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진실 reprise. 나 오늘 왜 여기서 울었지. '이제 넌 끝났어.'의 고요한 파동이 처음부터 다 보였어와 유난히 닮아서 그랬나. 끝을 예고하는 속삭임이 그 자신을 위한 진혼곡처럼 느껴졌다. 그래. 끝났어. 그의 게임이.

마지막 순간. 처음으로 주먹을 쥐었다. 약하게나마. 동그랗게 말아, 엄지로 나머지 손가락을 감싸 쥐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외려 주먹 쥐었음에도 그 손가락 틈으로 모래처럼 흩어지는 생과 사가 보이는 것만 같아 서글픈 기분이 되었다.

그래서였겠지. 그 어느 때보다 (나에게) 이 게임이 끝나면 허무함뿐이라던 그의 깨달음이 사무쳤던 것은. 죽으면, 모든 게 끝났어. 라던, 죽음을 받아들이던 그 잔잔한 얼굴이 먹먹함의 기폭제가 되었던 까닭은.

흐느낌이자 웃음이었던 생의 마지막 얼굴에는 특히나 웃음의 기운이 강하게 번져 있었다. '그다웠다' 해도 될까. 자조 섞인 웃음으로 끝까지 스스로를 지켰다.


*


The Game Begins.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폭발이었다. 그는 소리 없이 분노했다. 가만가만 치밀어오르는 분기를 눌러 담는 듯한 소리였어. 정적으로 휘몰아친다는 느낌.

내가 상대해주'지'와 그림자를 조심'해'의 끝음은 계속 이렇게 섬세하고 길게 내어 부르는 듯하다.
밟힌 순간 죽게 되는 '게'임이야, 에서 왼쪽 눈과 눈썹을 찡긋하는 것도.


비밀과 거짓. 키보드를 누르기 전 그의 얼굴을 스쳐 가는 깨달음 같은 것을 보았다. 찰나의 '아' 하던 표정. 조금 더 정확히 하자면 느낌표의 아! 가 아니라, 줄임표로 맺는 아.. 의 형상으로. 심증은 이미 확신의 단계에 이르렀고 얼굴이 공개되었는지 확인해달라는 건 그야말로 확인 절차에 불과하구나, 싶었다.

소이치로의 소절 중에는 엄지를 문 입가로 희미하게 웃음이 스며 들었다. 아주 살짝, 무척 잠시. 약간이라도 여기서 웃음을 내비친 건 처음이다.

사신의 눈. 검지와 중지를 까딱이며 류크의 형상을 매만지는 듯하다가, 웃음과 혼란이 기묘하게 범벅된 얼굴로 내려앉았다. 이 오묘한 표정이 참 좋다. 브라운관 연기감이야. 손색없다. 

라이토와의 1차 듀엣. 코너로 몰'아'주지. 온 얼굴 근육으로 그르렁하던 찰나의 긁는 소리가 좋았다. 소리로도 얼굴로도 어린 짐승미 폭발♡ 마지막 듀엣에서도 그랬다. 유난히. 앞열의 남자매글의 표현을 빌리자면 '감전된 것처럼' 온몸으로 노래했다.

그리고 뭐랄까. 점점 수사관들을 동료나 협력자로 생각하기는커녕 필요에 의해 쓰고 버리는 패 정도로 여기는 느낌? 애초에 그들과 섞인다거나 그들 중의 하나가 될 의향이 없었던 거다. 인간적인 교류 같은 건 그쪽에서 이미 사양. 넘어올 수 없는 분명한 선이 존재했다.
외부에 공개된 적 없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그의 얼굴을 스쳐 가는 '한심해 하는 기색'부터 그랬다. 짧지만 분명한 빛으로 진심으로 한심해함. ㅋㅋ 경찰들 열 받을 소리를(라이토의 표현을 빌리면) 하면서도, 열 받을 경찰들을 전혀 생각 혹은 배려하지 않는 언행도 그렇고. 애초에 경찰은 그의 사고 회로에서 비켜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들이 열 받거나 말거나, 분노 중인 경찰관들 사이에 비집고 서서 씨익 웃는 얼굴로 그는 오로지 '키라가 사람을 죽이는 데 필요한 건 얼굴'이라는 생각에만 전념했다. 단 하나의 목표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 이외의 세계에는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키라는 당신의 아들.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방해받았을 때, 시선은 그대로 브라우니에 꽂은 채 고개만 살짝 들어 올리던, 좀 짜증나 보이던 얼굴이 좋았당. ㅎㅎ
그리고 '무려' 40퍼센트나, 하는 것 같던 특유의 강세가 좋았고. 

전반적인 대사는 오늘도 어제와 흡사하게 강한 톤이었다. 아예 바뀐 걸까? 이 사건에서 삼퍼센트는 아주 높은 수치에요. 의 단호함은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평소보다 강했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에서 운율을 타고 오르내리는 소리의 높낮이도 조금 더 또렷했고.
나머지 97퍼센트를 거론하면서는, 정확히 '97'이라는 숫자를 강조하는 것처럼 검지를 까딱였다. 섬세하게.


죽음의 게임. 내가, 엘이야. 정체를 밝히며 돌려지는 고개가 드럼 소리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심장이 쿵. 아. 멋있음의 폭격. 
그리고 이건 하나의 발견인데, 오블의 정면에서 보는 죽음의 게임이 멋있음에 질식할 것 같다면 왼블의 옆면에서 보는 죽음의 게임은 귀여움에 숨 막힌다. 옆모습일 때 유난히 형아 옷을 빌려 입고 나온 듯한 태가 도드라져서 귀여움 폭발.
무엇보다도 꺾은 돌출에서의 '죽여야 사는 게임'. 유독 창공으로 뚫고 오르는 것 같던 소리. 최고야.


변함없는 진실. 어제처럼 끝음을 밀어 당겨오는 소리가 있었고, 판단하'는' 건 인간이지 부분에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섬세한 강약을 곁들였다.
그리고 두 번 정도, 굉장히 명확하게 들렸다. 시아준수 특유의, 내지른 직후 끝음을 그러쥐듯 맺는 소리. 내 운명 피하고 싶어의 막바지에서 흔히 들었던 그 소리. 짜릿함과 동시에 이 말도 안 되는 음향 속에서 그가 얼마나 전력인지 느껴졌던 순간.

더불어 오늘 유난히 귀에 박혔던 가사. 
미궁 속에 갇혀버렸다면, 그래 좋아. 인정하지. 
이 가사의 의미를 정확히 인지하는 순간, 엘이라는 그릇의 거대함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자신이 가진 상식의 틀을 깨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텐데, 그게 가능하다니. 더불어 이로써 전면전의 선포랄까. 더는 상식의 틀에 게임의 범주를 가두지 않고, 그가 가진 모든 이성을 동원하여 모든 가능성으로 싸움을 확장시키겠노라 하던 선전포고에 아, 바야흐로 극의 전환이구나 싶었다.



테니스 시합. 도입부. 자 덤벼봐, 하기 직전 발 구르듯 자세 잡는 동작이 어제부터 정확하고 분명해졌는데, 댄스곡의 안무 같아. 멋있다. 

캠퍼스. 내가 키라로 보이느냐 묻는 라이토의 이야기에, 걸려들었다는 듯이 부풀던 동공. 본론으로 다가오는 라이토를 숨죽이며 유인하는 듯하던 얼굴이 눈에 콕 박혔다. 사냥감을 포획하기 직전의 그물망처럼 눈동자를 번뜩였어. 그리고 그 언젠가와 같이, 분명하게 맺는 어조가 아니라 맺는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살포시 부드럽게 내려앉는 톤의 네에- 


취조신. 미사가 키라를 옹호할 때, 화난 듯하던 얼굴에 더하여 확연하게 일그러지던 미간. 

그리고 오늘 처음 보았다. 내 아들은 키라가 아니라 할 때의 소이치로의 얼굴. 그렇게 강하게 맞서는 얼굴이었구나. 그래서인가. 직후 그가 부스스 흩트려 내는 웃음이 다소 씁쓸해 보였다. 마지막에 얼굴을 굳힌 후 퇴장할 때는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그에게는 이렇게나 분명한 진실을 눈 가리고 보지 못하는 이들의 모자람과 하등의 쓸모없이 방해만 되는 인정이란 것에.

참 의문문 중 늘 끝음을 올려 맺던 평소와는 달리, 아래로 내린 문장이 있었다. 당신 부모님처럼 말이↗죠↘? 이런 느낌(정확한 대사는 이게 아닐 수도). 이렇게 하니 묻는다기 보다, 짚고 넘어간다는 뉘앙스가 되어 신기했당.

그리고 유난히 사탕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잘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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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이거나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육감 몸매 보고 완전 팬됐어요.
그리고 오늘 처음 등장한 것. 브라우니를 든 채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유감이라는 듯 중얼거렸던 "맛있는데.."

사탕은 두 번 모두 핑크와 하양의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