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대사 톤은 사랑입니다. 언뜻 듣기에는 부드러우나, 거역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나긋나긋 사근사근하면서도 뼈마디를 품고 결정적인 순간 치솟아 오르곤 하였으므로.  
취조신의 살인은 살인이죠!
마지막 순간의 사신은 심판하지 않아!
그리고 가장 결정적 변화였던 캠퍼스에서의 '미사가 제2의 키라라는 증거가 있거든요!' 이 문장의 첫머리에서부터 강세를 주어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온 것은 오늘이 처음. 

연기적으로도 약간의 노선 변화가 있었다. 악동미 철철 흘러넘치는 웃음 만면하였던 것이 어제의 그였다면 오늘은 상냥하면서도 가시 돋친 외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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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me Begins. 오늘의 넘버. 가히 최고였다 할 수 있다. 차원이 달랐어. 

오늘의 그를 간단히 압축한다면 '예민한 천재'. 건방진 멍청'이'. 착각에 빠졌'어'의 끝음을 평소와 달리 올리는 것으로 심기 불편함을 한껏 드러냈다. 키라의 등장으로 인한 즐거움과 흥분보다 신이 된 양 행세하는 키라의 자만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게임'의 연달아 찍어누르는 절정에선 더욱!

그리고 오늘 역시 내가 상대해주'지'를 필두로 아름답고도 섬세하였던 가성의 처리는 사랑입니다♡


정의는 어디에 reprise. 정신병자 사이코패스 살인마일 뿐. 세 음절의 강약이 평소 강강약이었다면 오늘은 강강강. 특히나 사이코패스는 특강이었다.
진정한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는 어제도 그랬지만, 수직으로 내리꽂는 음성이 가히 파괴적일 정도였다. 여기서 또 느꼈어. 오늘의 그는 강해. 세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그 강함을 드러내는 유형의 외강내강 강강강 타입이 아니라, 결정적 순간에 필요한 것을 움켜쥐고 양보하지 않는 영리하고도 전략적인 강자였다. 


키라는 당신의 아들. 샤엘의 대사 톤은 사랑입니다222 나긋하고 사근사근. 그러나 쉬폰 케이크처럼 마냥 녹신하였던 것만은 아니다. 부드러운 말씨 안으로 벼린 칼날을 묻어두고 적재적소에서만 꺼내어 쓴다는 느낌이랄까. 물 흐르듯 잔잔하게 시작하여 '죽기 직전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에서 쉼표로 방점을 두었던 순간에 특히 그랬다.  

이미 충분히 놀라고 있어'요'. 오늘은 어미를 올리는 것으로 훨씬 약 올리는 느낌을 주었다. 문장 앞머리에 끅끅 차는 듯하던 웃음도 물론 존재했고♡


죽음의 게임. 내가, 엘이야ㅡ의 극명한 표정 변화도 사랑입니다. 어제오늘 유독 엘이야, 에서 표정을 완전히 지운다. 앞서의 대사에서 웃음이 반들거릴 정도로 선명하여 이 표정의 대비가 더욱 도드라지기도. 


변함없는 진실. 받아들인다의 도약하는 차원의 소리. 증식을 하면의 한숨처럼 흩어지던 소리, 정복해버려의 강강강. 

그리고 꺾인 돌출에서의 경-계-선. 생각이 사라지고 그의 노래와 존재감만이 자리하였던 순간. 눈물이 벅차올랐다. 감격에 취해 세세한 디테일은 아무래도 좋단 마음이 되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그 순간을 온전히 보전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다. 절정을 찍어내린 그가 비척비척 무대 아래로 모습을 감출 때까지도 감격이 낳은 흥분에 심장이 마구 뛰었다. 당신은 대체 몇 번의 역사를 만드는가. 그 역사가 나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행복했어. 


캠퍼스. 미사가 제2의 키라라는 증거가 있거든요! 오늘 여기서 버럭 했어!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였다.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의 변화이기도 했고.
단서의 나열은 버럭을 이어갔다. 실빱! 이 그 마무리. 
정말로 미사가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해? 라이토의 선량한 말씨를 가장한 물음에 못내 짜증 난다는 듯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털어내며 그가 답했다. 글쎄요. 키라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키라가 시키는 일이면 뭐든지 할 것 같긴 하네요. 그 말인즉 '네가' 죽인 게 맞잖아? 그렇게 치면 '미사가'라는 주어에 다소간의 오류는 있겠네요. 인정하는 듯 인정하지 않는 듯 묘한 뉘앙스를 머금은 말투도 사랑이었다. 
너 날 정말 키라라고 생각하는구나? 끝까지 가면을 벗지 않는 라이토를 내려다보던 눈동자에서 처음의 흥미로움이 다소 시드는가 싶더니, 가볍게 천장을 훑었다. 그리고 마른 헛웃음을 뱉었다. ㅎㅎ, 나도 괴로워요.


취조신. 사무적이던 어조ㅡ키라는 어떤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살해했나요?ㅡ가 분노로 번지는 과정은 짧았다. 징검돌을 딛고 도약하듯 한순간에ㅡ살인은 살인이죠! 키라와 제2키라의 허무맹랑한 자기합리화를 도저히 더는 못 들어주겠다는 것처럼 그들의 오류를 지적하는 얼굴과 말씨에 분노가 선연했다. 


변함없는 진실 reprise. 키-라는 너야. 키라, 의 소리가 살짝 잠겼던 것이 오늘의 일등공신이었다. 침잠하는 그의 영혼과 죽음을 감지한 의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진실을 선언하는 자기확신이 가득히 빛났던 오늘의 리프라이즈. 


마지막 순간. 사신은 심판하지 않아! 일갈. 어제의 변화는 시작이었나. 오늘 훨씬 크고 강하며 감정이 실린 외침이 되었다. 

최후의 얼굴은 흐느낌에서 시작하여 웃음으로ㅡ였다. 

왜인지 요즘은 마지막 순간이 다시 버겁다. 첫공주처럼. 다른 점이 있다면 첫주는 갈피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알 수 없는 데서 기인한 혼돈이 큰 축이었다면 막공주는 그 반대. 어떻게도 연상의 갈래를 이어갈 수 있어 괴롭다. 흐느낌도, 웃음도. 덧없이 스러져간 생명 위에 무겁게 빛나는 진실이 그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변함없는 진실을 처음부터 꿰뚫어본 그에게 이제야 죽음이라는 이름의 자유가 허락된 것 같아 아리기도 해. 막공의 당신을 어떻게 보아야할지, 점점 해량할 수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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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애드립:
치사빤슨가요?
소심쟁이. 
맥심 3월호에 나왔었죠? 육감 몸매 보고 쌍코피 터졌어요. 

오렌지와 핑크, 분홍과 하양. 


시아준수 외의 이야기: 바뀐 선생님은 뭐랄까. 교생 선생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