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움츠렸던 상체가 용솟음치며 일어서는 순간, 끝음절의 폭성과 함께 들어 올려졌던 눈빛을 바로 보았다. 이지러진 눈썹 아래로 힘이 잔뜩 들어가 형형한 빛을 품은 아름다운 눈이었다. 막 알을 깨고 나와 무엇보다 전력인 순간의 얼굴. 모든 한계를 떨쳐내고 힘차게 도약하는 바로 그 순간의 눈. 그 시선이 또렷한 정면인 것이 황홀하여 초를 셌다. 하나, 둘, 셋. 넉넉히 셋까지 세고도 사라지지 않던 빛. 이것이 현실인가, 허상인가. 아무래도 좋았다. 영원에 멈추어 놓고 싶었던 절정이었다. 


*

어제를 이어가는 공연이었다. 오늘의 노래는 The Game Begins, 변함없는 진실.

The Game Begins. 즐거워하는 얼굴로 시작을 알렸다. 이 도입부가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희미한 스타카토가 꼭 예열되어 가는 그의 투지와 분노 같다. 두 감정의 게이지가 완전히 차오르는 순간 게임의 시작을 선언하면, 짜릿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오늘, 완벽했다. 지옥을 보여줄게ㅡ에 도달하였을 때 특히 완벽하다 느꼈다. 어제 이상으로 완벽해. 주사윈 던져진 거'야'의 맺는 음이 감탄에 쐐기를 박았다. 

+ 그림'자를' 조심해는 의도한 변화였다. 어제보다 살짝 옅긴 하였으나, 그의 의도 하에 증폭해내는 소리가 분명했다. 그물망처럼, 한순간에 소리의 폭을 넓혀 감싸 쥐는 음성. 틀림없어.


비밀과 거짓.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분명해.' 역시 어제 있었던 변화를 이어갔다. 꿈꾸듯 몽롱하였던 대사 톤이 문득 깨어나, 현실의 것으로 변모했다.
라이토의 부름: 류크, 에 류크와 그가 동시에 돌아보는 타이밍은 역시 좋다. 라이토의 사고 안으로 침투한 것 같은 순간의 그.
사신의 눈. 깨달음 후 내려앉으며 비틀거릴 정도로 발견에 심취했다. 숙인 고개 위치까지 들어 올린 양손으로는 생각의 물결을 가늠하듯 까딱였고.

외부에 공개된 적 없다는 말엔 어제처럼 산뜻하게 웃을 뿐이었다. 수사관들은 그에게 어떤 의미나 감정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의 생각과 의지가 향하는 곳은 오직 하나, 키라뿐. 발견을 주머니 속에 움켜쥔 채 '엘밖에 없다구요!' 라 수사관이 일갈하는 대목에서도 마찬가지. 수사관들의 소요는 안중에도 없는 웃음에서 피실피실 새는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 브이자 자세에서 바짓단이 무릎까지 말려 올라갔던 것은 오늘이 처음.


키라는 당신의 아들. 추리는 오랜만에 차분한 톤이었다. 강세는 남아있었으나 초반 공연의 침착함이 깃든 어조로 이어갔다. 이거나 드세요는 어제처럼 이거 먹고 떨어졋! 의 뉘앙스였는데, 특히 돌아보며 살짝 미간을 모으는 얼굴에는 다소간의 성가심이 섞여 있었다.


죽음의 게임. 내가, 엘이야. 여기 이 목소리가 이렇게 들떠있었던 건 거의 처음인가? 기대감에 두근두근 튀어 오른다 싶던 소리였다.
'완-벽하지만'의 박자 밀기도 새로워졌다. 오늘의 레어일지, 의도된 변화일지는 내일 보면 알게 되겠지.
올해가 정말 기대된다는 사회자의 말에는 역시, 타이밍 절묘하도록 피식 웃다가 곧바로 싸늘하게 굳히는데 그 표정의 변화가 멋있었어.


변함없는 진실. 횡단 추리. 주머니 속 손이 과격하게! 진동했다. 부르르. 적을 움켜쥔 것처럼. 이 감추어진 듯 드러나는 움직임이 왜 이렇게 좋던지.
마지막 소절ㅡ너의 존재 직전에는 눈을 찡긋이며 사르륵 웃었다. 이렇게 분명하게, 웃는다 싶었던 표정은 처음.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입술에 힘을 모으고 츄~ 하며 사탕 빼내는 동작 봐도 봐도 귀엽다.


테니스 시합으로 키라라는 걸 알아낼 순 없어. 대사의 자세가 살짝 바뀌었다. 원래 기본자세에서 왼쪽으로 무게중심을 살짝 기울인 채, 왼손은 라켓으로 땅을 짚고, 오른손은 무릎 위에 얹어두었다면 오늘은 오른손을 주먹 쥔 채로 땅을 짚었다! 아아 귀여움 증폭.

죽일 수 있잖아, 내 얼굴을 봤잖아ㅡ에서는 내내 웃는데, 뭐가 그렇게 즐거워요? 이 위험한 게임이 그렇게 좋아?ㅜ 불현듯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렸다. 위험한 물가로 자꾸만 이끌리는 그를 말리고 싶어져서.


시합 종료 후. 키라로 보이느냐 물어오는 라이토에게 오늘은 숨소리까지 섞어 웃었다.
'부럽네요, 라이토.' 전, 미사를 집요하게 쳐다보면서는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였다. 마치 그래.. 네가 제2의 키라로구나, 하듯이.

미사를 만나게 해줘. 안돼요. 단번에 거절한 후, 오늘도 긴 숨을 뱉었다. 한숨이라고는 할 수 없는 묘한 호흡이었다.
나도 괴로워요의 표정은.. 음 뭐랄까. 자, 이제 네가 반격할 차례야. 라이토를 부추기는 느낌? 여기서 이렇게 시시하게 끝나는 건 안돼, 어서 받아쳐. 그 다음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고 할까. 이 표정을 난간의 취조신까지 이어갔다. 생각에 잠겨있던 눈이 난간 중앙에 이르러서야 문득, 취조의 현장으로 돌아와 꿈에서 깨어났다. 그리고서는 바로 미사에게 내리꽂던 시선. 이 찰나의 표정이 진짜.. 아.. 말로는 다 못해..

소이치로 대립 후에는 어제처럼, 하늘을 살짝 쓰는 눈빛으로 웃었다. 기가 찬 듯이.


마지막 순간. 라이토가 내미는 노트를 향해 오늘은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검지'만을 노트에 허락했다. 창고에 갓 도착했을 때 거듭 두리번거리던 고개에 가득했던 경계심을 품고.

죽음의 순간. 흐느낌과 웃음이 함께 회오리쳤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온연한 '희열'이었다. 높은음으로 수렴하는 나는 틀리지 않'았어'와 단말마처럼 최후의 숨결에 섞여들었던 웃음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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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이거나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다가 다크서클 생겼어요.

사탕은 두 번 모두 샛노랑에 하양 약간.

정의는 어디에 reprise. 오늘은 막이 완전히 내려, 그의 모습이 가려질 때까지 난간 자세를 유지했다. 늘 안전하게 뛰어내리는 모습을 봐야 안심이 되었는데 이제 보여주지 않으시려나 보다. 진짜 완벽주의자야 시아준수.. 하지만 오블이라 틈새의 사이드로 보았당. 내려오는 모습. ㅎㅎ 오늘도 가볍게 내려와서 총총 뛰어서 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