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Begins. 오늘의 숫자들과 데이터는 경-계-선에서의 폭발과 무척 닮았다. 남김없이 숨김없이 쏟아내는 절정! 무엇보다 주사윈 던져진 거야ㅡ에서 두 팔을 벌려내는 단순한 동작으로 그의 존재감이 공간 가득 팽창하던 느낌, 잊지 못해. 날갯짓처럼도 보였어.
그 절정에서부터 몸을 돌려, 비척비척 걷다 모든 소리가 소거됨과 함께 벼락을 맞은 것처럼 멈추어서던 등도 하나의 그림이었다. 아주 천천히 삐꺽삐꺽대는 소리가 들릴 것처럼 홀린 듯이 돌아서서 고등학생이야, 회심의 선언을 머금던 얼굴도.
 
밤공. 게임 한 판 즐겨볼까ㅡ의 속삭임이 정말 예뻤다. 홀려내는, 피리 부는 요정이 아이들을 꾀어내는 것도 같던 음성. 밟힌 순간 죽게 되는 게임이야ㅡ까지 마무리하고서는 이를 드러내며 소리 없이 그르렁!
지옥을 보여줄'게'와 시작할'까'에서는 게임 한 판에서의 곱고도 예쁜 미성과는 정반대의 거친 소릿결로 폭발했다. 크아앙. 여기서 이렇게 날 것 같은 거친 결의 포효는 처음.
 
시작할까ㅡ의 선언 후 몸을 틀 때, 밤공에선 고개에 축을 두어 회전했다. 이 동작이 안무처럼 강해진 후 늘 어깨를 써서 방향을 틀어왔는데 오늘은 고개에서부터 힘을 실어 넣었어. 무게중심을 옮기는 간단한 변화만으로 동작의 느낌 자체를 바꾸어버리는 그는.. 천재양...☆
 
 
비밀과 거짓. 낮공. 잔을 거의 내팽개치듯 ㅋㅋ 내려놓았어. 덕분에 컵받침 위에서 핑글핑글 정신 못 차리던 잔ㅋㅋ 밤공에선 급기야 옆으로 쓰러졌다. 처음 있는 일. 그런데 뭔가 흐른다는 느낌이나, 액체의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쓰러짐이라서 약간의 혼란이.. 우유는 훼이크였던 걸까? (의문)
 
얼굴이 공개되었는지도 조사해달라며, 엄지를 입에 물기 직전엔 입가에 비스듬히 곡선을 그려 넣었다. 낮공에서 특히 선연하게.
 
소이치로와의 듀엣. 낮밤 모두. 배신자가 숨어있지에서의 소리 죽인 웃음. 
라이토와의 1차 듀엣. 낮공. 노래의 끝에서 오늘도 하아, 나직하게 숨을 뱉었어. 또 수사관들 사이로 걸어 나와서도 숨소리를 흘려보냈다. 하아..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의 느낌으로. 
 
그런데, 거래는 할 수 있어. 낮공. 입술을 크릉대며 재빠르게 자세를 바꾸어 앉는 그의 움직임에 잔뜩 힘이 실려 있어, 의자가 다소 휘청일 정도였다. 기본자세가 되어서 고도의 집중력을 끌어모으는 얼굴로는 눈썹 앞머리를 기가 막힌 곡선으로 휘어 올렸다. 일으켜 세운 검지는 시간마저 멈추어 버릴 기세로 추리의 단서를 향해 달려들었다.
 
발견을 거머쥔 그의 얼굴로 여유가 떠올랐을 때, 수사관들은 여전히 난항을 헤매는 중. 외부에 공개된 적 없다는 말에 낮공에선 딱하다는 듯이 웃었는데, 웃음에서 이 재미있는 걸 보지 못하다니 안타깝네. 하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밤공에선 정말로 산뜻하게 웃었다. 싱그럽게도 느껴질 정도로!
 
 
정의는 어디에 reprise. 키라가 정의라고 착각하지마의 박자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쉼표 없이 부드럽게 이어서! 낮밤 모두. 대신 정신병자 사이코패스, 살인마일 뿐ㅡ의 박자가 더 쫄깃해졌다.
 
 
키라는 당신의 아들. 소심쟁이가 돌아왔다. 심지어 밤공에선 그에게 정중하게 경례한 후 한 입 먹는 시늉을 했어. 수사관의 돌발적인 애드립을 가만히 눈으로 따라가던 그가 유감이라는 듯 덧붙인 '소심쟁이'는 유일하게 그가 아닌 상대방에 의해 좌우되는 애드립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그에 앞서 내뱉었던 깨달음의 아ㅡ는 낮공에선 깊은 아... 밤공에선 짧고도 강렬한 감탄사의 아! 
 
추리의 말투는 오늘도 사근사근 쉬폰 케이크 같았다. 낮공. 운율을 타고 흐르는 대사가 죽기 직전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에서 한 번 출렁, 웃음을 머금었다가 '경찰'의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다에서 또 한 번 껑충 뛰어올랐다. 대미는 역시 지독히도 유치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
밤공에선 문장을 거칠 때마다 점프하듯 대사의 톤이 솟아올랐다. 한 단계, 한 단계 분명하게. 죽기 직전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에선 말 그대로 껑충, 점프.
 
아-들의 순간은 꼭 무슨 주술을 외는 것 같다. 설사 라이토가 키라가 아닐지라도 그 순간에는 그렇게 되어야만 할 것 같아. 그렇지만 이 마법은 그에게만 즐겁다. 그 공간에서 그만 웃고 있어. 경직된 표정들 사이에서 홀로 뱉어내는 웃음이 이질적일 정도. 특히 저도 야가미 라이토가 키라가 아니길 바랍니다. 어깨를 움츠리며 끌끌, 차는 듯한 웃음을 뱉어 발음하는 대사에서 다른 이들과 철저히 유리된 그의 흥분이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도 맞춤. 낮공은 거예요 ㅎㅎ 밤공은 겁니다. 맞추면 기쁘당. 나중에 회차별로 모아서 블라인드 테스트해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죽음의 게임. 내가, 엘이야. '엘'을 발음하기 직전 유난히 한순간에 화르륵 굳어버리던 표정. 각오하라는 듯이. 낮밤 모두. 
피실피실-웃음, 비척비척-걸음걸이 콤보는 왜 이렇게 좋지? 걸음걸이마저도 죽음의 게임에서 극적으로 잘생겨지고 말아. 
 
 
변함없는 진실. 경-계-선보다도 오늘 비상하였던 소절은 '그 모습을 드러내는, 너의 존재.' 찡긋이는 웃음을 만면으로 띄워내며, 기대와 흥분을 숨기지 않고 폭발하는 모습이 그가 사라진 후에도 오랜 잔상으로 남았다. 낮밤 모두!
 
 
소이치로와 사탕의 신. 낮공. 죄송해요. 모욕할 생각은 없었어요에 영혼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테니스 시합. 자 따라와 봐! 의 고갯짓은 사랑입니다.
자 덤벼봐 하기 전 발 구르듯 자세 잡을 때. 각진 채로 들린 왼쪽 새끼발가락을 보았다. 으아 귀여워. 귀여운 데 멋있어. 으으. 낮공에서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는데 밤공에서도 그래서 기뻤당. 
 
 
캠퍼스. 류우가, 히데키에요. 미사의 반응을 떠보는 것처럼 미세하게 늘어지던 발음. 네가 제2의 키라라면 내 이름을 알 수 있겠지?
라이토가 다급히 미사를 막아서고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에 즉각적으로 모이던 미간. 모든 것이 그의 탐색 대상. 조심해. 어느 순간 물어뜯길지 몰라. 
나아가 쌍코피 터졌다는 엉뚱한 소리로 미사와 라이토의 주의를 흐트러뜨리며 정작 그 자신은 날카롭게 관찰을 이어가던 눈. 그 눈이 분명 보았다. 미사가 안도했다는 듯이 렘과 주고받던 시선을, 허공으로의 곁눈질을 분명히 보았어. 
미사의 퇴장. 밤공에선 몸을 일으키며 턱을 치켜 올린 상태에서 고개로 반원을 그렸다. 나른하고도 치명적으로! 별것도 아니네 이런 느낌도 주는. 
 
 
미사가 제2의 키라라는 증거가 있거든요. 단서를 나열해갈수록 증폭되는 신남. 특히 '나왔어요.'에서 장난꾸러기처럼 스며들던 웃음이 그랬다. 이어서 옷의 실'밥'의 강세! 너무 좋다구요. 특히 밤공에서 흥분이 선연하게 만져질 정도였다. 
정말 미사가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해?
글쎄요. 키라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키라가 시키는 일이면 뭐든지 할 것 같긴 하네요. 행간으로 그가 말했다. 네가 시켜서 저지른 일이 맞잖아?
미사를 만나게 해줄 수 없다는 거야?
여태까지 뭘 들었느냐는 듯, 그가 눈동자를 끌어올려 천장을 흘긋였다. 조금은 피곤하다는 것처럼 그 상태에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가 옆으로 갸우뚱 기울이기까지. 너라면 해주셌니? 안됐지만, 나도 괴로워요. 밤공에선 기울임을 넘어 반 바퀴 회전!
 
 
취조신. 난간에서 튕겨 나올 기세로 기울인 채 사탕놀이하는 모습은 꼭 라이토에게서 빼앗아 온 내 장.난.감♡을 탐미하는 것 같았다. 
 
그 장난감과의 한 판 게임. 키라는 어떤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살해했나요? 범죄자라며 즉각적으로 대드는 반응에는 웃었다. 그래, 까짓것. 바꾸어 불러주지. '범인'을 죽여준 키라에게 감사하나요? 범인이건 피해자건 어떤 이름을 붙여도 키라가 해온 짓이 '살인은 살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므로. 
 
하지만 영 말이 통하지 않는 키라 신도에게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가, 라이트로 이어지는 단서에 이르러 숫자들과 데이터적인 환희로 차올랐다. 그럼 사신은? 형사를 죽였잖아요? 라이토를! 도와줬잖아요. 몰아치는 심문. 조여가는 수사망. 그리고, 미사에게 잔인해질수록 그 공간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가던 외딴 그. 하지만 그런 것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혹은 원래 늘 있었던 일이라는 것처럼 무덤덤한 모습. 
 
 
변함없는 진실 reprise. 오랜만에 선명하게, 그 자신을 위한 진혼곡으로 들려왔다. 이제 넌 끝났어. 밤공 특히. 
 
 
마지막 순간. 검지와 중지를 노트에 허락하고 서서히 류크를 돌아보는 그를, 라이토가 상체를 잔뜩 앞으로 굽혀 주시하는 모습을 보았다. 밤공에선 거의 허리를 반으로 접어 그의 얼굴께로 자세를 낮추었던 것도. 화들짝, 놀람을 숨기지 않는 솔직한 반응을 확인하고 나서야 허리를 뉘일 듯이 뒤로 넘기며 흡족스럽게 웃던 간교한 얼굴까지. 
 
라이토의 즐거움와 한없이 대비되던 그의 걸음. 공허함 맺힌 처음부터 다 보였어. 
 
날 죽이기 위해 이런 시나리오까지 고안한 거냐? 분노를 눌러 담은 고요한 질문에 완-전히 잘못 짚었다는 듯 휘휘 젓던 라이토의 고개도 보았다. 놀리는 것처럼, 혀를 쯧쯧 차는 것처럼 즉각적으로 아니. 확신에 찬 네 얼굴이 보고 싶었어. 경멸적인 언사를 던질 때의 얼굴도. 
 
그런데 죽은 척은 왜 하는 거지? 놀리려고? 반응을 떠본 건가? 진짜 악질이야. 밤공에서 라이토에 대한 개인적인 분노가 새삼스레 차올라, 이상할 정도였다. 생의 마지막 결단을 위해 온 정신을 끌어모으는 그의 비장한 얼굴 때문인가. 마지막 순간에서의 라이토가 비열할수록 싫으면서, 좋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사람의 모습이 결국에는 죽음이란 동일한 결론으로 수렴되는 것까지도.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게임. 사신이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에는 그저 인간의 죽음뿐.
 
 
*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소심쟁이.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비키니 입은 사진 보고 쌍코피 터졌어요.
 
사탕은 낮공은 분홍과 하양, 노랑. 밤공은 오렌지와 하양, 노랑.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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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8.09

8일 밤공은 이상하게, 마지막 순간이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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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8.09

극 자체가 하나의 마리오네트. 인간은 사신의 도구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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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8.09

렘도 싫지만 역시 류크가 제일 싫다. 엘리자벳의 자유나, 류크의 재미나 다를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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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8.09

기묘한 건 회차가 거듭될수록 오빠의 엘이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 사이를 꾸준히 넘나든다는 것이다. 더불어 극 안에서 인간에서 인간 아닌 존재로의 비상을 보여주기도 해. 신기한 존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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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8.09

엘에게 류크를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나마 더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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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8.09

낮공에서는 오빠의 얼굴이 전부 보였다고 해. 눈썹이나 이마가 아니라 얼굴이! 오블이었던 나는 보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눈 감은 얼굴이 훤히 드러나보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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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8.09

마지막 순간에서 라이토의 깐족거림 하나 더.

어느 순간부터 "미사를 사랑한 사신이 니 이름을 '자기 노트'에 써버렸어." 에서 노트를 툭툭툭툭 친다. 밤공에선 라이토를 보고 있지 않아도 인지할 수 있도록 툭툭 치는 소리가 선명하게 노래에 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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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8.09

처음부터 다 보였어의 엘은 참 우아해. 만 갈래로 흩어지는 소릿결이 이 순간 엘의 모든 것을 대변해준다. 압축할 수 없는 감정들까지도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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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8.09

낮밤에서의 '죽'게 되는 게임이야의 명확한 발음으로 보건대 '주'게 되는 게임이야는 아마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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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08.09

게임의 시작에서 가성의 스타카토가 이제는 확연할 정도라 기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