요. 특히 I would never let her be my everything 이 부분이요. her의 자리는 으레 사람이나 목표가 차지하곤 했는데, 오빠인 순간이 드물게 오면 그게 그렇게 적당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가사를 따라 존재하는 우리 사이의 사랑의 거리가 더없이 이상적으로 느껴지는 기묘한 순간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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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6.07

본문의 맥락으로 돌아가서 오빠의 노래 중에서 저의 인생 곡선을 꼽아본다면, 혹은 내가 노래들 중 하나의 삶을 살 수 있다면ㅡ하는 상상에 대한 저의 대답은 역시 incredible일 텐데, 뉴 엑스송에 하릴없이 흔들리고 있는 요즘이에요. incredible이 경쾌하면서도 곧바르게 빛을 선언하는 이미지라면, 뉴 엑스송은 모든 격식을 허물어버린 채 김준수라는 유일무이한 가치를 향하여 돌진하는 것만 같아 더 그래요. 아 이런, 쓰다 보니 또 잉크가 풀죽겠네요. 잉크 잠시 눈 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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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6.07

그나저나 계절을 따르는 이름이 정말 예쁘세요. 6월이 온 줄은 알았지만, 여름님의 '여름'을 보고 나니 정말로 꽃의 봄을 보내고 샤엘의 여름을 향해 가는 듯해요. 덕분에 설렘으로 일요일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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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7.06.01

이 계절로부터도 시간이 제법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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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7.06.01

15년의 막내였던 꽃과 엑스송은 벌써 두 명의 막내를 새로이 맞이했고, 신흥샛별이었던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2년 동안 불멸의 사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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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7.06.01

lover's concerto를 잇는 후계도 여럿 나타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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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7.06.01

그렇게 당신과의 시간은 또 사랑이 되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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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0.09.04

안녕. 2020년인 현재, 공감에 이어 사랑의 콜센타라는 노래하는 예능에서도 러빙유가 간택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