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시작. 도입부 어느 소절 끝음에서 낮게 끌어당기는 소리를 들었다. 변함없는 진실에서 나의 무의식'은' 몸부림치고 있다 할 때와도 비슷한. 이 음색이 너무 좋아. 본능적인 느낌이 물씬 들어. 
그리고 밟힌 순간 죽게 되는 게임이야. 오늘 그 스스로 홀려드는 동공연기가 대단했다. 의식 그 자체였어. 그를 이루는 의식의 알맹이가 육신의 허물을 벗고 실체를 드러낸 것만 같았다. (밤공에선 밟힌 순간 주게 되는 게임이야로 발음해서 귀여웠당)

밤공. 고등학생의 선언 전 흘려보낸 나직한 숨소리. 그리고 마치 '흠칫'하는 것처럼 멈추어 서던 동작. 깨달음의 벼락이 스쳐가기라도 한 것마냥. 시작할까까지 마무리한 후 몸을 돌릴 때의 어깨키 회전도 굉장히 명확했다. 감정이 묻어 떨어지는 것만 같던 동작. 


비밀과 거짓. 사신의 눈. 깨달음이 스쳐간 얼굴에서 통쾌한 발견의 빛이 콧잔등으로 모여들었다. 이내 그것을 꽉 움켜쥐듯 입술을 앙다물곤, 오물오물ㅋㅋ 아 귀여워서. 
경! 찰! 의 수사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누군가ㅡ는 오늘도 생각을 좀 하라는 뉘앙스를 이어갔고. 1차 듀엣에서 새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확연했던 음절은 바'로' 너야. 밤공에선 그르렁거림보다도 콱 내려찍는 소리로 변모했다.


정의는 어디에 reprise. 다리 위에서의 전신. 의도한 오자다리의 곡선이 또렷하게 시야에 잡혔다. 구붓한 등과 내민 목, 눈 밑의 짙은 그림자. 순간 진짜 엘 자체를 보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오늘따라 눈에 밟혔던 마른 옆모습. 타박타박 걸어오는 전신이 어느틈에 이렇게 말랐지..


키라는 당신의 아들. 키라에 관한 단서를 나열하는 요즈음의 그는 꼭 자랑하는 것 같다. 내 라이벌 진짜 짱이징? 나도 너무 좋앙>.< 단어 곳곳에 배어있는 웃음기가 그랬고, 천진하게 눈꼬리를 접어가며 방점을 찍는 지독히도 유치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ㅡ의 발음이 그랬다. 
저도 야가미 라이토가 키라가 아니길 바랍니다ㅡ는 근래 계속 그랬지만 오늘 특히 '저도'에 끌끌 차는 웃음을 실어서 발음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요, 하듯이. 

밤공. 의자에 앉아서 멈칫. 왜요? 물음 직후 깨달음의 감탄사가 낮고 길었다. 평소 아, 하는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아.... 심지어 검지까지 펼쳐 내면서 깨달았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잘못 짚었다는 게 귀여운 함정). 
이어진 새로운 상황. 수사관이 먹는 시늉을 했다! 비록 눈치 보느라 진짜로 먹지는 못했지만, 시늉을! 그 소심한 행동에 잠시 쟤 뭐지..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가 예상할 수 없었던 한마디를 던졌다. '소심쟁이.'


죽음의 게임. 지킬게, 뭔데ㅡ를 발음하는 라이토의 억양이 지나치게 착하고 상냥한 것이 그에게는 즐거움 중 하나. 정체를 밝히는 순간 벗겨질 가면을 기대하는 것처럼 기대감을 싣고, 약한 흥분마저 느껴졌던 '내가, 엘이야.' 그러나 포커페이스를 무너트리지 않는 라이토의 모습에 슬쩍 입술을 비죽이더니, 그건 또 그대로 마음에 든다는 듯이 살짜기 웃었다. 암, 역시 내 라이벌의 자격이 충분해. 하는 것처럼. 노래에서도 그 흡족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표정도 변하지 않고~

그리고.. 정말.. 잘생겼어.. 시아준수.. 잘생겼어...


변함없는 진실. 오늘 가장 좋았던 소절은 밤공의 "찾아낸다 (씨익)."

기본자세에서 탈피하여 두 다리를 펴고 멀거니 앉아있는 모습만 보더라도, 일정 부분 '사신의 존재'라는 것이 그에게 정신적 타격을 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의연해. 금세 이 정도쯤이야 하는 듯한 웃음으로 시원하게 인정한다. 진실이 빛을 잃고 허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되어 그 자신조차 혼돈에 빠져버린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웃어. 그쯤되면 그 자신에게 타격을 줄 만한 맞수의 등장을 고대해왔던 것만 같다.

무엇보다 '그래, 좋아, 인정하지. 받아들인다'는 순간의 음성. 밤공의 받아들인다는 정말로 도약하는 차원의 것이었다. 마이크의 음향이 평소보다 다소 작았는데, 그것을 뚫고 순간적으로 치솟았던 음. 그 음으로 표현하는 엘의 사고의 단계적 흐름. 아아.. 그의 의식이 어떻게 음 위에서, 나아가 이성 위에서, 인간의 사고 위에서 뛰노는지 명백하게 보이는 것만 같던 순간.

그리고 문득 의구심이 들었던 부분. '판단하고 따지는 건 인간이지.' 마지막 순간에서의 '사신은 심판하지 않아!'를 떠올리게도 하는 가사. 의구심과 함께 소년신 가설이 다시 고개를 불쑥 들었다. 인간이면서도 인간과 자신을 분리시켜 생각하는 듯한 엘. 그 비상함과 나르시시즘. 인간의 눈은 어떤 진실도 볼 수 없다던 사신의 노래와도 일맥상통한다. 인간이되 처음부터 모든 진실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겨냥하니까. 정말로 엘은 어느 정도 인간을 벗어난 존재인 건 아닐까.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사신의 존재를 인정한다? 그게 말이나 되느냐는 수사관의 뉘앙스에 눈썹을 끌어올리며 웃었다. 이도 안되고 저도 안되면 대체 뭘 인정하겠느냐는 듯했던 얼굴. 상상력이 그렇게 빈약해서야 되겠어? 하듯이. 이어서 단서가 없다는 소이치로의 말에는 사탕을 빼내며 오랜만에 선명한 쪽 소리가 들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직후 소이치로를 투시하듯 크게 부풀던 동공. 그의 반응을 탐색하듯 샅샅이 살피던 눈빛. 관찰하듯이, 혹은 책망하듯이.

밤공에선 대사가 살짝 밀렸다. 국장님을 욕, 모욕할 생각은 없었어요.


캠퍼스. 서글서글 웃으머 이건 진심인데, 이어 내겐 처음 생긴 친구니까ㅡ는 유난히 작고 조용하게 (낮공). 진의처럼 들렸어. 
미사 쫓아내고 나서는 시선을 내리깐 채로 눈동자만을 굴려 미사의 퇴장을 흘긋이곤, 눈짓으로 으쓱했다. 되었다는 듯이. 

그리고 돌아온 실'밥!' 의 흥분. 낮밤 모두. 라이토가 미사가 체포되었다는 말에 반응하자 신나서 못견디겠다는 듯이 다다다다 증거를 나열하며, 그렇게 신날 수가 없어 보이던 아이 같던 얼굴도.

미사를 만나게 해달라는 말에는 어제처럼 왜 이래, 하듯 웃다가 눈동자를 잔뜩 부풀렸다. 깜빡임도 잊고 라이토를 뚫어져라 내려다보는 눈빛이 탐색하고 있었다. 조금의 틈이라도 보이면 물어뜯어 주겠다는 듯이. 하지만 잠잠하자 다소 시무룩해져서, 한발 뒤로 물러나듯 맺은 대사. 나도 괴로워요.

밤공에서는 나도 괴로워요의 표정이 약간 생소했다. 무심히 시선을 던져둔 눈꺼풀이 천천히 감기더니 곧장 부릅 떠졌다가, 다시 무감한 빛으로 돌아와 라이토에게 가 박혔다. 


취조신. 다리 중앙까지 터덜터덜 걸어가다 문득, 미사를 내려다보고는 아, 그래. 네가 있었지. 너와 잠시 놀아줄게. 하는 것처럼 자세를 낮추었다. 이어 태연자약하게 사탕놀이하는 손가락과 잔인하게 피어나는 미소에서 그가 미사를 장난감 혹은 먹잇감 정도로밖에 여기고 있지 않음이 여실히 보였다. 특히 첫 질문을 건네기 직전 살짝 좌우로 굴렸던 눈동자의 움직임에서.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장난감이라, 망가트릴 건데 그 방법으로 무엇이 가장 좋을지 고민하는 아이 같았어.

당신 부모님 같은 분들 말이죠? 되묻기 전에는 그래, 네 처지도 알아. 하는 것처럼 웃음을 섞어 넣었다. 낮밤 모두. 그렇다곤 해도 이해의 빛은 전혀 아니었지만.

라이트...? 비로소 대화의 말머리가 그의 흥미를 돋우는 이야기로 전개되자 잔뜩 커진 동공. 그제야 귀를 쫑긋 세워 대화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럼 사신은? 한 톤 높게 올라간 목소리에서 평소보다 탐닉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낮밤 모두 그랬다. 평소의 그가 이제 이야기가 통한다는 듯한 흥분과 즐거움을 표출해냈다면, 오늘은 다소간의 집착과 함께 놓칠 수 없는 단서를 거머쥐었다는 것처럼 집요함으로 반짝반짝했다.
라이토를 도와줬잖아요! 내가 뭘 감추려는지 다 알고 있어. 하는 것 같던 음성. 숨기려 해도 소용없어. 


마지막 순간. 검지. 밤공에선 노트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살짝 끼우는 식이었다. 

역시 네가 키라였어! 희열이 의문으로 바뀌기까지의 시간은 빠르고 짧았다. 금세 전도된 눈빛이 라이토에게 묻고 있었다. 네 꿍꿍이를 드러내 봐. 모든 것이 정해져 버렸다는 돌아온 대답이 불러온 파문은 물결처럼 일었다. 두 손과 바닥을 차례로 오가던 시선이 라이토에게로 회귀했다. 다시금 정면을 바라보는 얼굴에는 그전에는 없던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다소간의 충격과 결의. 후자를 그러모아 그가 말했다. 처음부터 다 보였어. 널 놓치지 않을 거야. 전자로도 그가 말했다. 남은 것은 허무함뿐. 

위장죽음 후. 어제 두 번 쥐었던 주먹을 오늘은 꽈악, 한 번 쥐었다. 낮밤 모두. 오므리는 동작에도 펴내는 움직임에도 잔뜩 힘이 실려 있었다. 마치 빠져나가는 자의식을 붙잡는 것처럼. 그것을 전부 끌어모아 그가 내린 최후의 선택. 재차 라이토를 겨누는 것. 

바들바들 떨리는 손목과 이죽이던 입술에는 울분과 분노도 분명 있었으나 그 무엇보다 결의로 가득했다. 노트의 지배력에 맞서는 인간의 마지막 결의가 전신의 떨림에서 새어 나왔다. 

그러나 발사하지 못하고 결국 그 스스로 겨누게 되었을 때. 자세를 고쳐주는 라이토의 손길을 고스란히 느끼는 눈동자 속으로 혼탁한 감정이 뒤엉켜 들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었던 건 처음이겠지. 그 무력함에서부터 오는 충격. 생의 마지막이라는 자각에서 오는 얼마간의 두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 

오늘의 마지막 표정은 이 모든 것이 거세게 뒤엉킨 얼굴이었다. 행성의 충돌처럼 여러 갈래의 감정으로 범벅된 얼굴은 갈피를 찾으려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느 하나로도 단정할 수 없는 격한 소용돌이 속에서 맞이한 죽음이었다. 

무엇보다 밤공에선 눈물을 보았다. 다소 강한 흐느낌 속에 섞여든 찰나의 희열을 또한 보았어. 


*


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낮공은 삐돌이, 밤공은 (수사관이 먹으려는 시늉을 처음으로 하다가, 눈치 보고 그만두자) 소심쟁이.
낮공은 이것좀 드세요, 밤공은 이거나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고 쌍코피 터졌어요.

사탕은 낮공은 오랜지, 샛노랑. 밤공은 샛노랑, 오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