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진실 reprise. 약절정. 터트려내는 음성은 노트의 의지. 동시에 노트의 운명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그의 의식. 운명의 마수와 자의식이 엎치락뒤치락, 격렬하게 맞서며 대치하고 있음이 선명하였던 얼굴.
마지막 순간. 성큼성큼. 두세 걸음만으로 다가서, 검지와 중지를 노트에 허락했다. 역시 네가 키라였어. 발견의 기쁨이 확연한 그를 향해 터트려낸 라이토의 실기한 웃음에 의아함과 경계심이 본능적으로 피어올랐다. 위험을 감지한 눈썹의 앞머리가 예민하게 말려 올라간 채, 소리 없이 라이토를 추궁했다.
네 본명을 노트에 적었거든. 오늘 밤 네가 할 행동까지! 벽력 같은 고함에 그의 고개가 왼손으로 떨구어졌다. 내려다보는 시선은 꼭 왼손 안에서 자의식을 찾는 듯했다. 표정에서 그의 물음이 보였다. 창고로 향한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었던가? 느짓느짓, 총을 든 오른손으로 건너간 눈빛이 희미하게 명멸했다. 마치 총 너머로 노트에 적힌 자신의 운명을 준시하는 것처럼.
미사를 사랑한 사신이 노트에 네 이름을 적었다? 라이토에게 멎은 채 탐색을 거듭하던 시선이 '다른 사신ㅡ렘ㅡ미사'의 고리를 간파해냄과 함께 정면으로 힘없이 비켜났다. 그리고 곧장 떨구어졌다. 아주 잠시의 침묵을 머금었던 눈동자는 곧 모든 연결고리를 꿰맞춘 빛을 띠고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게임의 끝을 예감한 채, 게임의 시작으로 되돌아간 사람처럼 그가 말했다. '처음부터 다 보였어.'
다시금 라이토를 똑바로 마주한 눈동자에는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연연의 빛이 있었다. 삶이 아니라, 라이토가 곧 키라라는 진실에 대한 집착. 순간적으로 숫자들과 데이터의 동공으로 부푼 두 눈이 반짝였다. '널 놓치지 않을 거야.'
주사위는 던져지고 서로의 패가 모두 드러난 운명의 시간. 시계의 초침을 거스르며, 부활한 라이토를 재차 겨누는 팔이 선고했다. 널 놓치지 않을 거야. 모든 안개가 걷히고, 게임의 끝이 도래하였다 하여 달라질 것은 없다. 노트에 적힌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도 변하는 건 없다. 라이토가 키라라는 처음부터의 사실이 그대로이므로.
마치 노트의 한계를 시험이라도 하듯, 꼿꼿하게 라이토를 겨눈 손에는 이전 공연에서와 같은 떨림은 전혀 없었다. 라이토를 향해 발사되든, 아니든 모든 것을 걸고 게임의 끝을 맞이하는 그의 옆모습이 꼭 운명을 딛고 선 것만 같았다. 소용없다는 깐족임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덤연한 얼굴로 받아칠 뿐이었다. 그래, 여기까지구나.
최후의 순간. 오른쪽 눈에 맺힌 희열과 왼쪽에 맺힌 흐느낌이 얼굴 가득 번져 들었다. 그러나 오늘은 총성이 빨랐다. 어느 하나의 감정이 다른 하나를 집어삼키기도 전에 서두르듯 죽음이 덮쳐왔다. 두 가지 감정이 혼재된 얼굴로 그대로 그의 시간이 멎었다.
*
게임 한 판 즐겨볼까. 게임이라는 무대 위에서 오늘의 그는 여유롭고도 단단했으며, 강하면서도 인간적인 면이 있었다.
The Game Begins. 시작하기 전의 선명한 웃음. '놀이'라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의 얼굴. 왼쪽 엄지발가락을 까딱이며, 여유와 호기심 그리고 분기가 뭉쳐 든 눈동자가 형형했다.
The Game Begins. 시작하기 전의 선명한 웃음. '놀이'라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의 얼굴. 왼쪽 엄지발가락을 까딱이며, 여유와 호기심 그리고 분기가 뭉쳐 든 눈동자가 형형했다.
특히 정의는 어디에 reprise. 확신에 가까울 정도의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너는 내가 만든 작품, 이 세상은 내가 창조한 풍경. 마음껏 노닐어 봐. 결국 내가 정의라는 것을 보여주지.
비밀과 거짓. 브이자 자세에서 라이토의 이야기를 주시하며, 살짝 끌어올렸던 고혹적인 눈썹에도 여유로움이 올올이 맺혀있었다. 외부에 공개된 적 없다는 수사관의 말에는 오랜만에 한심해 하는 기색이 팽배했다. 어느 정도는 경멸의 빛이었다 싶을 정도로.
느릿느릿, 걸어 나와 웃음을 머금던 얼굴도 마찬가지. 수사관과 라이토 양측의 이야기를 모두 간파하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는 듯하던 얼굴. 키라가 사람을 죽이는 데 필요한 것은 '얼굴'이라는 발견에 심취하여 기껍게 웃던 입꼬리. 앞서 의자에서 내려앉을 때도 고개를 한껏 숙이고 머리를 감싸 쥘 듯 두 손을 들어 올려, 마치 '고뇌'하는 사람의 자세를 취했을 때조차도 얼굴을 감싸고 있던 즐거운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소리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다 벗겨내면의 증폭하던 결. 기쁨의 강도에 따라 소릿결도 한껏 증폭되었던 오늘!
키라는 당신의 아들. 즐거운 기색이 역시 완연하였던 추리의 톤. 죽음의 게임에서도, 변함없는 진실의 도입부에서도. 특히 죽음의 게임. '죽여야' 사는 게임과 본무대로 돌아가기 전 반계단에서 라이토를 곁눈질할 때. 어깨를 비척이며 웃던 옆모습.
내내, 그렇게 웃음을 머금고 있는 그를 향해 물었다. 그렇게나 즐거워요? 끝을 알 수 없는 이 게임이 재미있어? 저 끝에서 다가오는 저것이 보이지 않아요?
변함없는 진실의 도입부. 혼란이나 충격보다는 도전에 불타오른 얼굴이었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할만하지. 그러다 순식간에 굳혔던 얼굴ㅡ허상인가ㅡ에서 담력을 끌어모아 모든 것을 인정한 후엔, 다시 형형히 빛나는 얼굴로 웃었다.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듯이. 혹은 승패에 상관없이, 지금 이 게임이 정말로 재미있어 즐겁다는 듯이.
횡단 추리에서 주머니 속 손의 움직임은 꼭 수면 아래의 군대 같다. 물밑 작업 같기도 하고. 치밀하게 틈을 주지 않고 숨통을 조여가는 동작이기도 하고, 도전에 자극받아 분기가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한 동작.
그라고 오늘의 절정. 돌출. 늘 절정 이상으로 도입부의 게이지를 채워가는 느낌을 좋아했었는데 오늘의 절정은.. 압도적이었다. 점진적으로 다가오는 걸음걸이. 능선을 타는 어깨(거짓과 진실의 경계를 포착해). 날개를 펼쳐내는 것 같은 경-계-선. 두 눈을 이글이글 빛내며 거머쥐던 너의 존재.
박수 치는 것도 잊어버릴 뻔했다. 너무 강렬하고 압도적이어서. 키라를 향해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 같은 노래였다. 위협적이었어.
테니스 시합. 엘로서의 자각을 놓지 않는 건 발등뿐 아니라 손가락도 마찬가지. 팽팽하게 각진 손끝이 어느 순간에서도 흐트러짐이 없다. 빙글빙글 턴하여 스매시를 날릴 때나, 솟아올라 과격하게 공을 내려칠 때나. 비밀과 거짓에서 두 무기를 움켜쥔 듯이 각진 모양을 끝까지 유지해. 감탄스럽다. 노래하랴, 몸을 쓰랴, 그 와중에도 엘로서의 의식을 절대 놓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은 이 사소한 동작의 유지가. 그가 얼마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엘인지 고스란히 전해주어서.
방어를 하지ㅡ에선 오늘도 싱긋 웃었다. 이 게임이 즐겁고, 이 게임의 상대가 라이토인 것도 마음에 든 것 같은 얼굴로.
취조신. 대립 후. 어깨를 터는 격한 동작에서 경멸이 느껴졌다. 곧이어 싸늘하게 굳힌 얼굴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빛으로 가득했다. 야가미 소이치로도, 아마네 미사도.
*
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맛.있는데 (다소 단소하고, 쯧쯧 하는 어조. 이걸 왜 안 먹어? 느낌의)
이거나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다가 쌍코피 터졌어요.
사탕은 처음은 샛노랑에 하양. 다음은 연분홍에 하양.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모키형사의 순직을 알리는 대목에서. 그건 이제 안 되겠네요. 고개를 젖히며 쌍꺼풀을 만들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