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 노트를 꺼내 드는 라이토를 향해 토요일 밤공에서도 가볍게 '뛴다'고 느꼈는데, 오늘은 더욱 분명하게 총총 뛰는 걸음이었다. 이윽고 드러난 진실 앞에선 어느 때보다 기뻐했다. 무기가 곧 노트였다는 발견에도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고, 역시 네가 키라였다는 대목에서의 환희는 선명했을 정도. 그러나 그 기쁨은 곧 부스러져, 굳은 얼굴이 되었다. 라이토의 실성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기 이전에 이미. 노트를 구겨 쥐고 그를 향해 손을 마구 흔드는 라이토의 모습을 본 순간, 모든 것을 직감한 눈빛만이 남아 있었다.
 
곧이어 요즘 여기서 가장 마음 아픈 소절. 미사를 사랑한 사신이 노트에 네 이름을 적었다ㅡ의 순간. 곤들어박히는, 터벅터벅한 걸음걸이와 서서히 떨구어지는 고개. 얼굴을 가득 메운 혼란과 깨달음의 빛. 이 표정을 대체 뭐라 해야 할까.. 미간이 모여들고, 양 눈썹이 반신반의하듯 말려 올라간 채 복합적인 감정이 혼재된 이 얼굴을 도대체 어떻게 이름해야 할지 모르겠다.
 
라이토를 겨눈 직후의 2차의 깨달음. 천천히 왼손을 오므렸다 피며 현실을 재차 확인하는 옆얼굴의 동요는 크지 않았다. 숨소리의 진폭 역시 강하지 않았다. 내뱉는다기보다 안으로 삭이는 숨결이었다.
 
마지막으로 라이토를 겨눈 팔의 떨림조차도 미세했다. 늘 '부르르' 떨리는 움직임이 육안으로도 훤히 감지될 정도였는데. 그저 다가오는 최후를 예감한 눈에서 증오와 허무가 회오리칠 뿐. 동요도, 혼란도 없었다.
 
최후의 순간. 흐느낌으로 시작하였다 싶은 마지막의 얼굴이 한순간에 웃음으로 전도되었다. 흐느낌도, 웃음도 모두 동일한 발원지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겠지.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에서. 그렇기에 의연했다. 두려움도, 구걸도 없었던 마지막.

푸르렀다.
 
 
*
 
 
돌아왔다. 이 게임이 즐거워, 신이 나는 그가.
 
The Game Begins. 조명이 들어오는 순간 화르륵 불붙던 웃음이 시작. 만면에 생기가 감돌았고, 얼굴에는 웃음이 선연했다. 즐거움과 분기 사이에서 탄력적으로 노닐던 도입부. 그러다 '구세주 행세를 하고 있어'에서 마치 날개를 접어 넣듯, 일시에 달려들 듯한 기세로 돌변했다.
 
그 기세에 힘입었던 걸까. 그림'자를' 조심해에서 처음 듣는 소리가 있었다. 평소의 흩트려내던 가성에서 조금 더 짙고 강한 소리. 그 소리 자체가, 게임을 즐기면서도 문득문득 치솟는 분기의 양가적인 감각을 구현해낸 소리 같았다. 비할 데 없을 만큼 묘했다. 그리고 설렜다. 이렇게 처음 듣는 소리를 만나면, 이것이 의도한 변화인지 오늘만의 레어일지 두근두근해서.
 
건방진 멍청이에서는 꽤 오랜만에 살기 등등하게 분노했다. 분기가 즐거움을 잡아먹었던 순간.
그리고 무엇보다 '지옥을 보여줄게'와 '시작할까'에서의 폭발음. 오늘 최고였어!
 
 
비밀과 거짓.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의 3단의 변화ㅡ거짓말과 비밀을 자유롭게 이용하여 코너로 몰아주지ㅡ였다. 소이치로와는 나직하게, 라이토와 1차 듀엣에서는 보다 강하게, 마지막 돌출 입구로 나오며 부르는 단독 소절에서는 일시에 폭발! 이 강세의 단계적 변화가 곧 그가 키라에게로 근접해가는 과정을 형상화한 소리이자, 그도 키라도 점점 광기에 맺혀가는 모습을 나타내는 듯하여, 소름이...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분명해'. 유달리 나직하고 깊었던, 탐색하는 톤이었다. 키보드를 두드리기 전에는 눈썹만을 살짝 일그러트렸다.
 
간택의 시간. 딸기를 향하여 스르륵 미끄러지는 어깨와 고개, 이어지는 팔의 움직임이 그림처럼 유려했다. 관절이 없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어. 저울처럼 당기고 밀리는 탄력적인 느낌이 물씬 나면서도 부드러웠던 동작.
 
사신의 대화에서는 발견에 기뻐했다. 웃음이 콧등으로 모여드는 것을 보았어. 고개 숙이면서는 이를 앙 물기도! 그 확신을 머금은 얼굴로 우유잔을 들면서도, 잔을 들이마시면서도 라이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노려보는 얼굴에 얼마간의 웃음기와 자신감이 형형했다. 
 
외부에 공개된 적 없다는 말엔 유난히 새침한 표정으로 반응했다. 새침하고 예뻤어, 정말. '자신도 모르게' 그럴 수도 있다에는 확연한 비웃음이 섞여 들었다.
돌출 입구로 나와 웃을 때ㅡ경찰들 열 받겠네ㅡ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웃었다. 키라에 관한 발견을 주머니 속에 움켜쥐고 어깨를 들썩이며, 즐거워 죽겠다는 듯이. 
 
마지막 소절. '바로 너야'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꽂은 채로 터트려냈다. 원래 늘 위층으로 시선을 올려두었는데, 오늘은 고개는 위를 향하여 젖혔으나 시선은 아래에 꽂은 채였다. 못 박힌 듯한 시선으로 마치 아래쪽에서 어떠한 발견을 예정해둔 것처럼.
 
퇴장. 여유롭게 어깨에 회전축을 두어 빙그르르 반원을 그리는 자태는 몇 번을 봐도 좋다.
 
 
정의는 어디에 reprise. 라이토가 귀를 막고 있다가 정면을 보는 시점과 그가 난간 중앙에 이르러 정면을 보는 시점이 일치하는구나. 처음 알았다. 오늘만 그랬던 건지, 의도된 것인지 다음에도 확인해봐야징.
 
오늘의 소절은 '내가 바로 정의'. 그 상황이 즐거워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었다. 너무 즐거워 했어. 키라가 너무 재수 없고, 싫은데, 맞수를 만난 이 상황은 너무 짜릿하고 흥미로운 그런 얼굴.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으로도 반짝반짝하던 눈.
 
 
키라는 당신의 아들. 당신 누구야? 엘. 대답하기 직전의 얼굴,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순간적으로 한쪽 입꼬리를 비죽이며 올렸어. 약간 심술궂게. 그 얼굴을 시작으로 오늘의 그는.. 뭐랄까 어느 때보다 자신과 타인 사이이 강한 벽을 친 듯했다. 추리의 강한 대사톤은 물론, 질문에 대한 대답에도 상냥한 듯하면서 가시가 있었다. 이거나 드세요, 도 이거 먹고 떨어지라는 듯한 뉘앙스가..
 
1막에서의 게임을 즐거워하던 모습은 2막에서도 계속되었다. '죽기 직전의 행동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에서 브라우니 든 손을 핑글핑글 돌려 강조했고, 그 흥분(?)의 여파로 세 번째 브라우니를 쌓을 때 브라우니 탑이 다소 휘청거렸다(오랜만에).
 
건들면 바로 덤비고ㅡ1막의 그림자는 길어지고를 연상케 하는 노랫소리에서는 반투명 막 너머의 진실을 보는 것처럼 꼿꼿하고 초점 없는 눈동자로 정면을 바로 응시했다. 그만이 볼 수 있는 키라의 비밀이 그 눈동자에서 회오리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엘. 소이치로의 부름에 돌아보면서는 상냥하게 끌어올린 눈썹으로 되물었다. 무슨 용건이지요?
이미 충-분히 놀라고 있어요, 야가미 국장님. 대꾸를 마친 뒤 돌아서는 얼굴은 평소처럼 쌩하게 굳어있지 않았다. 그저 싱겁군, 하는 얼굴.
 
 
죽음의 게임. 내가, 엘이야ㅡ고개 돌리기ㅡ쿵의 타이밍이 오랜만에 삼위일체를 이루었다! 이 타이밍 좋아요. 그리고 본무대로 돌아가기 직전 반계단에서 건들거리는 어깨와 비실비실 새는 웃음이 왜 이렇게 좋은지. 자신감 가득한 시아준수 좋아요. 득의양양한 샤엘이 좋아요.
 
그러면 어디 한 번 맞춰'봐'의 그르렁. '죽여야' 사는 게임에서의 찡긋. 그리고 무엇보다 본무대에서 '막이 오른다'의 기둥 같던 소리. 유난히 길고 곧게 솟아오르는 소리가 꼭 그의 성격 같다고 생각했다. 속임수나 술수에 의지하지 않고 온연히 그 자신의 힘으로 맞서는 그의 방법론과도(물론 거짓말과 비밀은 쓰지만).
 
 
변함없는 진실. 시작부터 이렇게 강하게 회오리친 건 오랜만. 그야말로 강강강. 고요하고도 멀찍이서 사태ㅡ현실인지, 허상인지를 짚어가는 얼굴에서 투지가 불타올랐다. 분노나 증오에서가 아니었다.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탄력을 받기 시작하는 두 사람의 대결이 그를 자극하여, 충동질하고 있었다. 도입부 내내 감돌던 강세는 '나의 무의식은 몸부림치고 있다'에 이르러 더욱 증폭되어 태풍의 눈으로 발전했다. 그의 주위는 온통 휘몰아치는데, 정점의 그 자신은 고도의 집중력으로 고요함을 유지하면서도 태풍의 기세는 고조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당했다... 오블에서 보는 변함없는 진실은 청각만큼이나 시각적 자극이 커서... 얼굴과 그의 몸짓을 보다보면 소리가 멀어지고 만다. 7월 14일에 이미 그 경험을 하고, 오늘은 각오를 해두었는데도...
거짓과 진실의 경계를 포착해, 사느냐 죽느냐 갈리는 경'계'선.
용솟음 치는 모습이 제대로 정면인 이 오블의 각도 그대로의 그를 보는데, 경계선에서 치고 오르는 순간의 눈빛을 정면으로 받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을 거야. 나의 무의식이 몸부림치며 내 의식을 떠나버린 것은.. 황홀함에 모든 것이 지워지고 만 것은.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단서는 없다는 말에 미간에 힘을 주며 입술에 힘을 실어 앙, 물었다. 그리고 또 보여주었다. 심술이 묻은 얼굴. '순직하셨어요.'는 평소처럼 사실을 전달하는 투에서 비켜난 도발의 어조였다. 어쩔래? 하듯이. 퇴장하면서도 그 기세를 이어갔다. 시선을 내리깔아 소이치로를 슬쩍 훑었는데, 스캔하는 듯한 그 시선이 결코 상냥하다 할 수 없었다.
 
 
테니스 시합. '경기에 집중해야지'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 역대 톤 중에서도 가장 정색한 투! 완전히 굳힌 얼굴로, 뭐랄까.. 경기보다도 나한테 집중해. 내가 여기 있는데 뭐하는 거야? 하는 느낌의 정색이라 귀엽기도. ㅎㅎ
 
그리고 세 번 웃었다. 이 게임이 정말 즐겁다는 듯이 순수하게. 라이벌이 등장했다는 사실과, 그 라이벌과 이렇게 맞대결하는 순간을 기뻐하는 얼굴로. 방어를 하지, 정면을 향한 절정 직전 자리를 잡으면서, 그리고 마지막 소절에서.
 
 
시합 종료 후. 본론을 꺼내며 오늘은 웃지 않았다. 그저 미간을 모으고 희미하게 실눈을 떴을 뿐. 저 멀리 어딘가로 무심히 시선을 던지는 것처럼.
키라로 보이느냐는 라이토의 물음에는 여전히 웃는다. 여기서 눈동자가 먼저 라이토를 향하고, 고개가 따라가는 이 동작의 순서가 너무 좋다. 본능적인 느낌 물씬, 긴장감을 고조하는 탁월한 제스처.
 
미사를 만나게 해줘. 안돼요. 직후 나직하게 깊은 숨을 내쉬었다. 길고, 깊게. 다 아는 사람끼리 이거 왜 이래? 하듯이.
나도 괴로워요 직전에도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눈썹을 한껏 끌어올리고, 눈동자도 잔뜩 확장시킨 채로 시선을 천장으로 꽂았다가 천천히 라이토에게로 내려박았다. 뭐랄까.. 네가 키라인 걸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이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었고, 이런 이야기 좀 시시하지 않니? 살짝 빈정대는 느낌도 들었어.
 
취조신에서도 비슷한 표정이 있었다. 소이치로와의 대치 후 퇴장하기 직전에. 천장을 살짝 쓸다가, 바로 미사에게로 내리꽂는 시선이 꼭 인간군상들의 한심함을 기가 막혀 하는 것 같았다.
 

이후의 이야기는 위에 써버렸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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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달달한데..
이거나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다가 다크서클 생겼어요.
 
사탕은 두 번 모두 샛노랑에 하양 약간.
 
비밀과 거짓. 처음 잔을 내려놓을 때, 쨍그랑 소리가 잘 들렸당. 처음이야.
정의는 어디에 reprise. 금요일이었나. 그즈음부터 막이 어느 정도 내려와 모습이 가려지고 나서야 난간에서 내려온다. 이런 완벽주의자. 더하여, 오늘은 오랜만에 총총 뛰어서 퇴장. 
 
 
시아준수 외의 이야기:
첫 번째 사과는 멀리멀리 장외로. 재미있었던 건 저 멀리 본무대 안까지 던져졌던 사과가 다시 또르르르 굴러와 반계단에 안착했는데, 그 모습을 주시하고 있던 라이토가 노래가 끝난 후 주워 갔다는 것. 쓸데없이 착했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