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형 콘텐츠가 많았던 것이 작년의 특징이었다면 올해는 시아준수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상반기의 그리움을 모두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회장 내가 온통 시아준수였고, 그의 숨결이 묻은 작품들이 있었다.

시아준수, 시아준수, 시아준수!
마블 티의 시아준수, 멜빵 작업복의 시아준수, 분홍 반팔티의 시아준수. 각각의 여러 얼굴, 다양한 표정, 다채로운 콘텐츠.
그리고 돌아온 JYJ로서 도쿄돔 콘서트에서의 시아준수.

콘서트 영상에서 가장 강렬했던 건 마지막 곡이었다. 수고스럽게 새로 떠올릴 필요도 없이 아트 갤러리를 관람하는 내내 머리 한편에서 Get Out이 연주되고 있었다. 이 곡, Get Out에서 시아준수가 웃으면서 통통 뛰던 모습, 그렇게 신 난 얼굴을 정면으로, 나는 것 같던 몸짓을 화면 가득 1초라도 확실하게 잡아줬던 게 너무 좋았다. 기억은 어김없이 2010년 10월로 회귀하여 Empty remix에서의 시아준수와 겹쳐보고 있었다. Empty remix의 강렬한 인상은 마법과도 같아서 그 이전의 모든 기억까지 시간을 거슬러 그날과 하나 되게 했다. 2010년 이전의 무수했던 결정적 순간들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거대한 주제 앞에 저절로 녹아든 걸지도 모르지. 그래서 이렇게, 신 난 그를 볼 때면 그해의 새 기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무대 아래서 웃는 얼굴도 메이킹과 사진을 통해 무수히 보았다. 치아를 드러내며 예쁘게 웃는 얼굴, 작품 활동 중에 흐뭇하게 웃는 얼굴, 자신만만하게 웃는 얼굴, 입꼬리만 살짝 올려 웃는 얼굴, 어떤 때는 눈썹을 끌어내리고는 다시 없을 것 같은 선함으로 무장하여 웃던 얼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득 가려 웃어도 묻어나는 예쁨을 감추지 못하던 얼굴.

변화무쌍한 입술의 움직임도 가득했다. 집중해서 볼록 나온 입술, 한편으로는 집중해서 자꾸만 오물오물거리는 입술, 웃음을 터트려내기 직전에 움찔거리며 배시시 열리던 입술, 작품을 앞에 두고 설명을 하느라 열정적이던 입술, 다소 풀이 죽은 기색으로 잠잠하던 완만한 곡선의 입술, 심지어 부채를 꾸미고 나서는 도도한 손짓과 표정에 맞추어 고아하게 말려 웃던 입술.

팔레트 구멍으로 야무지게 끼워 넣은 엄지, 팔레트 한쪽을 넓게 차지한 검은 물감, 그 물감을 섞고 비비던 붓, 망설임 없이 그 붓을 놀리던 손, 손보다 훨씬 더 자유로웠던 양다리,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깊은 곡선을 그리며 구부정해졌던 등, 목에서부터 어깨를 타고 등으로 내려가는 뒷모습이 그리던 부드러운 동산,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짐짓 냉철한 얼굴로 작품을 바라보며 무척이나 꼿꼿하게 세웠던 등. 때때로 붓을 내려놓고 턱을 괴거나 목을 감싸던 두 손. 멤버들의 작품 위로 갸웃갸웃 얼굴을 드리우기도 하고 두 눈을 동그랗게 부풀려 뜨며 웃기도 하는 등 장난기를 숨기지 않고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던 얼굴. 이 모든 과정을 짤막짤막하게나마 담은 메이킹 속의 시아준수.

액자 사진들은 모두 함께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사진 하나하나가 액자 너머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만 같던 생생한 표정, 내린 금발 머리가 이마를 납작하게 덮어서 더없이 수수하게 예뻤던 선글라스 낀 얼굴, 아주 최근의 모습인 더블 컷 헤어의 얼굴까지.

액자 사진과 자웅을 겨루었던 폴라로이드 사진들은 유리벽면에 테이프로 붙여놓아 작년보다 훨씬 보기 편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축구 유니폼을 입고 양다리를 앙증맞게 끌어안고 있는 것과 그 옆옆에 부착된, 너무 너무 너무나 순둥순둥한 웃음을 짓고 있던 사진. 이 두 사진 앞을 떠날 수가 없어서 얼마나 서성거렸는지! 나이를 잊은 것이 틀림없는 그 선한 얼굴 앞에서 발걸음이 떠나질 않아서 나 원 ㅠ ㅠ 시아준수의 사랑스러움이란 그 정도를 익히 알고 있음에도 겪을 때마다 매번 새롭게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종의 마법과도 같은 현상이란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여러모로 시아준수 본인은 없었지만 그를 많이 느끼고 떠올리고 그러면서 즐거워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작업과 김화백님의 여전한 예술혼을 직접 볼 수 있어서도 무척 좋았고! 전부 준비하면서 고생스럽기도 했을 텐데 메이킹 영상 속에서나 작업 과정 중의 사진에서 보는 시아준수가 즐거운 얼굴을 하고 있어 마음이 두 배로 따뜻해지기도 했고, 또 고맙기도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아준수가 최고!! ^.^

(+) 추가로 뇌리에 강렬하게 남은 마릴린 시아와 그 옆쪽으로 4세트의 청(靑)년 시아.

(+) 또 절대 잊지 못할, 접시를 두 손으로 내밀어 들고 칭찬을 바라는 것 같던 얼굴.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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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plis

13.08.01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도 여전히 읽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이대로 마무리. 기억이 희미해지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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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7.06.29

13년 도쿄돔 콘서트 dvd를 받고 제일 먼저 get out을 돌려보았는데, 박람회에서 봤던 것과 같은 앵글의 모습은 없었다. 왜 수록되지 않은 걸까.

준쨩

17.07.03

엉커도요 ㅠ 앵글 좋았었는데 편집이 왜 다른걸까요??ㅠ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잊으면 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