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에서 울컥할 줄이야(는 내가). 별안간의 사건이었다. 넌 끝났어 다 끝났어, 깐족대는 라이토. 창고 틈새로 햇살이 비추어드는 듯한 희망찬 멜로디와 확연하게 대비되는 혼란 가득한 그의 표정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만. 어쩔 줄 모르며 동요하는, 모든 이성을 다잡아 결사적으로 그 상황을 해석해보려는 얼굴이 아팠다.

그리고는 처음부터 다 알았다고 하는데...
그리고는 게임의 끝에는 뭐가 남느냐며, 허무함만 남는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다 보였다'에서 느껴지는 그의 소릿결이 유달리 흩뿌려지는 모래와 같아서. 그래서.


죽음마저도 남달랐다. 오늘의 죽음에는, 죽음을 맞이한 오늘의 동공에는 감정이 있었다.

어제까지의 그가 총성과 함께 팽창하며 텅 비어버린, 그래서 더는 아무것도 담지 않게 된 눈이었다면 오늘은 마지막 순간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눈동자였다. 그 마지막 순간의 감정은.. 오늘은 슬픔이었던 것 같다. 혹은 분노거나 공허함이거나.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에서도 웃음소리보다 흐느낌이 지배적이었다. 양가적인 감정으로 범벅된 채, 언뜻언뜻 원망이 비집고 나오는 것 같기도 했고. 

이전에는 없던 감정의 잔여감이 느껴지는 눈을 혼란과 기묘한 납득에 휩싸여 바라보았다. 죽음이 감정을 소거해내는 시간조차 생략하고 그에게로 덮쳐든 것만 같아 아렸다.


*


The Game Begins의 후반부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시아준수가 이 노래의 진화를 선언하셨네요. 끝을 알 수 없는 게임! 에 엄청난 강세와 함께 가슴을 손바닥으로 쾅쾅쾅쾅 두드리더니, 인정사정없다며 두 팔을 안으로 확 굽힌 채 (학춤 자세처럼. 학춤이라고 쓰니 단어적으로는 웃기지만 보면 멋있고 엄청나당) 앞으로 무섭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헉.

하루 만에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놀람도 잠시. 나도 모르는 새 헛웃음이 나왔다. 보고 있노라면 함께 무아경으로 달려들어 가는 듯한 매 순간순간 그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사무치게 생각해. 노래하는 삶을 살아줘서 고맙다고. 

마무리. "고등학생이야." 오늘은 은은하게는 웃는 얼굴이었다.

진-정-한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 마른 몸을 완벽하게 고정시켜 둔 채로 가슴만 쌕쌕 오르내리며 노래하는 모습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육신이 산산이 조각날 때까지 끝장을 보리라는 결연한 의지가, 마른 몸 안에서 버겁도록 똬리를 튼 느낌이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생각했던 건데, 힘겨우리만치 쌕쌕 노래를 들이키는 가슴이 위험할 정도로 마음을 어지럽힌다.)


시합 전 스트레칭의 시간. 오른 다리, 왼 다리를 번갈아 아치형으로 쭈욱 내뻗었다가 예의 그 자세를 취했다. 두 팔을 수평으로 들어 올린 채 한-참을 있기에 오늘은 간단히 하는가 보다 했는데 가볍게 고개 한 바퀴 돌리더니 가뿐하게 솟아오르며 몸을 일으켰다. 비밀과 거짓에서처럼, 폴짝.

그리고ㅋㅋ 오늘 마이크 허리띠가 새하얀 색으로 바뀌어서 테니스 시합 때 상의가 말려 올라가는 순간에도 색의 통일을 이루었당. 상의가 말려 올라갔을 때 드러나는 검정 허리띠는 어쩐지 엿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는데, 하얀색이 되니 그 자체도 의상 같은 느낌.

미사의 수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사방식'에 어울릴 법한 표정을 내내 보여주었다. 싸느랗고, 냉소적으로 웃는 얼굴. 반짝이는 눈동자마저도 섬뜩했다. 표정을 지우고 미사를 내려다볼 때는 조각인가 싶어 잠시 감탄했고☆

사탕은 처음은 오렌지, 두 번째는 부농과 하양의 1/2.
참 첫 번째 사탕은 등장할 때 이미 물고 있었다. 사탕을 문 채로 걸어 나오는 모습이, 사탕을 문 채로 동선을 따라 쪼그리고 앉는 모습이 어둠 속에서도 생생하게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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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죽음의 게임을 사수했다. "내가 엘이야" 하는 얼굴을 이틀 만에 보았네. 내가, 끊고 엘이야. 이어가는 찰나에 반짝이는 것도 같고 번뜩이는 것도 같은 묘한 눈빛은 역시 사랑이다.



시아준수 외의 이야기:
렘이 뛰는 건 여전히 웃음 나 어떡해. 렘이 뛴다는 게 놀라워.
나의 히로가 나의 히어로가 되었는데, 처음이라 그런가? 아니면 이미 히로에 익숙해져서인가? 히어로라는 단어가 노래 안에서 굉장히 부자연스럽게 발음되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