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당 부분 28일과 맥락을 함께 하는 29일.


오늘의 충격은 정의는 어디에 reprise. 무엇보다도 '정신병자 사이코패스!' 벽력처럼 귀에 내리꽂히는 음성이었다. 이 순간 전신을 감싸 오르던 전율을 잊지 못해.
마지막의 내가 바로 정'의'의 소릿결도 굉장했다. 선명하고 풍부하여 청각이 마비되는 것만 같던 그 파동. 황홀했다.

*

The Game Begins. 이제는 늘 그렇듯이 씨익 웃음을 그리며 시작. 오늘은 도입부 내내 까딱이며 박자를 맞추는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시선을 빼앗겼다. 소절 앞머리마다 계속하여 콩콩. 귀여운 발가락을 보다, 무심결에 오른발등의 상처 자국을 보았다. 빨간 상흔이 길고도 선명했다. 공연 끝날 때까지는 계속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열연의 흔적. 복합적인 기분이 되었다. 염려되는 마음과 함께 차오르던 자부심. 시아준수의 프로다움이란 이런 것이다. 퇴장하는 순간에도 엘의 걸음걸이를 놓지 않지.

구세주 행세를 하고 있어ㅡ에서 도약하기 시작하는 음은 들어도 들어도 좋다. 상대해주겠노라며, 또 씨익 웃고는 어깨키로 방향을 틀기 직전 입꼬리의 웃음을 거두어들이며 표정을 굳혔다. 곧장 본론으로 돌입하고 싶어 몸이 단 것처럼.

고등학생. 일시에 소거된 소리와 함께 몸을 부르르 멈추어 세우고는, 오른발을 도장 찍듯 쿵 내려 박았다. 마치 선언하는 것처럼.
시작할까. 어제처럼 어깨에 축을 두어 회전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나, 여전히 홱 소리가 날 것처럼 몸을 틀어 퇴장.


비밀과 거짓. 요즘 아주 낮고 분명한 '분-명-해'
외부에 공개된 적 없다는 말에는 근래 그려왔던 산뜻한 웃음 대신 딱하다는 듯이 미간을 모았다. 오랜만에. 이어지는 대사에서도 계속 볼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렸고.
수사관들이 모두 사라진 후에야 쌕쌕, 기쁨을 숨기지 않으며 웃음을 드러냈다. 네가 날 죽이는 데 필요한 것을 얼굴. 키라에게 한 걸음 다가선 기쁨을 만면에 흩트려내며. 돌출로 걸어 나오는 걸음걸이는 자신감을 동력 삼아 더욱 탄력적이었다. 마지막 듀엣에서의 그르렁거림도 한 차원 강하고 높게! 방법론을 논하는 단계에서조차 너에게 지기 싫다는 것처럼. 


키라는 당신의 아들. 역시 웃음을 머금고 쉼표와 함께 '죽기 직전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에 강조를. 이어서 '경찰의 수사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에서도 표정을 지었다. 기가 막힌다는 듯이. 혀를 차는 것도 같았던 음성.

그리고 꼭 무반주처럼 들리는 노래ㅡ키라는 당신의 아들. 들어도 들어도 1막의 그림자는 길어지고를 떠올리게 해. 듣다 보면, 린드 L 테일러의 죽음 이후 엘의 목소리 등장이 대사가 아니라 노래라면 어땠을까 궁금해지게도 하고.
 
이미 충-분히 놀라고 있어요, 야가미 국장님의 기승전결은 더욱 완벽해진다. 시작에 앞서 웃음을 끌어모아 끌끌, 숨처럼 내뱉기 시작하면서 '이미'를 발음하고, 웃음 섞인 목소리로 '충'까지 찍어 발음한 후엔 '야가미 국장님'의 차례에서 팽개치듯 웃음을 거두어버리는 일련의 과정. 소리로 그린 그림을 보는 것만 같아.

참, 처음으로 대사를 씹었다. 같은 대학에 입학했어요. (물론 이전 공연에서 아마네 미, 미사와 형, 형사에 약한 씹힘이 존재하긴 했지만 거의 티가 나지 않을 정도였으므로).


죽음의 게임. 내가, 엘이야. 눈썹을 먼저 끌어올린 다음, 바로 이어서 '엘이야.' 잘생김과 자신감의 콜라보레이션이란 이런 건가요?
돌출 입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고개를 살짝 쳐내며 웃었을 때도 잘생김에 당했다. 으으. 승부는 아직 무승부라며, 훤칠하게 웃었을 때도. 결판낼 생각만 하면 즐거워 죽겠다는 듯이 웃는데, 정말 잘생겼어요. 내 눈엔 잘생김만 보여. 세상엔 시아준수의 잘생김뿐.

그리고 또 왼블에서 좋아하는 각도. 본무대로 돌아가기 직전, 반계단에서 라이토를 보는 옆얼굴(왼블에선 각도에 따라 정면). 입꼬리를 가볍게 끌어올려 머금는 비웃음 같은 느낌의 이 웃음이 너무 좋아.


변함없는 진실. 시작의 얼굴은 정색. 표정 없이 굳어 있었으나 혼란은 전혀 느껴지지 않던 얼굴(근래는 혼란의 기색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의 무표정도 오래가지 않았다. '빛을 잃고'에서 사르륵. '혼란에 빠져버렸어'에서 또 사르륵. 이 상황이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도 제법 마음에 든다는 것처럼 웃던 그 얼굴.
허상인가에서 전부 끌어모아 부숴버리겠다던! 그 태도!

'받아들인다'에서 몇 배로 증폭되는 소리의 파동은 역시 최고. 바로 여기서부터가, 요즘 변함없는 진실에서 경계선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야. 받아들인다에서부터 시작하여, '찾아낸다'며 정면을 노려보고는 곧이어 자신감을 형형히 빛내며 씨익 웃는 얼굴. 곧바로 어깨키로 방향을 트는 일련의 움직임에서 묻어나는 자신감과 즐거움. 횡단추리에 돌입하면서는 매일 강함의 수치를 경신하는 정복해버려와, 그것과 짝을 이루는 주머니 속 손목의 스냅까지.

그리고 절정. 오늘의 '드러내는/너의 존재'는 어제보다도 강력했다. 고갯짓으로 음절마다 콱콱 찍어 넣었던 강세.


취조신. 라이토를! 완전히 버럭했어. 역정 내듯이. 거침이 없다. 탄력을 받은 그의 수사망 앞에서 망설임 같은 건 없어. 하물며 동정이 있을 리도 만무.

소이치로와의 대립 후, 마지막에 보여주었던 표정이 자꾸 생각난다. 정말 못 봐주겠다는 얼굴로 미간을 한껏 모았다가, 턱을 살짝 들어 낄낄거리듯 사탕을 든 채로 소리 없이 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개 숙여 잔뜩 굳힌 얼굴에 그림자가 내려앉고, 씹어물듯 사탕을 입안으로 밀어 넣던, 정색이 뚝뚝 흐르던 얼굴. 그 상태에서 왼쪽으로 눈동자만을 또르르 굴려 시선을 돌리는데, 그 움직임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던 짜증과 분노. 이 움직임이 얼마나 그림 같았는지.


마지막 순간. 오늘 역시 검지만을 노트에 허락했다. 그리고 오늘도 버럭했다. 유치한 살인마가 최후의 심판놀이를 한 거겠지!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 용서는커녕, 용납도 되지 않는다는 것 같던 일갈.

미사를 사랑한 사신이 노트에 네 이름을 적었다는 소절에서 무대를 횡단하기 시작하는 순간의 얼굴ㅡ고요하면서도 혼란 섞인 얼굴은 늘 마음이 아프다. 그의 생각의 갈피ㅡ다른 사신, 렘, 미사의 연결고리를 파악하고 노트가 정해버린 자신의 운명을 간파하는 것ㅡ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기에.

곧이어 울컥함이 모여드는 얼굴을 보았다. 왼쪽 눈가로 땀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 없는 자그마한 물방울이 맺혀, 떨어짐과 함께 그가 말했다. 처음부터 다 보였어. 널 놓치지 않을 거야. 그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았던 건 그의 변함없는 진실.

위장죽음 후. 지그시 주먹을 쥐었다 펼쳐내는 손 틈으로 많은 것들이 허상처럼 빠져나가, 이제 남은 것보다 흘러가 버린 것이 더 많다 여겨지던 마지막 순간. 재차 라이토를 겨눈 팔 너머로 그의 시선이 던져졌다. 마치 총 너머의 운명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여기까지'라는. 아무리 힘을 줘도 더는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덜덜 떨리는 팔에서 느껴지던 의지와, 그 의지를 관철할 수 없음을 깨달은 눈동자 속의 무력함. 라이토가 그의 팔을 꺾어 그 스스로 겨누게 하였을 때에야 잦아들던 팔의 떨림. 결국 이렇게 되는 군. 받아들임의 기색이 완연하게 퍼지며, 침잠하였던 동공의 빛. 잠잠해진 육신이 최후의 평온으로 잠겨 들 것을 스스로 허락하면서, 울음과 웃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가 외쳤다. 

역시 난 틀리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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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달달한데
이것 좀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고 쌍코피 터졌어요.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에서, 오늘도 아주 미약하게 쪽 소리.

사탕은 분홍과 하양, 샛노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