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넘버는 죽음의 게임, 변함없는 진실. 청각보다도 시각적 자극이 더 컸다. 시아준수적인 멋짐이 무대 가득 솟구쳐서,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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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시작. 시작하기 전 만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 웃음이 도입부의 진행에 따라 분노로 변모하여 한껏 부푼 동공에 맺혔다. 감정의 게이지를 채워가는 것 같던 눈동자가 최대치에 이르렀을 때 그가 선언했다. 내가 상대해주지. (뭐랄까.. 레벨업 혹은 진화하는 느낌이었어.)
어제와 같은 스타카토는 없었다. 오늘은 변주나 변칙적인 꾸밈음이 모두 소거된 정석적인 태양으로 전개되었다. 어제와 그제, 분노가 무더기처럼 뭉쳐 나왔던 횡단 추리ㅡ건방진 멍청이! 에서도 전부 터트려내지 않았다. 오늘은 그것이 그의 여유처럼 느껴졌다. 아직 전부를 내걸 이유도, 그럴 만한 필요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다만, 고등학생의 정체를 밝히는 순간에는 달랐다. 눈썹 앞머리가 섬세하게 휘어 올라간 얼굴로 나직하게 읊조렸다. 고등학생이야. 음습하고도 나지막한 톤이 키라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위협하는 것 같았다.
비밀과 거짓에서도 눈썹 앞머리의 표현이 섬세했다. 키보드를 두드리기 전. 내내 한껏 열어두었던 동공을 반으로 줄이고, 눈썹을 찡그렸다.
'그런데' 거래는 할 수 있다는 대목에서도 라이토를 돌아보며, 갸웃하듯이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사신의 대화. 입가를 확연하게 올려 웃는 듯하다가 발견을 확신한 얼굴로 내려앉았다.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마주 다물며, 도장을 찍듯 앙, 그 '발견'을 머금은 후엔 아주 미세한 각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번. 알았어. 하는 듯이.
외부에 공개된 적 없다는 말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 입가로 스며들던 비웃음이 먼저, 눈썹과 어깨를 으쓱하며 한심해 하는 기색이 나중. 늘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혼재되어 나타나곤 하였는데 오늘은 시간 차를 두고 출몰했다.
'자신도 모르게 그럴 수도 있죠'의 어조가 오늘은 강했다. 다소간은 쏘아붙이는 투였다. 멍청한 것들, 의 뉘앙스.
그리고 마지막 듀엣. 거짓말과 비밀을 자유롭게 이용하여. 돌출 앞머리에 이르는 순간 빛을 머금어 반짝이는 동공을 하늘로 치켜뜨며, 사르륵 웃었다. 앞으로가 기대되어 견딜 수 없다는 환희를 가득 품고. 키라와 그 둘 중 누가 더 비정상인지 도무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것 같은 광기가 팽배했다. 짜릿할 정도로.
정의는 어디에 reprise. 지상을 내려다보며 웃는 얼굴이 말하고 있었다. 뜻대로 되어가고 있다.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구나, 키라. 득의만만한 입꼬리가 그랬다. 실제로도 전부 그의 의도대로 되어왔고. 린드 L 테일러도, FBI도 모두 엘의 각본대로 키라는 악마라는 공식을 성립시켰다.
하지만 즐거움의 기색보다는 염오의 빛이 컸다. 못마땅한 기색이 가득했다(조금 더 정확히는 '재수없어' 하는 빛.)
키라를 방해하면 모두 죽음뿐. 처음으로 나직하면서, 속삭이는 것 같던 차분한 톤. 늘 유지해왔던, 분노가 뭉친 탄력적이면서도 싸늘함이 느껴지는 소리가 아니라 서리처럼 한껏 내려앉은 음성.
드디어 드러나는 '악'마의 본성. 에서는 강세를 '악'마에 두어 이를 악물듯 내뱉었다. 마침내 잡았다는 것처럼. 그리고는 곧장 내리꽂는 소리의 기둥으로 선언했다. 내가 바로 정의.
늘 중간 음절 정도에서 키라를 향해 싸늘하고도 웃음기 어린 시선을 내리꽂곤 했는데 오늘은 정확히 마지막 음절에서 지상을, 더 명확하게는 지상의 키라를 내려다보았다. 그 시선 처리에서 피어나는 확신을 똑똑히 보았다.
키라는 당신의 아들. 조울증이 있는 나르시스트라고도 하죠. '나르시스트'에 능선을 닮은 운율이 선명했다. 납득하게 될 수밖에 없는 말투. 샤엘의 대사톤은 정말 사랑입니다.
두 번째 브라우니. 대답 후 볼일이 끝났으면 이만~ 하듯이 곧장 브라우니로 향하던 얼굴이었는데 여기서만은 달랐다. 이해가 되었나요? 묻듯 몇 초간 질문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더 질문하면 들어줄 것처럼. 상냥하게도.
그리고 한 가지 더. 음절을 맺은 직후, 사르르 들이마시는 숨소리가 선명히 들렸다. 뱀의 쇳소리 같기도 하고, 음향효과 같기도 하였던. 스산하고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소리. 하지만 숨소리였어!
지독히도 유치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 건들면 바로 덤비고, 떼쓰는 아이처럼 날뛰고ㅡ에는 분기가 있었다. 이 구역의 괴짜는 나여야만 해, 하는 아집이 엿보였어. 키라를 증오할 정도로 싫어하는 눈이 번뜩번뜩.
엘. 불러세우는 소리에 멈칫. 뒤돌아볼 때의 얼굴이 생소했다. 이 각도로, 이렇게 정면으로 보는 건 오랜만이라 그런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눈썹 끄트머리를 휘어 올린 미간에 성가심을 숨기지 않는 의문이 담겨 있었다.
내 아들을 만나면 놀랄 거야.
그 말에는 웃었다. 몸을 푸스스 미세하지만 흔들어가며, 웃음을 털어냈어. 별소릴 다 듣겠네. 돌아서는 얼굴이 싸하게 굳어있었다.
참. 라이토가 키라가 아니길 바란다면서는 '키라'에서 눈을 반짝였는데 상황의 진지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발현되는 예쁨예쁨이 눈부셨다. ㅎ.
죽음의 게임. 내가, 의 톤이 낮았다. 엘이야ㅡ는 예의 단호하고도 기대감을 담고 맺는 어조. 동시에 상대에게 반응의 여지를 주는 열린 마침표.
내내 미세한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이 유일하게 돌출을 먼저 걸어나가는 라이토의 뒷모습을 훑을 때만 굳는다. 숨도 들이마시지 않고, 눈 깜빡임도 없이 집요하게 스캔해. 부럽네요, 라이토.
꺾인 돌출. '죽여야' 사는 게임. 웃었다. 죽여야, 한다는 부분에서 정확히. 그것도 눈을 반짝이며. 죽음이라는 요소가 이 게임의 진정한 묘미라는 듯, 괴인답게도. 광기를 담은 눈동자가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그리고 오늘 너무 멋있어서 눈물 났던 장면. 회전하는 본무대. 그냥 막 벅차서, 저 사람이 멋있어서. 이 공간 가득 전율하는 목소리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순간이 견딜 수 없이 행복해서.
변함없는 진실. 차분하고 고요한 눈동자. 자기 앞에 놓인 예기치 않은 상황들을 분석하여 나가던 목소리. 그 읊조림과도 같던 소리가 돌변하였던 순간은 허상'인'가. '인'의 거칠게 긁어당기는 소리 하나로 노래의 방향을, 의식의 흐름을 순식간에 뒤집어놓았다. 전환점. 그의 무의식이 몸부림치며 미궁을 꿰뚫어버리던 순간. 분기탱천한 목소리로, 포복하듯 낮게 쏟아내는 소리의 향연에 전율이 일었다.
게다가 곧장 인정의 단계로 나아가는 '엘'이 얼마나 우아했는지. 어떤 술수나 속임수도 없다. 곧이곧대로 승부해. 전력을 다하면서도 신사적이다. 앞서는 노래에서 시아준수적으로 반하고, 여기서는 엘에게 캐릭터적으로 반해버렸다.
본체를 밀어내고 '정복해버려'에서는 처음 듣는 소리가 등장. 한 단계 낮으면서도, 동시에 소리의 결을 날개처럼 펼쳐내며 퍼트려지던 소리였다. 그리고 그 순간의 소리를 구심점으로 삼아, 또 한 번 인정했다. 사신의 존재.
판단하는 건 '인간이지'에서는 그 모든 혼란을 감싸듯 왼손을 머리의 위치까지 끌어올려 동그랗게 말아쥐었다.
이어지는 꺾인 돌출로의 행진. 거짓과 진실의 경계를 포착해. 걸음걸이가 그림이었다. 태극마크의 가운데 곡선을 그대로 빼어 닮은 능선을 따라 몸을 썼다. 거짓에서 하강, 진실에서 원위치, 경계에서 상승, 포착에서 다시 원위치. 걸음걸이로도 표현하고 있었어. 혼란과 극복을.
마침내 절정. 사느냐 죽느냐 갈리는 경계선. 그래, 인정하지. 경계선에서 두 팔을 가로 활짝 벌린 채 상체를 한껏 수그렸다 튕겨 나오듯 일으키는 모습은 봐도 봐도 숨 막히게 그림이다. 여기서도 눈물 났어. 압도되어서...
돌아가는 걸음걸이에는 힘이 있었다. 모든 것을 쏟아낸 후 비척비척 걷는 느낌이기도 했고, 쏟아낸 후 가시지 않은 폭발의 잔여감으로 무게가 느껴지는 걸음이기도 했다. 미묘하게 중의적이었다.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만약, 있다면요? 이 얼굴을 오랜만에 보았네. 그동안 국장님이 어찌나 가로막아주시던지 ㅎ
여기서 혀가 마중 나오는 본인의 습관조차도 이 순간에 꼭 어울린다. 괴짜답고, 야가미 국장의 회오리치는 좌절감을 약 올리는 것도 같은 태연자약함이.
테니스 시합. 맺는 동작이 좋다. 발 구르듯 착지하는 자세나, 그린듯한 각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발끝, 엘로서의 자각을 단 한 순간도 내려놓지 않는 곤두선 발등까지.
맺는 음도 좋아. 노래가 격류를 타며, 군데군데 격렬한 몸놀림에서 비롯된 듯한 탁성의 강세도 좋다. 정말 멋있음 폭격이라니까.
시합 종료 후. 꽤 오래 뜸을 들였다. 침묵의 느낌상, 오늘의 그는 꼭 '당신이 이겼다'고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ㅋㅋ
이건 진심인데, 이야기를 꺼내기 전 몸을 쪼그리면서는 설핏 웃었다. 그 웃음 때문에 이어지는 말이 오늘은 전혀 진의로 들리지 않았다. 내가 키라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도 곧장 웃어버렸다. 어제처럼 분명하게 웃음을 '털어낸다'는 느낌보다는 살짝 머금는 정도였지만.
그리고 정말 오늘 유난히 숨소리가 잘 들렸는데, 미사의 등장에 엄지를 입에 물며 골몰할 때도 숨소리가 들렸다. 확연하게. 시합을 마친 뒤라 다소간은 가쁘게 흐르는 호흡이 꼭 위험신호처럼 들려, 굉장히 절묘하다고 생각했다.
퇴장하는 미사를 곁눈질하는 얼굴에선 '떨구어냈군' 하는 기색이 완연했고.
나도 괴로워요는 여전히. 아마추어처럼 왜 이래? 되묻는 얼굴이었다.
취조신. 역시나 변화무쌍하였던 미간이 섬세하게 그의 심리를 대변해주었다. 특히 키라를 옹호하는 발언에 치솟던 눈썹. 불쾌함이 쌓여가던 얼굴이 라이트, 로 귀결되는 이야기에는 살짝 웃으며, 입 안의 사탕을 '뽁' 소리나게 빼냈다. ㅋㅋ 아, 절묘하게 귀여워서.
+ 숨소리.
+ 검지.
미사의 혼잣말. '렘'이 사신을 지칭한다는 것을 알았을까? 적어도 오늘의 그는 정답에 근접한 것 같았다. 그러나 숨겨진 무기의 장막을 완전히 걷어내기 전에 방해자가 난입했다. 힐긋, 시선부터 움직여 천천히 돌아보는 어깨에서는 정말로 화가 느껴졌다.
퇴장 직전. 미사가 있는 1층을 쏘아보며 싸느랗게 굳혔던 얼굴이 특히 그랬다. 부정에 눈멀어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소이치로의 어리석음과 도발에도 물론 언짢아 하였으나, 그것 이상으로 '사신'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생각의 흐름을 끊어놓은 것에 화가 난 얼굴이었다.
변함없는 진실 reprise. 변함없는 진실에서는 거침없이 걸어나갔던 길을 터벅터벅. 힘없이 되돌아온다.
무엇보다 너무도 오랜만에 본 '이제 넌 끝났어'의 얼굴. 이 얼굴을 도대체 어떻게 이름하면 좋을까. 자신의 죽음을 강하게 예감한, 무상함과 무력함이 혼재된 빛. 약절정에서도, 그 드넓은 울림에서도 느껴졌다. 강고한 외침 속에 숨겨지지 않는 공허함이.
마지막 순간. 라이토가 곧 키라라는 발견을 오늘은 기뻐했다.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 것에도 기뻐했다. 그러나 곧이어 저 또라이 왜 저래? 하는 얼굴이 되었다가, 기민하게 심상치 않은 기류를 포착해냈다.
'다른 사신이 노트에 네 이름을 적었다.' 순간 큰 곡선으로 하강하였던 걸음에서는 보였다. 다른 사신ㅡ렘ㅡ미사라는 연결고리를 파악한 얼굴이. 깨달음이 맺힌 한쪽 눈썹이 거대한 곡선으로 휘어지고, 입술로도 자그맣게 아 하는 모양을 머금었다. 그 혼란과 깨달음의 경계에서 말했다. 처음부터 다 보였어.
널 놓치지 않을 거야ㅡ는 어깨로 찍어누르듯, 다짐하듯이.
죽으면, 모든 게 끝났어. 아주 옅은 한숨과 함께 (오늘 진짜 숨소리가 잘 들렸다) 고개를 미세하게 가로저었다. 내려놓음이 완연한 얼굴이 말하고 있었다. 그래 좋아, 죽음을 인정하지.
2차 혼란은, 오늘은 혼란이라기보다는 확인의 과정이었다. 양손을 번갈아 내려다보는 얼굴의 굳은 낯빛이 말해주었다. '젠장'. 두려움이나 절망은 미약했다. 대신 분노가 맺혀 있었다. 노트에 써진 대로 된다니까? 라는 순간의 격분이 가장 컸다. 떨리는 호흡이, 진동하는 팔이. 과연 그렇구나. 인정하면서도 분개해 했다. 사신의 노트라는 탈상식적인 만능키를 등에 업었던 라이토의 기망과도 같은 행위에, 인간의 의지를 무력화하는 노트의 존재 자체에.
그러나 끝까지 그가 얼마나 독야청청, 고아하였는지. 저주받은 노트에 운명을 내맡기고도 품위를 잃지 않았다.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면, '받아들임'을 선택하는 것으로. 죽음의 운명을 좌우할 수는 없어도, 죽음의 형태는 스스로 결정지었다. 죽음을 인정함으로써.
최후의 순간. 마지막에 보여준 얼굴은, 따라서, 가장 정석적인 형태의 웃음이었다. 흐느낌을 곁들인, '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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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귀여움:
키라는 당신의 아들. 한껏 늘어졌던 티 때문에 어깨가 잔뜩 드러나 있던 자세에서, 의자에서 일어설 때 오른 어깨를 미세하게 들어 올리는 모습이 포착되면 그 찰나가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쪼그리고 앉아있을 때. 라이토가 키라라는 단서는 아무것도 없다는 국장의 말에 사탕을 입술에 츄~한 상태로 눈썹을 끌어올리는 얼굴이 너무 귀여웠다.
테니스 시합. 처음 서브 후 어깨로 소매를 걷었당♡ 게다가 처음으로 노래하는 중에(늘 반투명 막 너머에 있거나, 소절을 쉬는 틈에 자연스럽게 내리곤 했는데) 옷 뒷자락을 훌렁 끌어 내렸다. 멋있는데 귀.여.워.
입학식. 마무리 소절에서 유달리 입을 크게 아- 하는 모양으로 벙긋하였는데 심각하게 귀여웠다. 뭐라고 말한 걸까? 그 언젠가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류우가 히데킵니다. 라는 것 같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런 느낌의 입 모양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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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애드립:
치사 뽕인가요?
맛있는데..
이거나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다가 다크서클 생겼어요.
사탕은 두 번 모두 샛노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