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넘치는 무대였다. 하루의 쉼표가 불러일으킨 증폭력은 실로 대단했다. 기념비적일 정도로. 막 잠에서 깨어난 활화산과도 같았어. 7월 14일의 그를 훨씬 웃도는 악동스러움을 장착하고 운명 위에서 노닐었다. '악동미'라 이름할 수 있는 노선의 한 획을 그을 기세로 (실제로도 그었고!) 여유롭고도 대범했으며, 사납고도 섬세했다. 그리고 극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오늘의 노래는 The Game Begins, 그리고 압도적으로 변함없는 진실과 re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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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는 진실 reprise. 노트에 의해 끌려온다기보다, 노트라는 앞잡이를 그 스스로 허락한 것만 같았다. 너에게 시나리오가 있다면 허락할 터이니 어디 뜻대로 해봐. 따라가 주지. 하는 것처럼. 이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오늘의 엘을 관통하였던 것은 운명 위에 선 듯한 악동미.
마지막 순간. 날이 섰다 싶을 정도로 곤두선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점등된 녹빛을 따라 라이트..? 하고 짚어가는 얼굴에서 확신가 분노가 함께 피어올랐다. 슬며시 끝을 올려 이죽이는 것 같던 입꼬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신놈들은 어딨지? 두리번거리는 고개의 동작에서도 물씬 느껴지던 경계심. 이윽고 베일을 벗은 무기ㅡ노트에게로는 성큼 뛰어가듯 다가서서 검지와 중지를 허락했다. 조심스럽고도 신중하게, 노트에 두 손가락을 얹는 순간. 등 뒤에서부터 느껴지는 사신의 존재감이 그에게로 돌진했다. 류크를 돌아보기 전이었는데도 부풀기 시작한 그의 동공이 그것을 말해주었다.
마침내 두 눈으로 류크를 목도한 오늘의 그는 어느 때보다 큰 놀라움을 표현했다. 키라의 최종병기를 발견한 후의 기쁨도 컸다. 역시 네가 키라였어! 그러나 그 환희가 머문 시간은 짧았다. 금세 사태의 수상함을 인지한 그의 얼굴이 라이토의 속내를 캐묻는 표정으로 싸늘하게 굳었다.
다른 사신이 자신의 이름을 노트에 적었으며, 그가 할 행동 전부가 노트에 적혀져 버렸다는 음모까지 베일을 벗은 순간. 동요와 함께 아래로 떨구어지던 시선에서 혼란이 피어났다. 그러나 혼란은 극히 짧은 동안일 뿐이었다. 어느 틈엔가 갈무리를 마친 듯, 고요하게 가라앉은 눈빛이 라이토ㅡ키라만을 두 눈에 담았다. 그 표정이 말하는 듯했다. 그렇게 된 전말이었군. 그리고,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란 맞수의 깐족거림에도 불구하고 꼿꼿한 두 눈이 말했다. 처음부터 다 보였어. '널' 놓치지 않을 거야.
그러나 노트에 적힌 대로 라이토를 저격했다는 사실ㅡ곧 노트의 지배하에 자기 자신을 완전히 넘겨 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직후의 휘청거림은 꽤 길었다. 지그시 주먹을 쥐는 왼손을 한 번, 총 든 오른손을 한 번. 내려다보는 얼굴의 숨결이 점차 짙어졌다. 노트의 지배력을 실감하고 있었어.
라이토의 깐족거림과 등 뒤에서 재미만을 취하는 방관주의자 사신의 사이에서, 혼란과 분노를 딛고 그가 내린 것은 생의 마지막 결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널' 놓치지 않을 거야.
라이토의 시나리오에는 그저 '엘이 총에 맞아 죽는다'고만 적혀 있었을 것이다. 데스노트의 세계관에서 노트에 적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인간은 없으므로. 엘이 총을 건네달라는 라이토의 말을 무시하고 그 스스로 다시금 라이토를 겨누는 '선택'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노트의 시나리오에 사각지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엘이 시험한 것 역시 그것이었다.
노트는 사신계의 것이나 각본은 인간의 것. 그 빈틈을 노린 거야. 그리고 그 허점을 겨누었다. 그것으로 끝까지 '키라'를 저격했다. 그만이 처음부터 바라보았던 그 변함없는 진실을.
운명의 사각지대를 밟고 선 그의 옆얼굴로 한 줄기 물방울이 흘러 내렸다. 그것이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행동임을 예견하였기 때문이겠지. 가쁘게 뱉어지는 숨과 잔뜩 굳은 얼굴에서 결의와 분노가 뭉쳐 나왔다.
그의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운명에 따라 그 스스로를 겨누게 되었을 때, 저항 없이 그 흐름을 받아들이는 동공이 까맣게 빛났다. 물기가 차오르는가 싶더니, 흐느낌과도 같은 마지막 한 마디를 토해내며 눈가에 맺혀있던 것이 스르르 흘러내렸다.
오늘은 흐느낌이었다. 희열을 동반하였으나 분명하고도 확연한 울음이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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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me Begins. 소리 없이 웃는 얼굴이 그 시작. 조명이 얼굴 위로 드리워지는 순간부터였다. 처음부터 그의 흥분이 느껴졌어. 고요하지만 분명한 일렁임이 그의 둘레를 감싼 채로 깜빡거렸다. 도입부의 음 또한 묘하게 달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상대해주지ㅡ의 가성에서 톡톡 끊어질 듯 이어지는 스타카토에서 점화를 시작하여, 밟힌 순간 죽게 되는 게임이야ㅡ에서의 부푸는 동공으로 도약했다.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확장된 동공이 곧장 모든 감정을 얼굴로 끌어모으더니 크와앙! 하는 듯이 날선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틀어 건방진 멍~청이! 이제까지의 멍청이 중에서도 가장 선명한 분노를 머금었던 그르렁거림.
지옥을 보여줄'게'와 주사윈 던져진 거'야'의 끝음도 감정의 폭발을 이어가듯 길고 거세게 내리찍었다. 덧붙여 고등학생 직전, 숨을 고르듯이 천천히 뱉어냈던 나직한 숨까지.
비밀과 거짓. 악동미 넘쳤다. 분-명-해-하며 쌩긋쌩긋 웃는데, 그 상황을 너무도 즐거워하고 있었어. 놓친 게 뭐지ㅡㅡ?가 아니라 놓친 게 뭐징>_<?의 느낌.ㅋㅋ 곧이어 키보드를 두드리기 전에는 소리 없이 크와앙!! 하는 표정. 조사를 부탁한 후 엄지를 입에 물면서도 발견을 기대하는 얼굴로 살짝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사신의 눈. 사나움과 흥분, 기쁨이 한데 뭉쳐 있는 얼굴로 콧등을 찡긋했어.
돌출 입구로 걸어 나와 너에게 필요한 건 내 얼굴~하는 순간 삼백안으로 또렷하게 부풀었던 눈. 숫자들과 데이터의 얼굴이 되었던 순간이야. 육신에서 이성으로 변모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가 아니라 그의 자아가 육신의 허물을 벗고 돌출로 걸어 나오는 것만 같았어.
참, 의자 뒤에서 돌아 나올 때 딸기를 목으로 삼키는 꼴깍 소리가 들려 귀여웠고, 두 번째로 의자에서 폴짝 솟아올랐을 때는 발을 두 번 콩콩하여 착지했다.
정의는 어디에 reprise. 눈을 반으로 접어가며 웃던 얼굴. 그렇게 즐거워요? 그 상황이 못 견딜 정도로 좋은 거 같아. 심지어 오늘 난간 위로 오르는 동작마저 굉장히 전투적이었다. 뛰어내릴 기세였어서 깜짝.
키라는 당신의 아들. 여기 모든 걸 희생하겠다는 분들만 남았으니ㅡ이후 수사관들을 빙 둘러보며, 정말로 상큼하게 웃었다. 달콤하게 느껴질 정도의 미소. 그들의 각오를 기특하게 여기는 것도 같고, 또 그러한 수고가 이 사건에서 얼마나 작은 의미밖에 되지 못하는지 이미 꿰뚫어보고 있는 것도 같았다.
브라우니. 왜요? 돌아본 직후의 아... 하는 깨달음. 토요일 밤공에서처럼 길고, 깊었다. 다만 수사관은 오늘은 먹는 시늉을 하지 않았당.
키라에 관한 단서들은 나열되어 갈수록 웃음이 함께 고조되었다. 내 라이벌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걸 다다다다 자랑하듯이. 그의 마음을 가장 흡족하게 한 대목은 오늘 역시 '지독히도 유치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
죽음의 게임. 오랜만에 내가, 엘이야ㅡ고개ㅡ쿵의 박자가 삼위일체를 이루었다!!
그리고 오늘의 고개 턴이 너무 아름다운 곡선이었다. 죽음의 게임 마지막 소절에서 라이토와 나란히 마주 볼 때의 턴도, 테니스 시합에서의 턴도 전부. 마치.. 음.. 기어를 꺾어 넣을 때의 움직임처럼, 힘이 있으면서도 탄력적인 커브였다.
또 본무대로 비척비척 걸어가던, 웃음에 취한 것 같던 그 걸음걸이. 한없이 즐거워 보였다. 코끝에 맺혔던 찡긋거림이 정점이었다.
변함없는 진실. 노래적으로, 기술적으로, 그리고 엘의 감정적으로 완벽했다. 또 눈물이 났어. 의자에서 솟아오를 뻔도 했당. 노래를 마친 순간 내 몸 가득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걸 자각하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일시에 힘이 풀리며 나른해졌다. 압도적이었어.
나 스스로도 혼돈에 빠져버렸다는 오늘의 그는 처음 겪는 이 상황을 마치 선물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 호기 어린 눈이 도전을 기뻐하고 있었어. 이어서 '허상인가'에서 보여주었던 그 미묘한 표정. 괘씸하기도 한데, 기쁘기도 한 그 복합미묘하였던 얼굴.
받아들인다ㅡ찾아낸다 (씨익)ㅡ횡단추리의 삼박자는 이제 정말 어떻게 더 말할 수가 없어. 완벽해.
이 모든 걸 받아들인다ㅡ에서는 이 모든 걸 두 팔로 넓게 감싸 안는 듯한 제스처! 를 취했당.
이 모든 걸 받아들인다ㅡ에서는 이 모든 걸 두 팔로 넓게 감싸 안는 듯한 제스처! 를 취했당.
절정은.. 압도적이었다. 육신을 벗어던지고 그의 의식이 다시 한 번 걸어나오는 것 같았다. 오늘 유난히 그가 돌출로 나올 때마다, 돌출 조명이 점화되는 순간부터 인간미가 없었다. 이성이랄지, 그를 이루는 자아나 알맹이랄지. 그것 그대로 꺼내보는 느낌을 주었다.
테니스 시합. 주니어 챔피언이라며, 고개를 내밀어 자랑스러워 했는데 (귀여워 ㅋㅋ) 검색해도 나오지 않을 거라면서는 팔을 휙 들어 올렸다. 들어 올린 팔에서 일으켜 세운 검지가 까-딱하듯이 라이토를 약 올렸어.
유난히 신나 보인다 느꼈던 부분은 '경기에 집중해야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에서의 웃음기. 그리고 서브를 넣을 때마다 움찔이며 힘이 몰리던 입술. 전력이면서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생생했다.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라이토가 키라라는 단서는 전혀 없었다는 소이치로의 말에 오늘은 눈 끄트머리를 끌어 올리며 일어섰다. 눈썹 앞머리를 휘어 올린 적은 있어도, 눈 끝을 올린 건 처음이야. 처음 보는 표정 우왕.
캠퍼스. 당신이 키라가 아니길 바래요ㅡ는 네가 썩 마음에 든다처럼 들렸다. 진심으로.
미사의 등장에 고조되는 숨소리와, 두리번거리는 시선 처리는 언제 보아도 좋고. 무엇보다 미사를 돌아보고 자기소개를 하는 순간의 각도가 정말 그림이야. 오른쪽으로 살짝 밀려 내려간 상의와 그 틈에 드러난 쇄골, 쇄골에 맺힌 땀방울, 그 위로 깎아놓은 것처럼 매끄러운 턱선, 턱선에 방울방울 매달린 반짝임들, 다시 눈 위까지 그려놓은 듯이 고운 콧등과 그림자에 잠긴 두 눈. 그림이야, 정말 그림이에요. 이 모습도 프로그램북에 있었으면 좋았을걸.
자기소개 후 보이는 거랑 다른데?ㅡ하는 미사의 경솔한 언행에 라이토가 막아서는 모습을 유심히 담아두던 미간도 설렜다. 태연히 가명ㅡ류우가 히데키라 소개할 때만 해도 표정 없던 얼굴에 순식간에 찡그림이 얹어졌다. 그때도 알았겠지. 그들의 모종의 관계를.
미사의 휴대전화. 부푼 동공에 깃들었던 얼마간의 기대감이 라이토의 덤덤한 반응에 재미없다는 듯 저물었다가, 체포 사실에 반응하는 것을 보고 웃음을 되찾았다. 미사가 제2의 키라인 증거들을 나열하며 즐거움으로 부풀어가던 얼굴. 실밥에선 오늘 역시 약하지만 강세를 이어갔다.
나도 괴로워요는 약 올리는 느낌이 강했다. 알만한 사람이 이거 왜 이래, 하듯이. 미간을 살짝 올리며 간 보는 느낌으로.
취조신. 터벅터벅 생각에 잠긴 채 걸어오다(오늘은 웃는 얼굴로) 문득 미사의 존재를 떠올려 내고는 휙 돌아보는 어깨의 움직임이 좋다. 본능적이면서도 유려해.
미사의 노래를 참을성 있게 들어주다, 결국 더는 안 되겠다는 듯이 일어설 때의 굳은 표정도 좋다. 이어지는 취조의 첫 대사는 오늘은 그 얼굴에 어울리는 정색투였다. 혼내는 것도 같고 따져 묻는 것도 같았던 '키라는 어떤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살해했나요?'
약간 귀여웠던 건 피해자가 아냐! 범죄자지! 하는 미사에게 맞춤형 심문을 하는 그. ㅋㅋ '범인'을 죽여 준 키라에게 감사하나요? 로 살짝 표현을 틀어주는 상냥함을 지녔더.
라이트...? 이후에는 최근 그래 왔던 것처럼 두 눈을 크게 부풀려, 희열을 섞어가며 반응했다. 홀린 듯이. 놓칠 수 없다는 듯이. 고지에 '도달하기 직전'이라는 듯한 억양으로, 그럼 사신은?
렘. 본능적으로, 그 단어가 놓칠 수 없는 단서임을 직감한 얼굴이 생각에 잠겼으나 어김없이 등장하는 방해꾼. 생각의 갈피를 해치는 쓸모없는 이야기들. 짜증 난다는 듯 몸을 일으켜 대꾸하는 음성에서 비웃음이 묻어났다. 파열음 섞인 '자기' 자식의 죄를 탓하세요, 에서 특히.
내 아들은 키라가 아님을 그럼에도 확신하는 소이치로의 말에는 화를 눌러 담듯이 눈을 지그시 감았고. 아아, 인간이란..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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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삐돌이
이것 좀 드세요.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고 쌍코피 터졌어요.
사탕은 분홍과 하양, 핫핑크와 하양
시아준수 외의 이야기:
2막 초반. 잔혹한 꿈에서의 무대 중앙 달 조명이 실종되었다 (바닥의 달 조명은 존재). 안그래도 눈 둘 곳 없는 넘버에서 나는 정처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