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넘치게 두어도 좋겠지.

흘러넘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었으니까.

 

*

 

나비였다. TAXI 대신 들어오게 될 곡이 무엇일지 이 노래 저 노래 대입해보며 종잡을 수 없어 하였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전주를 듣는 순간 원래부터 나비의 자리였구나, 깊이 끄덕였다.
오빠다운 선곡이라 생각했고, 오빠다운 엔딩이어서 좋았다. 헤어질 때는 행복하게. 희망으로 여물어 더욱 아름다운, '우리'의 이야기. 나비는 꼭 우리의 약속 같구나, 하고 생각했다. 

 

Out of Control에 담은 나의 그리움과 기쁨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눈부신 조명과 환호 속에서 등장하는 그를 격한 반가움에서 비롯된 개인적인 고요 속에서 맞이했던 것도, 오래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시작부터 강렬하게 치닫는 무대. 환호와 격정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본능적인 born to star로서의 면모가 좋았다. 그는 늘 환호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계산적인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환호를 머금고, 머금을수록 반짝반짝함을 더해간다. 마치 물을 품어 자라나는 초목처럼. 그 모습을 오늘도 보았다. 환호의 사이사이에서 즐겁다는 듯이 생긋생긋 피어나는 웃음은 정말로 '집에 돌아와 기쁘다' 하는 듯하여 애틋하리만치 좋았고.

 

알면서도가 돌아왔다. 사랑하는 알면서도. 우리 다시 만날 날을 오랜 시간 기다렸다. 기다린 시간만큼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와주었어. 따듯하고 포근하여 꼭 그의 품 같았다. 부드럽게 노래했다. 감싸 안듯 다정하게, 어루어 도닥이듯 살갑게.

 

그의 목소리가 황홀할 정도로 건강하게 아름다워, 그 순간을 영원에 멈추어 놓고 싶었던 Rainy Eyes. 너무나 오늘을 위한 곡이었다. 이 노래를 위해 내린 비였구나. 그래서였구나. 날씨마저도 그의 노래에 응하는구나.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흰 조명 사이를 천천히 가로지르며 음을 새겨 넣는 그가 좋았다. 그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박자를 어르고 당기며 지배하는 그가 좋았다. 길게 끌어당겼다가 사르르 뱉어내는 겹겹의 소리 속의 그가 좋았다. 보컬의 극대화를 위해 한걸음 물러나 고요하게 흐르는 악기 위를 노니는 그가 좋았다. 부드럽고도 유혹적으로 흘려내던 '오-늘-밤'과 함께 유연하게, 정말로 유연하게 웨이브에 몸을 맡기는 그가.. 그가 좋았다.

 

알면서도-Rainy Eyes-토끼와 거북이는 삼 연타였다. 그가 내 심장을 겨냥하여 연발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사실 토끼와 거북이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오빠가 의상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너무나 왕자님 같았어서, 너무 잘생겼어서. 신이 사랑하기 위해 빚은 생명 같았다. 단정하게 아름답고,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쏟아지는 조명과 무대를 딛고 선 그가 정말로 좋았다. 당신이 좋아, 속삭이다 속삭이다 외치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박수를 쳤다. 그를 향해, 그의 모-든 아름다움을 향해.

 

얼마나 예뻤는지 모른다. 얼마나 반짝반짝하였는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Midnight Show는 그를 많이 닮았지만, 그의 사랑스러움을 표징한다 하기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는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이전에 이미 존재하였던 생명.

 

기대하고 기대하고 고대하였던 Midnight Show의 절정. 2분 17초에서 36초까지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모든 것이 소거되고 그만이 존재하는 절정. 소리가 그러하듯, 무대 역시 그랬다.

 

왕좌의 타란은 오늘 가장 정신 차릴 수 없는 무대였다. 어쿠스틱 타란의 시아준수를 일컬어 음악의 신이라 믿었다. 그 믿음이 오늘 재확인되었다. 왕좌에 걸맞는 무대였다. 반쯤 몸을 뒤로 기울인 채로 마치 음악을 흘려내듯이 노래했다. 노래가 흐르는 시간마저 지배하는 그의 여유로움이 숨 막힐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가장 숨을 앗아갔던 순간은 몸을 일으킨 그가 마치 주문을 외우듯 속삭였던 후렴.

즐겨봐 음악에 취해 뭐 어때 망설이지 마 음악은 느끼는 거야 이 순간 tarantallegra.

 

지니타임에서 언커미레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잔뜩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영문을 살피던 얼굴이 자꾸만 생각난다. 새싹 머리핀을 뽑지 않고 본무대에 오른 그로 인해 붕 달뜬 회장의 반응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본능적인 모습이 프로적으로 멋있어서, 설렜다. 정말로. 다음 순서로의 진행을 위해 다정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중인데도 예상과는 다르게 달뜬 관객의 반응을 순간적으로 캐치해내는 감각이, 소름 돋으리만치 멋있었다.

 

Uncommitted는 언제부터 우주가 된 걸까. 이 무대를 일컬어 '우주적'이라 하였던 것을 이해했다. 우주였고, 시아의 세계였다. 아름다웠고 평온하였으며 그의 말대로 '행복했다.' (언커미레를 소개하며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곡'이라는 언어는 의외인 만큼 좋았다. 그렇구나. 오빠에게 이 아이는 그런 존재구나, 노래를 바라보는 시선을 공유해주어 기뻤다.)

 

그가 멋있었던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겉도는 가사가 선뜻 돌아오지 않자 다소간의 언짢음이 스며들던 미간이 좋았다. 의미 없는 단어를 나열하면서도 끝까지 노래를 놓지 않는 집중력과 굳은 얼굴 너머로 느껴지는 그의 완벽주의가 나를 설레게 했다. 모니터를 향해 내리깐 시선이 무서울 정도로 섹시하여서도, 끝끝내 노래를 원위치로 돌려놓으며 제 궤도를 갖추게 하였던 것도 전부 그답게 멋있었다.

 

Incredible은 오늘 오빠의 마음 담당이었다. 사랑스러운 incredible. 그리고 의탠딩의 기적을 불러일으킨, 환호가 마땅하고 마땅한 시아준수의 노래. 이 말이면 충분하다.

참, 잉크의 마지막 파트에서 '마/지/막' 하며 덧붙이는 목소리는 늘 귀엽다. 귀엽고 멋있어.

 

'저스럽게' 편곡한 BACK SEAT은, 그의 말대로. 시아준수가 아니면 이루어낼 수 없는 분위기이자 음악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아니면 안 된다. 그의 호흡과 그의 영혼이 아니면 안 돼. 이 노래뿐만 아니라, 나에게 음악이란 그러하다 하는 것을 그가 또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BACK SEAT에 이어 시작된 멤버들과의 이야기에서, 짐짓 구연동화의 톤으로 시작하는 목소리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띄엄띄엄 이어가는 대화의 호흡이 좋았다. 그의 말투가 좋았다.

 

'치느님'이라는 단어를 오빠의 목소리로 들어 기뻤지만, 치킨과의 화해는 아직 요원한 것 같다. 그래도 치킨을 향한 오빠의 마음이 여전하다는 것을 한 조각 먹고, '그래 이 맛이야'한다던 얼굴의 눈빛에서 보았다. 살짝 고개 들린 각도로 허공을 향하여 부드럽게 이지러지던 황홀한 빛. 그려놓은 것처럼 예뻤다.

 

너무나, 많이 예뻤다. 귀여웠다. 요정처럼 반짝반짝했고 사랑스러웠다. 유난히 이곳저곳에서 만발하였던 '귀여워'에 온 마음으로 끄덕였다. '잘생겼어'에 감탄했고, 실내를 울리던 발 구르는 소리에 함께 웃었다. (왜 본인의 미모를 부정하세요, 라는 이야기를 오빠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

 

얼마나 아름답던지, 여한 없이 보고 또 보면서도 믿기지 않아 두 눈을 깜빡였다. 카메라 앵글이 사랑하던 살짝 올려다보는 각도의 왼얼굴도, 단단한 어깨와 균형 잡힌 팔뚝도, 돌아온 골반과 곧게 뻗은 다리까지 전부 반짝반짝하게 예뻤다.

 

푸스스 웃음 새는 얼굴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매번 사랑스러웠다. 한 박자 느리게, 수줍다는 듯이, 어떤 때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눈꼬리와 입꼬리를 나란히 접어 웃음을 머금는 얼굴이 정말 예뻤다. 30대치고는 귀여운 정도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너무할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귀엽다는 말이 남자에게는 욕이라며 짐짓 따지는 듯한 말투로, 데뷔할 때부터 귀엽다는 말을 들어왔다는 대목에서는 정말로 심장 아프게 귀여워서...

심장을 폭격할 것 같은 순간 단 하나를 꼽자면, 정말로 너무나 많은데, 그래도 딱 하나를 꼽자면 오빠가 버럭하던 순간 이외에 '알겠어요~'하며 예쁘게 고개를 갸웃하며 미소를 머금던 목소리. 돔 콘서트에서 준쨩~~ 하는 일본팬의 높고도 긴 함성에 하~~~이~~하며 재치있게 대답해주었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그 기억, 그 살갑고도 따듯하고 다정하고 상냥한 그 모습이 눈앞에서 새로운 기억으로 대치된 것이다. 기적 같은 순간이라 생각했다.

 

아팠던 단어도 있었다. 속앓이. 그리고 왜 이렇게 힘들게 좋아해야 하는 사람을 좋아하느냐고 지나가는 말로 던져졌던 것. 음악방송을 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하며 눈썹을 내려 웃던 얼굴.

 

이십대 우쭈쭈 (feat. 당신은 나의 동반자) 에서 오빠의 마음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는 경이로울 정도로 '오빠'였다. 쉼표 섞인 문장으로 고요해진 실내가 영원처럼 느껴졌다. 그의 마음으로 수렴하는 몇천 명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누구의 입 밖으로도 나오지 않았으나 분명하게 보였다. 사랑, 그리고 감사.

 

전반적인 대화에서 한없이 가까워진 거리감이 느껴졌다. 언젠가부터 분명한 사실이었으나 유난히 눈에 보였다. 우리의 사이에 오직 숨결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좁혀진 거리가 신기할 정도로. 말을 할수록, 거듭할수록 다가오는 그의 마음이 느껴져서 기쁘고, 행복하고, 좋았다.

 

좋았다는 말 이외의 무엇이 있을 수 없다. 그냥 그가 좋은데, 자꾸만 그가 좋은 이유를 더해주니까.

 

마지막까지 그다웠다. 토스카나 usb 영상에서 염려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던 약속처럼, 이번에도. 마치 남겨질 이들의 쓸쓸함을 감싸 안는 것처럼 그가 예고했다. 연말콘서트는 3일이 될 것이다. 만남의 끝에서 이 손, 놓지 말라는 듯이 건네어진 마음이었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에 기꺼이 그 손을 마주 잡으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마음으로 웃었다.

 

여한 없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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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11.08

당신은 드세요오. 우리가 체질이 달라요! 체질이 여덟 개라니까!! 하며 나타나주었던 버럭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주었던 찡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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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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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조용해져? 예쁘다는 듯이, 기특하다는 듯이, 신기하다는 듯이. 오빠의 노랫소리에 조용해지는 장내에 웃음을 머금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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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11.08

꽃에 대한 내 마음을 모르겠다. 첫 만남에 너무 아팠어서 언제나 마음을 두드린 후에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은, 뭐라 할까. 그 어떤 노래보다도ㅡ오빠의 오늘의 표현을 빌리자면 '집'과 같은 무대였다. 이제까지의 무대를 까치 삼아, 까마귀 삼아 건너온 오빠가 비로소 완성된 자신을 허락하는 것 같았다. 그 무엇보다도 오빠 같아서, 안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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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11.08

널 사랑한 시간에는 내일 적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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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11.08

300번째 글이구나. 그러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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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11.08

우리의 시간이, 우리의 기억이. 당신을 향한, 당신이 남겨준 사랑의 한장 한장이 어느덧 삼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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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11.08

제가 오빠라구요? 되묻는 말투에서 생생하게 전해지는 의외의 느낌이 간지러울 정도로 귀여웠다. 그의 목소리로 듣는 단어 중 들을 때마다 간지러운 것이 '준수'의 삼인칭, '오빠'와 같은 것인데 오늘도 전부 들었네. 오빠의 목소리로 듣게 되어 놀라웠던 단어도 있었다. 빠수니라든지, 빠수니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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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15.11.08

걸그룹 춤이 소원으로 나왔을 때도, 트로트가 나왔을 때도. 선뜻 들어주기 힘든 소원인지라 한참을 망설이면서도 쉽게 무르지 못하는 그가 한가득 박혀 들었다. 무르면 안 되겠느냐고 조심스럽고도 넌지시 꺼내는 물음이 또 너무도 착하여, 이 사람을 어쩌면 좋을까…. 하는 심정이 되었다.